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4세대 이후의 팝
본 글은 4세대 이후 케이팝의 흐름을 다룬 “2026 아이돌팝 세대론 : 4세대에서 5세대까지” 1편에서 이어지며, 케이팝과 연관된 4세대 이후 팝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한다.
(1편 “① 4세대 이후의 케이팝”을 확인하려면 이곳을 클릭)
4세대 ‘케이팝의 재영토화’ 이후 팝: 한국 바깥 아이돌팝의 부상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케이팝의 재영토화” 이후 케이팝 세계와 팝 세계의 상호작용이 더욱 활발해졌기에, 4세대 이후 케이팝의 발달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4세대 이후 팝의 발달사 역시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 바깥의 아이돌팝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아시아 각국에서는 케이팝에 직접적인 영감을 얻은 아이돌 그룹이 늘어났고, 이들은 지역 팬들에 기반해 자국에서 독자적인 씬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중국, 일본 등지에서는 〈프로듀스 101〉이 공식 리메이크되고 유사 포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성행하며 케이팝 스타일의 아이돌이 늘어났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아이돌 씬이 본격 형성되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예컨대 태국에서는 2017년부터 데뷔 그룹 수가 폭증했고(관련해서는 다음 링크들을 참조: 위키피디아 역대 태국 걸그룹 목록, 레딧 유저의 T-팝 보이그룹 타임라인 정리), 필리핀에서는 한국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3년 간 케이팝식 트레이닝 과정을 거친 SB19이 2018년 데뷔해 이후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애초에 그들의 이름에 포함된 ‘19’는 대한민국의 국가 번호 82에서 필리핀의 국가 번호 63을 빼서 만들어진 숫자다.) 2023년부터는 본래의 회사에서 완전히 독립해 자체적인 활동을 꾸려가고 있기도 하다. 케이팝의 영향은 중앙아시아에까지 가닿았는데, 카자흐스탄은 2015년 보이그룹 나인티원(Ninety One)의 데뷔 이후 점차 큐팝(Q-Pop)이라는 자신들만의 세계를 발전시켜왔다. (관련해서는 다음의 〈BBC 코리아〉 기사를 참조) 2020년대에 들어서는 칠레의 큐알(Q_ARE)과 우간다의 STKA 보이즈(STKA BOYZ) 등 아시아를 넘어선 세계 각지로 이러한 흐름이 확대되었다.

이들 가운데 자국을 넘어 세계 시장을 넘보는 사례도 생겨났다. 앞서 언급한 필리핀의 SB19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SB19은 2019년 싱글 ‘Go Up’으로 주목 받기 시작해 2020년 첫 앨범 “Get in the Zone” 발매 이후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방탄소년단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며, 2021년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동남아시아 아티스트 최초로 탑 소셜 아티스트 부문 후보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이 처음 서구권에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던 바로 그 상이다.) 2023년에는 싱글 ‘Gento’가 미국 빌보드 월드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8위에 오르는 등 인기를 끌었으며, 2026년에는 시카고 롤라팔루자 무대에 초청되었다.
