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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3년 3월 – 싱글

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월별로 기억에 남는 케이팝 발매작에 대한 리뷰를 3주간 발행한다. 해당 포스트에서는 3월 발매된 싱글 중 크래비티, 니콜, 카이, 첫사랑, 마마무+, 지수의 싱글을 다룬다.

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월별로 기억에 남는 케이팝 발매작에 대한 리뷰를 3주간 발행한다. 해당 포스트에서는 3월 발매된 싱글 중 크래비티, 니콜, 카이, 첫사랑, 마마무+, 지수의 싱글을 다룬다.

크래비티 ‘Groovy’

MASTER:PIEC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3년 3월 6일

조은재: 얼핏 경쾌해 보이는 무드에 비해 자칫 과해 보이기까지 하는 '욕심'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마냥 편하게 들을 수는 없는 곡이다. 빅밴드 사운드를 앞세운 댄스 브레이크 구간부터 숨 가쁘게 이어지는 고음역의 '보컬 차력쇼'가 펼쳐지는 후렴, 속도감 있게 운용되는 절 구간의 퍼포먼스까지, 모든 구간이 과할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다. 아무튼 K-pop의 오랜 매력이자 미덕은 '과잉'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전작 'Party Rock'에 비해 더 바짝 기합이 들어있는 점이 마음에 드는데, 산발적으로 연출되어 메시지성이 약했던 전작의 단점을 보완하려 한 듯, 타이틀곡 'Groovy'의 가사부터 뮤직비디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트랙과 프로모션 콘텐츠까지 일관된 메시지 안에서 기획되고 조형되어 이전보다 훨씬 아이코닉한 이미지로 다가오게 된 것은 좋은 발전이라고 본다.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는 주인공이며, 여러 삶의 조각이 모이면 걸작이 된다'는 메시지는 건강하다 못해 건전하기까지 해서 과연 극한의 건강미를 추구해온 레이블의 전통을 이어가는 그룹이 맞다는 확신마저 든다.

니콜 ‘Mysterious’

Mysterious
JWK 엔터테인먼트
2023년 3월 9일

에린: 곡의 주축이 되는 베이스 리듬 위로 유연하게 노래하는 니콜의 저음의 보컬이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베이스 리듬 사이로 곡예 하듯 가성과 저음을 오가는 니콜의 보컬은 곡의 리듬감을 한층 돋보이도록 하고, 직설적으로 유혹을 노래하는 곡임에도 니콜의 담백한 보컬 처리로 인해 끈적함보다 산뜻한 마무리만이 남는다. 미니멀한 전개 위에서 편안한 음역으로 노래하는 보컬에서는 여유로움이 묻어 나오고, 몸의 곡선미를 활용한 동작들은 간드러진 보컬과 베이스 리듬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하며 곡의 관능미를 살려낸다. ‘Mysterious’로 현재 가장 자신에게 적합한 옷을 입은 듯한 니콜은 모노톤의 성숙함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카이 ‘Rover’

Rover
SM 엔터테인먼트
2023년 3월 13일

조은재: 멜로디부터 퍼포먼스까지 이 곡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이 곡이 가지고 있는 리듬의 역동성을 강조해 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상이다. 그만큼 이 곡은 넘치는 리듬감을 최우선에 내세우고 있다. 적당히 춤추기 좋은 정도가 아니라, 춤을 추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강렬한 리듬으로 무장하고 있어 댄스 퍼포먼스에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카이라는 아티스트에게는 가장 잘 맞는 옷일 수밖에 없다 하겠다. '방랑자'라는 뜻의 제목 'Rover'를 곡이 흐르는 내내 외치지만, 사실 이 곡의 또 다른 미덕은 격렬하게 뛰노는 리듬에 휩쓸려 방황할 뻔했던 곡의 방향성을 절도 있는 퍼포먼스가 다잡아 정갈한 절제미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마냥 치기 어리고 정열적이기보단 여유롭고 농염한 데가 있는 카이의 퍼포먼스는 들썩거리는 비트 위에서 더욱 돋보이게 된다. 힘 있는 춤 동작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완급 조절을 선보이고, 기교 없는 보컬은 비트를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흐른다. 누구든 부담스럽지 않게 듣고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올해의 댄스 팝으로도 꼽을 만하다.

