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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아이돌팝 세대론 : 4세대에서 5세대까지 ③

작년과 올해 데뷔한 신인 아이돌들을 지켜보며 나는 한국의 케이팝 기획사들이 “굳이 한국 기획사가 만드는 케이-아이돌-팝을 소비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마다의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를 끝끝내 도래한 케이팝의 5세대로 정의하고자 한다.

③ 5세대의 도래

본 글은 4세대 이후 팝의 흐름을 다룬 “2026 아이돌팝 세대론 : 4세대에서 5세대까지” 2편에서 이어지며, 마침내 도래한 5세대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한 글 말미에는 4세대에서 5세대까지, 그리고 1세대에서 5세대까지의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연표를 첨부하였다.

(1편 “① 4세대 이후의 케이팝”을 확인하려면 이곳을 클릭)
(2편 “② 4세대 이후의 팝”을 확인하려면 이곳을 클릭)

5세대: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 재정의하기

작년과 올해 데뷔한 신인 아이돌들을 지켜보며 나는 한국의 케이팝 기획사들이 (이전 글에서 언급한) “굳이 한국 기획사가 만드는 케이-아이돌-팝을 소비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저마다의 답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는 이를 끝끝내 도래한 케이팝의 5세대로 정의하고자 한다. 5세대의 화두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 재정의하기”이다. 4세대의 “케이팝 재영토화” 이후 케이팝과 팝의 상호작용이 활발해지며 서로가 서로의 특성을 더 적극적으로 흡수했고, 그 결과 케이팝의 고유성이 도전받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를 재정의하는 것이 바로 5세대가 다루고 있는 과제인 것이다.

고유성에 대한 질문은 생성형 AI가 대중화되며 부상하고 있는 크리에이티브 업계 전반의 큰 화두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의 CEO 아담 모세리(Adam Mosseri)가 2026년 크리에이터 콘텐츠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당신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가?”에서 “오직 당신만이 만들 수 있을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가?”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케이팝의, 그리고 개별 팀/아티스트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요구는 이러한 거시적인 시대의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AI 아티스트 최로로 빌보드 차트에 진입해 논란이 된 자니아 모네(Xania Monet) ©Hollywood Media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 재정의하기 ① 아티스트의 주체성 – ‘아이돌’과 ‘크루’ 사이

케이팝이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로, 아티스트 개인의 오리지널리티를 내세워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를 타개하고자 하는 경우다. 이들은 흔히 힙합 장르에 기반해 멤버들의 주체성을 강조한다. (항상은 아니더라도) 작사 혹은 프로듀싱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무대 퍼포먼스 역시 칼 같이 제련된 ‘아이돌적’ 방식과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힙합 바이브 중간에 걸쳐 있는 경우가 많다. A&R이 설정한 방향에 따라 곡을 생산하고 수집하는 송캠프보다는 몇몇 프로듀서와의 호흡을 중심으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가는 경우도 눈에 띈다. 정리하자면 아이돌과 크루 중간에 놓인 듯한 룩이자 제작 방식이다.

올데이프로젝트 ‘FAMOUS’ 콘셉트 포토 ©더블랙레이블

개성 강한 다섯 멤버를 모은 혼성 그룹 구성으로 화제를 모은 더블랙레이블의 올데이프로젝트, ‘영 크리에이터 크루’라는 표어를 내세운 빅히트 뮤직의 코르티스, 박재범이 이끄는 모어비전의 첫 아이돌 그룹 롱샷, 작곡가 Czaer가 창립한 신생 기획사 웨이프의 웨이프보이즈, AOMG의 첫 ‘걸 크루’ 키비츠, Mnet 〈언프리티 랩스타: 힙팝 프린세스〉를 통해 결성된 하입프린세스가 대표적인 예시다. 이들은 원타임, 빅뱅, 블락비, 방탄소년단,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아이들과 같은 (대체로 힙합을 기반으로 한) 자체 프로듀싱 그룹의 직계 후손이면서도, 음악을 넘어 안무, 영상 등에 걸친 전방위적 직접 창작 참여를 더 내세우거나(올데이프로젝트, 코르티스), 전통적인 아이돌 그룹을 넘어 힙합 등 특정 장르나 레이블의 색채에 대한 확고한 관심을 바탕으로 모여든 크루의 느낌을 풍기는 등(올데이프로젝트, 롱샷, 웨이프보이즈, 키비츠, 하입 프린세스), 기존의 ‘자체제작돌’보다는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을 보인다. 웨이프보이즈가 “정형화된 콘셉트와 이미지에 자신들을 맞추기보다 음악과 영상, 멤버들의 캐릭터까지 자유롭게 풀어내겠다는 것을 추구한다”는 지향 아래 내세운 “누-케이팝(nu-K-pop)”이라는 표어는 이러한 조류를 가장 압축적으로 표상한다.