SB19 이후 이러한 사례는 점점 늘어났다. 2019년 필리핀의 아이돌 육성 TV 프로그램을 통해 결성되어 2021년 데뷔한 비니(BINI) 역시 2026년 코첼라 무대에 서며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2022년 일본의 대형 아이돌 기획사 LDH 하에서 데뷔한 파이비(f5ve, 데뷔 당시 SG5)는 케이팝의 ‘nugu’(한국어의 ‘누구’에서 유래한, 잘 모르는 아이돌 혹은 노래를 지칭하는 말) 팬덤 커뮤니티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블러드팝(BloodPop), 카운트 발도어(Count Baldor), A.G. 쿡(A. G. Cook) 등 저명한 서구권 프로듀서들과 작업하며 전세계의 전자음악 팬들 사이에서 컬트적인 인기를 얻었다. 같은 해 역시 LDH에서 데뷔한 사이킥 피버(Psychic Fever from Exile Tribe) 역시 2025년 첫 미국 투어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했다. 비슷한 시기 일본 에이벡스가 출자한 한일 협력 레이블 XGALX에서 데뷔한 XG는 “초국적 케이팝”의 실험을 단행하며 글로벌 걸그룹으로 발돋움했다. 2025년에는 미국에서 아시아계 아티스트를 지원해온 음반사 88라이징에서 인도네시아 걸그룹 노나(no na)를 데뷔시켰고, 이들은 2026년 9월 첫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본격적인 미국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특기할 만한 점은 이들이 모두 출신지의 지역적 특색을 그룹 정체성의 중요한 줄기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색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이들에게 해외 팬들은 신선한 매력을 느끼고, 현지 팬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한편, 같은 시기 주요 케이팝 기획사들 역시 해외 거점 그룹 제작에 나섰다. 초기의 주력 지역은 해외 진출의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동아시아였다. JYP는 2018년 보이스토리(Boy Story, 중국), 2020년 니쥬(NiziU, 일본), 2024년 넥스지(NEXZ, 한일 동시 활동), SM은 2019년 웨이션브이(WayV, 중국), 2024년 NCT 위시(NCT WISH, 한일 동시 활동), 하이브는 2022년 앤팀(&TEAM, 일본)을 제작했다. 그리고 2024년, 마침내 서구권 현지화 그룹이 출범하기에 이른다. JYP의 비춰(VCHA, 미국, 현재 걸셋(GIRLSET)으로 리브랜딩)와 하이브의 캣츠아이(KATSEYE, 미국)를 시작으로, 2025년 SM의 디어앨리스(DearAlice, 영국)와 하이브의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 라틴아메리카)가 데뷔했다. 2026년 하이브에서는 캣츠아이를 제작한 오디션 쇼 〈드림 아카데미(Dream Academy)〉의 탈락 멤버들에 새 멤버를 영입해 꾸린 세인트 새틴(Saint Satine, 일본-미국)의 데뷔를 앞두고 있고, 2027년에는 엠넷과 유니버셜 뮤직 그룹 산하 레이블 리퍼블릭 콜렉티브가 협업한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쇼 〈걸스 플래닛 2027〉이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캣츠아이는 ‘Gnarly’의 히트 이후 2025년 (2024년 뉴진스에 이어) 시카고 롤라팔루자 낮 시간대 최다 관중 기록을 갱신하고, 2026년 코첼라 사하라 스테이지에 서는 등 단시간 내 빠르게 성장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케이팝의 양식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해외 아이돌 가운데 그룹 단위로 서구권 대중에 너른 인지도를 쌓은 사례는 아직 하이브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미국의 캣츠아이 정도다. 그러나 상기한 것과 같이 아시아 지역의 아이돌 그룹들이 점차 영미 팝에 침투하고 있으며, 더불어 2024년 데뷔한 풀 서클 보이즈(Full Circle Boys)와 같이 미국에서도 케이팝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인디펜던트 그룹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4세대 ‘케이팝의 재영토화’ 이후 팝: 걸그룹과 보이밴드의 부활
이외에도 영미 팝 시장에서는 한동안 명맥이 끊겨 있던 걸그룹과 보이밴드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시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시작은 걸그룹이었다. 미국에서는 2018년 말 시티즌 퀸(Citizen Queen), 2019년 보이즈 월드(Boys World)가 연이어 데뷔했다. 펜타토닉스(Pentatonix)의 스콧 호잉(Scott Hoying)이 멤버들을 직접 뽑은 시티즌 퀸(Citizen Queen)은 아카펠라 커버 그룹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나 2020년부터 오리지널 곡을 발표하며 본격 걸그룹의 노선을 밟았다. 보이즈 월드는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 춤, 노래 커버를 올리던 다양한 민족성의 10대 인플루언서들을 캐스팅해 꾸려진 그룹이다. 시티즌 퀸은 거듭된 멤버 재편으로 활동이 뜸해졌고 보이즈 월드는 2024년 공식 해체를 발표했지만, 이들은 2012년 데뷔한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 이후 간만에 미국 걸그룹의 불씨를 지핀 것으로 평가받았다. (관련해서는 다음 〈코스모폴리탄(Cosmopolitan)〉의 기사를 참조)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점은 종종 이들에게서 전통적인 영미권의 걸그룹보다도 케이팝적인 인상을 주는 순간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2023년 발매된 시티즌 퀸의 첫 정규앨범 수록곡인 ‘holdupbaby!’는 이젠 미국 힙합보다도 케이팝에서 이름을 더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뎀 조인츠(Dem Jointz)가 프로듀싱한 트랙인데, 특유의 예측불허한 전개 탓인지 과거의 어떤 영미권 걸그룹보다도 그가 프로듀싱한 바 있는 레드벨벳, 갓더비트, 엔믹스 같은 그룹들을 더 떠오르게 한다. 보이즈 월드의 경우 10대 인플루언서들을 캐스팅에 팀을 꾸려 합숙 훈련을 시킨 데뷔 준비 과정은 물론, 케이팝 베테랑 작곡가인 멜라니 폰타나(Melanie Fontana), 린드그렌(Lindgren) 부부가 참여한 데뷔곡, 깔끔하게 싱크가 맞춰진 파워풀한 동작과 화려한 대형 운용을 선보이는 퍼포먼스까지, 여러 요소들이 다분히 케이팝을 연상시켰다.
