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립의 등장은 기존 이달의 소녀 시리즈와는 확실하게 다르다. 초점을 두는 부분도 색상으로 바뀌었고, 곡이 전달하는 분위기도 다르다. 한 가지 장르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으며, 최근 트렌드인 팝-R&B 음악을 잘 읽어낸 결과로 볼 수 있다. “Eclipse”는 ‘Eclipse’와 ‘Twilight’ 두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두 곡의 제목만 보아도 어떤 분위기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어, 많은 고심을 했다는 게 보인다. 그만큼 김립에게 거는 기대도, 그에 비례하여 쏟은 정성도 남달랐으리라 짐작해본다. 물론 더 아픈 손가락 따로 없다고, 모두에게 똑같이 공을 들이는데 그 방식이나 방향이 다른 것일 수도 있고.
김립은 우선 방향 설정이 기대에 부응한다. 기존 이달의 소녀 멤버들과는 다르게, 맑고 청량한 이미지가 아닌 다소 진득하고 깊이 있는 모습을 선보인다. 실제로 보컬로서의 음색이나 역량도 굉장히 좋은 편이다. 다른 콘셉트도 잘 소화할 것 같지만, 우선 이번 작품만 봐서는 좀 더 매혹적이고 강한 이미지에 잘 어울리는 듯하다. 오비(Obi)와 차차말론(Cha Cha Malone)을 기용한 것도 그러한 이미지에 적합해 보인다. 장르 음악을 팝으로 녹여낼 수 있는 두 프로듀서를 선택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고, 한국 음악 시장에서 묘한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을 묶은 것도 괜찮은 기획으로 보인다.
김립의 역량이 살아있는 건 ‘Eclipse’지만, 곡 자체의 완성도나 매력이 큰 건 ‘Twilight’다. 김립이 ‘Twilight’까지 완벽하게 살려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대신 ‘Eclipse’의 뮤직비디오와 이미지는 김립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다. 비록 뮤직비디오나 이미지 자체에 높은 점수를 주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 안에서 김립이 보여주는 모습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문제는 이 작품이 김립 혼자만의 작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김립은 루나의 멤버이며, 이달의 소녀 시리즈 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에 높은 점수를 주더라도 결국 루나가 만들어야 할 열 몇 편의 작품 중 하나에 불과하다. 뻔한 이야기지만, 중요한 건 앞으로 이어질 작품이다. 기존 이미지와 앞으로 선보일 이미지는 물론이고 그 안에서 김립이 얼마나 빛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아직은 가늠하기 어려운 루나의 길은 더욱 촘촘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안에서 멤버들은 과연 각자가 저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 미니 인터뷰 : 라붐 소연 “직접 만들어 더 와 닿는 노래” - 2018-09-17
- 이달의 소녀 – Kim Lip (2017) - 2017-06-12
- 결산 2016 : ④ 베스트 뮤직비디오 - 201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