웨이프보이즈 ‘WAYF BOYS DO’ 콘셉트 포토 ©WAYF

아이돌 그룹 출신 솔로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소위 ‘얼터너티브 케이팝’의 흐름 역시 아티스트의 주체성을 부각하는 5세대의 흐름과 연관지어볼 만하다. 이달의소녀 출신 이브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룹의 해산 이후 파익스 퍼 밀(PAIX PER MIL)과 계약을 체결한 그는 프로듀서 아이오아(IOAH)와의 협업으로 확고한 전자 음악 지향의 디스코그래피를 쌓아나가며 “한국을 넘어선 글로벌 무대에서 인디-일렉트로닉-(케이)팝-걸로서 독특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이외에도 방탄소년단의 RM, 트와이스의 채영 역시 솔로 발매작에서 여러 언더그라운드/인디펜던트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며 그룹 발매작에서는 완전히 표출하지 못했던 자신의 뾰족한 취향을 유감없이 풀어냈다. 음악적인 지향은 다소 다르지만, 회사의 지원 없이 명확한 청사진 아래 솔로 커리어를 개척해낸 우주소녀의 다영 역시 아티스트의 주체성 관점에서는 이들과 나란히 이야기될 만하다.

이브 “NAIL” 콘셉트 포토 ©PAIX PER MIL

개개인의 (그리고 그들이 모인 ‘크루’의) 주체성을 내세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케이팝이 오리지널리티를 획득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해답이면서도, 전반적인 아이돌 산업 구조를 생각해본다면 꽤나 대담한 실험이기도 하다. 최종적인 퀄리티 컨트롤은 회사가 담당한다 해도, 근본적으로 회사 주도의 체계적인 공정이 주된 성장 기반이었던 케이팝이 그 시스템의 힘을 약화시키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거대 기획사보다는 신생 회사 내지는 아이돌을 처음 제작해보는 회사에서 개개인의 주체성을 내세운 ‘아이돌과 크루 중간’ 형태의 실험이 더 활발하고, 아이돌 그룹에서 어느 정도 경력과 팬덤을 다진 솔로이스트를 중심으로 ‘얼터너티브 케이팝’의 시도가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인다.

더구나 아이돌 개개인의 주체적인 제작 참여를 중시하면서 통상적인 아이돌의 활동 양식을 따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해외 발매반을 포함해 최소한 3~4년차까지는 1년에 3~4번씩 컴백을 하고, 이 때마다 음악방송, 예능, 행사, 팬 사인회, 광고 등의 스케쥴을 소화하며, 해마다 콘서트/팬미팅 투어를 1~2개씩 준비하는 활동 주기 가운데 제작의 부담까지 지우는 것은 일단 물리적으로 고된 일이다. 더구나 자유로운 창작 과정에 있어 ‘아이돌’을 향한 기대치, 즉 높은 미적·도덕적 기준이나 암묵적인 정치성의 거세 압박 따위를 다뤄나가는 것 역시 난제가 될 수 있다. 여러 모로 번아웃과 매너리즘의 위험이 큰 길이다. 물론 선대의 ‘자체 제작돌’들 역시 이 난제를 다뤄왔고, 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간 사례들도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데뷔 초기부터 자체 제작을 앞세운 아이돌은 비교적 특수한 부류였으며, 특히나 제작 과정 전면에의 참여를 강조한 그룹은 손에 꼽는다. 즉, ‘자체 제작’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일정량의 개성을 확보할 수 있던 시대다. 그러나 지금은 주체성을 강조하는 신인 그룹들이 단기간 내에 쏟아져나오며 하나의 표준처럼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흐름 가운데 이들을 평가하는 기준은 당연히 “당신이 만들 수 있는가?”를 넘어 “오직 당신만이 만들 수 있을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가?”가 될 것이다. 앞으로 3~4년 간 이들의 활동 양상이 어떨지가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선대 ‘자체제작돌’처럼 나름의 방법을 찾아갈 수도, 그 과정 중에 갈 방향을 잃고 헤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담 모세리가 말했듯 “불완전함”, “날것의 느낌”이 곧 “이것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진짜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나의 “증거”가 되는 시대이므로, 그러한 좌충우돌의 과정까지도 오히려 진솔한 매력으로 비춰질지 모르겠다.

