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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5년 4월 하순

2015년 4월 21일~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트랜디, 더 씨야, 베이비, 박보람, 이브, 미스터미스터, 유니크, 핫샷, 기쎈, 김예림, 엠펙트, 에이션, 키썸-릴샴-제이스-보라-아둥가, 지민-J.DON, 방탄소년단, 더블에이트, 큐피트의 음반을 들어보았다.

2015년 4월 21일~3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 단평. 트랜디, 더 씨야, 베이비, 박보람, 이브, 미스터미스터, 유니크, 핫샷, 기쎈, 김예림, 엠펙트, 에이션, 키썸-릴샴-제이스-보라-아둥가, 지민-J.DON, 방탄소년단, 더블에이트, 큐피트의 음반을 들어보았다.

백상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1일

유제상: 음원을 재생시키기 전 평자 맘은 두근두근, 혹시 영턱스클럽의 '정'일까? 아하하 설마 설마... 하고 눌러보니 오 마이... 평자가 이 '정'이 영턱스클럽의 '정'이 아니길 바랐던 이유는 두 가지다. 1. 영턱스클럽의 '정'은 곡이 발표된 1996년 당시에도 이미 아이돌 음악과 트로트의 안이한 결합으로 악명 높았다. 2. '정'의 흥행은 노래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화려한 춤이나 퍼포머의 개성적인 움직임 등 외적인 요인도 매우 중요하다. 일단 평자가 들은 것은 음원뿐이지만, 여기다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정'이 21세기에 다시 인기몰이를 할 일은 없어 보인다.

조성민: 이 노래 전주가 나오자마자 제가 왼손으로 이마를 짚은 건 비밀로 해주세요. 물론 어떤 아티스트든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만들 권리가 있고, 그것은 분명히 지켜져야 하고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존재 자체로 충분한 의미를 찾은 것이 혹시 아니라면, 창작자는 '수요'의 개념에 대해서도 조금은 고려해볼 필요가 있겠다. 이 곡은 90년대의 대히트곡 '정'을 굳이 21세기의 걸그룹이 리메이크 해야만 했던 이유를 전혀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냉정히 말해, 아무리 90년대의 향수를 간직한 사람이라도 굳이 원곡이 아닌 이 리메이크 버전을 찾아 들어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더욱 난감한 점은 본래 혼성 그룹이었던 영턱스클럽의 '정'을 걸그룹이 재해석하면서, 남성 파트를 그저 코러스 혹은 공백으로 처리해버려 온전한 원곡의 형태를 유지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와서는 안 될 리메이크의 표본을 본 듯하다.


U & Me
MBK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1일

유제상: 코어에서 MBK까지, 이 회사가 만든 경향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한때 모든 발라드 가수들이 소몰이 창법을 썼던 것을 기억한다면, SG워너비-씨야-다비치로 이어지는 발라드 계보는 사실 SMP처럼 하나의 장르로 다루어야 마땅하다. 차이점이 있다면 SMP가 곡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하나의 컬트로 받아들여진 것에 비해, 이들의 음악은 좀 더 대중적인 대신 자기소모가 심했다는 것일라나. 사실 더씨야의 노래가 선배들의 경향을 이었는지 혹은 그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평자는 도입부의 '결혼행진곡' 테마만으로도 그 무성의함에 화가 치밀어 오르니까.

조성민: 아주 간략하게 이 곡을 소개하자면, 다비치-씨야 류의 여성 보컬들이 꽤나 밝은 분위기의 '한국형 미디엄템포 R&B'를 불렀다 할 수 있겠다. 보컬이 꽤나 독특하게 들려서 더 좋은 곡을 만난다면 분명 재미있는 작품을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런 전형적인 2000년대 가요에 보컬이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 무척 안타깝다.


이별 정리
CAN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2일

유제상: 계절감을 잊어버린 처절한 발라드. 정지화상 위주의 뮤직비디오가 처연함을 더한다. 사실 이번 회차는 더씨야의 경우도 그렇고, 여름이나 다름없는 날씨가 무색한 곡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 무슨 변고인고.

