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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3년 4월 – 앨범

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월별로 기억에 남는 케이팝 발매작에 대한 리뷰를 3주간 발행한다. 해당 포스트에서는 4월 발매된 앨범 중 아이브, 케플러, 이채연, NCT 도재정, 류수정, AgustD, WOODZ, 이펙스의 앨범을 다룬다.

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월별로 기억에 남는 케이팝 발매작에 대한 리뷰를 3주간 발행한다. 해당 포스트에서는 4월 발매된 앨범 중 아이브, 케플러, 이채연, NCT 도재정, 류수정, AgustD, WOODZ, 이펙스의 앨범을 다룬다.

I've IVE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3년 4월 10일

마노: 팀으로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싱글 단위 이상의 피지컬 앨범이자 기념비적인 첫 풀 렝스 앨범. 콘서트 오프닝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 강렬하고 웅장한 ‘Blue Blood’로 야심차게 문을 열어젖히고 나면, 못지 않은 웅장함과 ‘벅차오름’으로 잔뜩 무장한 타이틀곡 ‘I AM’, 보다 캐주얼하고 트렌디하게 자기 긍정을 외치는 선공개 더블 타이틀곡 ‘Kitsch’까지 연달아 내달리며 팀이 데뷔 이후부터 일관적으로 전해온 메시지와 지금껏 고수해온 네임 밸류를 다시금 공고히 한다. 힘을 잔뜩 준 초반부와는 달리 ‘Lips’, ‘Heroine’, ‘Mine’ 등의 트랙으로 채운 중반부는 상대적으로 느긋하게 흘러가는데, 텐션이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의미로) 가볍긴 하나 장르적으로 변별점을 주어 듣기 지루하지 않도록 적절히 안배해 놓은 점이 상당히 영리하게 느껴진다. 이후 제목처럼 말초를 자극하는 인트로가 청각을 사로잡는 ‘섬찟’으로 변곡점을 준 뒤, 관객들과 함께 챈트를 외치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상되는 생기발랄한 팝 넘버 ‘NOT YOUR GIRL’, 서늘한 온도감의 ‘궁금해’, 재잘대는 수다를 닮은 ‘Cherish’를 넘어, 반짝이는 팬 라이트의 파도 속에서 열창하는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는 뭉클한 팬송 ‘Shine With Me’로 앨범을 마무리한다. 
재수록곡 없이 신곡만으로 11곡이라는 상당한 볼륨을 채웠는데, 한 곡 한 곡의 면모가 무척이나 준수할 뿐더러 트랙 간의 안배 역시 제법 적절하여 무어라 토를 달기가 어렵다. 극히 상향평준화된 작금의 산업 지형도, 그리고 그룹이 이제껏 쌓아 올린 명성을 생각하면 응당 해내야 할 몫이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겠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러나 그 본전을, 아니 어쩌면 본전 그 이상을 아이브는 결국 해내고 만다. 그것도 이렇게 성의와 진심, 뚝심과 자신만만함으로 가득한 결과물로 본인들을 증명해내고 말았다. 일전에 ‘After LIKE’를 다루며 했던 말을 빌려와야만 하겠다. “아이브는 그 어려운 것을” 기어코 또 “해냈다”.

조은재: 현세대 케이팝을 선도하는 여러 아티스트 중 '가요로서의 케이팝’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은 누가 뭐래도 아이브 뿐인 듯하다. 복잡하지 않은 비트 구성에 비해 화려하게 진행되는 멜로디, 섬세하게 다듬어진 가사와 충실하게 조응하는 드라마틱한 사운드 연출 등 한국 가요가 전통적으로 계승해오던 요소들을 집약하여 펼쳐놓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아이브의 음악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 리스너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데, 이는 아이브가 한국 가요를 계승하되, 팝을 가요로 번역해오던 시절의 작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여 년 전의 스타일을 복기하는 레트로의 유행과 달리, 아이브는 20여년 전의 스타일 자체 뿐만 아니라, 그 당시에 음악이 만들어지던 방식까지도 재현해낸 셈이다. 동시대의 팝과 동기화되기보다 가요적 변용을 더해 번역을 해오는, 케이팝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는 시도가 “I’ve IVE"에 와서는 완결성 있는 형태로 드러나있다. 한국 가요를 지키려는 시도는 많은 가수들이 해왔지만, 이토록 성공적으로 설득해낸 사례는 아이브 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케이팝의 수호자' 역할을 해낼지 기대하게 된다.

