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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s : 갓세븐 – ‘A’

대학에 다닐 때 친구들은 놀라울 정도로 많이 연애를 했다. 아마 강의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선으로 그을 수 있었다면 쫀쫀한 직조물이 짜여졌을 것이다.

letters는 아이돌팝 가사에 관한 칼럼이다. 때로는 이색적이고 때로는 마음을 파고드는 아이돌팝 가사의 세계를 쓴귤의 섬세하고 재치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 에디터

대학에 다닐 때 친구들은 놀라울 정도로 많이 연애를 했다. 아마 강의실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감정을 눈에 보이는 선으로 그을 수 있었다면 쫀쫀한 직조물이 짜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감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연애 소식을 들을 때마다 놀랐다. “정말? 걔랑 걔가?” 한 친구는 날 조금 한심하게 쳐다보며 “몰랐어?”라고 묻고는 “쟤가 얘 좋아하는 거 같아”, “얘랑 쟤랑 몰래 사귀는 것 같은데…” 같은 추측을 말해주기 시작했다. 거의 신내림 수준이었다. 하지만 신내림의 비밀은 알고 보니 별것 아니었다. 약간의 관찰력과 상상력, 그리고 ‘아님 말고’의 찍기 정신이 다였다. 그 뒤로 나도 꽤 알아주는 선무당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내 일이 되자 나는 까막눈의 신세로 돌아갔다. 내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나만 모르고 심지어 학과 조교까지 알고 있었다. 아니, 나를 좋아했던 후배도 다른 사람이 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둘 다 자신만의 세계에 살았던 것이다. 나는 심지어 왜 나한테만 밥을 사내라고 하냐며 면박을 준 적도 있고, 영화 보고 싶은 게 있다는 말에 네 단짝 친구랑 보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한 적도 있다. 내가 알아차리게 된 계기는 기억나지 않고, 기억할 수도 없는, 그야말로 ‘문득’ 떠오른 생각일 게 틀림없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정상인보다 한참 뒤진 속도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알아차린 후의 세상은 알아차리기 전의 세상과 같지 않았다. 한 두 발자국 떨어져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아주 사소한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굳이 설명하면 민망하기 짝이 없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예사롭지 않았다. 멀리서 내가 돌아보면 사라지고, 돌아보지 않는 척 눈을 찢어 옆으로 쳐다보면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학교에 안 간 날은 여지없이 문자가 오고, 밥은 먹었냐고 꼭 묻고 먹었다고 하면 실망의 표정이 스쳐 간다.

갓세븐의 ‘A’의 노랫말은 그렇게 달라진 세상을 처음 바라본 순간의 환희를 캡춰한다. 결국 이별이 오고, 똑같은 시작이 오는 관계의 되풀이에 지쳐 관계 맺음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접근의 의도를 의심하며 작은 친절에도 가시를 세우는 닳고 닳음도 없다. ‘A’는 관계 그 자체가 신기하고, 나에게 전해지는 감정이 오묘하게 느껴지는 그 순간 연애의 뉴비가 신난다고 외치는 펄쩍거림이다. 자꾸 반복되는 “에에이~” 는 노랫말만으로도 후렴구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들지만, 이 곡의 정서를 확실하게 만들기도 한다. 어제까지 별 생각 없이 바라봤던 똑같은 모습이지만 오늘은 “날 좋아하는 마음을 모를 거라 믿고 있는 네 모습이 귀여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짐짓 “너 좋아하는 사람 있지? 없다고? 에에이~” 하며 마구 놀리고도 싶고, 아직까지 모른 척하고 있는 너에게 “에이, 언제 말할 거야?” 하며 묻고도 싶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는 신나는 기쁨이 소년의 “에에이~”에 가득하다.

하지만 ‘A’의 “에에이~”하는 놀림 섞인 후렴구가 가장 청량하게 다가오는 것은 “오늘부터 우리 1일” 하자며 선언하는 순간이 있기 때문이다. 망설임도 없고, 어느 누구는 ‘신중함’이라고 말하고 어느 누구는 ‘간’이라고 말할 재보기도 없다. 라임을 맞추기 위해, 혹은 유행하는 말을 넣기 위해 넣었을 “자 썸을 피하지 말고 나와 함께 썸 타”라는 노랫말이 곡의 정서를 일부 흐리기는 하지만, 상대가 은연중 드러낸 마음에 자신이 느낀 감정을 여과 없이 부딪히는 자신감은 여전하다. 상대의 마음을 알게 된 순간, 내가 느끼는 기쁨은 “에에이”라는 환호성이 되어 터져 나오고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 화답하는 나의 태도를 결정한다.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일수록, 연애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갖기 힘든 미덕이 아닌가. 누군가에게 굳이 그린라이트인지, 아닌지 두 번 세 번 방송에까지 물어보고 확인해 보려 하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에는 상큼한 아이돌만이 보여줄 수 있는 판타지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It’s not working
So stop fronting
I know you want me
Let’s start talking

에이 다 아는데 왜 자꾸 숨겨
네가 날 좋아하는 게 이미 네 얼굴에 쓰여있어
에이 나를 보다 왜 눈을 돌려
다 아는데 에이 에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질 때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서 있어 (Hey Girl)
고개 돌려 먼 곳을 봐도
놀라지 않은 척 해봐도
나는 알아 왜 네가 내 주위를 왜 맴도는지

에이 다 아는데 왜 자꾸 숨겨
네가 날 좋아하는 게 이미 네 얼굴에 쓰여있어
에이 나를 보다 왜 눈을 돌려
다 아는데 에이 에이

날 좋아하는 마음을 모를 거라
믿고 있는 네 모습이 귀여워서 (So Cute)
모른 척해주고 싶지만
더 이상은 못 참겠어 난
모두 알아 이리 와봐
더이상 날 피하지 말고

에이 다 아는데 왜 자꾸 숨겨
네가 날 좋아하는 게 이미 네 얼굴에 쓰여 있어
에이 나를 보다 왜 눈을 돌려
다 아는데 에이 에이

자 썸을 피하지 말고 나와 함께 썸 타
나를 봐 왜 이렇게 수줍음 타
뭐가 무서워 나도 잘 못하지만
우리 핫한 커플일 것 같아

오늘부터 우리 1일 해
니 손을 잡고 걸어 다닐래
시간 아까워 자 어떡할래
언제까지 그렇게 계속 도망 다닐래 어

에이 다 아는데 왜 자꾸 숨겨
네가 날 좋아하는 게 이미 네 얼굴에 쓰여있어
에이 나를 보다 왜 눈을 돌려
다 아는데 에이 에이

It’s not working
So stop fronting
I know you want me
Let’s start talking

갓세븐의 ‘A’에 관한 아이돌로지 필진들의 단평은 Draft : 갓세븐 – ‘A’에서, ‘A’가 수록된 미니앨범 “GOT♡”에 관한 단평은 1st Listen : 2014.06.21~06.30에서 확인할 수 있다.

쓴귤

By 쓴귤

TV를 보고, 음악을 듣고, 만화를 읽고 글 씁니다. 귀여운 사람과 이쁜 것들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