한편 영국에서는 2022년 영국의 3인조 알앤비 걸그룹 플로(FLO)와 세이 나우(Say Now)가 TLC, 데스티니스 차일드(Destiny’s Child) 등 고전 영미권 걸그룹에 오마주를 표하며 나란히 데뷔했다.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영미권 걸그룹의 이미지를 보다 더 직접적으로 계승하고 있긴 하나, 댄스 퍼포먼스를 겸한 싱글들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그룹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해외 케이팝 팬덤에게까지 주목받았다. 2026년에는 신인 걸그룹 미스유(MISSU)가 데뷔곡의 퍼포먼스 프리뷰로 9월 정식 데뷔 이전부터 주목 받으며 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오디션 쇼를 통한 걸그룹, 보이밴드의 결성도 눈에 띈다. 2025년 방영된 넷플릭스의 〈빌딩 더 밴드(Building The Band)〉는 50명의 개인 참가자들이 모여 자유롭게 그룹을 결성해가는 과정을 담은 쇼로, 백스트리트 보이즈(Backstreet Boys)의 AJ 맥린(AJ McLean), 원 디렉션(One Direction) 출신 리암 페인(Liam Payne), 데스티니스 차일드 출신 켈리 롤랜드(Kelly Rowland), 푸시캣 돌즈(Pussycat Dolls)의 니콜 셰르징거(Nicole Scherzinger)가 심사위원을 맡았다. 우승을 거머쥐었던 3인조 걸그룹 쓰리퀀시(3QUENCY)는 2025년 9월 데뷔 이후 의욕적인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난 3월 싱글 ‘Telephon’의 뮤직비디오에서는 “걸그룹이 돌아왔다(Girl Groups Are Back)”는 슬로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외에도 쇼에서 파생된 4인조 걸그룹 사이렌 소사이어티(Siren Society), 4인조 보이밴드 미드나잇 틸 모닝(Midnight Til Morning), 4인조 보이밴드 소울리디파이드(Soulidified), 4인조 혼성 그룹 시즌포(SZN4) 역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웨스트라이프(Westlife), 원디렉션, 프리티머치(PRETTYMUCH)의 제작자였던 사이먼 코웰도 2025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더 넥스트 액트(The Next Act)〉로 10년 만에 새로운 보이그룹 제작을 발표했다. 쇼를 통해 결성된 디셈버 텐(December 10)의 한 멤버는 “방탄소년단이 웸블리 스타디움을 5분 만에 매진시킬 수 있다면, 우리는 명왕성을 5분 만에 매진시킬 수 있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 이는 “지구상 가장 큰 보이밴드”라는 수식어를 얻었던 방탄소년단, 더 나아가서는 케이팝으로부터 보이밴드의 헤게모니를 되찾겠다는 서구 팝 시장의 야욕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4세대 ‘케이팝의 재영토화’ 이후 팝: 퍼포먼스형 팝스타의 부상
이와 더불어 근 몇 년 사이 뛰어난 댄스 스킬을 지닌 퍼포먼스형 팝스타들이 부상하고 있다. 2022년 정규 앨범 데뷔를 한 테이트 맥레이(Tate McRae)가 가장 대표적이다. 발레 댄서였던 그는 2025년 ‘Revolving door’ 뮤직비디오, ‘Sports car’ VMA 퍼포먼스, 2026년 시카고 롤라팔루자 헤드라이너 무대 등 곡예적인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경탄을 자아냈다. 테이트 맥레이와 같은 롤라팔루자 무대에서 낮 시간대 공연을 꾸민 아델라(ADÉLA) 역시 떠오르는 신예다. 테이트 맥레이와 마찬가지로 발레 댄서였던 아델라는 흥미롭게도 캣츠아이를 배출한 〈드림 아카데미〉 출신으로 하이브 아메리카에서 케이팝식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다. 