조성민: 그러고 보니, 이쪽이 오히려 '더 씨야'보다도 더 '씨야' 같다. 최근 보컬과 가창력이 강조된 신인 걸그룹이라면 마마무 정도가 전부였는데, 데뷔작부터 꽤나 호평을 받았던 베이비까지 가세하면 좀 더 들을 만한 음악이 많이 나올 것 같은 느낌. 비유하자면 과거 브라운아이드걸스와 씨야의 대결을 다시 보는 느낌이 날 것 같다.


CELEPRETTY
MMO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2일

미묘: 지금 박보람의 목소리는 쨍한 선명함과 살풋한 편안함을 함께 가졌는데, 전자는 조금 뻔한 주제지만 리듬의 텍스처와 살짝 비튼 화성이 매력적인 'Before After'에서 또랑또랑하게 울리고, 후자는 '심쿵'에서 무척 자연스럽게 가벼운 공기를 이루다가도 후렴의 가성 계단을 산뜻하게 밟으며 날아오른다. 두 가지를 모두 가진 경쾌한 타이틀곡 '연예할래'는 피아노와 브라스의 저음과 대조를 보이면서 좋은 균형감 속에 매끄럽게 리듬을 탄다. 정말 새삼스럽지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못 당한다. 전략의 방향은 어쨌든, 가볍게 흘려 들어도 조금 인상 쓰고 디테일을 들어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갑작스러운 본격 단조 청승 웅장 발라드 'Lonely Night'가 산통을 깰 뻔하기도 하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이어지고 나면 '예뻐졌다'의 "예!"가 유난히 기세 좋게 느껴진다.

유제상: '예뻐졌다' 부를 때에는 정말 예뻐진 데다가, 노래 자체가 박보람의 분위기와 잘 맞아 참 괜찮았다. 반면 '연예할래'는 본인의 의지와는 별도로 뭔가 유치해진 느낌. 갑자기 앤씨아와 라이벌 선포라도 한 걸까? 팬층을 이런 식으로 공략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오디션 스타인 박보람이 아이돌팝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질 이들도 적지 않을 듯하지만, 박보람은 확실히 지금의 이 아이돌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즐기는 듯 보인다. 통통 튀는 베이스 음과 잘 어울리는, 어딘가 강단 있어 보이는 박보람의 음색은, 하지만 충분히 경쾌하고 들떠 있다. 어쩌면 가장 아이돌다운 앨범.


Girls Getup
XIAWA MUSIC
2015년 4월 22일

유제상: 티저를 보니 최근 보기 드문 섹시 계열. 중국어가 여기저기 튀어나오고. 오, 중국 시장을 노린 걸그룹인가보다 하고 찾아보니 엥, 그냥 중국 그룹. 그것도 이미 작년 7월에 한 차례 'Mystery LOVE'라는 곡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일단 중화권 노래는 잘 모르기 때문에 들은 대로 평가하자면, 일반적으로 걸그룹이 부르는 댄서블한 케이팝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배경에 깔린 잡다한 소리들이 좀 더 요란한 정도. 사실 평자는 이들의 노래보다, 이들이 한국에 싱글을 발표한 이유가 훨씬 더 궁금하다. 이건 "본토에서 인정받겠습니다!" 하면서 한국사람에게 김치를 파는 거랑 비슷하잖아. 심지어는 포장지를 번역하지도 않고.

조성민: 종종 외국인들은 '케이팝'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해지곤 하는데, 이런 시도들을 보고 있자면 참으로 암담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아니, 여러분이 보고 따라 한 그것들이 여러분이 생각하는 케이팝의 전부는 아니겠죠? 아니라고 말해줘요.


Out
이호 엔터
2015년 4월 24일

오요: 환골탈태. 소녀시대를 디스하던 그 미스터미스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다. 타이틀 곡 'Out'이 특히 그러한데 가사 부분을 끌고 나가는 멤버들의 보컬 실력과 훵키한 전자음, 적당한 뽕끼, 둔탁한 베이스가 어지럽게 뒤섞여 정체불명의 깊은 맛을 낸다. 뒷부분에 이르러 나오는 랩이 뜨악할 수준이라 감흥을 망쳐버리는 것이 몹시 안타까울 뿐이다.

