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아이돌팝 신보 중 주목할 만한 발매작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Weekly’ 신작 연재 및 리뷰 아티클에 수록되었던 리뷰의 일부 발췌를 포함하여, 튜넥스, 우즈, 하이키, 걸셋, 누에라, 온유, 드래곤포니, 최예나, 피원하모니, AB6IX, 방탄소년단, 오위스, 유나(있지), 롱샷, SF9, 아이린, 원필, 장한음, 코스모시에 관한 리뷰가 수록되었다.

퀴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는 여러 장르를 오가면서도 낙차의 스릴보다는 안정적인 균형 감각이 두드러지고, 단순한 구호 같은 후렴구의 영어 가사보다도 벌스 단위로 호흡이 긴 한국어 가사가 눈에 띄는 독특한 곡이다.” (“Weekly : 2026년 3월 1주차” 中)

에린: 우즈의 “Archive.1”은 17곡이 수록된 정규앨범으로, ‘아카이브’라는 앨범의 이름에 걸맞게 힙합, 록, 알앤비, 발라드를 종횡무진하며 그의 보컬 역량을 집약적으로 담아냈다. 앨범의 도입부 ’00:30’이 경쾌한 힙합 비트로 포문을 열면, 몽롱한 ‘Super Lazy’와 장난기 어린 ‘하루살이’가 그 바통을 이어받아 우즈의 여유로운 무드를 자아내고, 이후 인간의 양면성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Human Extinction’과 서태지를 떠올리게 하는 랩 메탈 장르의 ‘비행’은 무게감 있는 가사와 공격적인 랩으로 날 선 감각을 드러낸다. 두 곡은 무대 위에서 가장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 낼 만한 트랙들이기도 한데, 현재 다양한 공연들을 통해 다져진 그의 내공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이어지는 ‘Bloodline’, ‘Downtown’, ‘NA NA NA’가 록스타의 면모를 각인시키고, 부러움과 시샘을 유쾌하게 풀어낸 ‘STOP THAT’은 앨범 온도를 한층 누그러뜨리면서 절묘한 완급조절을 선보인다. 앨범 후반부 ‘GLASS’는 연약한 미성과 성을 내는 듯한 저음을 극명하게 대비시켜 보컬리스트로서의 장악력을 과시하고, 처연한 ‘사모’나 회한이 서린 ‘CINEMA’는 깊어진 감정선을 펼쳐 보이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마지막 트랙 ‘To My January’가 공연의 커튼콜처럼 울려 펴질 때, “Archive 1”은 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우즈가 표현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정서를 가감 없이 쏟아낸 하나의 완성된 콘서트로 남는다. 한 장의 앨범으로 완성도 높은 공연을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기에, 주저 없이 “Archive 1”의 첫 곡부터 재생해보길 권한다.
퀴비: “록 장르를 토대로 다양한 스타일 스펙트럼을 펼쳐놓는다.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전진하고자 하는 의지가 여실히 느껴지는 야심작.” (“Weekly : 2026년 3월 1주차” 中)

마노: 시작하자마자 밴드 튠에 맞춰 무작정 해맑게 내달리더니('낭만 한도 초과') 유사한 밴드 튠과 리듬에 촘촘한 신스 사운드를 더해 마냥 해사하게 들뜨는 감정을 터뜨려낸다('나의 첫사랑에게'). 초반의 두 곡 내내 이어지던 명랑한 텐션을 'Stuck with You'로 슬쩍 가라앉히고는, 클래식한 캐럴 리듬이 벌써 다음 겨울을 손꼽게 하는 'My Wish'와 마치 비네트(vignette) 필터를 씌운듯 아련한 무드의 선공개곡 '세상은 영화 같지 않더라'로 EP를 마무리한다. 역주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는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나 지난해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던 '여름이었다' 등과 비교해보면, 일견 흔해 보이지만 팀 고유의 '한끗'을 만들던 흐름에 비해 다소 평이한듯 하다는 인상. '평범한 것 같지만 뭔가 다르다'는 기존의 음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납작할 정도로 평이해져버린 느낌이 들어 못내 아쉽다. 발매 시기와 너무 심하게 동떨어진 계절감도 마이너스 요인.

