Categories
N년 전 이달

N년 전 이달 : 2월

알고리즘으로 인해 옅어진 시간성으로 과거 작품의 재발견과 ‘역주행’이 빈번해진 시대, 아이돌로지는 새로운 정기 연재 “N년 전 이달”을 통해 N년 전 이달에 발매된 고전, 수작, 그리고 문제작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첫 호인 2026년 2월 ‘N년 전 이달’에서는 24년 전, 13년 전, 2년 전의 2월을 돌아보며, S.E.S. 정규 5집 “Choose My Life-U”, 샤이니 정규 3집의 챕터 1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 크래비티 미니 7집 “EVERSHINE”에 관한 단평을 수록하였다.

알고리즘으로 인해 옅어진 시간성으로 과거 작품의 재발견과 ‘역주행’이 빈번해진 시대, 아이돌로지는 새로운 정기 연재 “N년 전 이달”을 통해 N년 전 이달에 발매된 고전, 수작, 그리고 문제작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첫 호인 2026년 2월 ‘N년 전 이달’에서는 24년 전, 13년 전, 2년 전의 2월을 돌아보며, S.E.S. 정규 5집 “Choose My Life-U”, 샤이니 정규 3집의 챕터 1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 크래비티 미니 7집 “EVERSHINE”에 관한 단평을 수록하였다.

24년 전 2월

Choose My Life-U
SM 엔터테인먼트
2002년 2월 15일

퀴비: SM이 H.O.T.를 통해 케이팝 아이돌 엔터테인먼트의 원형을 제시했고, 보아를 통해 케이팝 프로덕션 시스템의 전반적인 틀을 완성했다면, S.E.S.를 통해서는 케이팝의 음악적 소프트웨어의 청사진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뉴질스윙을 케이팝 걸그룹의 고전으로 자리매김시키고(’(‘Cause) I’m Your Girl’), 북유럽 작곡가의 곡에 한국어 가사를 입히는 시도로 히트곡을 탄생시키며(’Dreams Come True’), 일본 현지 작곡가들과의 협업으로 일본 진출을 타개하는(‘감싸 안으며’, ‘꿈을 모아서’) 등 S.E.S.는 일찌감치 글로벌한 공정 실험을 거듭하며 현대적인 케이팝의 음악 공식을 정립했다. 24년 전 2월에 발매된 S.E.S.의 정규 5집은 (스페셜 앨범과 베스트 앨범을 제외한다면) 그들의 마지막 정규 앨범으로서 SM의 포트폴리오와도 같았던 그룹의 디스코그래피를 잘 종합해내고 있다. 타이틀곡 ‘U’는 ‘Dreams Come True’에 이은 두 번째 북유럽 작곡가의 곡으로 S.E.S.의 몽환적인 이미지를 공고히 다졌고, 앨범 초반부의 트랙들(’Just A Feeling’, ‘Choose My Life’, ‘달리기’ 등)은 한국에서의 초기작을 거쳐 일본 협업곡들을 통해 집대성해냈던 발랄하고도 도회적인 걸 팝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후반부의 트랙들(‘Requiem’, ‘Red Angel’, ‘용기’ 등)은 90~00년대 미국 알앤비의 빼어난 가요적 재해석을 들려준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음악적 야심이 오롯이 S.E.S.의 사근사근한 ‘걸 넥스트 도어’ 이미지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에 동원되었다는 것이다. 햇수로 6년차를 맞았던 그룹의 성숙에 꼭 맞춘 곡들은 멤버들의 개성과 역량을 결코 앞지르지 않는다. 그룹과 프로덕션 모두의 완숙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13년 전 2월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
SM 엔터테인먼트
2013년 2월 19일

조은재: 지금은 일상적으로 자리잡은 '믹스팝'의 실험이 케이팝 안에서 가장 활발했던 2013년에 발표된 정규앨범. 샤이니가 '평론가들이 사랑하는 아이돌'에 등극하게 된 첫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히트작이었던 직전작 'Sherlock'의 멜로디를 차용하고 이후 이어질 정규앨범 두번째 파트의 제목을 언급한 인털루드 'Spoiler'로 시작해 이제는 케이팝의 고전이 된 '방백', '아름다워' 같은 명곡이 가득한 '명반'으로 꼽힌다. 샤이니가 '컨템퍼러리 밴드'로서의 포지션을 공고히 하게 된 'Dream Girl'을 타이틀곡으로 하는 앨범이기도 한데, 발표 당시 가장 트렌디한 팝으로 꼽혔던 'Dream Girl'은 이제 팝이 그 자체로서 통시성을 얻게 되는 방법을 알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참고해야 하는 케이팝으로 꼽힌다. 실험적이지만 실험작이 아닌, 기획력이 돋보이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완결성을 갖췄으나 특정 시점에 갇히지 않은, 아주 넓은 시간대를 아우르는 팝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모든 케이팝 리스너가 반드시 찾게 되는 앨범.

2년 전 2월

EVERSHIN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4년 2월 26일

조은재: 미학적 고민이 줄어들고 그 자리를 마케팅 문법이 대체하기 시작한 시대에도 꿋꿋하게 고전적 소년미에 대해 탐구하는 애티튜드가 돋보였던 앨범. 타이틀곡 'Love or Die'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케 하는 처절한 가사와 로미오의 젊은 혈기가 느껴지는 속도감 있는 비트가 인상적인 곡인데, 직접적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원전의 대사를 인용한 것으로 유명했던 인피니트 'Last Romeo'가 레이피어를 들고 싸우는 고전극이었다면 크래비티 'Love or Die'는 권총으로 대결하는 현대극 〈로미오+줄리엣〉의 로미오를 케이팝의 형식으로 구현해낸 것으로 보인다. "EVERSHINE"은 2020년에 데뷔한 크래비티가 4년만에 커리어 대전환과 레퍼토리 갱신에 성공한 앨범이기도 한데, 맑고 쾌활했던 소년의 이미지에 'VENI VIDI VICI'에서 보여줬던 비장미와 속도감을 더해 좀 더 선명하고 또렷한 크래비티만의 소년상을 구축해냈다. 이후에 발표한 'Now or Never', 'Lemonade Fever'로 이어지는 레퍼토리까지 훌륭하게 견인하는 앨범이기도 했는데, 크래비티 특유의 '다른 그룹보다 9℃ 낮은' 서늘한 청량감을 유지하면서도 파워와 다이내믹을 더해가고 있어 어느덧 높아진 데뷔연차에도 불구하고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데에 단초를 제공한 앨범이었다 하겠다.

아이돌로지는 정기 연재 ‘Monthly’, ‘N년 전 이달’에 실릴 단평, 음반 리뷰 및 피쳐 기사 등 독자 기고를 상시 모집하고 있습니다. 독자 기고에 관한 보다 자세한 안내는 다음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기고 모집 안내 링크: https://idology.kr/contribution

Editor
Latest posts by Editor (see all)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