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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5년 4월 중순

2015년 4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EXID, 크로스진, 24K, 블락비 바스타즈, 니엘, 달샤벳, M&D, CLC, 에이핑크, 장우영, 오마이걸의 음반을 들어보았다.

2015년 4월 11일~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EXID, 크로스진, 24K, 블락비 바스타즈, 니엘, 달샤벳, M&D, CLC, 에이핑크, 장우영, 오마이걸의 음반을 들어보았다.

Ah Yeah
예당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13일

macrostar: 타이틀곡인 'Ah Yeah'는 '위아래'의 연장처럼 들리지만, 나머지 수록곡은 기존에 고수해 오던 EXID의 이미지에 약간 더 가까운 거 같다. '위아래'가 나오기 전 타이틀곡 후보로 알려졌었던 '토닥토닥'도 실려있고, '매일밤 (Ver.2)'도 있다. LE의 자작곡인 '매일밤'이 좀 특이한데 "Hippity Hop"때 '전화벨'이라는 곡이 있었고, 이걸 재편곡해 '매일밤'이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싱글을 내놨었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미니앨범에서는 '버전 2'다. 2012년에 데뷔한 이후 지금까지 EXID가 내놓은 곡이(유닛인 다소니와 inst는 제외하고, 리믹스와 겹치는 건 다 합쳐서) 총 17곡인데 그중 세 곡이 '매일밤'이다. 물론 이 곡이 괜찮긴 하지만(두 번째 나왔을 때 뮤직비디오도 나왔는데 유튜브 조회 수가 1,300만이 넘어서 EXID 곡 중에서는 '위아래' 다음이다. 난해한 뮤직비디오로 나름 유명하다.) 한 곡에 대한 이 정도의 애정 혹은 미련에 얽혀있는 사연이라도 있는 건지 약간 궁금하다.

블럭: 'Ah Yeah'는 멤버별 구간 배치나 약간의 구조 변화는 있지만 결국 누가 봐도 '위아래'로 재미를 봤기 때문에 만들어낸 연장선이자 발전된 형태에 그친다. 앨범 속에는 '매일밤'의 연장선 격으로 느껴지는 곡이 많은데, 전체적으로는 지나치게 LE에게 무게가 쏠려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행인 건 LE의 타이트한 랩이 장점으로 통한다는 건데, 몇 구간에서는 랩이 조금만 더 유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1M'을 들어보면 다른 멤버들의 보컬도 굉장히 좋은데 그걸 완전히 담아내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무엇보다 유독 EXID의 가사는 아주 짧은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좀 더 구체적인 상황 설정이나 전개를 보여주면 어떨까 싶다.

유제상: 上(좋았다): EXID 고유의 스타일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곤 할 수 없다. 하드한 전주에 통속적인 후렴구, 하체가 미적거리는 춤 등.
下(나빴다): '위아래'의 자기복제에 불과한 결과물이다. '짧은 치마'가 '사뿐사뿐'이 되는, 'NoNoNo'가 'LUV'가 되는 정도의 변화는 주었어야 하지 않나.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Ah Yeah'는 하니와 LE가 주고받는 1, 2절 부분이 무척 인상적이다. 특히 하니의 보컬 뒤에서는 간결해졌다가 LE의 랩 뒤에 깔리는 강렬한 비트가 듣는 사람의 마음까지 쿵쿵 울리게 하는데, 뮤직비디오에서는 하니와 LE를 짝지어 반전 코드로 활용했다는 점이 탁월해 보인다. 후렴의 혜린과 솔지의 보컬은 전작 겸 최고 히트작 '위아래'에서의 보컬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히트곡을 굳이 무시해가면서 신곡을 만들기보단 이렇게 현명하게 성공 공식을 분석하고 활용해나가는 것이 확실히 단순한 '벼락스타'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크게 과시하지 않고도 LE의 프로듀싱 참여로 탄탄한 음악성을 드러내고, 단지 꾸준히 해오던 음악을 계속하는 것으로 그룹의 정체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은 여타 아이돌에게도 본보기가 될 만하다. '아슬해', 'With out U'와 같은 트랙은 EXID가 궁금하다면 한 번 들어보길 권하고 싶은 노래. 전체적으로는 아주 훌륭한 '물 들어 왔을 때의 노 젓기'인데, 여타 '벼락스타'와 다른 점이라면 언제든 노 한 번 저어보려고 물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나하고 놀자
아뮤즈 코리아
2015년 4월 13일