퀴비: 2024년 비춰(VCHA)로 데뷔한 뒤 우여곡절 끝에 리브랜딩을 거쳐 2025년 하반기 재데뷔한 JYP 엔터테인먼트의 걸셋은 에이벡스의 XG, 하이브의 캣츠아이와 같은 여타 글로벌-케이팝-걸그룹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케이팝 걸그룹과 서구권 걸그룹의 정통을 가장 고루 반영하고 있는 사례로서 주목해볼 만하다.
지난 싱글 ‘Little Miss’가 푸시캣 돌즈, 걸리셔스, 피프스 하모니와 같은 21세기 서구권의 퍼포먼스형 걸그룹을 연상케 했다면, 알앤비 샘플 활용을 특징으로 하는 섹시 드릴 장르의 ‘Tweak’는 TLC, SWV, 데스티니스 차일드 등 90년대의 알앤비/소울 걸그룹을 향한 오마주처럼 들린다(애초에 앨범 소개글에서부터 SWV의 ‘Weak’가 곡의 영감이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장르의 근본에서 탈각되지 않은 ‘Tweak’의 육감적이고 강인한 퍼포먼스는 대개 무해성의 틀을 일정 수준 이상 벗어나지 않는(혹은 벗어나기 어려운) 현 시대 케이팝 걸그룹이 쉬이 시도하지 않던 것으로, 이들이 케이팝 걸그룹보다는 서구권 걸그룹 역사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것으로 명백히 읽히게끔 만든다.
그러나 ‘Tweak’의 악곡과 퍼포먼스 구성 디테일은 다분히 케이팝스럽다. 예컨대 저지클럽 비트와 감성적인 스트링으로 드라마틱한 전환을 이루는 브릿지나 전조되며 마지막 사력을 쏟아붓는 마지막 후렴구는 전형적인 케이팝 전개 방식을 따르고, 멤버들 간 짜임새 있는 콘택트나 캐논(canon; 시간차 움직임)의 적극적인 활용 등 보다 정교함을 추구하는 퍼포먼스는 케이팝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안무 운용법을 보여준다. 즉, 완연한 서구권 걸그룹으로서 이미지를 굳히되, 케이팝의 숨결을 불어넣어 새로움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XG나 캣츠아이가 케이팝은 물론 서구권 걸그룹의 계보도 상에도 자신들을 굳이 위치시키지 않고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노선을 개척하려 했던 것과는 분명 다른 행보이다. 명료한 ‘적통’을 따르고자 하는 걸셋의 접근법은 어쩌면 단순한 것일지 모르나, 결코 간편하다고는 할 수 없으며, 잘 수행되었을 때 이 간명함은 곧 직관적인 매력이 되기도 할 테다. ‘Tweak’는 그러한 미덕을 보여준, 2026년의 케이팝-계와 팝-계에 걸맞은 작품으로서 기억될 만하다.

