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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타 – Shake It : 짜릿함은 어디로 갔을까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이 곡을 끔찍하다고 하는지 궁금해 4시간가량 코멘트들을 읽고 곡을 들었다. 너무나 지친 나는 잠시 쉬며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리곤 별안간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씨스타의 ‘Shake It’을 약 15번 듣고 비디오 리뷰를 촬영해 업로드한 뒤,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꽤나 놀랐다. 내 비디오 리뷰에도 굉장히 부정적인 코멘트들이 달려 있었는데, 내가 ‘감히’ 이 곡을 좋아한다는 것을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 자신이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며, 음악 마케팅에도 관여하는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기에, 왜 그토록 많은 이들이 이 곡을 끔찍하다고 공격하는지가 궁금했다.

유튜브와 케이팝 포럼, 기타 SNS에서 많은 코멘트를 읽어보았지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구체적인 음악적 이유를 제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부정적인 코멘트 속에서 그나마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는, 이 곡이 “지루하고”, “강한 비트가 없고”, “후렴이 없다”는 것이었다. “후렴이 없다”는 것은 유일하게 이해가 가는 지적이었다. 이 곡은 독특하게 디자인되어 있어 일종의 이중 후렴 혹은 연차적인 후렴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번이고 곡을 다시 들어 보아도 여전히 나는 다른 지적들에 동의할 수 없었다.

4시간가량 코멘트들을 읽고 곡을 계속해서 듣던 나는 너무나 지쳐버렸고, 잠시 쉬며 저녁을 먹기로 했다. 스튜디오 밖에 나와 다른 방에서 저녁을 먹으며 노트북으로 곡을 다시 틀었다. 그리곤 별안간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씨스타 - Shake It

‘Shake It’을 노트북 스피커와 같은 저품질의 시스템으로 듣는 것은 (그렇다, 모든 노트북은 오디오 재생에 관한 한 저품질의 시스템이다) 곡의 성격을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곡의 생기를 상당부분 앗아가, 나에게도 시시하게만 들린 것이다. 내가 그토록 사랑한 곡이 갑자기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곡의 화성 구조를 받쳐줄뿐더러 어마어마한 카운터 리듬(counter-rhythm)을 제공하던 짜릿한 베이스 라인이 노트북에선 거의 사라졌다. 리듬을 분할하며 생기의 원천이 되어주는 하이햇 또한 보컬 뒤로 거의 덮여버렸다. 스네어와 클랩마저도 그 강렬함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기본적으로 이 곡은 잘 들리는 보컬만 남고, 조용하고 멀게 들리며 주파수 밸런스도 엉망인 반주로 변해버린 것이다. 같은 곡을 아이폰 5s로 들었을 때의 결과는 더욱 심각했다. 곡은 아무 매력도 생기도 없었다. 스튜디오로 돌아와 비교적 양호한 스피커 시스템으로 듣자 이 곡이 가진 모든 마법이 되살아났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곡의 믹스를 다시 살펴보자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곡의 믹싱과 마스터링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보컬이 내 귀에는 다소 지나치게 밝고 날 선 것처럼 들리기는 하나 이는 사소한 불만이었다. 전체적인 주파수 밸런스는 훌륭했고, 인간의 가청범위 전체를 의미 있게 활용하고 있었다. 이는 이 곡의 프로덕션의 강점인데, 문제점 또한 거기에 있었다.

대개의 경우 믹싱 엔지니어들은 모바일이나 저품질의 스피커 시스템으로 감상하는 이들을 위해 약간의 트릭을 사용한다. 베이스를 왜곡시켜 원래의 신호에 고음역 하모닉스를 섞어 넣음으로써 저역을 재생할 수 없는 스피커로 듣더라도 베이스가 들리도록 하는 식이다. 인간의 귀는 왜곡된 고음역의 하모닉스를 듣더라도 마치 원래의 저역이 들린다고 상상해 인지하기 때문이다. 비슷한 테크닉은 킥 드럼에도, 또한 믹스 전체에도 사용된다. 이런 청각적 착시현상은 물론 고품질의 스피커 시스템에서도 들리는데, 믹싱 엔지니어들은 이를 듣기 좋고 믹스 전체와도 어울리도록 만들 수 있는 게 보통이다. 이런 소리들은 최종 완성품인 믹스의 빈 공간을 채워 넣는 데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작업의 대상이 되는 곡의 스타일에 따라 원치 않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Shake It’에 빠진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트릭들이다.

