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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스타의 섹시 콘셉트는 거꾸로 간다

피에스타가 남성적이고 씩씩한 콘셉트를 버리고 섹시 콘셉트를 택한 것은 걸그룹들이 성공을 위해 섹시로 향하는 큰 흐름의 일부로 프레이밍되었다. 그러나 이미지가 이들에게 문제였던 적은 없었다.

이 기사는 멜리사 존슨(Melissa Johnson)이 운영하는 케이팝 걸그룹 중심의 분석 비평 블로그인 “the mind reels”에 게재된 2015년 3월 11일자 기사 “피에스타 섹시 콘셉트의 기이한 사건 (The Curious Case of Fiestar’s Sexy Concept)”를 저자의 양해 하에 번역한 것이다.

피에스타의 최근 이미지 변신을 헬로비너스나 AOA 등 다른 걸그룹의 변신과 비교하는 것은, 성서학 분야의 개념을 빌려오자면, 단순한 유사점들을 근본적인 것인 양 포장하는 ‘병행광(parallelomania)’에 빠져드는 일이다. 사실 이 세 그룹이 갖는 얼핏 중요한 관련성은 바로 그런 식으로 다뤄졌다. 비슷한 시기에 AOA가 밴드 콘셉트를, 헬로비너스가 귀엽고 여성스러운 콘셉트를, 피에스타가 남성적이고 씩씩한 콘셉트를 버리고 모두 섹시 콘셉트를 택한 것은 걸그룹들이 대중성 없는 이미지를 버리고 성공을 위해 섹시로 향하는 큰 흐름의 일부로 프레이밍되었다. 각각의 그룹에 대한 판단부터 이미 대개는 피상적인 수박 겉핥기나 정황증거만으로 이뤄졌음에도 말이다.

걸그룹이 섹시 콘셉트를 취할 때 ‘뜨려고 벗는다’를 기본적 이유로 상정하는 것에는 함정이 있다. 걸그룹들이 유기체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적 정신(hivemind)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2013년 ‘아무 것도 몰라요’에서 피에스타가 섹시 콘셉트로 돌아선 것을 뜨기 위함이었다고 한다면 이들의 역사를 무시하는 일이다. 대중성 없는 이미지가 이들에게 문제였던 적은 없었다. 데뷔곡 ‘비스타’는 대부분의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 후속작 ‘We Don’t Stop’은 비교적 약했지만 그룹은 좋은 인상을 남겼고, 곡의 차트 성적도 전반적으로 좋았으며, 몇 개의 신인상도 얻어냈다. 이후에도 이런 이미지를 반복했다면 성공적이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후속곡을 내지 않고 활동을 중단한 채, 팬덤 구축에 결정적인 신인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다. 현재 피에스타의 지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이 대목이지, 팬을 모으지 못한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피에스타의 이미지 변신이 섹시 걸그룹 유행의 맥락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면, 왜 피에스타의 이미지가 다양한 콘셉트 중 섹시 쪽으로 기울어졌는지 의문이 남는다. 그 답은 시장의 힘보다는 오히려 2013년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내부 변화, 특히 구조조정에 관계가 있다. 이 블로그의 다른 글 “자회사를 두려워 말라”에서 상세히 설명한 것처럼, 2013년 홍콩의 한 사모펀드가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최대지분을 매입했다. 이어 로엔은 멀티 레이블 시스템으로 재편되었고, 중심축인 음반사업을 두 개의 레이블로 분리했다. 조영철 대표가 운영하는 로엔트리와 신사동 호랭이의 콜라보따리가 그것인데, 피에스타가 그중 후자의 소속이다.

소속사의 구조조정이 피에스타의 이미지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이해하려면, 자회사 레이블의 특성에 대한 짧은 여담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한 자회사 레이블에 관한 글에서 나는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인수에 대해 논했다. 하나의 레이블이 다른 레이블에게 인수되었을 때, 인수된 레이블은 스타일에 과격한 변화를 갖지 않는다. 사실 대체로 자회사 레이블들은 원래대로 남아, 모회사와는 별개의 주체로 기능하며 자신들만의 스타일과 관심사를 유지한다.

이는 스타쉽처럼 인수된 경우이든 로엔트리와 콜라보따리처럼 구조 조정의 결과이든 마찬가지이다. 두 레이블 모두 로엔 엔터테인먼트의 우산 아래 있지만, 각각 자회사로서 둘은 별개의 회사고, 각자의 아티스트 라인업과 스타일을 유지한다. 로엔트리는 실질적으로 구조조정 이전 로엔의 트레이드마크 스타일이고 아이유와 써니힐 풍으로 구체화된다. 콜라보따리의 경우는 아이돌 히트메이커 신사동 호랭이가 이끌고 있음에도 발매반이 너무 적어 정확히 꼬집기 어렵지만, 더 통념적인 ‘아이돌’의 방향성으로 기울어 있을 수 있다.

피에스타 이야기로 돌아와, 그들의 이미지 변신은 로엔 엔터테인먼트에서 일어난 내부 변화와 직접적으로 엮여 있다. 피에스타의 데뷔 당시 이미지를 벗겨낸 것과 콜라보따리에서의 첫 싱글(역주: ‘아무 것도 몰라요’)이 겹쳐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새 레이블에는 다른 이미지가 필요했다. 기존의 스타일은 현재 로엔트리의 스타일과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선택한 새 이미지가 어쩌다 보니 시각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더 상업적인 것 또한, 누가 그들의 레이블을 이끄는지를 보면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섹시 콘셉트가 아니었더라도, 피에스타가 더 귀엽거나 깜찍한 걸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레이블의 변화로 이미지의 변화만이 아닌 정체성의 변화도 생기는 마당이니 말이다. 이제 그들은 ‘섹시 콘셉트를 하는 그냥 걸그룹’이 아닌, ‘섹시 콘셉트를 하는 아이돌 그룹’이 되었고, 결과적으로 이미지 선택에 있어서는 제한이 생겼다. 이는 보다 큰 화두가 될 것이다. 어떤 그룹의 섹시 노선은 납득한다 해도 궁극적인 아쉬움으로 남는 질문 말이다. “피에스타 같은 아이돌 걸그룹에게 애초에 왜 그렇게 얄팍한 콘셉트 밖에 건드릴 게 없었을까?”

번역 : 미묘

하나 더
콜라보따리
2014년 7월 2일
Black Label
콜라보따리
2015년 3월 4일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