마노: 그간 어딘지 모르게 별안간 타입슬립해 2020년대에 불시착한 2-3세대 보이그룹 같은 느낌이던 음악적 색깔이 비로소 현시대-현세대성을 입기 시작했다는 인상. 과한 군더더기도, 지나치게 비는 부분도 없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힙합 트랙 'POP IT LIKE', 칠(chill)하고 느른한 텐션으로 진행되는 'Silhouette', 적재적소에 더해진 멤버들의 챈트가 곡 전체의 기세를 한층 돋우는 올드스쿨 힙합 트랙 'A-LIST', 한 앨범의 마무리는 물론 콘서트 등의 공연을 갈무리하는 넘버로도 손색이 없을 'We are young'까지 모든 곡의 완성도가 준수하다. 단 4곡 밖에 안 되는 다소 단출한 볼륨이 (긍정적인 의미로나 부정적인 의미로나) 상당히 아쉽긴 하지만, 팀의 확실한 터닝포인트를 찍을 EP라는 점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듯하다.
조은재: “다른 ‘무리수’ 없이 기본에만 충실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점이 큰 미덕으로 다가온다.”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퀴비: “SM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프로듀서 ditch david와 함께 알앤비를 근간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고 있는 온유에게서 성실한 탐구자의 자세가 느껴진다.”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퀴비: “근 몇 년 사이 밴드형 아이돌 작업물이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데, 작년 안테나 뮤직에서 데뷔한 드래곤포니는 그 중에서도 가장 명확하게 록 페스티벌 무대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예미: 최예나의 “LOVE CATCHER” 앨범에는 2010년대 초반을 기억하는 청년의 추억이 한가득 들어있다. 신사동호랭이, 조영수, 티아라 등의 이름을 연상케 하는 타이틀곡 ‘캐치 캐치'에 이어, 유머러스한 랩 피쳐링을 곁들인 ‘봄이라서'는 랩이 가미된 가요가 흥하던 한 시절을 그린다. 뒤이은 ‘스티커'와 ‘4월의 고양이'는 댄스 타이틀곡 뒷편에 꼭 이별이나 그리움을 톤 다운시켜 표현하던, ‘물음표’는 남성 보컬과의 듀엣으로 이성애의 로맨틱함을 자아내던 클리셰를 재현한다. 청자를 ‘가요'의 추억에 잠기게 만든 최예나는 이내 숏폼 속에서 ‘너 때문에 미쳐'에 춤추며 청자의 시야를 특정 시대로 잡아끄는데, 한로로, 윤마치 등 참여진의 면면을 보면 같은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지금 음악계의 한 축이 된 듯 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생각할 새 없이 꽃 피는 봄에 들뜨게 만드는 직관성이 아마도 이 앨범의 가장 큰 미덕일 것이다.
마노: “20여년 전 케이팝의 향수를 어떻게 2020년대식으로 이식해오면 좋을지에 대한 꽤나 모범적인 사례”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퀴비: “00년대 중후반 ‘모던’ 케이팝 태동기당시의 기묘한 키치를 제대로 꼬집는다.”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마노: “다소 실험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시도가 쏟아지지만, 가장 중요한 팀의 아이덴티티에 대해서는 큰 물음표를 남겼다는 인상.”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퀴비: “타이틀곡으로서의 후킹함을 의식한 듯한 ‘UNIQUE’보다도 기존 피원하모니의 “즐겜” 애티튜드가 더 자연스럽게 배어난 ‘Triple 7’을 추천하고 싶다.”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조은재: “피원하모니의 미덕이 어디에 있었는지 생각해보게 되는 앨범. 레퍼토리 개발에 고민하고 있다는 점만큼은 여실히 느껴진다.” (“Weekly : 2026년 3월 2주차” 中)

조은재: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균열없이 차곡차곡 쌓아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결국 멤버들의 재능이 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깔끔하게 미장했기 때문이겠다.” (“Weekly : 2026년 3월 3주차” 中)

조은재: '원대한 야망의 제작자와 순수한 열정의 아티스트가 갈등을 겪으며 스타덤에 오르는 서사'는 물론 클래식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2018)부터 '라디오 스타'(2006)까지, 아마도 전인류가 좋아해온 레퍼토리 중 하나일 것이다. 방탄소년단에게 온 위기는 주류 문화로서의 클래식의 대척점에 그 정체성의 큰 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불균형과 불안에 기인한다. 광화문 쇼케이스 이후 계속해서 불거져 나온 '제작자와 아티스트의 갈등'만이 이유는 아니다. 커리어의 전환과 레퍼토리의 갱신이 필요했던 시점에 너무 큰 물리적 · 심리적 공백을 가진 이상 올 수밖에 없는 위기였다.
문제는 위기를 벗어나는 방식이다. 우리는 대규모 쇼케이스와 엄청나게 무거운 메시지의 앨범 타이틀 "ARIRANG" 등을 통해 제작자가 무엇을 의도하고 연출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지구에서 가장 많은 팬을 가진 아티스트'가 무엇을 표현하고 전달하고자 했는지 "ARIRANG"을 통해서는 또렷하게 알 수 없다. K-pop이 아무리 프로덕션의 기획물이라고 해도, 결국 대중이 매료되는 것은 아티스트가 직접 발휘하는 아티스트쉽이라는 점을 방탄소년단은 알고 있으되, 제작자는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 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대중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13년의 커리어를 일구어 온 아티스트에게서 나오는 메시지가 이전보다 훨씬 모호해졌으며, 아티스트쉽으로부터도 동떨어져있다는 사실은 분명 '군백기 끝난 방탄소년단'에게 대중이 기대했던 것이 아닐 것이다. "ARIRANG"에서 음악적 설득력을 견지한 곡은 멤버들이 그룹 활동 공백기 동안 각자 솔로로 독창성을 발휘해온 맥락 위에 있는 'Hooligan'이나 'Aliens'와 같은 곡들이고, '마케팅적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은 'Body to Body' 정도겠다. 그러나 "ARIRANG"이 이전의 앨범에 비해 전체적으로 흡인력이 부족하고 설득력을 잃게 된 이유는 이 앨범의 지향점이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 시절'에 멈춰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아이돌 팬들은 아이돌이 영원히 신인처럼 열정적이고 진취적이길 기대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아는 것과는 상관없다. 그 기대는 아티스트의 욕망과도 일치하기도 해서, 아티스트 스스로가 그런 모습을 기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티스트는 단지 거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영원히 신인일 수 없다는 것을 아티스트는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고용주는 피고용 노동자가 신입사원처럼 열정을 보이길 기대하지만, 사실 이상적인 형태의 직업인은 불타는 열정만으로 많은 일을 성취해내기 보다는 불타지도 꺼지지도 않는 상태를 유지하며 적당한 온도를 동력 삼아 꾸준함을 보이는 인간상이 주로 꼽힌다.
지금 방탄소년단은 제작자도 아티스트도 모두 '번아웃' 상태인데, 긴 공백기 직후에 어렵게 다시 모인 이 시점에 온 번아웃은 그룹의 정체성에도 큰 위기가 될 수 있다. 넘어야 할 산과 '과업'이 있던 시절엔 지치더라도 다시 일어날 동기가 외부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방탄소년단에게 과연 얼마나 큰 '산'이 남아있는가? 제국을 건설한 정복 군주들은 전부 불사의 영약을 찾다 스러졌다. 누군가의 야망을 위해 쥐여진 왕관과 깃발 때문에 방탄소년단이 '영원히 행복한 아티스트'로 남을 기회를 잃게 되지 않길 바란다.
퀴비: “제목은 “아리랑”이지만, 케이팝보다는 오히려 서구적-힙합의 논리로 바라볼 때 조금은 더 납득되는 앨범. 그러나 애석한 사실은 그들을 마냥 힙합으로, 더구나 서구적인 무언가로 독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Weekly : 2026년 3월 3주차” 中)

