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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달리는 덕질 ~21세기에 쇼와 아이돌을~

70년대 말~90년대 초반의 일본 아이돌을 지칭하는 ‘쇼와 아이돌’.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한국인이 그들을 좋아한다는 것은 어려움도 많지만, 비견할 수 없는 남다른 기쁨도 있다.

새해가 밝아 어느덧 2015년이네요! 전 저의 덕질 대상 시기로부터 또 하↗루↗ 멀어지고 있습니다. 멀어진다니까 너무 쓸쓸하게 들리는데, 그렇게 나쁘진 않습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21세기에 쇼와 아이돌 덕질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제 덕질 시기는 이제 다시 오지 않는 과거로, 본국인 일본에서는 쇼와 시대(昭和時代)라고 부릅니다. 쇼와란 일본에서 쓰는 1927년부터 1989년까지의 연호라고 해요. 물론 1927년도에는 아이돌이란 게 없었고(…) 주로 70년대부터 등장해 인기를 끈 젊은 가수나 탤런트들을 아이돌이라 일컫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쇼와 아이돌이란 보통 이 7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아이돌들을 말합니다. 이 시기는 일본 경제가 대호황을 누린 버블경제 시대와도 겹쳐서, 연예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희망이 넘치고, 고가의 장비도 척척 사들였으며, 패션과 무대 등이 엄청나게 화려했어요. 볼거리가 많은 것은 당연지사죠.

희망이 넘치던 시대. 87년 코카콜라 CM

쇼와 아이돌이라고 폭 넓게 말은 했지만, 전 사실 마츠다 세이코(松田聖子)로 시작해서 나카모리 아키나(中森明菜), 야마구치 모모에(山口百恵) 등 유명 여성 아이돌 위주로 파기 시작해, 여전히 모르는 아이돌이 더 많은 이 바닥 ‘쪼렙 덕후’입니다. 삼사십 년 이상 된 장르이다 보니, 이 장르 고수들의 덕력이란 저 같은 건 어디 가서 ‘방귀깨나 뀐다’의 ‘방’자도 꺼낼 수 없는 것이죠. 해서 오늘의 글에서는, 쇼와돌의 모든 것이라기보다는 그냥 저 개인이 쇼와돌덕으로서 느끼는 어려움과 좋은 점들을 나열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쇼와돌 덕질을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언제나처럼 잉여거리며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들어간 포털 사이트 유머판에서 데뷔 초 세이코의 무대에 운명의 ‘덕통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80년대 초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데, 무대 디자인 감각이나 화면의 때깔이 뭔가 어릴 때 보던 방송들을 생각나게 하면서도 그보다는 조금 더 세련됐고(=돈 들인 느낌이 나고), 노래가 조금 촌스러운 듯하면서도 흥겹고, 무엇보다도 가수의 그 잔망력 넘치는 아이돌스러움에 순식간에 빨려들고 말았습니다. 어디서 보니까 보통 패션에서 복고풍이 돌아오는 주기가 27년이라던데, 2010년대 초기였으니 27년을 빼면 딱 80년대 초반의 그때가 되더란 말이죠. 마침 사람이 쇼와 시대에 촌스러움을 느끼지 않는 시간 27년 후! 그렇게 겁 없이 뛰어든 덕질, 이날까지 후회하지 않고 데일리 수양을 통해 덕력을 쌓는 데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마츠다 세이코 – ‘Eighteen’. 잔망이란 것이 폭발했다!

사실 쇼와돌 덕질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일단, 남의 나라말이란 것이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이건 꼭 쇼와돌 덕질이 아니라 실시간이라도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권이라면 겪을 문제인데요. 그래도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아쉬운 건 이 덕후 쪽이니 별수 없이 갖은 재주를 총동원하여 리서치를 하러 다녔습니다. 언어를 못해도 이름이나 곡 제목 정도는 눈에 익으니 점차 문자가 아닌 형태로 알아보게 되었고, 점점 최적화된 키워드를 집어내 구글 창에 붙여넣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까막눈 상태를 벗어났고요. 지금도 완벽한 리스닝과 리딩은 불가능하지만… 우리에게는 구글 번역기가 있지 않습니까! 언어 정도는 덕후에게 그다지 큰 장벽이 될 수 없지요.