조성민: 의외로 트랙 구성이 꽤나 잘 짜여있다. 지향하는 무드도 일정하고, 보컬이나 래핑도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적절히 정돈되어 있다. 문제는 그들의 콘셉트나 퍼포먼스 등 비주얼 어필이 앨범 안의 이런 무난한 준수함을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타이틀곡에서 메인보컬 태이에게만 파트가 지나치게 쏠려있는 점은 조금 패착으로 보인다.


EOEO
Y.H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4일

미묘: 아마도 '유니크'란 이름이 주는 어그로를 잊는다면 썩 나쁘지만은 않게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뻔해지려는 듯한 순간마다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EOEO', 느긋한 비트 위에 소울풀한 분위기와 청량한 북유럽풍을 결합하는 'Luv Again', 강력한 금속성 사운드로 시작해 느닷없이 완연한 보컬 하우스로 달려가는 'Listen To Me' 등은 줌바스 뮤직을 위시한 프로듀서진의 준수한 변덕을 즐겨볼 만하다. 그럼에도 어딘지 지속적으로 어색한 기분은, 조금 과장하면 휴먼리그를 연상케 하는 무뚝뚝한 보컬과 미성이 교차하는 'Listen To Me'에서 후자의 힘이 상당히 부치는 시점에서 그 정체를 드러낸다. 곡과 사운드의 힘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 꼼꼼하고 가열찬 디렉팅의 부족, 혹은 곡과 보컬리스트의 미스매치가 그것이다. 그 시점에서 이어지는 두 기존 발표곡은 그런 어색함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으니, 바꿔 말하면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때깔을 보이는 프로덕션에서 이것이 '일단은 여기까지'라고 납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유제상: 아마 평자의 기억이 맞다면 이들의 지난 싱글을 비평할 때 '유니크의 유니크함은 유니크하지 않은 것'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은데, 이번 EP는 이러한 평가를 비웃듯 훌륭하다. 비록 기존 싱글의 곡을 함께 수록하긴 했지만 EP를 인스트루멘탈 없이 다섯 곡으로 꽉 채웠고, 새로운 세 곡은 하나하나 듣기 좋다. 특히 세 번째 트랙 'Listen To Me'는 평소 아이돌로지 1st Listen을 꼼꼼히 읽으며 유제상의 취향과 비슷하다고 느낀 분이라면 대단히 즐겁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조성민: 큰일이다. 이들은 본인들이 무척 유니크한 어떤 것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은데, 음악부터 비주얼까지 어디에서도 이들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볼 수가 없다. 냉정히 말해, 이들이 여타 힙합 아이돌 틈에 섞여 있을 때 과연 충분히 돋보일 수 있을까. 다이내믹 없이 단조롭게 흘러가버리는 보컬과 랩도 문제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섹스어필 동작뿐인 안무도 상당히 큰 문제로 보인다.


Am I Hotshot?
케이오 사운드
2015년 4월 24일

오요: 타이틀곡 'Watch out' 부터 'Rain on me', 'Take a shot' 등 곡들의 '때깔'이 심상치 않아 작곡진을 보니 엑소의 '으르렁'을 맡았던 신혁의 이름이 보인다. 개별 곡으로는 듣기에 나쁘지 않지만 이것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핫샷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시금 그룹의 미래와 정체성 등에 대한 고민, 그에 바탕을 둔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는데, 이 얘기를 퍼스트 리슨에서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군요......

유제상: 엑소로 대표되는 최근 남성 아이돌의 경향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EP. 특히 타이틀 'Watch out'은 유독 SM 아이돌의 분위기가 난다. 물론 곡 자체는 양질의 것이고, 이들 특유의 재미도 있으니 핫샷의 팬이라면 안심이 될 것이다. 다만 팬이 아닌 경우 다른 그룹과 큰 변별점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조성민: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데뷔곡을 변주하는 것에 그쳐서 많이 아쉽다. 그룹의 캐릭터를 잡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면 할 말 없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변주가 아니라 그저 자기복제에 그쳐있는 듯도 해서 신경이 쓰인다. 뭐 하나만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뭘까.


