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연습생〉, 한한령 이후 한류에게 보내는 경고

이미지 ⓒ iQI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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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연습생은 산자이(山寨)이다

山寨 [ shānzhài ]

  1. [명사] 모조품, 가짜 (산자이에서 정부의 관리를 피해 몰래 숨어서 모조품, 유사품 등을 만든 데서 유래한 말)
  2. [명사] 산채.
  3. [명사] 울타리가 처진 산간 마을.

〈우상연습생〉은 중국의 포털사이트 아이치이(爱奇艺, iQIYI)에서 제작하는 웹 전용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올 1월부터 매주 금요일 저녁에 공개돼 지난 6일 종영했다. 방영 전부터 공개된 프로그램 포맷과 투표 방식, 방영 후 확인된 연습복 색상과 주제곡의 “Pick me”까지 크고 작은 디테일이 엠넷 〈프로듀스 101〉을 가져와서 만들었다 생각될 정도로 흡사하다-여기에서의 ‘흡사하다’는 매우 순화된 표현으로 사용된다.

아이치이는 중국의 거대 인터넷 동영상 미디어로 다양한 웹드라마와 예능을 제공했다. 그중 작년의 〈랩 오브 차이나(The Rap of China, 中国有嘻哈)〉는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이었다. 물론 이 프로그램도 국내의 〈쇼 미 더 머니〉와 똑같은 구성과 디테일로 표절 논란을 겪었지만,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MC들이 본격적으로 도약하며 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줬다. 작년 하이어 브라더스(Higher Brothers)가 88라이징(88rising)을 통해 해외에서 중국 힙합의 대사 격으로 활동했다면, 본토 내에서는 역시 〈랩 오브 차이나〉의 힘이 컸다.

아이치이에서 제작한 서바이벌 예능 "Mr. Bio"와 "Rap Of China"

이는 이번에도 한국의 성공한 서바이벌 쇼를 ‘산자이’화하는 선택을 한 배경이 되었다고 본다. 원작의 권리를 가지고 있는 CJ E&M은 안타깝다는 성명서만 발표했다. 참고로 CJ와의 콘텐츠 계약을 맺은 텐센트도 현재 다른 조치는 취하고 있지 않아, 프로그램은 잡음 없이 순탄하게 제작되었고, 늘어가는 대중의 관심과 함께 4월 6일 파이널을 맞이했다.

이러한 시도가 처음은 아니다. 한국에서 제작되어 오랜 시간 사랑받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이미 중국에서 똑같은 포맷으로 복사되어 방영되고 있다. 오히려 “우리 프로그램 싸다. 세세한 가이드까지 해주고 AS도 제공한다. 가급적 정품을 구매해주길 바란다”고 대응할 정도이다. 이미 〈프로듀스 101〉과 비슷한 포맷으로 제작된 프로그램도 7개가 된다. 이러한 전적 가운데 〈우상연습생〉 역시 그저 흘러갈 수도 있었겠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참여로 조금 더 이목을 끌게 되었다고 판단된다. 국내에서는 엑소의 레이(장이씽)를 대표 호스트로, 갓세븐의 잭슨, 우주소녀의 성소, 프리스틴의 주결경을 트레이너로 앞세운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해졌다. 그들의 이름값만으로 중국뿐 아닌 국내 팬의 관심도 받게 된 것이다.

참가자로는 순수한 연습생부터 이미 본토 내 데뷔 경험이 있는 아이돌까지 다양한 배경의 아이돌 지망생이 참여하고 있다. 〈랩 오브 차이나〉에 참가했던 주싱지에(朱星杰)와 샤오귀(小鬼), 역시 아이치이의 〈킹 오브 팝 (King of Pop, 流行之王)〉에 참가했던 저우레이(周锐), 저우옌천(周彦辰), 〈프로듀스 101〉에도 참가했던 저스틴(Justin)과 주정정(朱正廷)까지 출연한다. 이렇듯 참여하고 있는 이름들을 통해 중국 내 기존 케이팝 팬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데도 성공했다. 폐쇄적인 중국의 왕로((网络, 인터넷)를 통해 본토 내의 케이팝 아이돌 팬을 공략하고 있다.

<우상연습생>

한국의 아이돌 산업과 중국인 연습생

케이팝의 영향력 이전에 한류가 있었다. 90년대부터 클론과 H.O.T. 등이 중국과 일본에 진출한 시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안재욱을 비롯한 한국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며 첫 한류를 형성한다. 그 이후 장나라와 슈퍼주니어가 중국 내 성공을 거둔 2000년대를 두 번째로 본다. 2008년 슈퍼주니어의 중국 진출은 동방신기의 일본 진출과 다른 점이 있었다.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인 멤버 한경을 들이고, 현지 공략 유닛 슈퍼주니어-M을 만든 것이다. 활발한 활동을 해봤고 ‘Sorry Sorry’를 대히트시키며 성공적인 현지화를 해냈다고 평가받았다. 그리고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터지게 된다. 2009년 한경의 이탈(계약 불기소 처분 신청)이었다. 중국인으로서 한국에서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던 일을 자국에서 쉽게 할 수 있을 때, 그리고 자국에서 활동하면서 버는 이익이 그룹에서보다 많다면, 책임감을 떠나 어떠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2010년 이후 중국 시장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매우 중요한 타깃이 되었다. 해외시장 진출은 언제나 기획사들이 가지고 있는 대업 가운데 하나로, 가까운 중국과 일본은 한류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절대적인 시장이다. 해외와 국내의 공개 오디션을 통하여 케이팝 시장에 진입하고 싶은 지망생은 점점 그 수가 불고 있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국적의 아이돌은 점점 늘어났으며, 무려 특정 국가 타깃의 아이돌 그룹 또한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인 엑소를 빼놓을 수 없다. 슈퍼주니어의 경우를 보완하여 만들어진 그룹으로 기획 초기부터 현지화를 중점에 두고 엑소-K와 엑소-M으로 분류하여 큰 그림을 그려둔 그룹이었다. 엑소도 중국인 멤버인 루한, 크리스, 타오가 그룹 활동 중 이탈하여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에 소송을 걸며 다시 중국으로 돌아갔다. 한경의 케이스와 같았다. 기획사 내의 소홀한 관리와 공정하지 못한 시스템 등이 문제로 거론됐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 SM은 중국 내 자회사인 ‘공작소’ 설립을 인정하고 개인적인 활동에 관해서는 관여하지 않게 되었지만, 앞으로 어떤 새로운 사례가 등장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는 사이 ‘차이나머니’는 근래 기획사의 존속마저도 결정할 수 있는 위치까지 점령했다. 최근 판타지오의 운영진 교체에 따른 파업 등, 아이돌 개인부터 기획사의 운영까지 좌우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아이돌 연습생부터 콘텐츠 사업까지, 중국은 한국을 빠르게 카피하며 성장을 도모했고 이제는 위협할 수도 있는 위치에 왔다.