LOVESTRUCK!
WAKEONE
2023년 4월 10일

스큅: ‘Giddy’는 활발한 운동성을 기조로 하던 그룹의 기존 타이틀곡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인다. 미니멀한 베이스 루프로 시작해, 반주를 걷어내고 상승하는 멜로디로 고양감을 한껏 불어넣는 프리-코러스를 지나, 다시 인트로의 베이스 루프로 복귀하는, 시원한 드롭으로 후렴구를 채웠던 과거와 달리 안티-드롭의 구조를 보이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그룹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도모하는 차원이 아닌 고유한 정체성을 흐리는 차원으로 느껴진다는 점이다. 이는 필시 동세대 타 걸그룹의 특정 곡을 너무 강하게 연상시키기 때문이겠다. 레퍼런스를 재해석해 색다른 결과물을 창작해내는 것이 곧 케이팝의 문법이라지만, 타 세대 혹은 케이팝 바깥의 작업물을 참조하는 것이 아닌 (이미 한 차례 현 시대 케이팝 식의 재해석을 거쳤을) 동세대의 케이팝 내부 작업물을 참조하는 것에는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케플러의 또 다른 강점이었던 타이틀곡과 대비되는 유려한 수록곡 라인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나 해사한 신스 웨이브 ‘Back to the City’, 센티멘탈한 기타 반주 위 교묘한 탑라인과 사색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Happy Ending’만큼은 놓치지 않기를.

Over The Moon
WM 엔터테인먼트
2023년 4월 12일

마노: 이제야 드디어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재단이 잘못된 옷을 입은 것만 같았던 전작의 어색한 모양새를 벗어던지고, 아티스트가 가장 효율적으로 본인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편안한 옷차림을 갖추고 나니 비로소 본래의 포텐셜이 온전히 보이기 시작한다. ‘MZ 뱀파이어’라는 뜻 모를 콘셉트와 아티스트의 강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붕 뜨기만 했던 애매한 퍼포먼스를 걷어내고, 강약 조절은 확실하되 안무를 간단하고 가볍게 소화해내는 아티스트 특유의 장점을 최대로 증폭시키는 곡과 퍼포먼스를 새로이 입히고 나니 속된 말로 드디어 꼭 맞는 ‘깔’을 찾았다는 느낌이다. 닳디 닳은 하이틴 콘셉트를 또 가져온 것이 다소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그조차 크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아티스트는 잘 짜인 판 위에서 제 몫 이상을 하며 훨훨 날아다니고 있고 그에 걸맞는 성과도 있었다. 아마도 국내 최초의 시도일 Drift Phonk 장르의, 묵직하고 어두운 비트가 매력적인 ‘I Don’t Wanna Know’는 되도록 퍼포먼스가 곁들여진 영상으로 감상하길 강력히 권한다.