Dream
Honey Voice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4일

유제상: 오랜만에 네이버 인물검색에도 안 걸리는 신인을 만났다. 이전에 마마무가 신인임에도, 이들 이후에 데뷔할 그룹의 프로토타입이 될 것이라 언급한 적이 있는데, 기쎈의 'Dream'이 딱 그 짝이다. 뮤지컬 같은 도입부, 읊조리듯 부르기, 시시콜콜한 가사 등등... 섹시녀가 가고 교복녀와 뮤지컬 팬이 쇄도하는 현실이 괴롭다.


Simple Mind
미스틱89
2015년 4월 27일

유제상: 오, 무려 일곱 곡! 평자는 김예림 목소리를 매우 좋아하므로 이것은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사실 바로 전 싱글인 '어른 맞니'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아직 이 곡의 여운이 가시지 않기는 했지만, '알면 다쳐'를 비롯한 EP의 곡들은 그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무리 없이 모든 곡들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갑자기 섹시 콘셉트가 강해졌다든지, 실은 별문제 없는 거 같은데 남자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표독스러운 가사도 그대로라든지 하는 문제도 있지만. 혹자는 급 이뻐졌다고 하는 거 같은데, 김예림은 원래 이뻤다.

이번 회차의 추천작

조성민: 아직 여러 음악을 다양하게 들어보진 못해서 섣불리 말하긴 힘들겠지만, 확실히 김예림의 목소리는 독보적인 데가 있다. 그리고 이번 앨범은 김예림의 모든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측정해서 손수 예쁘게 맞춘 한 벌의 옷처럼 김예림 본인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레벨에서는 아티스트 본인의 참여 여부가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하는 법이다. 이 앨범을 듣는 누구라도 김예림이 앞으로 오랫동안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아티스트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사이에 어떤 괴리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앨범.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 부럽다.


Impact
마이다스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7일

미묘: 모든 아이돌 음악이 캐치한 곡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 (하물며 그것이 멜로디로 이뤄져야 할 이유 또한 없다.) 그러나 웬만한 아이돌 싱글 오프닝 트랙에도 못 미치는 곡으로 제목처럼 임팩트를 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보컬도, 랩도 통제되거나 정제되지 않고 그렇다고 에너지가 넘쳐나지도 않으며 맥 빠지는 사운드로 녹음된 채 사운드나 편곡, 훅 모두가 몇 년 전의 것을 구태의연하게 버무리기만 해서야, 더욱 어려운 일이다.

오요: '3년 동안 피눈물로 다져온 실력파 6인조 남성 그룹'이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곡을 들으며 내가 피눈물을 흘릴 뻔했다. 적어도 곡을 낼 거면 보컬 녹음 정도는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

조성민: 어른들이 바로 이런 노래를 듣고 '요새 애들은 도통 시끄러운 음악만 듣는다'는 말을 하지 싶다.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다, 기획자부터 멤버들까지.


RelAcian
모노테크놀로지 코리아
2015년 4월 27일

미묘: 이미지의 차별화와 음악성에 대한 욕심만으로 아이돌이 성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껏 에이션에게 꼭 맞는 옷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복싱을 중심으로 한 파워풀한 이미지에 비해 정작 목소리는 매우 부드럽고, 발라드를 위시해 인정받기 좋은 음악에의 욕심도 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면에서 'Driving'은 꽤나 진척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묵직한 비트로 그루브를 일구는 가운데 대책 없는 천상 청춘을 기조로 하여 밝은 톤의 보컬을 강조하며 시원하게 흐르는 곡이다. 다소 캐릭터가 강한 편인 랩 역시 무게를 잡기보다 짓궂은 터치로 곡 전체의 유쾌한 분위기를 돕는다. 결국 기존보다 평이한 노선을 선택한 셈이라, 사실 대단히 특별한 음반으로 들리지만은 않는다는 아쉬움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Driving'과 '그냥 떠나가'만큼은 최근 에이션의 어느 음반보다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리고 그것은 분명, 단지 익숙한 스타일의 곡이라서만은 아니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성민: 이제는 '힙합 아이돌'이 아니라는 것만으로도 꽤나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다. 귀엽고 위트 있는 'Driving'의 안무는 멤버들을 충분히 돋보이게 해주고 있고, 내달리는 밴드 사운드는 아이돌의 장인이 '그래, 이 맛이야'라며 흡족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게끔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조금 더 늦은 시점에 여름 노래로 나왔어도 좋았겠지만, 이들의 여름에는 분명 행사 스케줄이 있을 테니 걱정하지 않을게요.