<우상연습생>

〈우상연습생〉은 케이팝에 대한 위협의 시작이다

이미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성공을 거둔 포맷을 복제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안전한 방법을 관행처럼 사용해왔다. 그것이 정식이든지 무단도용이든지는 상관이 없어 보이는 것에서 덩샤오핑(邓小平)의 ‘흑묘백묘론’을 생각하게 한다. 중국의 경제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 ‘고양이가 희든 검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이다’라는 이론은 위협적이다. 모든 콘텐츠가 100% 창작이 아닌 지금의 예능계에서 철저히 결과론에 의지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중국 내 아이돌 그룹은 10년 전 F4와 S.H.E부터 지금의 TF Boys, SNH48까지 계속 존재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아이돌 문화가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왔듯이 중국의 아이돌 문화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고 있다. 중국의 기획사들은 차이나머니를 앞세워 더 나은 대우를 보장하며 서서히 한국인 전문 트레이너와 인재를 본토 내로 끌어들였다. 이미 한국에 진출한 중국의 기획사는 연습생들을 서울로 보내며 교육을 시킨다. 트레이닝을 받은 중국의 아이돌 연습생은 웹 드라마와 웹 예능을 통해서 서서히 활동을 시작하거나 그룹으로 데뷔하는 등의 패턴을 보인다. 오랜 준비 기간과 연구를 통한 다양한 접근을 통해서 아이돌 그룹이 생겨났지만, 아직 케이팝 아이돌을 본격적으로 위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우상연습생〉은 한국의 아이돌 문화를 중국적인 문화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성공한 전례로, 어느 정도의 결과가 보장되는 안전한 시스템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작년 〈랩 오브 차이나〉 같은 영향력까지는 아직 아니더라도 중국 내 케이팝 소비층에 충분히 어필했다. 그 관심은 2억이 넘는 투표수와 함께 SNS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웨이보에서 연습생들의 계정 팔로워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우상연습생 해시태그도 어마어마한 숫자를 기록한다. 검색 수는 111억, 관련 토픽은 24만, 토론 웨이보는 8천만이 된다. 점점 수치는 늘어가며 매일 ‘주요관심사’(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중국은 내수시장만으로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으며, 매년 점점 거대해질 것을 예상하곤 한다. 하지만 그 시장은 중국의 정치체제에 따라서 흔들리고 영향받는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작년 사드(THAAD) 문제로 발생한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으로 한류 스타들의 중국 활동이 불투명해졌고, 중국 국적의 한류 아이돌은 중국에서의 활동에 주력을 다 했다. 하지만 올해 초, 한한령이 해제 기류를 타면서 한류는 다시 움틀 준비를 하고 있다. 한류 스타들이 다시 미디어의 표지에 등장했고, 베이징 국제영화제에 한국영화 상영이 인가되기도 했다.

2016년 4월 〈GQ〉에 기고된 ‘케이팝, 중국이 답인가’에서 야곱 도로프는 아직 한한령을 맞기 전부터 위기론을 제시했다. “케이팝은 중국 내에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동시에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호시탐탐 중국 시장에서 케이팝을 밀어낼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중국 내수시장 안에서 한국의 퀄리티를 가진 세련된 상품을 만들 수 있을 그 날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그리고 〈우상연습생〉은 그 이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프로듀스 101〉과는 비슷한 듯 다른 시선으로 매력적인 소년들의 성장기라는 다큐멘터리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우상연습생〉의 파이널이 끝나고, 정식 판권을 구입한 텐센트의 중국판 〈프로듀스 101〉 여성판이 4월 21일부터 방영된다. 이전 엑소의 멤버였던 황쯔타오를 국민대표로, 중국 가요계의 스타들이 멘토로 출연하게 된다. 대륙 내 자리 잡고 있던 한류와 케이팝이 이 방송으로 어떤 영향을 받게 될지는 아직 모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케이팝의 큰 소비층인 중국의 팬들을 중국 시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시도가 시작되었고, 이러한 ‘내수화 작업’에 국내의 아이돌 기획사가 받게 될 충격은 클 것이라는 예측을 해본다. 이 과정에 걸리는 시간도 생각보다는 빠를지 모른다.

조한나

Author:

한/중/일의 관계와 음악, 클럽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chom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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