코르티스 “GREENGREEN” 콘셉트 포토 ©빅히트뮤직

단, 이는 어디까지나 문화적 민감성을 갖춘다는 전제 하의 이야기다. 북미 및 동남아 팬덤 사이에서는 케이팝의 무심한 타 문화 차용과 백인 청중 선호에 대해 오래간 불만의 목소리가 누적되어왔다. 물론 차용을 곧바로 캐리커처로 연관짓거나, 무관한 부분까지도 백인 선호로 넘겨 짚는 등, 과도한 비방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또한 한국의 이례적인 문화적 동질성,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마구 뒤섞어버리는 ‘비빔밥’적 본성, 미국의 군국주의 및 신식민주의 하에서 탄생한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 등 한국적 맥락에 대해 무지한 채 이루어지는 무분별한 비판도 존재한다. 그러나 한국이 아시아의, 그리고 세계의 문화적 패권국이 된 상황에 언제까지나 이러한 구실 뒤에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케이팝 회사들은 지금껏 문제시된 행동 자체보다도 위기 관리 매니지먼트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운 사례가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문화적 민감성 이슈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필요가 있다. (이는 젠더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전에 이야기했듯 “굳이 한국 기획사가 만드는 케이-아이돌-팝을 소비할 이유”가 약해졌고, 불만이 쌓여온 팬덤은 이제 적극적인 보이콧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개 미국 흑인 음악에 강한 뿌리를 두고 있는, 그리고 주체성을 내세워 자연스레 모든 행보가 회사보다도 개개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고 인식될 크루 포맷의 그룹들은 특히 더욱 엄정한 잣대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더구나 이는 단지 민감성을 넘어 콘텐츠 차별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자신들의 음악이 미국 음악의 열화판이 아닌 “그들만이 만들 수 있는 무언가”라는 확신을 주는 것이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 재정의하기 ② 케이팝의 양식미 – ‘룩스맥싱(looksmaxxing)’

두 번째 갈래는 케이팝의 양식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경우다. 콘셉추얼한 기획 하에 선명한 캐릭터의 음악, 현란한 패션과 아트워크, 잘 제련된 그룹 퍼포먼스가 긴밀하게 연결된 케이팝식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최상의 수준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 단어로 압축하자면 ‘룩스맥싱(looksmaxxing)’(외모를 가능한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일컫는 신조어)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지향의 그룹은 멤버들은 물론, 그룹의 독특한 세계를 축조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및 팀/레이블, 전담 프로듀서 및 작곡/작사가의 중요성이 부각되곤 한다.

키키 “WhyKiiiKiii” 콘셉트 포토 ©스타쉽엔터테인먼트

SM 엔터테인먼트 30주년에 맞춰 데뷔한 하츠투하츠,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의 키키가 대표적인 예시이다. 하츠투하츠는 “f(x)에서 확립되었다고 할 수 있는 SM의 탈-가요적 프로덕션과 작사가 켄지의 소녀론을 소녀시대가 보여주었던 다인조 그룹의 활기와 제련된 퍼포먼스로 제시”하며 SM의 레거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키키는 강한 일렉트로닉 지향의 음악, 이슬아, 릴체리, 오메가 사피엔 등 팀의 기묘한 감성을 쌓아올린 작사진, 인스포(inspo) 이미지로 채워진 핀터레스트 같은 인스타그램 활용법, 웹사이트를 이용한 창의적인 프로모션 등 여러 요소들이 물 샐 틈 없이 엮인 빼어난 프로덕션을 보여주었다. (이후에 제시할 연표 상 4.5세대에 속하긴 하나) NCT 위시 역시 음악의 확고한 감수성은 물론, 피지컬 앨범 디자인부터 SNS 피드에 이르기까지 소위 ‘감도 높은’ 콘텐츠의 향연으로 이목을 끌었던 사례다. 이들은 케이팝의 양식미가 이제 케이팝만이 구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닐 지언정, 최소한 아직까지는 케이팝이 가장 잘 구현해낼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듯 보인다.