비눈물: ※주의: 본 글에서는 내용 전개상 부득이하게 버추얼 멤버의 원래 정체(‘빨간 약’)를 언급하고 있습니다. 해당 정보는 이미 공식 계정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공개된 사항이지만, 만약 노출을 원하지 않을 경우 글을 열람하지 않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과 워너뮤직코리아 출신 김제이가 함께 세운 신생 기획사 올마이애닉도츠가 선보인 오위스(OWIS)의 데뷔 앨범 "MUSEUM"은 버추얼이라는 포맷을 영리하게 활용한 결과물이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이들의 실체는 케이팝 팬들에게 이미 익숙한 얼굴들이다. 오위스는 정체를 완전히 숨기는 대신, 공식 SNS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본체의 존재를 살짝 드러낸다. 현실에 반의 반쯤 발을 걸친 이 ‘불완전한 가상성’은 오히려 새로운 이슈 메이킹의 도구가 된다.
이들이 버추얼 형식을 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 케이팝 씬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멤버들에게 가상 아바타는 일종의 '환생'이자 '부캐'로서 과거 이미지의 무게에서 벗어나 새출발의 자유를 준다. 여기서 드러나는 묘미는 '경력직'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다. 이해인의 치밀한 디렉팅 아래 류수정의 음색이 중심을 잡고, 아도라의 프로듀싱, 지니의 안정적인 퍼포먼스, 이루리의 균형 감각이 맞물리며 신인으로는 보기 드문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정서는 ‘드림코어’다. 러블리즈가 보여줬던 잔혹 동화 특유의 서늘함과 음기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맑고 나른한, 비현실적인 꿈의 이미지를 채워 넣었다. 특히 류수정의 목소리는 등장할 때마다 꿈의 농도를 짙게 만드는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 그녀의 정규 앨범 “Archive of Emotions”의 감성을 잇는 보컬은, 수록곡 ‘ONLY WHEN I SLEEP’의 브릿지에서처럼 팀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타이틀 곡 ‘MUSEUM’은 구름을 밟고 바다를 올려다보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다. 조화로운 음색 합과 가벼운 악기 구성 위로, 마지막 코러스에서 터져 나오는 합창은 벅차오르는 감각을 남긴다. 앨범은 ‘juicy’처럼 밝은 곡을 두면서도 ‘airplane : 143’이나 ‘missing piece’처럼 나른하고 꿈결 같은 무드를 유지하며, 지루함 없도록 장르를 넘나든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앨범 구조다. ‘forNEVER’의 강렬한 마무리 이후 ‘MUSEUM’ 영어 버전이 이어지며, 시작과 끝이 연결되는 순환 구조를 이룬다. ‘꿈’과 ‘잠’을 잇는 이 유기적 구성은 끝없는 꿈속으로 청자를 초대한다.
이 프로젝트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메이브(MAVE:)나 피버스(Feverse) 등 일부 선례를 뛰어넘는 지속성이 필요하다. 일부 2D 모델링 비판은 역으로 이들이 노리는 지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현 모델링은 버튜버 팬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 그룹이 지향하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음악 세계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도구다. 결국 관건은 모델링 디테일을 정교화하면서, 오위스가 구축한 독특한 음악 세계와 팀 컬러를 이어갈 방안을 찾는 것이다. 이 꿈 같은 기록이 케이팝 씬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MUSEUM”은 그 가능성을 확인하기에 충분히 영리하고 매력적인 입문서다.