미묘: 여러모로 기대하게 되는 그룹이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크로스진이 각별히 눈에 띄진 않는 것이, 무난하기 때문인지 반대로 이질적이기 때문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해외 틴아이돌을 꾸준히 조금씩 인용해오고 있다는 것 정도가 특색일까. 케이팝 평균에 비해 다소 미래적이라고까지 할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함량을 고수하고 있어 고집만은 엿보인다. 흠잡을 곳 없이 괜찮은 팝이고, 음반 전체를 들으면 나름의 사운드 풍경을 구성하고 있다. 여기서 좀 더 파티스럽고, 그래서 현실적인 '나하고 놀자'를 선보이며, 한국어에 좀 더 밀착한 보컬 연출을 도입해 접근성을 높이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결국, 웬만한 청자라면 다소 신선함도 느끼며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이 음반은, 다시 아까의 문제로 돌아온다. 크로스진은 너무 무난한 것일까, 혹은 이질적인 것일까.

유제상: 기존의 미묘한 일본풍을 완전히 벗어버린 EP. 이제 이들의 노래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그냥 케이팝이다. 단지 강한 기시감을 일으키는 기존 그룹의 요소들이 마구 뒤섞여 있는데, 이러면 때깔이 좋아도 좀 심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하고 놀자'를 통해 크로스진의 인지도가 확 올라간다면, 이제 평자도 어떤 요소가 대중에게 어필하는지를 좀 알 수 있을 듯하다.


오늘 예쁘네
조은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13일

유제상: 무려 1년하고도 6개월 만에 돌아온 투포케이의 싱글. 리듬게임에 어울리는 힙합 음악을 들고 왔는데, 메인이 되는 반복적인 멜로디가 제법 중독성이 있어서 듣는 맛이 난다. 사실 뮤직비디오도 잘 뽑혀 나왔는데, 이 정도의 결과물을 그냥 흘려보낼 정도로 한해 한해가 다르게 아이돌 음악시장이 성장한다는 사실이 어떤 의미에서는 무섭다.


품행제로
세븐시즌스
2015년 4월 14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윤하: 다소 파격적인 이미지로 범벅된 ‘품행제로’만 기억하고 넘긴다면 분명 아쉬울 만한 앨범이다. 블락비의 가장 ‘싸가지 없는’ 부분에 확대경을 들이댄 듯한 이 노래와 마지막 곡 ‘배째’를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훵크(funk)나 네오 소울을 베이스로 한 팝 넘버들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 두 번째 곡 ‘찰리채플린’에서는 이들에게는 꽤나 이질적인 ‘일반적’인 아이돌 무드까지 소화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인다.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완성도가 돋보이는 반면 멤버들간의 유기적인 조화는 아쉬운 부분인데, 제비뽑기로 유닛 멤버를 뽑았다는 일화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것이 농이든 진이든 그조차도 참 블락비스러운 선택이지만 말이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얼핏 듣고는 '좋긴 한데, 블락비가 아니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음원으로 따로 들어 보니 달랐다. 시작부터 터져 나오는 '미쳐있음'의 공기는 기존의 블락비를 듣다가 지코의 솔로 트랙을 들었을 때와 같은 위압감이다. "품행제로"라는 (다소 낡은) 단어를 무척 음악적으로 활용하며 폭발력을 보이고는, 간단하게 브라스를 한 옥타브 올려서 랩을 쏟아내며 가사처럼 "난폭운전"을 이어간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가사가 "어렸을 때 나쁜 짓"을 언급하고 있음에도 그 '스왝'의 근거가 거리의 행동이 아닌 애티튜드와 무대에서의 댄스에 가 있다는 것이다. 래퍼이자 아이돌이었던 지코의 날카로움이 스타이자 아이돌인 블락비의 영역으로 옮겨왔다고 할까. "룰 따윈 어겨", 그렇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블럭: 유닛이나 개별 활동과 같은 말보다는 회사에서 직접 내건 '블락비의 스핀오프'라는 말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블락비 내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개성 강한 멤버만 모았다. 개별적으로 움직여온 지코, 박경, 태일, 재효를 빼면 자연스럽게 모이는 결과이기도 하지만 지코라는 태그를 떼어놓고도 블락비 특유의 장점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조합이다. '품행제로'는 누가 봐도 블락비 그 자체이고 그래서 조금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찰리채플린', '도둑', 'Nobody But You'로 이어지는 세 곡은 바스타즈가 선보인 블락비의 가능성이다. 그 가능성에는 유권과 비범의 보컬도 해당한다. 조금 아쉬운 건 유권이 비주얼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걸 아직 덜 보여줬다는 느낌이다. 유권은 지금보다 더 섹시해질 수 있다.

