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파히타 : 백날 섹시 콘셉트 해봤자 태생이 섹시한 사람 한 사람을 못 이긴다는 걸 현아가 증명해왔다면, ‘빨개요’에서 현아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심볼과 클리셰들을 총동원해서 “현아는 빨갛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는데, 이는 여러 면에서 이전에 발표되었던 CL의 ‘나쁜 기집애’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특히 트랩이나 덥스텝적인 요소가 들어간 부분은 확실히 어느 정도 레퍼런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하지만, 현아는 단순히 따라잡는 데 급급하지 않고, 진부할 것이라는 예상을 순식간에 뛰어넘는다. 코러스의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현아, 현아는 Ah”는 익숙하고 단순한 라인이지만 뮤직비디오에서 보이듯이 엉덩이와 트워킹(twerking), 그리고 스팽킹(spanking)을, 빨간색과 현아, 그리고 섹슈얼리티를 동시에 연합해버린다. 근래에 보기 힘든 강력한 라인이다. 버스(verse)의 랩은 현아이기 때문에 진정성(?)이 있고 프리코러스(pre-chorus)에서의 교태는 서서히 폭발력을 쌓아가다가 코러스에서는 청량음료같이 상쾌한 신스를 쏘아댄다. 심지어 미러볼을 타고 움직이는 원숭이 인형이 마일리 사이러스로 보일 정도이니, 이 곡은 대한민국에 새로운 섹스 심벌이 등장했음을 선언하는 듯하다.
macrostar : 현아의 벌써 세 번째 솔로 작업이다. 확실히 독보적이고 대체재가 없는 연예인임은 분명하다. 곡, MV, 안무, 의상 모두 공이 들어가 있고 자기 색도 분명하면서 동시에 세계 트렌드의 움직임을 매우 유심히 주시하고 있다는 흔적을 보여준다. 하지만 아이콘이 되진 못하고 있다. 매우 과감하지만 독창적이라거나 ‘과연 저분이 이 시대 아이돌 씬을 끌고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은 잘 안 든다. 음반 발매와 맞춰 방영 중인 <프리먼스>를 봐도 자신의 작업에 매우 진지한 건 분명하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게 확실하게 폭발하려면 뭔가가 약간 더 필요한 거 같은데…
조성민 : 대체될 수 없는 독보적인 영역을 만드는 것이 아이돌을 포함한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생존의 문제라면, 전체 필드 안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는 것은 각자의 무기를 가지고 생존한 모든 이들의 목표일 것이다. 현아는 그 어떤 아이돌보다 그 목표를 빠르게 달성한 존재임을 이번 앨범과 ‘빨개요’를 통해 입증했다. 엄정화, 이효리 등 이전 세대 섹시 디바들은 무대를 떠나 있고, 동시대 아이돌들이 너도나도 ‘섹시퀸’의 왕좌를 노리고 있는 그 전장의 한가운데서, 현아는 당당하게 “빨간 건 현아!”라고 외친다. 뮤직비디오는 전대의 여러 섹시 스타들이 보여줬던 일종의 클리셰들로 가득 차 있지만, 그것이 브리트니든, 비욘세든, 이효리든, 그동안 대중들에게 가장 섹시하다고 인식되었던 기호들을 통해 ‘가장 섹시한 것은 이제부터 당신이 보고 있는 이 현아’임을 강력하게 전달하고 있다. 이는 동급의 여타 아이돌이 고만고만한 아이디어 안에서 ‘내가 제일 섹시하다’고 외치는 것과는 아예 다른 차원이다. ‘나는 섹시합니다!’라는 주장이 아니라, ‘짐이 곧 섹시이니라!’하는 선언에 가까운 것이다. ‘패기’란 바로 이런 걸 말하는 것 아닐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요 시장은 원탑 섹시 아이콘을 필요로 하고 있었고, 현아는 그 공백을 가장 잘 메꿀 수 있는 단 하나의 존재였던 것이다.
유제상 : ‘빨개요’는 (현아를 포함하여) 이 곡과 관계된 모든 이의 역량을 한 점에 집중한다. 그것은 “Yeah~” 혹은 “Ah~”로 은폐된 단 하나의 메시지, ‘현아는 [맛있다]’를 널리 알리는 것이다. ‘빨개요’는 그 자체로 너무도 공고한 결과물이라 그것이 수행하는 집중과 공표에 불순한 요소가 개입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 따라서 시/청자는 강요에 가까운 현아의 나르시시즘적 의미부여를 너무도 쉽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이 곡이 공연되는 동안 현아는 황금시대의 무희가 되는 특권을, 그리고 (대다수의) 남성들은 무희의 지시에 따라 동일한 형태의 원형적 쾌감을 공유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으니, 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향하는 가장 높은 차원의 결과물이리라.
Draft 코너는 주목할 만한 아티스트의 타이틀곡만 빠르게 리뷰한다. 더 상세한 이야기와 음반 전체에 관한 리뷰는 7월 21일 ~ 31일 발매된 다른 음반들과 함께 추후 1st Listen 코너에서 다시 리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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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ply on “Draft : 현아 – ‘빨개요’”
아쉽게도 태반의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지만, 현아가 음악과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바는 자신은 사과가 아니라 원숭이라는 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