마노: “EP의 모든 곡이 아티스트의 섬세하고 유려한 음색을 살리기 적합한, 트렌디하면서도 가볍고 오밀조밀한 질감의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Weekly : 2026년 3월 4주차” 中)

퀴비: “데뷔 초부터 멤버들의 개별적인 커리어 빌드업을 지원하는 모어비전의 지향이 신선하고, 또 반갑다.” (“Weekly : 2026년 3월 4주차” 中)

조은재: “발라드 계열의 팝을 이 정도로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보컬 그룹이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SF9이 바로 포스트-비투비임을 오늘도 역설해본다.” (“Weekly : 2026년 3월 4주차” 中)

비눈물: 데뷔 앨범 "Like A Flower"에서 꽃이 피어나는 듯한 용기를 보여줬던 아이린이, 첫 정규 앨범 "Biggest Fan"에서는 흔들림 없는 자신감을 앞세운다. 이는 근거 없는 만용이 아니라,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에서 나온 확고한 자기 확신이다. 타이틀곡 ‘Biggest Fan’은 그 정서를 가장 선명하게 전달한다. 아이린이 가장 편안하고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보컬 레인지 안에서 중독성 있는 챈트를 풀어낸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무기로 삼아 “너도 내 팬이지?” 하고 여유롭게 묻는 태도가, 베테랑다운 노련함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앨범 전체 흐름도 탄탄하다. 수록곡 ‘Best Believe’는 전작의 정서를 이어가는 곡으로, 솔로 연대기의 연결고리를 단단히 해준다. 뒤이어 ‘Love Can Make A Way’와 ‘Wasteland’에서는 지난 활동으로 다져진 발성과 보컬 폭이 한층 빛을 발한다. 특히 ‘Don’t Wanna Get Up’과 ‘Million Miles Away’에서는 레드벨벳 시절부터 시그니처로 여겨졌던 아이린의 음색을 더욱 또렷하게 내세운다. 다섯 명이 함께 채우던 화음과 백보컬의 빈자리를 혼자서도 채워낸다. 그룹 내 그녀가 맡았던 중심축을 새삼 일깨우는 부분이다.
동시에 이번 앨범은 솔로로서의 색다른 면을 드러내기 위해, 이전 미니 앨범보다 과감하고 예리한 시도를 곳곳에 심었다. 중후반부를 채우는 ‘SPIT IT OUT’과 ‘Black Halo’가 대표적이다. BPM을 낮춰 호흡을 천천히 끌어당기는 전개를 더하면서, 레드벨벳의 ‘In & Out’을 연상케 하는 서늘하고 어두운 감성을 불러온다. 특히 아이린&슬기 유닛의 ‘Trampoline’과 ‘Feel Good’에서 보여줬던 매혹적인 목소리가 더욱 깊어지고 농밀해져 ‘Black Halo’의 브릿지 파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물론 이런 강렬한 파트도 있지만, 앨범 대부분은 아이린 특유의 다정하고 안정적인 기질이 지배한다. 그 덕분에 어두운 분위기가 과하지 않게 부드럽게 중화되며, 그 다정함이 앨범 전체 색감과 가장 잘 어우러지는 핵심 매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팬을 향한 진심이 묻어나는 ‘MTV’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다. 아티스트의 안정적인 정서가 곡의 따뜻한 무드와 만나면서, 이 앨범이 팬들과의 깊은 교감을 위한 기록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상기시킨다.
"Biggest Fan"은 아이린이 ‘그룹’이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존재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는 앨범이다. 다채로운 장르를 유연하게 소화하는 능력, 자신의 비주얼을 서사의 강력한 무기로 활용하는 결단력, 그리고 한층 단단해진 보컬까지. 스스로를 가장 큰 팬으로 여기며 가치를 긍정한 이 정규 앨범은 아직 못다 펼친 날카로운 시도나 좀 더 다양한 애티튜드에 대한 아쉬움 뒤에 앞으로의 커리어에 대한 기대감을 열어두며, 솔로 아티스트 아이린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퀴비: “‘레드’-‘벨벳’의 이중적 이미지의 구심점이 되었던 멤버답게, 여린 듯 단단한 보컬로 따스함과 서늘함 사이를 섬세하게 오간다.” (“Weekly : 2026년 4월 1주차” 中)