조성민: 보통 유닛은 완전체 그룹과의 장르적 차별화를 통해 결성과 활동의 의미를 만드는데, 그런 부분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심지어 몇몇 트랙에서 피오는 블락비에서 지코가 했던 역할을 위임받은 것 같은 인상까지 준다. 블락비와의 음악적 차별점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이 유닛에 기대할 만한 점은 역시 비주얼 퍼포먼스겠다. 그동안 완전체 무대에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댄스 담당 멤버들인 유권과 비범이 '품행제로'의 무대에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무척 환영할 만한 일이라 하겠다. 다만, 여전히 군무 위주이고 중심에 피오가 배치되어 있는 것은 아직까지도 무대에서 두 댄스 담당 멤버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결과적으로는 퍼포먼스도 블락비와 아주 큰 차이를 만들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7명이 하던 것을 3명이 하고 있다는 것 외에 이 유닛만의 존재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Spring Love
티오피 미디어
2015년 4월 14일

미묘: '심쿵'은 매우 가벼운 공기의 곡으로, 특별히 공을 들였다기보다 이 미니앨범의 오리지널 버전에서 만들어진 공식을 가지고 '이번엔 좀 살풋한 곡을?' 하며 만들어낸 곡 같다. 로터리 오르갠과 월리처 피아노가 겹쳐진 사운드가 유려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잡아주고, 니엘과 피처링의 주니엘 역시 이미 갖고 있는 무기를 그대로 가져와 풀어낸다. 리패키지 음반의 가벼워진 후속곡으로서 무리한 곳 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곡. 더 인상적인 것은 다음 곡 'Memory'로, 전작의 요약본과도 같다. 유려하고 화사한 퇴폐미로 독한 색정적 노래를 하던 미니앨범을 한 곡으로 압축해내면서 꽤나 좋은 무게감을 선보인다. 이 곡이 2번 트랙인 걸 생각하면 그런 매캐함이 이후 트랙들에 다소 무거운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건 아마 내가 이성애자 남성이라 갖는 한계일 것이다. 죄송하다.

조성민: '심쿵'을 들을 때마다 작년 봄에 나왔어야 할 곡이 이제서야 나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니엘과 주니엘의 목소리 합도 좋고, 무대에서의 케미까지도 나쁘지 않은데, 다만 이미 동류의 콜라보레이션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이 시점에서 대중 일반에게 이 곡만이 특별하게 들릴 이유는 없을 것 같다. 'Memory...'는 기존의 니엘 솔로 앨범과 같은 결을 유지하고 있는데, 니엘 스스로가 틴탑 때부터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본인에게 가장 익숙하고 잘 어울리는 노래를 만든 것 같다.