하츠투하츠 ‘RUDE!’ 뮤직비디오 캡처 ©SM엔터테인먼트

이 과정에서 케이팝이 과거의 케이팝을 직접적인 레퍼런스 삼는 시도가 늘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츠투하츠의 ‘RUDE!’는 소녀시대 티파니를 연상시키는 스텔라의 영어 내레이션 파트가 화제를 모았고, 뒤이어 발매된 EP “Lemon Tang”은 3세대 케이팝 무드를 충실하게 구현해냈다. (관련해서는 “Monthly : 2026년 6월”의 앨범 리뷰를 참조) 키키 역시 “WhyKiiiKiii” 활동에서 2세대 케이팝 스타가 광고했던 ‘Candy Pink Magic Hole Flip Phone’과 같은 오브제를 내세우거나, 애프터스쿨, 2NE1 등의 패션을 차용하는 등 본격적인 케이팝 복고를 수행했다. ‘5세대’ 아이돌의 작업은 아니지만, 이정현, 바나나걸부터 티아라, 오렌지캬라멜에 이르는 선대 케이팝에 오마주를 표했던 최예나의 ‘캐치 캐치’(2026)도 이 흐름에 본격 물꼬를 튼 트랙으로 언급될 만하다. “케이팝이 예전 같지 않다”는 국내외 팬덤의 볼멘소리가 늘어가던 상황이기에, 과거 케이팝이 전격 소환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기도 하겠다. 또한 이러한 ‘재현의 재현’은 원본이 참고했을 팝의 조각보다도 그를 변용해낸 케이팝의 방식을 더욱 부각하기에,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의혹을 상당 부분 불식시키기도 한다.

최예나 “LOVE CATCHER” 콘셉트 포토 ©YH엔터테인먼트

더 재밌어지는 지점은 과거 케이팝을 레퍼런스 삼는 시도가 케이팝 아이돌에 의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것처럼 이제 완연한 룩이 된 케이팝은 케이-아이돌팝 바깥의 존재들에 의해서도 재생산되고 있다. 에피, 더딥, 나우아임영, 시스템 서울 등 하이퍼팝, 일렉트로닉 씬을 중심으로 2세대에서 3세대 초기 케이팝의 미학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인디펜던트/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들이 나타나고 있고, 이들은 국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은 물론 해외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비슬라〉의 기사 “하이퍼팝이 불러온 과거의 향수”를 참조) 어쩌면 이들이야말로 케이팝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장 최전선에서 재정의하고 있는, “케이팝 5세대”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플레이어들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더딥 “KPOP B!TCH” 앨범 커버. 그는 〈우키팝〉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아이돌은 아니지만 케이팝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딥

젠더화된 아이돌 제작 양식

이미 눈치챘을 수 있겠지만, 아티스트의 주체성을 도모하는 방식은 대체로 보이그룹, 케이팝의 양식미에 천착하는 방식은 대체로 걸그룹에 치중되어 있다. 물론 전자에는 하입프린세스와 키비츠, 후자에는 NCT 위시 등 반례도 존재하지만, NCT 위시가 ‘관념적 걸그룹’이라는 평을 듣기도 하는 등 5세대의 제작 양식은 꽤나 젠더화되어 있다.

엑스러브 “I, God” 콘셉트 포토 ©스트레인지랩

그러한 면에서 엑스러브는 독특한 입지를 점한다. 젠더리스 콘셉트를 표방하는 엑스러브는 두 젠더의 방식을 모두 따른다. 10여년 간 여러 서바이벌과 기획사를 거쳐온 리더 우무티가 직접 멤버들을 모아 그룹을 꾸리고 프로듀싱을 도맡은 데에서는 아티스트의 주체성이, 콘셉추얼한 기획과 퍼포먼스, 그리고 4인조 걸그룹 선배들을 향한 오마주에서는 케이팝의 양식미를 철저히 사수하는 것이 느껴진다. 두 방식이 결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몸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케이팝 ‘문화 기술’의 체질 변화: 캐스팅의 변혁