서바이벌에서의 허망한 조기 탈락 이후 그는 독립 작업을 이어가던 중 캐피톨 레코즈와 계약을 체결해 데미 로바토(Demi Lovato)의 투어 오프닝 액트가 되었고, 최근 자전적인 서사를 담은 데뷔 LP 리드 싱글 ‘Ain’t In LA’를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시키며 탄탄한 커리어를 쌓아올리고 있다. 아델라와 마찬가지로 〈드림 아카데미〉 출신인 칼리 걸(KARLEE GIRL)과 마키즈(Marquise) 역시 댄스 퍼포먼스를 앞세운 솔로이스트로 자신들만의 커리어를 시작했고, 이외에도 도자 캣(Doja Cat), 도치(Doechii) 등 뛰어난 댄스 스킬을 갖추고 있던 팝스타들이 여러 대형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퍼포먼스형 팝스타의 부상 뒤에는 엔데믹 국면 공연 시장 해금 이후 채플 론(Chappell Roan), 슬레이터(Slayyyter) 등 폭발적인 라이브 퍼포먼스로 커리어 전환점을 맞은 아티스트들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 2010년대 후반 이래 득세해온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등 내밀하고 수렴적인 팝에 대한 반작용 등 여러 맥락이 자리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퍼포먼스형 음악인 케이팝의 부상 역시 그 맥락 중 하나로 작용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러한 퍼포먼스형 팝스타의 부상은 자연스럽게 케이팝 퍼포먼스를 평가하는 기준을 높이고 있다.
2024년, 케이팝 성장세 브레이크
이러한 흐름 가운데 케이팝의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성장세가 한 차례 꺾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머니그라피 〈B주류 경제학〉의 2025년 케이팝 결산 편에서 이재용 회계사가 4대 케이팝 기업(하이브, SM, YG, JYP)의 연도별 재무 지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계속해서 고점을 갱신하던 4대 기업의 매출 합계가 2024년 처음으로 1% 역성장을 기록한다. 물론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데에는 케이팝의 미국 시장 진출을 견인했던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의 공백기 영향이 크다. 그러나 하이브, YG 외에 다른 회사들도 역성장을 경험했으며, 단순 매출액 감소를 넘어 수익 구조가 크게 개편되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역성장의 가장 큰 원인은 음반 매출의 감소다. 음반 매출 비중이 하이브는 2023년 44%에서 2025년 상반기 30%로, JYP는 2023년 상반기 46%에서 2025년 하반기 23%로 줄었다. 여기에는 여러 이유가 지목되고 있다. 앨범 버전 다양화와 랜덤 포토카드 등 과도한 음반 소비 종용에 따른 팬덤 구매 이탈, 2024년 하이브-어도어 분쟁에 따른 케이팝 산업 자체에 대한 대중의 피로감 증가, 엔화 약세, 일본 자체 아이돌 시장 재활성화 등에 따른 최대 시장 일본에의 수출 급감이 대표적인 예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이슈인사이트〉의 기사를 참조)

떨어진 매출을 보상한 것은 공연 수익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공연 수요가 크게 늘었고, YG를 제외한 세 기업은 공연 매출 비중이 일제히 상승하고 있다. 또한 정확한 규모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MD 매출 역시 떠오르는 수입원으로 추정된다. JYP에서는 MD, 초상권 등이 포함된 ‘기타’ 항목 매출액이 2024년 2,100억원 대로 음반·음원과 비등했다가 2025년 상반기 1,500억원 대로 음반·음원의 거의 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이러한 수입원 다변화 노력으로 2025년 상반기에는 다시 4대 기업 도합 20%대의 매출성장률이 회복되었다.