Feedback
스타쉽 엑스
2015년 4월 28일

유제상: TV 광고까지 하기에 뭐 대단한 거 만들었나 하고 들어봄. 확실히 후렴구의 멜로디나 이런 것들은 귀에 쏙 들어오지만, 메인인 랩으로만 한정하면 상당히 재미없는 축에 속한다. 〈언프리티 랩스타〉의 연장선상에서 평가할 수 있는 물건임을 감안할 때, 이 곡을 포함하여 '잘은 모르겠고 니들은 더러우니까 내 몸에 손대지 마 오케' 내지 '훠~ 난 대단하지 너도 대단하니 대단하면 커몬' 같은 랩은 이제 더는 없길 바란다.

조성민: 잔뜩 힘이 들어간 비디오에 비해 이들의 랩에서는 에너지도, 여유도 보이지가 않는다. 보통 '기준 미달'을 보면 '이러저러한 것을 해보려다가 실패했군'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이건 도대체 어떤 걸 해보고 싶었던 건지 조금 알 수 없겠달까. 예쁜 척을 할 거면 예쁜 척만 하고, 쎈 척을 할 거면 쎈 척만 하지. 예쁘게 쎈 척은 아직 능력 밖인 것 같으니까.


N Project #1 GOD
FNC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8일

조성민: 아, 너무 아쉽다. 이 곡과 뮤직비디오가 〈언프리티 랩스타〉 이전에 나왔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신인 데뷔 프로젝트로는 나쁘지 않은, 오히려 꽤나 '고퀄의' 작품이지만, 왜 자꾸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걸까.


화양연화 pt.1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9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미묘: 인트로 '화양연화'의 격정이 이전보다 강렬해졌다면 'I NEED YOU'는 보다 일렉트로닉 친화적 사운드의 '케이팝스러운' 느낌으로 화려함을 더하고, '잡아줘'는 여느 때보다 애절한 감성을 우아하게 잡아낸다. 음반의 허리를 차지하는 '쩔어'와 '흥탄소년단'은 공격적인 에너지를 유쾌함으로 가득히 풀어내 도무지 견디기 힘든 업리프팅을 선보인다. 커리어의 변화와 의지를 담은 '이사'에서 여유로운 공기와 묵직한 메시지가 맞물리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여전히 "방탄 스타일"을 외치는 것이 기청감을 주지만 장르적으로는 꽤나 느긋해졌는데, 공격성과 유쾌함의 떠들썩한 조합으로 방탄소년단을 따라올 자가 얼마 없다는 자신감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치닫는 감정으로 내달리며 '힙합전사' 류의 무엇을 찾기보다 좀 더 유니크한 아티스트로서 방탄소년단의 정체성으로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요: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방탄소년단이다. 그 때문인지 앨범마다 상당히 공들인 티가 여실히 나고, 기획 의도가 명확하다. '학교 3부작'을 마무리하고 내놓은 "화양연화 pt.1" 역시 그러하다. 물론 노력, 투입된 자본의 양과 결과물의 질이 비례하는 건 아니지만 치밀하고 확실한 기획 없이 그저 유행하는 것들을 어설프게 흉내만 내는 아이돌들보다는 이쪽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곡들간 낙차가 다소 크고, 몇몇 트랙에서 드러나는 기술적인 문제, 음반의 흐름을 끊어 먹는 스킷 등이 아쉽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타이틀곡 'I NEED U'는 여지껏 방탄소년단의 타이틀곡들 중 가장 탁월하다. 후렴과 이어지는 간주 부분은 올해 상반기 케이팝 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이 아닐까.