Perfume
SM 엔터테인먼트
2023년 4월 17일

스큅: SM은 트리오 유닛의 형태로 다인원 구성 가운데 비슷한 결을 지닌 멤버들을 모아 본 그룹에서는 힌트로만 존재하던 새로운 가능성을 이끌어내곤 했다. 호소력 짙은 발라더 멤버들로 꾸린 슈퍼주니어 KRY, 쟁쟁한 보컬리스트를 모아 호화로운 브로드웨이 쇼를 연상케 하는 드라마틱한 보컬 퍼포먼스를 뽐냈던 소녀시대 태티서, 무게감 짙던 본 그룹의 퍼포먼스 가운데 경쾌함을 더하던 멤버들을 모아 가볍고 상쾌한 팝 앨범을 발매한 엑소 첸백시가 대표적이다.
NCT 도재정은 이와 같은 SM 트리오 유닛의 명맥을 잇는 그룹이다. 중창단에 버금가는 NCT 127의 보컬 하모니에서 탄탄한 허리 역할을 하던 멤버들이 모이니 강렬한 퍼포먼스 중심의 본 그룹과는 다른, 맵시 좋은 알앤비 팝 그룹이 탄생했다. 점도 있는 차진 리듬과 유려한 탑라인으로 완성한 미디움 템포 알앤비 트랙들 위에서 세 멤버는 안정적인 합을 자랑한다. 저음역의 목소리로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재현이 뿌리, 넓은 보컬 운용 범위를 보여주는 도영이 곧은 줄기, 농도 짙은 다른 멤버들의 음색 사이에서 상쾌함을 더하는 정우가 이파리 역할을 하며 완연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재현의 부드러운 가성 (‘Perfume’), 한껏 두터워진 도영의 보컬 운용 (‘Kiss’), 정우의 나른하고 심드렁한 보컬 (‘후유증’) 등, 평소보다 넓은 음역과 긴 호흡으로 노래하는 데에서 멤버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것 역시 앨범의 묘미다. 로드(Rhode) 피아노 반주와 멤버들의 목소리 외에 다른 구성 요소를 최소화한 발라드 넘버 ‘안녕’이 다른 트랙들과 다소 겉도는 인상이긴 하나, 이 역시 멤버들의 보컬을 십분 활용하는 방향성 면에서는 궤를 같이한다고 할 수 있겠다. 뭉근한 트랙과 농밀한 보컬의 향연이 다소 느끼하다 싶어질 때 즈음 앨범 한가운데서 산뜻하게 분위기를 환기하는 ‘Strawberry Sunday’를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다.

Archive of Emotions
하우스 오브 드림스
2023년 4월 20일

조은재: '공기 반 소리 반'에서 공기의 함유량이 좀 더 높은 류수정의 허스키한 보컬은 스모키하게 퍼질 때도 있고 포근하게 뭉쳐질 때도 있다. 하지만 절대 히스테릭하게 들리지는 않는, 편안한 무드를 만드는 데에 특화되어 있다. 듣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는 음색은 보컬로서는 천혜의 재능인데, 이런 재능을 차분하고 몽환적인 음악에 얹었을 때는 무장해제를 넘어 일종의 최면을 걸려는 시도처럼도 느껴진다. 솔로 데뷔작이었던 "Tiger Eyes"의 'CALL BACK'과 같은 곡에서는 이미 류수정의 이런 매력을 보여준 바 있었는데, 'CALL BACK'과 같은 맥락에서 류수정에게 가장 어울리고 강점을 가질 수 있는 방향을 찾았음을 알 수 있는 앨범이라 무척 반갑게 들을 수 있었다.

예미: 독립 레이블 ‘하우스 오브 드림스’ 설립 후 발매한 류수정의 “Archive of Emotions”는 류수정이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운용하여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룹 활동 시기부터 류수정을 상징했던 특유의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힘을 빼고 흘려보내는 가창에서 드러나는 목소리의 결이 공간감 있는 사운드와 맞물려 전과 다른 방식으로 귀를 잡아끈다. 류수정, 죠(Jaw), 노브레인의 황현성이 만든 사운드는 여러 장르의 영향 하에 있으면서도 일관되게 넓은 공간을 가정하고 울림이 퍼지는 질감을 보여주며, 소리를 흩날리면서도 포인트를 잡아내는 가창이 그간 쌓아 온 역량을 드러낸다. 소위 칠(chill)한 사운드와 조곤조곤한 가창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것은 가사다. 성인 여성 화자가 등장하여 채워지지 않는 욕심(’Grabby Girl’)이나 ‘헤이터’에 대한 감정(’Love or Hate’) 등 날카로운 주제를 내밀한 화법으로 전한다. 사운드와 목소리가 가사의 여백을 채우는 구조를 만들어낸 데에서, 앨범의 방향성이 이전까지 못 다한 표현을 쏟아붓는 것보다는 본인이 의도한 감상을 일관되게 구현하는 데 있음이 드러난다. 첫 정규작부터 원하는 것을 뚜렷하면서도 유려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싱어송라이터 류수정의 행보를 기대하게 된다.

