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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주름치마 자락 : 돌아온 소녀세계

소녀풍 걸그룹의 ‘흔들리는 주름치마 자락’에는 청순함을 요구하는 시선과 섹시함을 찾는 시선이 뒤얽혀 있다. 두 시선이 교차하는 ‘핫스팟(hot spot)’이기도 하다.

이 기사는 반챠의 일본어 기고문을 번역한 것입니다. 日本語の原文の方は : http://bandug.exblog.jp/21779554/

한국에서는 지난 몇 개월간 소녀적인 면을 강조하는 신인 여성 아이돌 그룹이 다수 데뷔했다. 작년에 탑 아이돌의 지위를 확보한 에이핑크의 노선을 이어간다고 볼 수 있는 아이돌 그룹들이다. 그러나 ‘요정’의 이미지와 조금 다른, 현실과의 접점을 느끼게 하는 교복이나 테니스웨어 같은 의상, 특히 주름진 미니 스커트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작년 말 러블리즈의 쇼케이스를 보고 많은 일본 케이팝 팬은 일본의 교복과도 같은 의상에 놀랐다. 아니, 오히려 일본인의 눈에는 너무 자연스러웠기에 이것이 한국사회에서 ‘일본풍 무대의상’이라고 인식되고 있다는 것을 얼마 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일본풍’의 소녀가 같은 무대에서 힘찬 아카펠라 코러스를 보여주는 모습은, 확실한 케이팝 아이돌의 본 모습인 것이다. 일본인의 눈에는 동시에 지닐 수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모습으로 인식되어 매우 흥미롭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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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여자친구, CLC, 오마이걸 등 이른바 ‘청순함’과 ‘소녀다움’을 어필하는 여성 그룹이 다수 데뷔했다. 모두 케이팝다운 고난도 기술을 보여주면서도10대 소녀의 발랄한 분위기를 진하게 띄고 있다. 그러나 음악 방송에서 그녀들이 보여주는 ‘흔들리는 주름치마 자락’에는 청순함을 요구하는 시선과 섹시함을 찾는 시선이 뒤얽혀 있다. 이른바 두 개의 시선이 교차하는 ‘핫스팟(hot spot)’이기도 하다. 여자친구의 짧은 스커트와 안무의 선정성에 대한 논의가 그것을 반증할 것이다.

다시금 음악적인 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위의 그룹 모두 2014년 ‘썸’(소유&정기고), ‘200%’(악동뮤지션) 등의 히트로 보다 명백해진 경향을 이어나가고 있다. 케이팝에 있어서 EDM등의 격렬한 전자음에서 벗어나 보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음악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특징은 소녀시대나 카라, 그리고 원더걸스를 탄생시킨 2007년으로의 회귀로 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격렬한 EDM’과 적절히 균형 잡힌 어른스러운 아이돌로 전세계를 사로잡은 케이팝이 새롭게 노선을 전환하여 ‘로리콘 대국’ 일본으로의 접근을 시작한 것처럼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 소녀 스타일의 신인 아이돌 그룹들을 일본의 케이팝 팬들은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일까? 적절한 조사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가설로서, 과연 일본에서는 어떻게 받아 들이고 있는 것인지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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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큼한 소녀가 좋다! —- 긍정

터질 듯한 소녀스러움 가득한 미소와 의상을, 이러한 스타일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아이돌 팬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장식이 적은 제복과 체육복으로 건강한 매력을 제시하는 여자친구. 보다 긴 미니스커트로 ‘문화계’의 지적인 분위기를 지닌 러블리즈. 건강미와 함께 조금은 더 어른스런 느낌을 주는 CLC(레이디스코드와의 유사함을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그리고 천사처럼 순수한 분위기를 지닌 오마이걸.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일본에서도 팬이 늘고 있는 듯하다. 또한 앞의 두 그룹은 교복풍의 의상으로 ‘학교’의 느낌을 주며 뒤의 두 그룹은 사복으로서 ‘학교 밖’의 느낌을 더욱 주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도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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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 : 케이팝 신인 여성 그룹에 대한 10대 소녀의 인상
※ 단 ‘Hi’는 사복 스타일, ‘Eighteen’은 교복계열의 의상을 착용하고 있음
※ 장조/단조 모두를 사용하는 곡의 경우에는 주가 되는 조로 판단했다.

