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s : B1A4 – ‘Solo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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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1A4의 ‘SOLO DAY’의 노랫말은 희한할 정도로 자기 분열적이다. “헤어지잔 그 말 쉽게도 뱉는 너 / 떠나지마 가지마 돌아와줘 / 이 말도 하지 못한 나” 라며 이별을 고한 상대에 대한 원망과 자책을 담은 첫 구절이 끝나자마자 “이별은 막지 못해 누구도 막지 못해 / It’s getting round”라며 금세 그 자책을 털어버린다. 결의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별을 즐겨야 한다고 노래하며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네” 라 하지만 다시 “건들지마”라고 덧붙인다. 그리고 본심은 “하루가 지루하고 따분한 사람 / 거짓말 마요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 나만 아닌가 봐 나만 / 혼자이던 난”에서 드러난다. 만약 이별한 친구가 내게 이런 두서없는 이야기를 한다면 난 아마 술 취한 친구를 어떻게 집에 무사히 데려갈 것인지 치열하게 고민할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솔로에 대한 예찬도 아닌, 이별의 슬픔에 대한 처절한 고발도 아닌 이런 맥락 없는 감정들의 연속이 갑작스러운 이별을 겪는 사람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별에도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다섯 단계가 있다고 한다면, 이 단계들의 좀 더 세세한 어딘가에 ‘멘붕’과 ‘허세’라고 이름 붙일만한 단계가 있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이별에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내 마음을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알지 못하는 혼란과 방황이 낳는 단계들이다.

내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내가 겪은 가장 충격적인 이별 통보는 군대에서 밥을 하다가 받은 것이었다. 해외에 나가 있었던 여자친구는 편지로 내게 이별을 통보했고, 취사병이었던 나는 점심을 하려고 쌀을 씻다가 쌀뜨물에 젖은 손으로 봉투를 뜯고 이별을 맞이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묵묵히 밥을 마저 하고, 닭을 튀기고, 무생채를 만들었다. 군대에서의 이별은 쿨해질 수밖에 없다. 수업을 빠질 수도 없고, 병가를 내고 드러누울 수도 없다.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술판을 벌이고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도 없다. 태연한 척 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 후임이고, 동생들이다. 소대 왕고참이었으니 아무나 붙잡고 이별 히스테리를 부릴 수는 있겠지만, 그래야 나만 우스운 사람이 될 뿐이다. 시원하게 우는 것도 상황이 되고 기회가 되어야 할 수 있다. 슬픔이든, 분노든,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기분은 널을 뛰었지만, 여전히 좋은 고참으로 남기 위해 동료 병사들에게 끊임없이 우스갯소리를 날렸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나 자신을 다그쳤다. 하지만 농담을 하면서도 우울했고, 모처럼 기분이 좋을 때도 한없이 예민해져 누가 툭 치면 화를 벌컥 내기도 했다.

B1A4의 “SOLO DAY”를 듣고 있으면, 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가는 시원하고 이국적인 뮤직비디오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군대에서 겪었던 이별이 떠오른다. 남성 아이돌이 펼치는 보송보송한 가상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 구질구질한 추억이다. 때로는 “평범한 사람과는 달라 / 혼자만 있는 게 좋아”라며 “헤어지잔 네 말에 쿨하게 임하는 자세”라고 자신을 대견하게 여기기도 하지만, 속마음은 “but 마음은 그러지 못해 매일이 지루하고 따분해”라고 고백하는 그런 뒤죽박죽의 나날들이 이별을 맞닥뜨리는 평범한 남자의 세계엔 얼마든지 존재한다. 그런데 늘 밝고 아름다운 세계에서 노닐 것만 같은 남성 아이돌의 노래에서도 이런 구질구질한 추억을 꺼낼 수 있었다는 것이 의외로 위로가 된다. 이 노랫말을 쓴 바로의 세계에도 나와 다를 것 없는 이별의 단계 중 ‘멘붕’과 ‘허세’ 같은 정리되지 않은 뒤죽박죽의 순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본 것만 같아서 말이다.

헤어지잔 그 말 쉽게도 뱉는 너
떠나지마 가지마 돌아와줘
이 말도 하지 못한 나
지금은 편하겠지 너 조금 허전할 걸
쉽게 판단은 no no no no

이별은 막지 못해 누구도 막지 못해
It’s getting round
It’s getting new round
이제는 즐겨야 돼 이별을 즐겨야 돼
It’s getting new round, girl

Solo solo day solo solo day girl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네 건들지마
Solo solo day solo solo day boy
기분 좋은 solo solo solo day

평범한 사람과는 달라
혼자만 있는 게 좋아
가벼운 맘으로 살아 누가 쳐다 본데도
헤어지잔 네 말에 쿨하게 임하는 자세
but 마음은 그러지 못해
매일이 지루하고 따분해

하루가 지루하고 따분한 사람
say yeah (say yeah)
거짓말 마요 다들 행복해 보이는데
나만 아닌가 봐
나만 혼자이던 난 oh solo day

Solo solo day solo solo day girl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네 건들지마
Solo solo day solo solo day boy
기분 좋은 solo solo solo day

이별은 막지 못해 누구도 막지 못해
It’s getting round
It’s getting new round
이제는 즐겨야 돼 이별을 즐겨야 돼
It’s getting new round, girl

Solo solo day solo solo day girl
오늘따라 기분이 더 좋네 건들지마
Solo solo day solo solo day boy
기분 좋은 solo solo solo day

  B1A4의 ‘Solo Day’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들의 단평은 1st Listen : 2014.07.11~07.20에서 확인할 수 있다.

letters 시리즈

letters는 아이돌팝 가사에 관한 칼럼이다. 때로는 이색적이고 때로는 마음을 파고드는 아이돌팝 가사의 세계를 쓴귤의 섬세하고 재치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1. letters : 갓세븐 – ‘A’
  2. letters : B1A4 – ‘Solo Day’
  3. letters : 박보람 – 예뻐졌다
  4. letters : 틴탑 – 쉽지 않아
  5. letters : 신해철 1집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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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귤

Author:

TV를 보고, 음악을 듣고, 만화를 읽고 글 씁니다. 귀여운 사람과 이쁜 것들을 좋아합니다.


http://twitter.com/babylehr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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