더 나아가, 이 곡에는 최근의 많은 곡들이 취하는 극단적으로 과도한 컴프레션이나 리미팅이 이뤄지지 않았다. 내겐 이 곡이 다이내믹하게 들린 것은 그 덕분이다. 그러면서도 다른 상업적 발매반들에 못지않은 라우드니스 또한 갖추고 있다. 곡의 믹스를 여기까지 가져오는 것은 매우 어렵고도 바람직한 일이나, 또한 저품질의 스피커 시스템에서 곡이 엉망으로 들리게 하는 결과도 낳았다.

씨스타 - Shake It
“Make it louder!”

과도한 컴프레션이나 특정한 마스터링 EQ의 조작 등은 모바일이나 저품질 재생 환경에서 곡이 잘 들리도록 하는 방책들인데, 대개는 부정적인 부작용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 곡의 프로듀서들은 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이런 테크닉들 중 상당수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더 순수하고 솔직한 사운드를 추구한 것이 이 곡의 프로듀서들의 결정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이 곡은 좋은 시스템에서 들을수록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사운드의 소스와 레코딩은 그저 훌륭하기만 하다. 단지 저품질의 시스템에서 ‘괜찮게’ 들리도록 꾸밈을 가득 채워 넣지 않았을 따름이다. 이로 인해 저품질의 시스템이 실제로 들려주는 사운드가 얼마나 빈약한지, 음악의 매력과 임팩트를 얼마나 앗아가는지 폭로하게 된 것이다.

권하고 싶다. 특히, 이 곡이 별로라고 느낀 사람이라면 말이다. 가능하다면 이 곡을 풀사이즈의 고품질 스피커 시스템에서 들어보길. 한없이 더 좋은 곡으로 들릴 것이다. 더 ‘적합한’ 형태로 이 곡을 감상했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러분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다. 이어폰, 휴대폰, 노트북 등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편리하기는 하나, 그것이 진정한 형태의 음악만이 들려줄 수 있는 진짜 퀄리티와 임팩트, 기쁨을 우리로부터 앗아갈 수 있다는 점을 때론 기억할 필요가 있다.

번역 : 미묘

MRJ

By MRJ

MRJ is a recording artist, session musician, songwriter, producer, and mixing engineer from the USA. He is the owner and operator of MRJ Studios and also Vlogs about music in his spare time on the MRJKPOP channel on YouTube.

5 replies on “씨스타 – Shake It : 짜릿함은 어디로 갔을까”

좋은스피커가 없는 서민들이 들을수 없는 노래군요….. 이노래가.클래식정도의.클라스가 있는 노래인지 저는 몰랐습니다…
알바 1년 빠짝해서 좋은 스피커 사고.다음 여름에 다시 들어봐야겟네요
좋은노래.알려쥬셔서ㅠ감사합니다

과연 좋은 오디오인터페이스에 좋은 모니터 스피커 환경을 갖춘상태서 노래를 듣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대중음악이라 함은 MRJ님께서 말씀하신 ‘저품질 시스템’으로 듣는 사람이 10중에 8,9 일테니 말이죠

대중음악을 하는 작곡가가 그런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다는거 자체가 문제가 될 사항이지 않나 싶습니다.

기가 막힌 소리다. 물론 아이돌팬 중에 오디오필(Audiophile)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재미없게 들릴 아이돌 노래라… 그럼 그냥 재미없는 노래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