Joker Is Alive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15일

미묘: 아주 잘 만든 음반이냐 묻는다면 고개를 끄덕이기 어렵다. 수빈과, 보도자료에 의하면 '친구'라는 심재훈, 이수민이 함께 프로듀스한 이 음반에는 아이돌/댄스 음악을 전문적으로 만들지 않던 사람들이 으레 갖는 피상적 이해를 연상케 하는 단락들도 조금씩 있다. 적당히 별난 여자아이 느낌이나 적당히 무의미한 가사 같은 것들이 그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몇몇 곡이 보다 주류 가요적인 색채를 띠면서 그런 부분적 흠결을 상당히 중화한다는 것이다. (브리지의 연결이 조금 아쉬운 것을 제하면) 타이틀로서 손색없는 모양새를 갖춘 'Joker'가 그 한 정점에 있다. 그러면서 다소 뻣뻣한 목소리의 연출이 곳곳에 스며들어 무리한 '최고의 걸그룹' 지향과는 다른 노선을 가리키는 점도 매력 있다. 이는 곳곳에서 두드러지는 화려한 사운드의 일렉트로닉과 더불어 초기 달샤벳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아이돌의 음악가로서의 성장이 팀의 정체성과 지향점에 대한 고민과 맞물리는 지점에 대해 관심을 갖고 향후를 지켜볼 만한 릴리즈.

블럭: 수빈이 전곡 작사, 작곡에 참여한 이번 EP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겠지만, 모든 곡은 익숙하고 평이하게 지나간다. 물론 그만큼 안정적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칭찬할 수 있고 또 다섯 곡이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비슷한 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인 부분이다. 하지만 가요 관습을 모아놓은 듯 지나치게 익숙한 곡 구성이나 짧은 트랙 길이, 특히 개별 곡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직접 곡을 만들고 기획했다는 점에서 풋풋한 면모가 어느 정도 용서받을 수는 있겠지만, 다음에는 좀 더 프로페셔널하고 멋진 작품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유제상: 첫 EP 나온지 4년하고도 3개월. 평자의 머릿속에 있는 달샤벳 노래라고는 아마 달샤벳 팬들도 잘 모를 'Shakalaka' 한 곡 뿐이고(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노래만은 정말 좋다), 이제 이들에 대한 인상이 흐려져 가던바. 드디어 회심의 일격이라 할 수 있는 곡이 나왔다.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듯이, 그것이 반복적인 것이건 불쾌한 것이건 섹시한 것이건 일단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곡의 경우에도, 후렴구에서 "조컬~조컬~"하는 부분을 들어도 그렇고 단순하지만 반복적인 멜로디를 들어도 그렇고 '이번만은 기억에 남겠다'는 강한 의지가 전해진다. 아울러 이렇게 디테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조잡하게 느껴지지 않는 점은 높이 사 마땅하다. 감상의 영역에 속하는 EP는 아니지만 인상적인 결과물.

조성민: 모처럼 음악에 잔뜩 힘을 준 앨범이 나왔는데, 너무 힘을 준 나머지 멤버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돋보이지 않고 있다는 인상이 있다. 물론 멤버 수빈이 프로듀싱에 참여하고 다른 멤버들도 작사 등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런 사실들을 고려하지 않고 들었을 때, 기성 제작진에게 역할을 일임했을 때와의 차별점을 찾기가 힘들다. 결과물이 눈에 띄게 출중하지 못하다면 멤버들의 앨범 참여를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멤버들에게 큰 부담만을 안겨주게 될 가능성이 있다. 달샤벳 멤버들의 음색이 여타 걸그룹에 비해 특색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듀싱 방향에 대해서는 단순한 '멤버들의 참여' 이상의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家內手工業(가내수공업)
SM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16일