그리고 아티스트의 주체성 내지는 케이팝의 양식미에 집중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기존에 굳어져 있던 케이팝 공정 방식, 즉 캐스팅-트레이닝-프로듀싱-마케팅의 ‘문화 기술’ 공식에 변혁을 불러오고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캐스팅 단계의 혁신이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케이팝 기획사는 보통 캐스팅, 트레이닝, 프로듀싱, 마케팅 직무를 분업화해 컨베이어 벨트 식 운영을 해왔다. 즉, 신인개발팀에서 캐스팅과 트레이닝을 진행하고, 데뷔 그룹 결성 임박 단계에 프로듀싱, 마케팅 부서가 본격적으로 관여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멤버들의 오리지널리티를 내세우는 주체성의 방식은 물론, 뚜렷한 그룹 콘셉트를 전개해가는 양식미의 방식에서도 멤버 개개인의 개성은 결과물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 자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수많은 선배 아이돌의 사례가 입증하듯, 멤버들이 제 옷을 입은 듯한 개인 캐릭터와 콘셉트의 합일성은 콘셉트의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되기 때문이다. 준수함이 아닌 독특함이 요구되는 시대이기에, 단순히 적당한 재능과 비주얼의 인재를 캐스팅해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거쳐 준수한 이들을 추려 그룹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점점 수명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분명한 청사진에 맞는 그룹을 꾸리기 위해 프로듀서가 직접 멤버 캐스팅에 관여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민희진은 하이브 입사 직후 콘셉추얼한 오디션 공고 영상을 제작했고, 이를 통해 캐스팅한 하니를 포함해 뉴진스를 꾸렸다. 이듬해 데뷔한 키스오브라이프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해인이 절친 나띠를 핵심 멤버로 설정하고 이와 어울릴 멤버들을 한 명씩 캐스팅해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고, 영파씨 역시 프로듀서 키겐이 직접 멤버 캐스팅에 관여했다. 2025년 데뷔한 엑스러브도 멤버이자 프로듀서인 우무티가 젠더리스 콘셉트 기획 아래 친분이 있던 연습생들을 멤버로 캐스팅했고, AOMG는 (차후 데뷔곡이 된 ‘Key Beats’의 인스트루멘탈을 포함해) 팀의 프로듀싱 지향을 담은 오디션 공고 영상을 통해 기존 연습생 3인(손주원, 유이, 엄지원)과 함께할 멤버들을 모집하여 2026년 키비츠를 데뷔시켰다.

키스오브라이프 “KISS OF LIFE” 콘셉트 포토 ©S2엔터테인먼트

레이블의 개성에 흥미를 가진 이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크루 포맷의 그룹이 형성된 사례들도 있다. 주로 힙합 기반 레이블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테디가 설립한 더블랙레이블, 박재범이 이끄는 모어비전이 대표적인 예시다. 올데이프로젝트의 애니, 영서는 데뷔 다큐멘터리에서 더블랙레이블에 대한 확고한 관심을 가지고 입사 지원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확고한 힙합 지향을 가지고 있던 타잔과 우찬 역시 분명 다른 곳이 아닌 더블랙레이블이기에 수용할 수 있는 인재들이었다. 모어비전의 경우도 애초에 박재범 대표의 특색을 좋아하여 모여든 연습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련해서는 모어비전의 이태원 실장이 출연한 〈노이즈원〉 팟캐스트를 참조)

롱샷 “SHOT CALLERS” 콘셉트 포토 ©모어비전

캐스팅의 변혁을 보여주는 두 흐름, 프로듀서의 캐스팅 관여와 레이블 특색에 따른 연습생 유인은 모두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프로듀싱이 적극 개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프로듀서가 그리는 청사진 혹은 레이블의 프로듀싱 색채에 따라 연습생 집단이 꾸려지고, 이것이 더욱 응집력 있는 기획이 탄생할 수 있는 토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케이팝 ‘문화 기술’의 체질 변화: 장기전이 된 마케팅