첫사랑 ‘빛을 따라서’

DELIGHT
레드크리에이티브 컴퍼니, 마이다스타 엔터테인먼트
2023년 3월 29일

비눈물: 첫사랑은 치열하게 역주하는 4세대 걸그룹 씬 사이로 그 맥이 뚜렷하게 이어지지 못한 '청순 걸그룹' 계보의 빈틈을 겨냥하여 톡톡 터지는 짜릿한 설렘이나 어색하고 혼란스러운 마음 등 첫사랑의 여러 감정을 그려왔다. 이러한 방법론은 일종의 리바이벌에 가깝기에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그룹 담론에서 전·현 세대 걸그룹 이름이 여럿 언급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앞선 활동과의 차별점을 두기 위해, '빛을 따라서'는 지금까지의 타이틀곡 중 서브컬쳐에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데뷔 이래 그러한 기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해당 문화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도 어렵지 않게 애니메이션·게임 속 아이돌 주제곡의 이미지를 연상할 수 있을 만큼 선명하다. 듣는 이로 하여금 가슴 벅차게 만드는 뚜렷한 기승전결과 오직 앞만 보고 당차게 뛰어나가는 속도감, 경쾌하고 역동적인 에너지는 서브컬쳐 감성을 충실히 품으며 이에 향수를 느끼는 청자층의 이목을 끌 수 있었다. 또한 치어리딩 응원가를 연상케 할 만큼 끝없이 샘솟는 긍정 에너지는 좀 더 보편적인 공감을 노린 전략일 테다. (실제로 KCON에서 응원단 콘셉트의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다만 케이팝 내에서 이러한 시도가 최초는 아니며, 장르 특성상 구성이 직선적인 편이기에 쉴 틈 없는 변주를 통해 첫사랑의 아슬한 긴장감을 표현해낸 데뷔곡과 비교한다면 유니크함 측면에서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곡의 후반부, 단순히 벅참을 넘어 간절하고 진심 어린 보컬 퍼포먼스를 쉽게 외면하기는 어렵다. 여태껏 주로 선보인 단체 가창 위에 한 겹 얹는 화음 레이어와 멤버 예함의 고음 파트 말미의 탁성 등 찰나의 순간들이 모여 이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첫사랑이 앞으로 보여줄 특별함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가득 부풀린다.

마마무+ ‘GGBB’

ACT 1, SCENE 1
RBW
2023년 3월 29일

예미: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마마무+의 음악은 기존 마마무 커리어의 연장선상에 있다. 풍성한 브라스와 재지(jazzy)한 피아노로 흥겨움을 극대화한 트랙과 ‘나쁜 남자’를 이야기하는 통속적 가사는 김도훈이 썼던 마마무 히트곡들의 패턴을 그대로 반영했다. 뚜렷한 개성을 기반으로 무대에서 에너지를 보여주는 그룹 마마무의 최대 강점도 그대로 이어졌다. 솔라와 문별이 적극적인 롤 플레잉으로 소위 ‘케미’를 만들어 내는 모습이 눈에 띄는데, 그룹 내에서 서로 대비를 이루어 사랑받았던 조합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닛 활동의 의의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지수 ‘꽃’

ME
YG 엔터테인먼트
2023년 3월 31일

예미: 마이너 코드 기반 멜로디 전개와 꽃이라는 소재, 어딘가 예스러운 어투의 한국어가 주를 이루는 가사, 가성과 꺾는 소리를 섞어 완급조절을 꾀하는 가창이 합쳐져 트로트스러운 첫인상을 만든다. 미니드레스 스타일링이 트랙의 인상을 중화시키는 듯 하지만 “꽃향기만 남기고 갔단다”의 임팩트를 이기지는 못한다. 서구적인 인상이 강했던 블랙핑크의 기존 이미지를 떠올린다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그룹 내에서 한국인 정체성을 대표하던 지수의 캐릭터는 당혹감과 함께 각인된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 프로젝트는 네 멤버에게 소위 ‘4인 4색’을 부여하여 각자의 개성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뚜렷했는데, 지수에게 누구 못지않은 강렬한 캐릭터를 선사했다는 점에서 ‘꽃’은 제 몫을 다했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