퀴비: “밴드 풍의 가요는 물론 10~20년대 현대적인 아이돌 팝을 다수 작업하기도 했던 박우상, 이우민과 주로 호흡을 맞추며 콘셉추얼하고도 산뜻한 곡들을 완성해냈다.” (“Weekly : 2026년 4월 1주차” 中)

퀴비: “하우스, 록, 알앤비 등 여러 장르를 교차시키면서도 탁 트인 공간감, 섬세한 화성 운용 방식,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응집력 있는 드라마를 쌓아올리는 앨범 중후반부의 고양감이 상당하다.” (“Weekly : 2026년 4월 1주차” 中)

퀴비: 데뷔 초 요정 귀 스타일링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룹답게, 코스모시는 계속해서 요괴와도 같은 콘셉추얼한 이미지를 연성해내고 있다. 데뷔 EP “the a(e)nd”가 오타쿠 애니메이션 같은 ‘인외’ 코스프레와 그에 필적하는 이질적인 사운드, 장르의 난사로 ‘괴‘의 외피를 과시했다면, 두 번째 EP “~ of the world ~”는 그 뒤에 가려져 있던 ’요’의 단면을 드러내는 앨범이다. 이전의 알쏭달쏭한 가사 작법은 유지한 채 보다 차분하고 섬세한 음악으로 신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콘셉트 빌딩 방식은 f(x)나 빌리와 같은 ‘4차원계’ 걸그룹들에 비견될 수 있는데, 차이점이 있다면 이들이 보다 명확하고 차별화된 시대성과 장르성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겠다. 이세계의 감각을 갖추고 있으나 시공간적 배경이 특정되지는 않았던 f(x)나 빌리와 달리, 코스모시의 앨범은 일본에 뿌리를 둔 그룹임을 분명히 하듯 소울풀한 00년대 제이팝과 그 영향권에 있던 케이팝 걸그룹(S.E.S., 슈가 등)의 향취를 풍긴다. 또한 하우스, 정글과 같은 댄스 음악 장르에 꽤나 충실하기도 한데, 이는 (마지막 정규앨범 “4 Walls”를 제외한다면) 그다지 특정 장르에 귀속되지 않았던 f(x), 알앤비 색채가 강한 음악을 선보이고 있는 빌리와 차별되는 부분이다.
‘Paradise ~ I need you ~’는 그러한 그룹의 지향이 가장 선명하게 잘 드러나는 트랙으로, m-flo의 ’Miss You’, 슈가의 ‘No Way’와 같은 '시부야-K'(‘시부야계’보다는 '시부야-K'가 옳은 지칭일 듯하다) 스타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과감한 장르 전환 가운데 선명한 멜로디로 응집력을 잃지 않는 탁월한 현대적인 케이팝 프로덕션을 들려준다. 전작보다 전반적으로 멜로디가 선명해진 덕에 멤버들 개개인의 음색이 더 부각된다는 점도 퍼포머의 존재감이 중요한 ’아이돌‘ 팝으로서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여러모로 초창기 다소 거창하게만 보였던 콘셉트에 내실을 채워넣은, 그룹의 중요한 모멘텀으로 평가될 만하다.
아이돌로지는 정기 연재 ‘Monthly’, ‘N년 전 이달’에 실릴 단평, 음반 리뷰 및 피쳐 기사 등 독자 기고를 상시 모집하고 있습니다. 독자 기고에 관한 보다 자세한 안내는 다음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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