케이팝 ‘문화 기술’ 가운데 마케팅 방식이 변화한 것 역시 언급할 만하다. 중요한 배경이 되는 것은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난 ‘역주행’이다. 2021 군대 위문열차 중심의 라이브 무대와 댓글 반응을 편집한 〈비디터〉의 영상으로 4년 만에 〈엠카운트다운〉 무대에 오른 브레이브걸스 ‘롤린’, 대학 축제 무대가 뒤늦게 재조명되며 각종 차트 1위에 오른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팬데믹 시기 기존 발매곡이 소소하게 입소문을 타다 2023년 말 멤버들의 ‘군백기’ 후 첫 공연을 기점으로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여러 곡을 동시에 역주행시킨 데이식스, 2025년 군복무 중 출연한 〈불후의 명곡〉 무대 이후 아직까지 멜론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우즈의 ‘Drowning’, 엠넷〈라이브 와이어〉 ‘사랑하게 될 거야’ 무대 영상 의 바이럴로 ‘0+0’, ‘입춘’ 등 이외 발매작까지 발굴된 한로로까지. 이들은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전후로 관심도가 증가한 라이브 공연이 시간성을 흐리는 SNS 알고리즘을 통해 주목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해외 역시 2024년 채플 론의 “The Rise and Fall of a Midwest Princess”, 2026년 슬레이터의 “WOR$T GIRL IN AMERICA” 등 비슷한 사례가 다수 있었다.

데이식스 “Band-Aid” 콘셉트 포토. 타이틀곡 ‘녹아내려요’는 이들의 데뷔 9년 만의 첫 멜론 차트 1위곡이 되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이들의 역주행은 모두 바이럴 곡 이외 타 발매작과 신곡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는데, 이는 근성 있게 탄탄한 디스코그래피를 쌓아 올린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한 관점에서는 2025년 초 발매한 EP “Fe3O4: FORWARD”가 크게 호평 받고 이 기세를 이어 받아 연말 “Blue Valentine”으로 정상에 오른 엔믹스, 2026년 유튜브 콘텐츠의 바이럴로 인기를 얻으며 리메이크 싱글 ‘Pretty Girl’ 발매와 함께 ‘LOVE ATTACK’, ‘Deja Vu’, ‘Pinball’ 등 이전작들을 함께 차트에 올린 리센느 역시 함께 언급할 만하다.

리센느 “SCENEDROME” 콘셉트 포토. 타이틀곡 ‘LOVE ATTACK’은 2026년 역주행으로 멜론 차트 1위에 올랐다. ©더뮤즈엔터테인먼트

이들은 ‘역주행 신화’로 일컬어지곤 했으나, 사실 2020년대 중반에 접어들수록 대체로 ‘역주행’보다는 오랜 호흡에 걸친 ‘정주행’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온당한 경우가 많다. 역주행과 재조명이 활발해진 시대, 이제는 탄탄하게 쌓아 올린 디스코그래피를 오프라인(공연)과 온라인(SNS)으로 꾸준히 노출시키며 천천히 반응을 얻는 것이 보편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케이팝의 활동 양상 역시 이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타이틀곡과 수록곡의 위계에서 벗어나, 선공개 리드 싱글과 후속곡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고, 앨범 수록곡 뮤직비디오를 다수 제작해 텀을 두고 발매하는 시도가 (전무했던 것은 아니지만)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2024년 찰리 XCX(Charli XCX)를 시작으로 FKA 트위그스(FKA Twigs), 핑크팬서리스, 자라 라슨(Zara Larsson), 슬레이터 등이 리믹스 혹은 쌍둥이 앨범 발매로 활동기를 길게 연장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데, 케이팝에서도 조만간 이런 시도를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러한 시도들은 결국 마케팅 역시 프로듀싱과 더 긴밀하게 연결되여야 하는 시대임을 보여주고 있다.

찰리 XCX “brat and it’s completely different but also still brat” 앨범 커버. “brat”의 리믹스 앨범으로, 로드(Lorde)가 참여한 ‘Girl, so confusing featuring lorde’, 빌리 아일리시가 참여한 ‘Guess featuring billie eilish’는 원곡보다도 더 큰 인기를 끌었다. ©Atlantic Records

그럼 이제 지금까지 다루었던 4세대부터 5세대까지의 흐름을 종합하고자 한다. 세 편의 글에 걸쳐 논한 내용을 연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퀴비, 아이돌로지

4세대, 4.5세대, 5세대의 분기점

5세대의 기점은 2024년 케이팝 역성장 후 수익 구조의 변화가 표면화된 해이자, 앞선 5세대 설명에서 주요하게 언급되었던 엑스러브, 하츠투하츠, 키키, 올데이프로젝트, 코르티스가 연이어 데뷔한 해인 2025년으로 잡았다.