미묘: 해외 팬들에게서 들어오는 질문 중에 가끔 "한국에서 슈퍼주니어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나요? 왜죠?"라는 것이 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지만, '유쾌한 남자들의 기믹 놀이' 같은 행보가 없었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혹은 이 음반도 훨씬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을까. 음반에서는 분명 '좋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읽히고, 다분히 의도된 90년대 가요의 클리셰 범벅 속에서도 그 욕심이 꽤 실현되고 있는 '꽤 괜찮은 팝 음반'이다. 그러나 많은 곡이 '정통 록 기타리스트와 잘 생긴 보컬'의 조합에서 90년대 유수의 듀오들을 강하게 연상시키고, 그들이 음악적 성취보다는 질펀한 록 발라드와 개그 댄스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이 프로젝트에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몇 곡에서 느껴지는 (거한 발라드와 살풋한 곡의 조합을 포함하는) 이승환의 영향은 의외로 모양새와 화학도 좋은 편이어서, 차라리 그쪽에 집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도 하게 한다. 물론, 이 음반의 기획 의도는 아마도 정확히, 그것에서 벗어나는 것이었을 것이지만 말이다. "오빠의 주책도 사랑스러워"라는 마음 없이도 음악에 집중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그래도 좋은 음악'에의 욕심과 음악 자체의 완성도가 있기에 더욱 그렇다.

조성민: 김희철이 김민종과 홍경민 등을 모창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을 포함해, 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우리 가요계에 유행해왔던 밴드 팝을 장르별로 하나씩 가져온 것 같다. 왠지 리메이크 앨범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달까. 이 앨범이야말로 '요즘 애들도 이런 걸 좋아할까'라는 의문이 들게 하는 음악들로 가득 차있는 것 같다.


Eighteen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16일

블럭: 김건우 작곡가가 "Bluebrand"라는 컴필레이션 앨범을 한참 만들고 슈프림팀과 작업하면서 '그땐 그땐 그땐', '너 때문이야'와 같은 곡을 한창 만들 때의 결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그때도 이 곡처럼 둔탁한 비트 위에 신시사이저를 밀어 넣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그러한 프로덕션이 나쁜 건 아니다. 다만 잘 만들었다고 확신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다. 사실 이 곡은 작사가의 발화지점이 가수와 어느 정도 동일시되는지, 보도자료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좋은 아트워크는 어떤 작품인지 등을 더 고민하게 한다.

유제상: 평균 연령 18세를 강하게 어필하는 CLC의 두 번째 싱글. 멤버들이 그룹 여자친구 느낌이면서 안무는 그쪽보다는 섹스어필이 강하고 노래는 세련되게 바꾼 영턱스클럽의 그것이라면, 음... 그렇다.


새끼손가락
에이큐브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19일

macrostar: 에이핑크는 데뷔 1주년('4월 19일'), 3주년('굿모닝 베이비')에 팬송을 내놨었는데 이번 곡은 그 연장으로 4주년 기념송이다. 사실 에이핑크에서 첫 번째 솔로 데뷔가 나온다면 은지가 될 가능성이 높고, 꽤 예전부터 솔로 활동에 대한 의욕을 공공연히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디지털 싱글이라도 내보는 대신에 정은지 작사, 작곡의 곡을 팬송으로 들고 나왔다(정황상 'NoNoNo' 활동 때 쯤 녹음한 걸로 보인다). 은지 솔로를 기다리는 분들은 좀 아쉽겠지만, 그리고 앞으로 뭐가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어떻게 보면 이런 타입이 지금 에이핑크의 방식인 듯 싶기도 하다. 리얼 예능 방송에서 같은 제목의 곡을 만드는 모습을 잠깐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와는 많이 다르고 전반적으로 약간 심심하다는 생각도 든다(하지만 콘서트에서 모두 함께 "랄라라" 부분을 따라 부를 수 있겠지). 여튼 기존의 에이핑크 곡과는 분위기가 약간 다른데 이런 곡을 부르면 이런 게 나오는구나 싶다.