비눈물: "Archive of Emotions"은 여태껏 대외적으로 보인 '러블리즈 류수정'의 겉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특징적인 음색은 여전하나 인위적인 애교스러움도, 애써 덧입히는 꾸밈음도 없다. 남은 것은 퍼지는 잔향 위로 담담히 흐르는 목소리, 그리고 오랜 시간 품어온 본인의 꾸밈없는 감정뿐이다. 앨범은 절제되고 나른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마냥 침잠하거나 우울하지만은 않다. 환상을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며 마주한 여러 감정들의 스펙트럼 ─ 연민('Pathetic Love'), 무기력함과 변덕스러움('Drown…','WRONG'), 혹은 또 다른 형태의 행복('Fluffy Kitty'), 사랑과 욕심('How can I get your Love', 'Grabby Girl')까지 다채롭게 드러난다. 그가 감정을 말하는 방식은 꽤 대담하고 솔직하지만 또 섬세하다. 무심결에 음악을 들으면 쉽사리 좋았다가, 노랫말에 집중했을 때 그 속내가 궁금해지고, 결국 공감에까지 다다르도록 자연스럽게 조율되어 있다. 
앨범 코멘터리에 따르면 이번 앨범은 청자에게 새로운 류수정의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본인에게는 오랫동안 상상해 온 그림, 즉 스스로는 이미 익숙한 자아의 모습이라고 밝혔다. 독립 후 첫 작품으로 정규 앨범을 낼 만큼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음에도, 이는 조각에 불과할 뿐 아직 보여주지 않은 류수정의 모습이 한참 남아있다는 점은 꽤 고무적이다. 자신의 욕심대로 하고픈 얘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 만큼, 앞으로 류수정만의 더 다양하고 멋들어진 작품 세계를 펼쳐나가는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겠다. 이번 작품의 경우 제작자의 의도대로 흐름이 잘 짜인 정규 앨범이기에 정주행을 권하지만, 수록곡 중 부유하는 꿈결 속 사운드와 상반되는 냉담하고 현실적인 가사로 앨범의 커다란 분위기를 휘어잡은 인트로 'Non-Fantasy', 특별하지 않은 일상에서 찾아낸 “그냥 참 좋은” 행복을 말하는 '하루 세 번 하늘을 봐'를 특히 강조하고 싶다.
+덧. 평범하게 들어도 좋겠지만, CD Only 트랙으로 포함된 디지털 싱글 '고백', 'PINK MOON'까지 합쳐 총 40분의 온전한 리스트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창작자가 슬쩍 감춰둔 히든 엔딩을 통해 또 다른 감상을 경험해볼 수 있다.

D-Day
빅히트 뮤직
2023년 4월 21일

에린: 이전 믹스테잎의 형식으로 발매했던 “AgustD”, “D-2”에 이은 “D-DAY”는 사실상 3부작의 마지막 앨범이다. 이전에 발매되었던 방탄소년단 슈가, RM, 제이홉의 믹스테입들이 정식 음원사이트에 업로드되면서 솔로작들의 접근성을 높였는데, 특히 슈가가 AgustD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믹스테입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 인간의 변화를 담아낸 연결성이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난다. 옹골찬 ‘화’와 ‘악에’ 받쳐 쉼 없이 공격적인 가사를 내뱉었던 “AgustD”를 시작으로, “D-2”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쓸쓸함의 정서를 표현했다. 3부작의 마지막 작품 “D-DAY”는 타이틀곡 ‘해금’이 이전의 저돌적인 표현으로 이전작들과 연속성을 보이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전작보다 훨씬 여유가 깃들어 있다. AgustD의 작품에서 가장 많이 들어가는 단어가 ‘성공’ 일 텐데, 이에 대한 맹목적인 집념이 공격적이고 과감한 가사로 표현되어왔었다면, ‘사람 Pt.2’, ‘Life goes on’, ‘Snooze’에서는 본인을 토닥이는 듯이 차분하다. ‘Snooze’는 유달리 그의 변화가 보이는데, 자신의 목표만을 향하던 맹목적인 태도에서 외부 환경에 시선을 돌리고 타인을 돌아보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AgustD는 시간이 흘러가면서 자연히 달라지는 생각과 태도를 앨범으로 기록하였고, “D-DAY”를 기점으로 시선의 변화를 선명히 담아내어 방탄소년단 슈가와는 다른 AgustD로서의 변곡점을 예고한다.