더불어 지난 2020년 글에서 “아직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했던 4세대의 분기점 역시 다시 검토하고자 한다. 모든 산업의 생리를 뒤흔든 코로나-19 발발 시기(2020년)를 4세대의 기점으로 보는 의견도 있으나, 나는 여전히 2018년을 4세대의 시작점으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틱톡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의 급부상, 버닝썬 게이트로 촉발된 기존 아이돌 팬덤의 붕괴, 〈프로듀스 101〉의 수출과 SB19의 데뷔로 촉진된 아시아 지역별 아이돌 씬의 형성 등 4세대 아이돌팝의 지형도를 규정지은 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2018년에 몰려 있으며, 해외 타겟팅 그룹(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과 해외 현지화 그룹(보이스토리)의 본격 출현 역시 2018년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2018년 완전체 데뷔를 한 이달의소녀 역시 해외의 ‘스탠 컬쳐(stan culture)’를 주도한, “케이팝의 재영토화”라는 4세대의 표어에 걸맞은 그룹으로서, 이전 세대의 아이돌과는 구분되어 언급될 만하다.

스트레이키즈 “GO生” 콘셉트 포토 ©JYP엔터테인먼트

4.5세대의 기점은 우선 걸그룹의 경우 뉴진스, 르세라핌, 엔믹스, XG가 데뷔한 2022년으로 잡았다. 이 시기 한 차례 걸그룹의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으며, 이 가운데 특히 뉴진스는 5세대의 기틀을 다진 그룹으로 평가될 만하기 때문이다. 케이팝의 양식미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룩스맥싱’의 방법론, 대규모 송캠프보다도 전담 프로듀서 250과 프랭크(FRNK)와의 긴밀한 작업을 통해 확립한 음악적 정체성, 모든 수록곡의 뮤직비디오와 안무를 제작해 공개하는 싱글 컷 프로모션 방식, 멤버 캐스팅-트레이닝 단계에서부터 프로듀싱이 관여되었던 아이돌 제작 시스템의 혁신까지. 뉴진스는 5세대의 주된 방법론의 단초를 품고 있던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믹스팝”이라는 이름 아래 케이팝의 양식미를 과잉되게 표출한 엔믹스, 일본의 지역성을 가미해 초국적 케이팝의 실험을 펼친 XG 역시 케이팝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진 4~5세대 과도기의 주요한 그룹으로 꼽힐 만하다.

뉴진스 ‘Attention’ 콘셉트 포토 ©ADOR

보이그룹의 4.5세대 기점은 라이즈, 보이넥스트도어, 제로베이스원, 플레이브가 데뷔하며 보이그룹의 본격 세대 교체가 이루어진 2023년으로 잡았다. 특히 전담 프로듀서와의 협업 아래 셀프 프로듀싱의 영역을 확대해가고 있는 보이넥스트도어와 82메이저는 4~5세대의 과도기적인 모델로 평가할 수 있다. “SM 3.0 시대”의 첫 신인 그룹이었던 라이즈도 멤버 개개인의 자연스러운 성장기를 담는 데에 치중하고자 했던 그룹 형성 초기의 방향성이 아티스트의 개별성을 강조하는 5세대의 흐름과 맞닿아 있으며, 버추얼 보이그룹 플레이브 역시 K/DA,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비슷하게 (그러나 그들과 달리 프로젝트 그룹이 아닌 지속성 있는 그룹으로서) 케이팝의 굳어진 프로덕션 체계에 균열을 낸 존재로 조명받을 가치가 있다.