조성민: 정규 앨범 같은 볼륨의 미니 앨범. 소년들은 결국 학교 밖으로 탈출했다. 탈출해서 당도한 곳은 모두가 예상했던 뒷골목보다는 번화가 대로변 앞의 연습실이다. 어째서인지 2000년대 중반쯤의 국내 힙합 씬을 연상시키는 트랙들이 많다. 왠지 음원 사이트 스트리밍이 아니라 도토리로 결제해서 미니홈피에 BGM으로 깔아야 할 것 같달까. 확실히 그 당시 음악을 듣고 자란 세대가 이제 활동하기 시작해서일까, 인피니트H에 이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는 느낌이 든다. 기존 앨범들에 비해 보컬 파트가 많아지고 그 비중도 꽤나 커진 점이 흥미로운데, 특히 전보다 훨씬 발전한 지민의 표현력과, 여전히 보컬을 안정적으로 리드하고 있는 정국이 인상적이다. pick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나를 떠나가지마라
스타오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9일

미묘: 사운드 소스 하나하나는 꽤 좋은 편. 지글거리는 신스가 팽팽한 긴장을 자아낸다. 정작 '노래'로서는 조금씩 에너지가 새어나가는데, 빌드업이나 워블베이스 브레이크 같은 구조적인 장치들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맥빠짐이 있다. 그것은 다소 힘이 부족한 보컬만의 문제라기보다는 보컬 트랙과 편곡의 유기적인 결합이 채 가다듬어지지 않은 탓도 커 보인다. 게릴라 공연 위주로 활동한다고 하는 팀이라고 하니 퍼포먼스를 통해 보완되는 다이내믹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왕 곡의 공기를 번쩍거리게 잡았다면 음원만으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곡을 기대하고 싶다.

조성민: 어른들이 바로 이런 노래를 듣고 '요새 애들은 도통 시끄러운 음악만 듣는다'는 말을 하지 싶다 2. '잘하는 사람'이 어디에도 없다, 기획자부터 멤버들까지 2.


I Feel Good
인 엔터테인먼트
2015년 4월 29일

미묘: 일단 이 곡은 꽤 괜찮은 곡이 될 수 있었다. 보도자료에 기재된 '빅룸 스타일'을 관계자들이 무엇으로 이해했는지는 다소 모호하지만 아기자기하게 배치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제법 설탕 맛을 잘 구현하고 있다. 보컬은 특출나게 들리진 않으나 곡의 힘으로 이끌어나가는 이 곡에서 특별한 흠결이 되지는 않는다. 가사는 적당히 피상적인 아이돌과 적당히 피상적인 댄스음악의 그것을 버무려두었다. 그러나 모듈레이션이 곡의 음정을 흔들어 놓아 감상을 방해한다. 신스를 마음껏 휘둘러도 좋다면 얼마나 많은 일렉트로닉 음악가들의 표현 범위가 얼마나 넓어졌을까. 결국 얼핏 들으면 렌더링의 문제를 의심하기까지 하게 하는 이 곡의 트래킹은 제작진의 댄스음악에 대한 이해가 그저 전자음을 쏟아부은 것 수준에 그침을 보여준다. 프로듀서의 습작으로서 신인 아이돌의 데뷔곡은 지나친 값이다.

유제상: 사실 그룹 이름부터가 난항의 연속이다. 동명의 남성 그룹도 있었고, 얼마 전 데뷔한 오마이걸의 타이틀도 'CUPID'이고, 여튼 자신만의 이름을 알리기가 매우 불리한 상황. 타이틀 'I Feel Good'은 오히려 작년에 배드키즈나 와썹이 선보이던 신나는 걸그룹 노래에 가까운데 이게 딱히 인상 깊은 부분 없이 듣는 이의 귀를 스르르 스쳐 간다. 뜨거운 무대매너를 기대한다만, 일단 이 곡만으로 인기몰이는 무리.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