OO-LI
EDAM 엔터테인먼트
2023년 4월 26일

에린: “COLORFUL TRAUMA”로 강렬한 록스타의 이미지를 구축한 WOODZ는 “OO-LI”에서 록 밴드 사운드를 기반으로 내면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선공개 싱글 ‘심연’에서부터 현재 자신의 고민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며 선명한 색채로 시선을 집중시켰던 이전의 접근 방식과 차이를 두었고, ‘Journey’는 뚜렷한 기승전결과 후반부의 합창 코러스로 고양감을 일으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희망찬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처절하게 울부짖는 ‘Drowning’은 WOODZ의 발매곡 중 감정을 가장 밀도 있게 토해내며 어느 때보다도 곡의 가사와 감정에 집중도를 높인다. 그러나 동시에 “OO-LI”는 앨범 후반부에서 기존 WOODZ의 주축을 이루었던 아이돌 록스타의 면모도 빠뜨리지 않고 있다. 랩과 보컬로 낙차를 주는 ‘Busted’나 빠르게 원투 펀치를 날리는 듯한 ‘Ready to Fight’, 도발적이고 반항적인 태도의 ‘Who Knows’는 전반부 정서와 메시지 중심의 곡들과 대비된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뚜렷한 대비가 인상적인 “OO-LI”는 WOODZ는 전작들에서의 록스타 이미지는 물론 메시지와 정서에 집중도를 높인 가창자로서의 성장을 보여준 앨범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사랑의 서 챕터 2. '성장통'
C9 엔터테인먼트
2023년 4월 26일

마노: 이 다음은 당연히 ‘불안의 서’겠거니, 했던 기대는 무참히 허를 찔리고 말았다. 그러나 기분 좋게 기대를 배신당한 느낌이라고 할까. 마냥 해사하고 해맑은 챈트에 “별도 달도 따주겠다”는 순정 가득한 가사를 한껏 얹은 첫 트랙 ‘사랑하는 내 님아’로부터 이 EP 전체의 온도와 기조를 짐작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소위 ‘청량’으로 대표되는, 말갛고 풋풋한 얼굴을 한 소년들의 사랑 노래. 전작이 사랑이라는 감정이 주는 환희와 희열을 그리고 있었다면, 본작에서는 그 이면의 아픔과 쓰라림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 대동소이한 차이점이라 할 수 있겠다. 제목 그대로 사랑을 통해 ‘성장통’을 겪는 청소년의 모습을 담아낸 셈이다.
여우비 설화를 빗댄 제목부터 무척이나 이색적인 타이틀곡 ‘여우가 시집가는 날’은 가사처럼 “쨍”하니 눈부실 만큼 새파란 하늘이 연상되는, 그야말로 ‘청량의 왕도’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을 곡이다. 그루비한 리듬감의 베이스 위에 다이내믹한 변화구를 그리는 멜로디를 얹어내고, 그 틈 사이로 와그작 얼음을 머금은 듯 시원한 공감각을 선사하는 화성과 챈트를 촘촘히 끼워 넣어 듣는 재미를 한층 배가시킨다. 소년미의 정석과도 같은 ‘안녕, 나의 첫사랑’, 한 앨범의 마무리로 손색 없는 ‘꿈의 능선’까지 듣고 나면 다소 적은 EP의 볼륨감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 남겨놓은 공백이라 생각하며 다음을 기대하게 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