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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 2017년 3월 중순

핫펠트, 갓세븐, 이달의 소녀 1/3, MVP, 세븐어클락, 차오루x키썸x예린, 토니안x에반xJäger&Lucas, 헨리, 씨엔블루, 하이라이트의 신보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2017년 3월 중순 발매된 아이돌 신보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핫펠트, 갓세븐, 이달의 소녀 1/3, MVP, 세븐어클락, 차오루x키썸x예린, 토니안x에반xJäger&Lucas, 헨리, 씨엔블루, 하이라이트를 다룬다.

최근 내부 사정으로 인해 퍼스트리슨 리뷰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퍼스트리슨은 발매되는 모든 음반을 리뷰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당분간 주요작 중심의 리뷰로 전환합니다. 업데이트 간격 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크로스컨트리 OST Part 1
에이비 플래닛, 코니 컨텐츠, 클래프 컴퍼니
2017년 3월 12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트로피컬 하우스의 영향권 내에 들어가고자 하는 바가 전적으로 성공적이라 보기는 어려운데, 이를 내려놓은 순간 더 매혹적인 섹션이 만들어졌다. 후렴에 따라붙는 스타카토 플룻이 바로 그것. 기획 자체의 특성에서 비롯된 듯한 다소의 느슨함도, 리드미컬하게 흐르는 곡의 출렁임의 보완 속에서, 곡의 느긋하고 상쾌한 정조를 잘 살린다. 힘을 뺐을 때 더 철렁하게 파고드는 핫펠트의 음색이 곡을 지배하면서, 매캐한 의미심장함을 담아둔 채로 일단은 기분 좋게 뻗어나가는 여행의 설렘을 매력적으로 표현해낸다. 리뷰가 작성되는 시점에서 이미 여러 곡이 발표된 〈크로스컨트리〉의 연작이 대체로 준수한 가운데, 그 오프닝이자 대표 넘버로 자리하기에 손색이 없다.


Flight Log: Arrival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3월 13일

박희아: “Flight Log” 시리즈를 쭉 듣고 도착지에 이르러 감상을 남긴다. “여기저기 헤매다가 그래도 종착지를 찾은 것 같다.” 연신 울리는 화려한 신스 사운드와 날선 보컬이 선사하는 트렌디함이 피로감을 줘서 힘들긴 하지만, 유행하는 것들을 모아둔 앨범인지라 시장 흐름을 정확히 기록했다는 가치만큼은 분명히 있다. JB의 보컬은 무르익을 만큼 무르익어서 아주 능청스럽고, 다른 멤버들이 지닌 미성도 언제나처럼 귀를 잡아끈다. 허나 무엇보다도 지난 앨범들에 비해 조금 더 안정감을 찾은 래핑에 박수.

돌돌말링: 3부작 “Flight Log”의 마지막 EP. 타이틀컷 된 ‘Never Ever’은 오랜만에 박진영이 참여한 곡이다. 깊지 않은 베이스를 일부러 곡 전체에 배치했는데, 이것이 트렌디한 느낌을 만들기야 하지만 퍼포먼스할 때 기준이 될 리듬을 찾기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았다. 3부작 전체를 돌아보면 메시지보다는 주로 트렌디한 사운드 위주의 앨범들이었다. 그러나 타이틀만 쭉 보면 1부 “Departure”의 ‘Fly’, 2부 “Turbulence”의 ‘하드캐리’, 그리고 3부 “Arrival”의 ‘Never Ever’가 나름의 감정선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담은 이야기가 너무 농후하지 않기에 뽕끼나 구질구질한 느낌을 내지 않는 점이 좋았다. 동시에 ‘최신 사운드에 어찌됐든 짱짱한 보컬을 올리고 거기 맞춰 춤춘다’는 케이팝의 공식은 잘 따랐다. 괜찮은 비행과 안전한 착륙이었다.

