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걸 – OH MY GIRL (2015)

OH MY GIRL
WM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0일
트랙리스트
  1. OH MY GIRL!
  2. CUPID
  3. HOT SUMMER NIGHTS
  4. 궁금한걸요
음반소개글

놓치기 아까운 음반

김윤하: 또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풍 넘버인가 잠시 실망하곤 10초, 귀가 번쩍 뜨인다. 스타일, 구성, 멜로디 모든 면에서 기대를 반하는 A 파트가 조심스레 지나고 맞이한 후렴구, 소녀시대와 f(x), 심지어 애프터스쿨까지 시대도 색깔도 다른 앞선 걸그룹들의 좋았던 시기가 무지개처럼 흩뿌려진다. 게다가 소녀들이 호흡을 맞춰 구호를 지르는 파트를 후렴구로 사용하다니, 정말이지 얄미울 정도로 약았다. 얼얼한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작곡가진을 확인하니 그제사 고개가 끄덕여진다. ‘으르렁’ 단 한 곡으로 엑소는 물론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케이팝 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신혁의 이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Cupid' 이외의 곡에서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션 알렉산더(Sean Alexander)가 힘을 보태고 있는데, 이들의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오마이걸이 만들어 낼 결과물들에 끊임없이 신경이 쓰일 것만 같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처음 들었을 때는, 케이팝 걸그룹의 클리셰를 엮어내는 흐름이 이어지다 보니 참 희한한 곳에서 뭔가를 근사하게 뽑아냈구나 싶었다. 그러나 음반 전체를 연이어 들어보니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음반은 생각보다 그리 치밀한 웰메이드는 아니다. 청아한 사운드와 예쁜 멜로디의 기조가 일관될 뿐, 매끈하게 흘러가는 음반이 아니다. 어쩌면 의도적인 것일지 모르겠으나, 작사의 음악성과 보컬의 호흡 및 디렉팅에서 조금씩 덜컹거리는 구석이 있다. 보컬리스트들이 주인공 역할을 착실히 해내면서 목소리의 매력도 전달하는 류의 음반도 아니라 하겠다. 좋은 분위기의 곡들이지만 겨우 4곡의 미니앨범이 (대개 취향에 맞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게 느끼며 애정을 느낄 법한 곡풍임에도, 이런 스타일이 지금껏 메인이 되지는 못했던 것에도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음반의 주요한 줄거리는 어쿠스틱 기타나 스네어롤 등 텍스처가 살기 좋은 악기들로 귀를 간지럽히면서 살짝 신비한 화성감과 리프레인을 적극 활용하여 청아한 소녀상을 제시한다는 것에 있다. 그것이 가장 많은 케이팝 클리셰와 결합하며 '대중화'된 것이 타이틀 'Cupid'라면, 이후의 두 곡은 좀 더 팝적인 어프로치로 이 줄거리를 강화한다. 청순하고 화사한 소녀의 이미지를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케이팝 걸그룹의 중차대한 이슈라면, 이 음반은 바로 그것을 새롭게 만들고자 한다. 어느덧 소녀풍 걸그룹 3세대, 이런 변화를 기다렸다. 그 완성은 조금 더 기다리겠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블럭: 우선 우려했던 OMG가 아닌 오마이걸로 나와서 기쁘다(!). 놀이동산 시그널 음악 같은 발랄한 첫 번째 트랙 뒤에 오는 타이틀곡 'CUPID'는 완성도와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마칭 밴드 사운드나 곡 자체가 가진 특징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며 기존에 누군가가 선보인 것이긴 하지만, 최근 이런 느낌의 곡이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포지션 선점에 유리할 것 같다. 다만 비주얼 콘셉트는 최근 대세를 따르는 편인데, 곡과 잘 어울리지만 어떻게 다가갈지는 변수다. 이후 등장하는 'Hot Summer Nights', '궁금한걸요'는 잘 만들어진 사운드 디자인과 가사가 인상적이며 비타이틀곡 여부를 떠나 전반적으로 어필하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여러모로 그룹의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만약 소녀시대가 '다시 만난 세계'에서 '소원을 말해봐'까지의 시절만 반복한다면 지금쯤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 EP. 다소 웅장한 분위기의 배경음을 깔면서, 브라스의 분절이 적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양질이면서도 이미 옛날이 되어버린 2000년대 중반 '근과거'의 어떤 그리움 같은 걸 상기시킨다. 대단히 미묘한 지점을 잡아낸 이들의 결과물에 Pick을 바치련다.

조성민: 1번 트랙을 틀자마자 강하게 느껴지는 B1A4의 향취. 딱히 크게 강조한 적 없음에도 누가 봐도 B1A4의 걸그룹 버전을 구현하려 했음이 느껴진다. 신혁 작곡의 타이틀곡 'CUPID'는 멤버들의 목소리보다도 패기 넘치는 드럼 사운드가 더 크게 들리는데, 덕분에 무척 여린 보컬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이 더 강조된 것 같다. B1A4와 다른 점 역시 바로 이 보컬이겠는데, 비주얼이나 콘셉트는 B1A4의 성공 공식을 따르고 있되, 보컬이 전혀 힘을 쓰고 있지 못해서 앞으로 어떤 소구점을 만들지 고민이 될 듯 보인다. 지금은 라붐, 베리굿, 여자친구 등 여타 신인 걸그룹과의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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