그보다 더 큰 역경은, ‘쇼와돌 덕질은 이미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에 대한 덕질’이란 사실 그 자체입니다. 물론 지금 봐도 좋고 즐겁고 재미있긴 해요.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할 것은, 실시간 덕질만한 흥분과 팬덤 활성도에는 아무래도 못 미칩니다.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전성기와는 또 다른 것이 당연하고요. 가끔씩 문득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80년대에 청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고 싶다”는 것이 쇼와돌덕들의 오랜 #꾸준글 이지요. 요즘 활동하는 아이돌의 경우도, 데뷔 초부터 알지 못하고 늦덕 되신 분들은 그 몇 개월 몇 년 차이로도 “내가 덕질하지 않던 시절의 내 오빠가 이렇게 고왔는데! 나는 왜 그때 오빠를 알아보지 못했나!” 하며 아쉬워하는데, 하물며 모든 일이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뤄져 버린 장르 덕질이란 어떻겠어요. 본방만 못 봐도 울적해지는 덕후에게, 애초에 실시간 달리기가 불가능한 것만큼 힘 빠지는 일도 없을 거예요.

그러나 과거 덕질이기에 좋은 점도 많이 있답니다. 먼저, 웬만한 큰일들이 이미 일어나있어서 실시간만큼 큰 충격을 받지 않습니다. 실시간 덕질은 내 아이돌이 열애 스캔들이 나진 않을까, 표절 시비에 걸리진 않을까, 늘 노심초사해야 하잖아요? 한번 스캔들이 터지면 직격으로 받아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엄청나고요. 하지만 쇼와돌 덕질의 세상에서는 열애고 표절 시비고, 이미 모두 지나간 일입니다. 그 시절엔 질풍노도를 겪으셨던 그분들도 지금은 다들 아저씨, 아줌마가 됐어요. 실시간 팬덤들과 놓고 봤을 때 비교적 덜 치열한 분위기가 멘탈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슬프지만 심지어 이미 고인이 된 오카다 유키코(岡田由紀子)나 캔디즈의 수우쨩(スー) 같은 분들도 있습니다.) 또, 커리어에 대한 평가도 이미 다 이루어져 있어 슈퍼 아이돌을 파고 싶은 분들은 증명된 슈퍼 아이돌을, 군소 아이돌을 파고 싶은 분들은 군소 아이돌을 찾아서 파시면 됩니다.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이미 검증된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로 하는 덕질인 거죠.

오카다 유키코
ⓒ Canyon Records
오카다 유키코 사진을 검색할 때는 주의하셔야 해요. 안타깝게도 어린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당시 황색의 극에 달했던 일본 언론이 투신한 시신을 앞다투어 찍어 대대적인 보도를 했던 바람에… 지금도 구글 이미지 검색할 땐 정신 공격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 저의 덕통사고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언급했듯이, 90년대 한국의 대중문화에 수입돼 온 바로 그 소스들을 직접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강수지의 레퍼런스가 쿠도 시즈카(工藤静香)라든지, 민해경의 곡과 콘셉트 중에 나카모리 아키나를 가져온 것이 있다든지 하는 것은, 가요와 일본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에요. 해서, 90년대 초반 가요에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은 쇼와 아이돌 가요도 좋아할 가능성이 큽니다. 더군다나 버블경제 덕에 뭐든 상상 이상으로 화려하고 흐드러지던 시절이니, 그걸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고요.

강수지와 쿠도 시즈카
ⓒ KBS, Pony Canyon
강수지와 쿠도 시즈카. 팔자 눈썹과 여리여리한 이미지가 꽤 비슷한 느낌.

87년도에 발매된 나카모리 아키나의 ‘BLONDE’
91년 발매된 민해경의 ‘미니스커트’를 함께 들어보면 전주가 똑같음을 알 수 있다.

또, 의외로 자료 구하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부강하던 시절이기 때문에 많은 자료가 남기도 했고, 영상이며 사진들이며 화질도 무지 좋습니다. 유튜브에는 그때의 음악 방송들이 1080p에 60fps로 올라오기도 해요. (일본의 음악저작권협회인 JASRAC이 단속을 빡세게 해서 영상이나 계정이 블라인드 처리되기도 하는데, 새벽에만 채널 오픈을 하거나 계정 이사를 다니는 등, 덕후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알아서 살아남고 있습니다.) 당시 팔리던 잡지, 그라비아 사진집, 전화카드 등의 굿즈도 여전히 팬들 사이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나카모리 아키나 같은 초인기 아이돌은 전성기에 출연한 라이브 방송들이 리마스터링을 거쳐 박스 세트로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돈과 인터넷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여타 장르들과 마찬가지로요.