미묘: 많은 사람들의 초기 자작곡들이 그렇듯, 처음엔 발라드로 쓰여졌을 것만 같은 곡이다. 리드미컬한 흐름 속에서 감정이 사뭇 치닫는 것은 그래서일지 모르겠다. 그렇게 본다면 (살벌할 수 있는) 금속성의 비트가 걸음걸이만은 차분하여 정서의 균형을 잡아, 그 결과가 사근사근한 공기를 만들어냈다는 점도 흥미로운 조합이다. 비록 정규작만큼의 기합이나 탄탄함을 갖췄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비정규작으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을 충실히 보여준다는 점만큼은 성과라 하겠다. 그리고 그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일단은 가창력과 자작곡 능력일 터이고 이는 의미 있다. 하지만 소녀풍 걸그룹의 3세대가 본격적으로 출범한 이 시점에서 에이핑크가 화사함을 유지하면서도 우아함의 얼굴을 확인해 보여준다는 점이 특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R.O.S.E
JYP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0일

김윤하: 타이틀곡 ‘R.O.S.E’가 나쁜 노래냐 묻는다면 글쎄,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이 노래가 일본시장을 겨냥한 싱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도 아스라히 유효(하다고 여겨지는 듯)한 90년대 제이팝의 무게와 리듬감, 편곡 스타일을 충실하게 재현한 악곡은 일부 일본 팬에게는 그 자체로 기쁨으로 다가갈 테니 말이다.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마음을 다잡았건만, 뒤이어 이어지는 훅 불면 날아갈 듯 가벼운 팝 넘버 ‘Cocktail’과 일종의 팬송 ‘Happy Birthday’, 그리고 결정적으로 앨범의 진품 여부마저 의심케 만드는 앨범커버에까지 눈이 닿자 더이상 관대할 수만은 없다는 나도 모를 의지가 갑작스레 불타오른다. 그래도 2PM, 그래도 장우영 아닌가. 과연 이것이 최선이었나.

미묘: 'R.O.S.E'의 멜로디와 모티브 자체는 다소 심심한 편이지만 그런대로 우아함이 있고, 후렴의 떠들썩한 주고받기도 맛깔스럽다. 거침없이 때려대는 비트와 백업 보컬의 야시시함은 필경 슈퍼창따이의 몫이었으리라. 좋은 파트너를 선택하고, 그에게서 최대한의 것을 끌어내 좋은 결과물을 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우영과 슈퍼창따이의 조합은 썩 괜찮다. 비트감과 사운드 모두 시원하면서 여유 있고, 그것이 곡의 여유를 잘 살려낸다. 다만 비디오로 볼 때에 비해 음원만을 들었을 때 특히 후렴의 보컬이 곡에 완전히 달라붙어 있는지는 다소 애매하다. 이어지는 'Happy Birthday'의 무난한 설득력과 비교하면 이것이 우영의 음악세계가 지향하는 것인지도 조금은 의문이 남는다. 하지만 당장은 'R.O.S.E'에서 두 사람의 상반된 세계가 자아내는 공간에서 신선함을 즐겨도 괜찮겠지.


