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Article

JBJ 해체에 대한 아쉬움의 소고

팬덤이 먼저 형성되어 염원에 의해 데뷔한 JBJ.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낸 만큼 자연스레 활동 연장이 점쳐지기도 했다. 순항인 것처럼 보였던 계약연장은 왜 하루아침에 신기루가 되어 사라졌을까?

무엇이 한 그룹을 사라지게 하는가?

지난 3월 14일, 그룹 JBJ가 돌연 해체를 선언했다. 프로젝트 그룹이 계약기간 만료 후 해산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이들의 해체는 여러 가지로 아쉬움을 남긴다.

‘팬들이 직접 만든 그룹’이라는 특별한 서사의 경쟁력

JBJ를 단순히 〈프로듀스 101〉 시즌 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파생그룹 중 하나로 보기는 힘들다. 이들의 탄생배경은 케이팝 아이돌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전혀 새로운 것이다.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멤버들을 팬들이 직접 조합해 팀으로 구성하고 그룹의 이름, 콘셉트까지 기획해 제안하면서 지하철 광고 등으로 홍보까지 도맡아 한 것. 아이돌 그룹이 데뷔한 뒤 팬덤이 형성되는 일반적인 절차와는 정반대로 이들은 팬덤이 먼저 형성돼 그룹의 데뷔를 염원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그 꿈같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바라던 일이 이루어졌으니 팬덤의 충성도는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신인 그룹이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충성심 높은 팬덤을 확보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돌 산업에서 팬덤의 충성도는 곧 성적으로 직결된다. JBJ는 불과 5개월의 짧은 기간 동안 데뷔 미니앨범인 “Fantasy”와 2집 “True Colors”로 총 24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음반구매율이 저조한 현 음악 시장에서 신인으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이다. 2집 타이틀곡인 ‘꽃이야’로는 데뷔 101일 만에 공중파 음악방송 1위를 거머쥐기도 했고, 해외 투어도 전석 매진 사례를 이어가며 성공적으로 해냈다. 단지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익숙한 얼굴이어서’라고 하기엔 이들의 호성적과 각종 수상은 쉽지 않은 성과다. JBJ의 이례적인 성과는 그들의 특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과 팬덤의 화력이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로 평가된다.

JBJ 뮤직뱅크 1위 수상 장면 | KBS
JBJ 뮤직뱅크 1위 수상 장면 | KBS
계약 연장이라는 ‘꽃길’은 왜 신기루가 되었나

멤버 개인마다 서로 다른 소속사들이 모여 하나의 그룹을 결성하고 운영해나가는 일이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JBJ의 경우, 데뷔 초기부터 성적에 따른 계약연장의 가능성이 언급되었고, 기대 이상의 결과를 이끌어낸 만큼 자연스레 활동 연장이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한 매체에 따르면 CJ E&M과 로엔, 페이브(카카오M), 그리고 각 소속사(스타로드, 춘, 후너스, 스타크루, 위, YG K-Plus)는 계약 연장에 대한 긍정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멤버들 역시 공연이나 팬 사인회, V app 등 팬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음’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순항인 것처럼 보였던 계약연장의 꽃길은 왜 하루아침에 신기루가 되어 사라진 것일까?

JBJ의 매니지먼트 총괄을 맡은 페이브 측은 지난 3월 14일 기사를 통해 소속사 간의 진중한 논의 끝에 “제2, 제3의 장을 펼쳐나가야 할 멤버들 각자의 꿈과 미래 역시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며 JBJ의 해체를 알리는 공식 입장 전문을 발표했다. 논의 과정에서 일부 소속사가 계약 연장에 난색을 표했고, 남은 멤버들로 팀을 이어가느니 해산하기로 했다는 것. 일부 멤버의 소속사에서 그룹 활동보다 개인 활동을 바랐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동안 여러 오디션프로그램을 통해 프로젝트성 아이돌 그룹들이 다수 데뷔했고 계약기간 종료 후 해산하는 수순을 밟았다. 이 경우 멤버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본래의 소속사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신인 그룹으로 데뷔한다.(이것도 소속사에 데뷔할 팀이 구성되어 있을 경우다.) 새로운 멤버들과, 새로운 팬덤과의 관계를 다시 형성해야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그룹으로 개인으로서의 인지도는 쌓았어도 새로운 그룹에서 팀으로서의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

여기서 또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아이돌 그룹의 팬덤=개인 팬들의 모임’으로 단순치환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올팬(all fan)’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팬덤 내에서는 그룹 전체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있고, 따라서 그룹이 깨진 뒤에도 특정 멤버의 팬들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JBJ의 경우 그룹의 멤버 구성을 팬들이 직접 했기 때문에 팬덤 내에서 ‘지금의 조합’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더욱 크다. 그 조합이 흩어질 경우 얼마나 많은 팬들이 자신의 최애를 따라 제2, 제3의 장에 함께 하게 될지는 불투명하다. 더구나 JBJ의 일부 멤버들은 현재의 회사에 소속 아티스트가 자기 혼자뿐이거나, 또는 본래 그룹의 멤버들이 다른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 중이어서 후속 활동 시기가 언제가 될지 미지수다. JBJ가 끝나고 곧바로 개별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JBJ가 새로운 모델이 될 수는 없을까

JBJ의 상승세는 각종 성적과 수익으로 증명됐다. 한 기사에서는 JBJ의 해체를 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페이브 측은 ‘성적에 따른 계약 연장’을 약속했고 팬들은 그에 화답했지만, 훌륭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JBJ는 해체를 앞두고 있다. 이에 팬들은 최초의 ‘프로듀서’인 제안자로서, 또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JBJ의 해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은 SNS와 여러 커뮤니티에서의 논의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JBJ의 활동연장을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기도 했다.

JBJ의 활동연장을 요구하며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침묵시위 중인 팬들 | JBJ_notend
JBJ의 활동연장을 요구하며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침묵시위 중인 팬들 | JBJ_notend

JBJ가 써 내려간 서사는 팬들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JBJ가 이룬 성과 역시 상당 부분 팬들의 노력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JBJ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과정에 팬의 목소리는 없었다. 활동 연장에 대한 아티스트의 의지와 팬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속사의 이기적인 결정으로 일방적인 해체 선언이 있었고, 팬들이 반대시위를 열며 콘서트를 보이콧하고 있는 가운데 JBJ는 남은 계약 기간의 빡빡한 스케줄을 강행군으로 소화해야 한다. ‘Just Be Joyful’이라는 팀명처럼 즐기자고 시작한 그룹 활동을, 정작 아티스트와 팬들은 즐길 수 없는 상태로 마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팬들이 직접 만든 그룹’이라는 새로운 기획과 그로 인한 성과들, 해외까지 확장된 팬덤을 이대로 잃기는 아쉽지 않은가. 이를테면 JBJ라는 그룹을 1년에 한 번쯤 모여서 활동하는 프로젝트로 유지하면서 개별 활동을 병행하는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도 또 다른 새로운 아이돌 그룹의 모델로서 제2의 역사적인 서막을 열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다시 협상 테이블이 열리길 기대해본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