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는 방탄소년단에 대해 굉장히 양가적인 감정들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힙합’을 표방하는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어떤 선입견으로 바라보거나 폄훼할 생각은 없다. 이들은 장단점이 분명하게 존재한다. 장단점의 공존은 비단 음악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프로덕션을 비롯한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전체에서 등장한다. 전반적으로 그룹 자체나 각각의 캐릭터는 장점이지만, 포장재나 포장 방식이 늘 아쉽다. 이러한 양상은 전작들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뚜렷하게 등장한다.
안정 지향적인 신곡
“Skool Luv Affair Special Addition”은 기존 앨범이었던 “Skool Luv Affair”의 리패키지다. 커버 아트워크를 바꾸고 두 곡을 추가한 이번 버전은 ‘Edition’이 아닌 ‘Addition’을 썼다는 점에서도 약간의 센스를 선보이려 했으나 딱히 신선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추가한 두 곡은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한 트랙인 만큼 앨범의 제목과 잘 어울리며, 특히 ‘좋아요 (Slow Jam Remix)’는 장르에 대한 이해와 안정적인 실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타이틀 ‘Miss Right’ 같은 경우, 곡 자체는 괜찮다고 느껴질지 모르나 ‘상남자’에 비하면 훨씬 평이할뿐더러 방탄소년단의 개성이 줄었다. 극단적인 비유일지 모르나 이 곡만 놓고 보면 비투비(BtoB), B.A.P와 다를 게 없다. 랩의 비중이나 랩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그러니까 16마디를 쓰느냐 8마디를 쓰느냐의 차이와 그리고 그걸 얼마나 소화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보면, 실력 면에서 차이점을 둘 수는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지나치게 안정적인 방식을 택한 곡이 아닌가 싶다.
기존 앨범 타이틀 ‘상남자’의 경우, 앨범이 보이는 욕심 중 몇 가지가 잘 결합한 형태인 동시에 방탄소년단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명확하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크게 칭찬하고 싶다. 보도자료에 ‘올드 스쿨 힙합’이라고 쓰는 바람에 뭇 사람들에게 한 소리 들었는데, 전기 기타를 이용하여 록 어프로치를 가미한 서던 힙합 곡이라고 하는 것이 차라리 옳을 것이다(심지어 버스(verse)에서는 덥스텝에서 주로 쓰이는 사운드 소스를 더하기도 하였다). 미국 힙합 씬에서는 꾸준히 있었던 시도이다. 하지만 강한 느낌과 사랑 이야기, (이제는 나이를 먹어서 잘 모르겠지만) 10대의 정서가 어느 정도 결합하였다는 점에서, 콘셉트와 프로덕션만으로도 성공한 셈이다. 더불어, 파트 분배가 타이트하고 힙합 곡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끌어낸다는 점에서 잘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브리지에서 메이저 코드로의 변환을 비롯하여, 각 마디나 구간에 굉장히 신경 썼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러한 장점들과 비교해보면 ‘Miss Right’은 훨씬 안정 지향적이고, 상대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아쉬움이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욕심과 단점을 동시에
추가된 두 곡이 1, 2번으로 삽입되고 전작의 인트로부터 아우트로까지가 그대로 수록된 것은 리패키지인 만큼 넘어가자. ‘Intro : Skool Luv Affair’는 3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총 세 가지 트랙을 담아냈는데, 트랩 리듬을 가져간 전반부와 다소 평이하고 발랄한 무드의 중반부, 그리고 2000년대 초, 중반부 메인스트림 힙합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후반부가 그것이다. 트랙 하나만으로도 앨범 전체를 전부 드러낸다. 한 곡 안에 세 가지 무드가 뚝뚝 끊어진 채 단순결합된 구조라는 점에서 방탄소년단의 욕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단점까지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 곡의 단점을 앨범 전체로 확장하여 얘기해보자. 앨범의 테마는 ‘10대의 사랑’, ‘10대의 현실’, ‘10대의 패기’ 정도로 나뉜다. 사랑 이야기와 세태 비판, 래퍼가 지녀야 할 자존심이나 패기를 드러내는 곡들이 무드 구분이나 연결 지점 없이 단순히 나열되어 있다는 점에서, 앨범은 결과적으로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라 보기 어렵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아무리 개별의 느낌들을 잘 살린다고 할지라도 집중도 면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앨범은 ‘상남자’ 이후, 사투리라는 엔터테인의 요소가 전면에 있는 ‘어디에서 왔는지’, 역시 사랑 노래를 담은 ‘하루만’으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Tomorrow’가 등장하는데, 이 곡은 곡 구성이 평이하고 훅은 다소 길게 느껴져 늘어지는 듯하여 한계를 드러내는 듯하지만, 이후 등장하는 ‘등골브레이커’나 ‘JUMP’보다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10대의 현실을 드러낸다. ‘BTS Cypher PT.2 : Triptych’의 경우 자신들의 랩 실력을 쏟아부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기는 하지만, ‘어디에서 왔는지’와 함께 앨범 전체가 가지는 무드를 가장 많이 깨트리는 곡이기도 하다. 붐뱁 스타일의 전반부와 EDM 요소를 강하게 차용한 중후반부에서 쏟아내는 가사는 아이돌이 하기엔 센 느낌이지만, 그것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앨범 전체가 가지고자 하는 정서에 위반된다. ‘등골브레이커’의 경우 서부 힙합이라는 레퍼런스가 정해져 있고 그걸 살리는 방향으로 가져갔기에 전작의 ‘No More Dream’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결국 ‘JUMP’에서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가 부른 동명의 곡을 그대로 쓴다는 점에서 여전히 ‘레퍼런스의 한계’라는, 처음 이들이 등장했을 때 지적받았던 부분을 답습한다. ‘Outro : Propose’는 보컬 멤버들의 곡인데, 앞의 곡들이 가져온 힙합 리듬을 유지하면서도 말랑말랑함을 적절히 끼얹는 데 성공했다.
결국, 이 앨범은 좋게 말해 종합선물세트식 구성, 나쁘게 말해 뒤죽박죽 구성을 지니고 있다. 특정 무드의 곡들을 몰아넣은 배치였다면 차라리 좋았겠다. 하지만 그 구분의 기준을 곡이 말하는 이야기에 둘 것인지, 트랙 자체의 분위기에 둘 것인지, 어느 쪽에 놓고 보더라도 쉽게 뭉쳐지지 않는다. 개개의 곡들은 어느 정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멤버들의 실력이나 곡 자체의 완성도가 좌우하는 것이다. 그러나 앨범의 구성, 나아가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의 방향은, 기획이라는 더 큰 측면이 좌우하는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독특하게도 메인 보컬의 개념이 없다시피 하며 래퍼들이 곡 전면에 나서는 메인 포지션을 맡고 있다. 그러한 구성을 뚜렷하게 살렸다는 점만으로도 이 앨범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다만 여전히 욕심이 많다. 이것도, 저것도 다 취하고 싶다는 것이 단번에 느껴질 정도이다. 물론 단 하나의 콘셉트만으로 살아남기란 힘들겠지만, 지금의 방탄소년단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정도 선택과 집중이 아닐까.
- Miss Right
- 좋아요 (Slow Jam Remix)
- Intro : Skool Luv Affair
- 상남자 (Boy In Luv)
- Skit : Soulmate
- 어디에서 왔는지
- 하루만
- Tomorrow
- BTS Cypher PT.2 : Triptych
- 등골브레이커
- JUMP
- Outro : Pro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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