보이넥스트도어 “WHO!” 콘셉트 포토 ©KOZ엔터테인먼트

이제 다시 1세대부터 5세대까지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1~4세대에 대한 설명의 경우, 지난 2020년의 글에서 제시했던 연표 이미지에서 다소 미진했던 설명을 보완하고자 했다. (2.5세대 케이팝의 서구 진출 시도와 디지털 플랫폼 성장, 4세대 현지화 그룹의 등장과 아시아 아이돌 씬의 형성, 버닝썬 게이트를 비롯한 기존 아이돌 질서의 붕괴 등)

©퀴비, 아이돌로지

나가며

4세대를 정리했던 지난 글이 생각 이상의 관심을 얻었고, 이에 부족했던 글을 보완하고자 부연 글을 연재해가리라 마음 먹었었다. 사실 4세대 이후 케이팝과 팝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 첫 번째, 두 번째 글의 일부는 본래 2020년 글에 곧바로 이어서 발행하려고 구상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발행 시기를 놓친 뒤 언젠가 때가 온다면 자세히 풀어내리라고 다짐했던 내용을 이제야 쓸 수 있게 되어 마음이 놓인다.

다만 지난 세대론 글에 대한 반응을 상기하며 몇 가지 우려되는 지점이 있어 마지막으로 당부의 말을 남기려 한다. 첫째, 세대론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난 글에 대한 반응 가운데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단순히 ‘어떤 아이돌이 몇 세대인가’에만 관심을 가지는 반응이었다. 세대의 분기점이 된 년도에 데뷔한 아이돌을 일종의 개척자로 여기거나, 이외 년도에 데뷔한 아이돌을 마치 역사적 의의가 적은 것처럼 인식하는 이들도 간혹 있었다. 그러나 최소한 내가 접근한 세대의 개념은 그저 역사적 흐름을 편리하게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색인일 뿐임을 밝혀둔다. 개략적인 세대 분류가 개별 그룹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첫 번째 수식어가 되는 것은 부당하지 않겠는가. 세대 구분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터무니 없이 5세대를 주장했던 (나의 분류 상에서는 4.5세대에 해당하는) 엠넷 〈보이즈 플래닛〉과 같은 인식을 답습하지 않기를 바란다.

둘째, 세대를 특정 시기에 데뷔한 아이돌 그룹 군집을 일컫는 개념으로만 한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기본적으로 세대가 단순히 그 시기에 데뷔한 아이돌을 넘어 선배 아이돌을 포함한 케이팝 업계 전반에 적용되는 시대적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한다. 신인 아이돌 기획의 변화를 세대를 판가름하는 가장 큰 준거로 삼았던 이유는 신인 아이돌 기획에서부터 바뀐 시대상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 곧 세대 전환의 최종 확인 선언이라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임계점까지 변화의 흐름을 끌고 온 이전 세대의 역사 위에서 성립하는 티핑 포인트다. 즉, 이전 세대가 현 세대의 변화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양식의 아이돌 등장으로 확고해진 시대 전환은 이전 세대 아이돌의 현재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5세대의 양상을 짚는 파트에서 NCT 위시, 최예나 등 이전 세대 아이돌의 최근 경향을 함께 다루었던 것 역시 그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대 구분을 너무 칼같이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 먼저 년도에 따른 세대 구분은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엄밀하게는 이 분류가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컨대 2021년 연말에 데뷔한 빌리와 아이브는 오히려 2022년 데뷔한 그룹들, 즉 4.5세대와 묶어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또한 시대적 패러다임이 바뀌어도 계속해서 이전 세대의 방식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으며(특히 세대 전환 분기점에 데뷔한 그룹들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를 ‘뒤쳐진’, ‘안 좋은’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들은 오히려 케이팝의 생태계에 다양성을 더하는 기능을 한다. 새로운 세대의 양식은 시대 변화에 맞춰 생겨난 새로운 적응 양상일 뿐, 이것을 유일한 정답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애초에 그런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세대론에 대해 더 논의할 필요를 느낀다면 연재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다. 얼추 아이돌 표준 계약 기간인 7년 단위로 세대 전환이 찾아오는 것 같으니, 다음 글은 2032년 언저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혹은 만약 사람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케이팝의 종말’이 찾아온다면 그럴 일이 없을지도… 하지만 만에 하나 케이팝 업계가 멸망하더라도 케이팝의 유령은 국내외 음악 시장에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고, 나는 그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나의 세대 분류에 대한 반론이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갑론을박의 과정을 통해 케이팝 역사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이 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By 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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