가사나 인기 가수 흐름 등을 통해 당시의 과도기적인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것도 꽤 재미있어요. 강한 이미지의 가수가 몇 년 전성기를 누리면 곧 그 안티테제처럼 앙큼한 소녀 같은 가수가 등장해 사랑받고, 몇 년이 지나면 또 자기주도적인 이미지가 사랑받고… 지금의 아이돌 시장에서도 느낄 수 있는 흐름이지만, 한참 전에 지나간 일이라 좀 더 멀리서 거시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 전 좀 더 흥미롭더라고요. 또 버블 당시 소비 습관 등을 보여주는 스키장 배경 가사나 해외여행에 대한 가사들이 많은 것도 특징이에요.

모리타카 치사토(森高千里)의 ‘私がオバさんになっても (내가 아줌마가 되어도)’.
여름휴가에 연인과 사이판에 갔다 왔다는 가사가 나온다.

실시간 덕질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본방을 동시 시청하며 트위터로 다른 팬들과 떠드는 재미도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쇼와 시대가 워낙 양질의 콘텐츠가 많던 시절이라 지금까지도 그때 음악이나 쇼 프로, 또는 이때를 소재로 한 드라마 등을 방송에서 자주 틀어주거든요. 재작년에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아마쨩 (あまちゃん)〉은 그 시절이 배경이기도 하고, 당대 인기 아이돌이었던 코이즈미 쿄코(小泉今日子)나 야쿠시마루 히로코(薬師丸ひろ子)가 직접 등장하기도 해 새삼 쇼와 아이돌 리바이벌을 불러오기도 했어요. 아이돌이 꿈인 쇼와 시대 소녀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앞머리와 옆머리를 둥글게 마는 ‘세이코쨩 컷’이 방송을 타기도 했고요. 우리나라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나 〈토토가〉 등을 통해 90년대가 자꾸 방송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합니다. 게다가 경제적으로 워낙 부유했던 시절이니, 그때를 그리워하는 일본인이 아주 많다고 해요.

〈아마쨩〉 등장인물 하루코 (아리무라 카스미(有村架純) 분)의 세이코쨩 컷
〈아마쨩〉 등장인물 하루코 (아리무라 카스미(有村架純) 분)의 세이코쨩 컷
출처 : 아리무라 카스미 스태프 트위터

그리고, 아주 아주 드물게 실시간 본방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NHK에서 연말에 하는 가요축제인 〈홍백가합전〉에서 2014년에는 마츠다 세이코가 여성팀 피날레를 장식하는 ‘오오토리’를 맡았고, 나카모리 아키나도 건강 문제로 활동을 그만둔 지 4년 반 만에 방송에 모습을 드러내 뉴욕 스튜디오에서 생중계로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건 팬들도 예상 못 했던 터라 간만에 팬덤이 정말 후끈했어요! (이런 흥분 너무 오랜만이라 팬들끼리 서로의 심혈관을 걱정해 주기도…) 80년대 초에 데뷔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라이벌 구도로 인기몰이를 했던 두 사람이라 새삼 더 화제가 되었습니다. 드라마 〈아마쨩〉의 히트도 그렇고, 2014년이 워낙 일본에서 복고가 유행한 해여서 가능했던 기획인 듯도 합니다.

사실 ‘과거’라는 키워드는 쇼와돌 덕질의 처음이자 끝이에요. 과거이기에 아름답고 과거이기에 아쉬운 거죠. 유튜브에 박제된 80년대의 젊음은 화면 밖의 그들이 나이를 먹고 자녀를 낳았어도 영원합니다. 혹자는 요즘 젊은이들이 쇼와 아이돌에 빠지는 이유가 그 ‘변하지 않는 아름다움’에 매혹돼서라고 분석하기도 하더라고요. 가본 적 없는 화려한 과거를 그리워하며 미래에 대해 별 기대를 갖지 않는 것이 ‘요즘 젊은 것들’ 정서라고 하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단정 짓는 건 좀 꼰대적인 시각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바를 덧붙여보면요, 과거 덕질을 한다고 해서 현재 문화 덕질을 안 하는 게 아니거든요? (…) 덕후는 시점을 언제로 잡든 덕후인 것입니다! 덕후란 종족들은 예쁘고 듣기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어디든 가기 마련인데요.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이 많은 사람들을 고품질 자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고, 정보의 바다에 ‘대덕질시대’가 열리며 쇼와돌이란 보물상자도 그저 자연스럽게 열렸다고 생각합니다. 레트로 풍이나 빈티지 디자인이 하나의 취향으로 자리 잡았듯, 쇼와돌 덕질도 국내의 하고 많은 서브컬쳐, 그 중에도 아이돌의 갈래 중 하나의 코드로 인정받을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요즘은 가끔 그런 상상을 해요. 지금이 과연 케이팝의 ‘리즈 시절’이라면, 지금으로부터 27년 뒤, 2010년대를 살아본 적 없는 젊은이들이 ‘야 이거 완전 힙하다! 덕질 해야지!’ 하게 될지 말이에요. 모든 것을 버리지 않고 쟁여두는 인터넷이란 것 덕분에, 아마 지금 제가 하는 쇼와돌 덕질보다도 풍성한 자료 속에서 행복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터넷이 아카이브로서의 제 기능을 그때까지도 잘하고 있다면요.