위의 도표가 제시하듯 음악적 특징의 관점에서 여자친구와 CLC가 채용하고 있는 단조 악곡이 가져오는 ‘향수’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러블리즈와 오마이걸이 채용하고 있는 장조 악곡이 주는 산뜻함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당연하지만 각자의 기호에 따라 평가가 나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 자신은 후자가 더 끌리는데, 특히 러블리즈의 곡에서 윤상과 east4A에 의한 정통파 일렉트로 팝은 매우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 쏘스뮤직
ⓒ 쏘스뮤직
이런 것은 케이팝답지 않아! – 부정

반면에 이러한 청순화, 소녀화 되는 경향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사람도 많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케이팝 팬에게는 신사동호랭이와 스윗튠, 용감한 형제가 레인보우, 티아라, 포미닛 등에게 제공했던 격렬하고 정렬적인 악곡군(이들은 EDM과 가요의 요소를 훌륭하게 배합하고 있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새롭게 데뷔한 아이돌의 부드럽고 담백한 곡들은 ‘무언가 부족하다’, ‘시시하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리고 서툴고 어려 보이는 소녀 스타일을 좋아하는 기호, 다시 말하자면 ‘로리콘’ 취향에 대해 비판적인 일본의 케이팝 팬도 당연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한국이 일본의 ‘로리콘 병’에 물들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부정적인 평가에도 그룹에 따른 차이가 있다. 위 도표의 교복 스타일의 그룹만을 놓고 비교해 보면 정말 강렬하게 ‘핫스팟’을 자극적으로 보여주는 (리얼한 체조복 스타일의 의상, 짧은 미니 스커트와 격렬한 허리 돌림 댄스 등) 여자친구를 선호하지 않는 케이팝 팬도 있고, 반대로 너무나도 우등생처럼 자극이 적은 러블리즈를 좋아하지 않는 케이팝 팬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또한 사복 스타일의 그룹끼리 비교해 봐도, 오마이걸이 너무 심심해서 인상에 남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는 반면, CLC는 어둡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개인의 기호까지 파고 들어가보면 한국과 일본 사이에 크게 다른 점은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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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트위터 등의 SNS에서 발견한 몇몇 일본 케이팝 팬의 의견을 참고하여 느낀 필자의 인상을 정리한 것이다. 구체적인 통계적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한 명의 일본 사람이 느낀 인상의 기록이라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앞으로 필자에게 흥미를 끄는 지점은 한국의 청중이 소녀적인 풋풋함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에 있다. 일본인이 케이팝을 사랑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이돌들의 노래와 댄스의 높은 퀄리티에 있으며 이는 일본에선 잘 볼 수 없는 것이다. 반대로 일본의 아이돌 팬이 처음 케이팝 아이돌에게 느꼈던 위화감은 ‘완성도가 너무 높아 아이돌답지 않은’ 점에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아이돌은 풋풋함이 남아있기 때문에 좋다’는 아이러니가 널리 퍼져있다. 앞으로 한국의 팬은 아이돌의 노래와 댄스가 풋풋해 보이고 미숙해 보여도 과연 그들을 사랑해줄 수 있는 날이 올 것인가?

ⓒ KBS
ⓒ KBS

다른 한편으로, 위에 언급하지 못했지만 소나무가 ‘여대생’ 콘셉트로 활동했던 것이 다른 의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힙합 스타일의 의상에서 청바지와 하얀 셔츠로 바꿔 입은 ‘가는거야’시절의 활동에 대하여 이야기해보자면, 그녀들의 ‘산뜻한’ 매력을, 성인 여성이 보여주는 성숙미로 완전히 변화시킨 것도 그 반대도 아닌, 아이돌의 진짜 나이와 꼭 맞는 상태에서 보다 자연스럽게 표현하려 했다는 것이다. 필자는 대학생이라 보기에는 많이 ‘소녀적’이라고 느꼈지만, 아이와 어른의 중간 지점이라는 시도에 한국내의 평가와 함께 계속 주목해 보고 싶다.

아마도 한국뿐만이 아닌 일본에도 여러 견해가 있겠지만 일본의 케이팝 팬이 ‘흔들리는 주름치마 자락’의 행선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번역 : 김라흐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One reply on “흔들리는 주름치마 자락 : 돌아온 소녀세계”

로리콘병을 우려하는 케이팝팬들 ㅋㅋ 케이팝에대한 일본반응과 분석이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