OH MY GIRL
WM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김윤하: 또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풍 넘버인가 잠시 실망하곤 10초, 귀가 번쩍 뜨인다. 스타일, 구성, 멜로디 모든 면에서 기대를 반하는 A 파트가 조심스레 지나고 맞이한 후렴구, 소녀시대와 f(x), 심지어 애프터스쿨까지 시대도 색깔도 다른 앞선 걸그룹들의 좋았던 시기가 무지개처럼 흩뿌려진다. 게다가 소녀들이 호흡을 맞춰 구호를 지르는 파트를 후렴구로 사용하다니, 정말이지 얄미울 정도로 약았다. 얼얼한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작곡가진을 확인하니 그제사 고개가 끄덕여진다. ‘으르렁’ 단 한 곡으로 엑소는 물론 다음 스텝을 고민하던 케이팝 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던 신혁의 이름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Cupid' 이외의 곡에서는 SM 엔터테인먼트의 황금기를 함께했던 션 알렉산더(Sean Alexander)가 힘을 보태고 있는데, 이들의 만남이 일회성에 그치지만 않는다면 앞으로도 오마이걸이 만들어 낼 결과물들에 끊임없이 신경이 쓰일 것만 같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처음 들었을 때는, 케이팝 걸그룹의 클리셰를 엮어내는 흐름이 이어지다 보니 참 희한한 곳에서 뭔가를 근사하게 뽑아냈구나 싶었다. 그러나 음반 전체를 연이어 들어보니 전혀 다른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음반은 생각보다 그리 치밀한 웰메이드는 아니다. 청아한 사운드와 예쁜 멜로디의 기조가 일관될 뿐, 매끈하게 흘러가는 음반이 아니다. 어쩌면 의도적인 것일지 모르겠으나, 작사의 음악성과 보컬의 호흡 및 디렉팅에서 조금씩 덜컹거리는 구석이 있다. 보컬리스트들이 주인공 역할을 착실히 해내면서 목소리의 매력도 전달하는 류의 음반도 아니라 하겠다. 좋은 분위기의 곡들이지만 겨우 4곡의 미니앨범이 (대개 취향에 맞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선하게 느끼며 애정을 느낄 법한 곡풍임에도, 이런 스타일이 지금껏 메인이 되지는 못했던 것에도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 음반의 주요한 줄거리는 어쿠스틱 기타나 스네어롤 등 텍스처가 살기 좋은 악기들로 귀를 간지럽히면서 살짝 신비한 화성감과 리프레인을 적극 활용하여 청아한 소녀상을 제시한다는 것에 있다. 그것이 가장 많은 케이팝 클리셰와 결합하며 '대중화'된 것이 타이틀 'Cupid'라면, 이후의 두 곡은 좀 더 팝적인 어프로치로 이 줄거리를 강화한다. 청순하고 화사한 소녀의 이미지를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케이팝 걸그룹의 중차대한 이슈라면, 이 음반은 바로 그것을 새롭게 만들고자 한다. 어느덧 소녀풍 걸그룹 3세대, 이런 변화를 기다렸다. 그 완성은 조금 더 기다리겠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블럭: 우선 우려했던 OMG가 아닌 오마이걸로 나와서 기쁘다(!). 놀이동산 시그널 음악 같은 발랄한 첫 번째 트랙 뒤에 오는 타이틀곡 'CUPID'는 완성도와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 마칭 밴드 사운드나 곡 자체가 가진 특징은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니며 기존에 누군가가 선보인 것이긴 하지만, 최근 이런 느낌의 곡이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나름의 포지션 선점에 유리할 것 같다. 다만 비주얼 콘셉트는 최근 대세를 따르는 편인데, 곡과 잘 어울리지만 어떻게 다가갈지는 변수다. 이후 등장하는 'Hot Summer Nights', '궁금한걸요'는 잘 만들어진 사운드 디자인과 가사가 인상적이며 비타이틀곡 여부를 떠나 전반적으로 어필하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하게 다가온다. 여러모로 그룹의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만약 소녀시대가 '다시 만난 세계'에서 '소원을 말해봐'까지의 시절만 반복한다면 지금쯤 무슨 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라는 엉뚱한 상상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 EP. 다소 웅장한 분위기의 배경음을 깔면서, 브라스의 분절이 적당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노래는 더할 나위 없이 양질이면서도 이미 옛날이 되어버린 2000년대 중반 '근과거'의 어떤 그리움 같은 걸 상기시킨다. 대단히 미묘한 지점을 잡아낸 이들의 결과물에 Pick을 바치련다.

조성민: 1번 트랙을 틀자마자 강하게 느껴지는 B1A4의 향취. 딱히 크게 강조한 적 없음에도 누가 봐도 B1A4의 걸그룹 버전을 구현하려 했음이 느껴진다. 신혁 작곡의 타이틀곡 'CUPID'는 멤버들의 목소리보다도 패기 넘치는 드럼 사운드가 더 크게 들리는데, 덕분에 무척 여린 보컬의 소유자들이라는 점이 더 강조된 것 같다. B1A4와 다른 점 역시 바로 이 보컬이겠는데, 비주얼이나 콘셉트는 B1A4의 성공 공식을 따르고 있되, 보컬이 전혀 힘을 쓰고 있지 못해서 앞으로 어떤 소구점을 만들지 고민이 될 듯 보인다. 지금은 라붐, 베리굿, 여자친구 등 여타 신인 걸그룹과의 차이점이 보이지 않는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