21세기에 쇼와돌덕으로 살아간다는 건, 이러니저러니 해도 꽤 즐거운 일이랍니다. 여러분도 한 번 빠져보지 않으시렵니까? 그 많은 아이돌 중에 당신 취향이 한 명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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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replies on “시간을 달리는 덕질 ~21세기에 쇼와 아이돌을~”

잘 봤습니다~
마츠다 세이코는 지금봐도 세월을 타지않는 미모네요..전혀 촌스러움이 없어요~
소위 아이돌들을 포함해서 예전 일본 가수들을 보면 대체로 노래를 제대로 부른달까..소리를 제대로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 요즘 일본 여성 아이돌들..혹은 인기 성우출신 가수들을 보면 노래를 잘부른다고들 하지만 그 특유의 콧소리가 정말 거슬리거든요.
그게 일본어의 특성으로 치부해버렸는데 예전 가수들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더군요.

마츠다 세이코 사마의 파란 산호초 (青い珊瑚礁)이 곡 좋아합니다. 마쯔다 사마 리즈시절에는 전 존재도 하지도 않았지만.. 가끔 쇼와 와시절 곡들 티비에서 하면 오~ 괜찮은데 하면서 듣다 보니.. 요즘 곡 보다 옛날 곡이 좋네요 ㅠㅠ

덕질의 보편적인 정서로 접근하여 분석하신 글 잘 읽었습니다. 쇼와 아이돌에 대한 덕질은 한국의 경우, 시대착오를 넘어 개념 없는 짓거리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지요. 이는 까는 축의 덕질에 대한 이해부족이 주 원인이지만, 팬덤의 막무가내식 의견피력도 무시 못할 원인이라고 봅니다. 그 때가 지금 한국 보다 낫거든요? 한국이 일본아이돌 시스템을 베꼈으니 난 원조를 좋아할 뿐! 과 같은 반응은 폭 넓은 공감대 형성을 저해하지요. 자신의 심리기제에 둔감한 단견이기도 하구요. 그런 점에서 ‘예쁘고 화려한 것에 끌리며’, ‘전성기 시절 특유의 분위기 전반에 매혹되는 것’ 이 해당 덕질의 기본 바탕이라는 분석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덕질 자체는 논리를 넘어선 감성의 문제지만, 그 감성이 존재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는 것이니까요. 아울러 과거 아이돌 덕질을 한다고 해서 현대의 그것에 무심한 건 아니다, 라는 부연도 잘 읽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거니와, 그런 확장된 덕질이야말로 풍성한 취미활동의 수확물아니겠습니까.

난 쇼와 시절 사이죠히데키 덕후로서 온갖 공방, 콘서트, 묘죠잡지 수집에 이노치오가케마시다. 심지어 팬클럽 뉴스레터에도 실린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때는 지극히 일방적인 팬질이었죠. 그 옛날 나에게 많은 즐거움을 허락했던 일본 아이도루 문화에 관심있으시다니 흥미롭습니다. 요즘 아이돌들은 인스타, 트위터 등을 통해 팬서비스 도 많이 해주고 팬카페 눈팅도 해줘서 덕질의 재미의 차원이 달라졌어요. 현재는 어쩌다보니 한국 모 아이돌 밴드 리더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히데키상 고멘나사이.

유튜브에서 옛날 만화영화 노래 찾다가
마신영웅전 와타루라는 만화의 op를 부른 여자가수가
누군지 궁금해져서 찾다가 다카하시 유미코라는 여성분이란걸 알고
그날 푹 빠져서 노래는 있는대로 다 찾아보고 그녀가 나온 영화랑 드라마는
구할 수 있는대로 구해서 본 기억이 납니다.

지금도 참 좋아하는 아이돌이라 좋아하는 아이돌 뽑으라면
국적 관계없이 연령 관계없이 그녀를 떠올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