그러나 이것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연 매출액의 증가는 사실상 총 공연 횟수를 늘리며 발생한 것으로, 지금보다 공연 횟수를 더 늘리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더구나 최근 투어 비용 폭등과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공연 티켓 판매 부진이 이어져 비욘세, 테일러 스위프트 같은 초대형 아티스트 정도를 제외하고는 최소 관객 수를 채우지 못해 투어 규모를 축소하거나 취소하는 경우가 늘었다. 2026년 ‘블루 닷 피버(Blue Dot Fever)’(티켓 예매 사이트에서 미판매 좌석을 나타내는 ‘파란 점’이 대거 남아 있는 현상)라는 신조어가 여러 매체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MD 판매 수익 역시 음반과 마찬가지로 과도한 소비 종용이 팬덤의 피로도를 높여 거품이 꺼질 위험을 안고 있다. 즉 공연-MD 수익 증대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으며, 보다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요구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2025년, 케이팝 데몬 헌터스
그리고 2025년, 케이팝은 새로운 기록을 갱신한다. 기존의 그 어떤 케이팝 그룹도 아닌,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의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점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인 테마곡 ‘Golden’은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통산 7주 1위에 올랐고, 이후 골든 글로브, 크리틱스 초이스, 그래미 어워즈를 모두 석권했다.

냉정히 말해, 사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음악적 성취는 케이팝보다 디즈니 뮤지컬 영화 OST의 성공 사례들과 함께 묶어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그러나 전통적인 케이팝 공정 시스템 바깥에서 탄생한 케이팝이 기록적인 성취를 거두었다는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수많은 한국계 제작진이 참여했고, 음악에는 더블랙레이블이 참여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그들 이외 케이팝에 익숙하지 않았던 수많은 실무진과 결정권자가 가담한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의 작품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그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애니메이션 영화에서 케이팝을 구현해내며 ‘아이돌’이 아닌 ‘케이팝’의 가능성을 확증했다는 것이다. ‘케이팝’의 개념은 애초에 음악 장르나 국가 분류 태그보다는 산업 체계에 관한 것이었고, 케이팝을 정의하는 필수적인 요소로는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마케팅이 맞물린 원-스톱 아이돌 프로덕션 시스템이 언급되었다. (이는 곧 이수만이 주창했던 ‘문화 기술’의 내용이다.) 이러한 체계는 노동집약적인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특성으로 인식되었고, 이 가운데서도 특히 10대 연습생을 다수 모집해 훈련시키는 캐스팅-트레이닝은 케이팝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공정 과정으로 꼽혔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영화인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당연하게도 이 과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OST의 작곡과 가창에 참여한 작곡가 이재(EJAE)의 SM 장기 연습생 출신 배경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같이 헌트릭스의 가창자였던 레이 아미(Rei Ami)와 오드리 누나(Audrey Nuna)가 보여주듯 그러한 배경이 필수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즉,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이르러 케이팝은 어떠한 시스템보다는 특정한 룩이 되었다. 2018년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프로젝트 그룹 K/DA가 한 차례 보여주었던 가능성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실제 퍼포머를 앞세우지 않는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수성이 있기에, K/DA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두고 ‘시스템이 아닌 룩으로서의 케이팝의 가능성’이라 평가하는 것은 비약이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앞서 언급한 아시아 권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수많은 아이돌들, 음악과 퍼포먼스에서 케이팝스러움이 언뜻 비치는 영미권의 신흥 걸그룹/보이밴드와 묶어보았을 때 더 유의미해진다. 잘 훈련된 아이돌의 (그룹) 퍼포먼스도, 그리고 케이팝의 역동적인 양식미도 이제는 한국 외 지역의 팝에서 자체적으로 재현이 가능한 무언가가 되었다. 전통적인 한국 아이돌 프로덕션 시스템에 귀속되지 않는 케이팝적 룩의 가능성은 결국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굳이 한국 기획사가 만드는 케이-아이돌-팝을 소비할 이유가 무엇인가? 더구나 최근 케이팝은 케이팝의 미학을 잃었다는 (다소 부풀려진) 평가를 듣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케이팝의 본거지라는 것 이외에 한국의 케이팝을 계속 주시해야 할 명목은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이어지는 3편 글에서는 마침내 도래한 5세대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 2026 아이돌팝 세대론 : 4세대에서 5세대까지 ③ - 2026-08-25
- 2026 아이돌팝 세대론 : 4세대에서 5세대까지 ② - 2026-08-25
- 2026 아이돌팝 세대론 : 4세대에서 5세대까지 ① - 2026-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