오요: 타이틀 곡 'Never Ever'부터 퓨처 사운드를 내세운 트랙('Paradise', '양심없이')과 좀 더 힙합에 충실한 트랙('Go Higher', 'OUT')이 번갈아 나오며 전반적인 음반의 사운드를 만들어나간다. 개별곡들의 만듦새가 전작 'FLIGHT LOG : TURBULENCE' 보다는 확실히 나아졌다. 다만 힙합에 글리치와 전자악기 몇개를 끼얹기만 한 수준인 "퓨처 사운드" 트랙들이 갓세븐에게 최적의 선택이었는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트랙에서 분명 보컬 멤버들은 한결 여유롭게 곡을 풀어나가지만 랩이 겉돈다. 그렇다고 본격적인 힙합을 하자니 이번에는 또 보컬의 톤이 힙합 사운드에 잘 붙는 것도 아니다. 난감한 딜레마다. 음반의 마지막 트랙 'OUT'이 모든 트랙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데 결국 갓세븐이 가지고 있는 폭발적인 에너지, 그것을 가장 잘 터뜨리는 것이 앞에서 말한 딜레마 해결의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햄촤: ‘하드캐리’에 이어 ‘Never Ever’로 팀 컬러를 매끄럽게 변화시키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느낌이 사뭇 어색하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한 앨범. 3부작의 에필로그 격이라 생각하면 이 차분함이 썩 나쁘지만은 않게 다가온다. 전작들부터 멤버들의 자작곡도 꾸준히 수록되고 있다는 점 또한 팬들에게는 반가운 요소일 듯. 수록곡 중에선 ‘Q’가 인상적이며, 마지막 트랙임에도 불구하고 아마 앨범 안에서 가장 에너제틱한 ‘Out’이 마치 다음 앨범에 대한 예고처럼 들려 흥미롭다.


Love & Live
BlockBerry Creative
2017년 3월 13일

박희아: 이 팀에게는 노래에서나 춤에서나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나고, 이 점이 무기라고 느껴진다. 혹자에게는 ‘촌스럽다’고 느껴질 만한 지점을 꼭 집어넣어 순수한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전략도 매력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난 콘셉트보다 의외성이 덜하다는 점. 이전에 무척 신선하다고 느껴서 그랬는지 이번 유닛은 예상했던 그림이라는 게 왠지 섭섭했다(팀명을 제외하고). 그러나 이 전략이 나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들은 단시간 동안 워낙 넓은 스펙트럼을 펼쳐보였다. 당분간 그 안에 머물면서 몇 가지 원을 그려본다고 해서 멋진 아이디어들이 사라지는 건 아닐 테니까.

돌돌말링: Loona 프로젝트가 비비라는 신멤버를 공개함과 동시에 전체 열두 명 멤버 중 1/3에 해당하는 네 명의 멤버로 유닛을 냈다. 이 기획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걱정 되는 것은, 여태까지 내놓은 유닛곡이 솔로곡보다 못하다는 것이다. 아이돌을 굳이 그룹으로 내는 이유는 멤버 간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기를 바라서일 텐데, 이제까지 내놓은 듀엣 유닛들도 'I'll Be There''Vivid'나 '다녀가요'만 못했고, 'The Carol'도 '소년, 소녀'만 못했다. 네 명이나 뭉친 '지금, 좋아해'도 마찬가지다. 한 명보다 네 명으로 해낼 수 있는 안무라든지, 서로 다른 목소리로 쌓는 하모니라든지, 할 수 있는 것은 많을 텐데 아무 것도 성취해내는 것이 없다. 각각 프랑스와 일본, 아이슬란드까지 다녀오던 기획력에 많은 것을 기대했는데, 기껏 그 멤버들을 모두 뭉쳐놓고는 부르마 입은 시시한 캔디팝을 부르게 하다니. 김이 확 빠져버렸다.

햄촤: 어느새 12명 중 5명의 멤버가 공개된 이달의 소녀가 이번엔 본격 유닛을 선보였다. ‘지금, 좋아해’는 쉽게 귀에 들어오는 심플한 사운드와 멜로디가 장점. 어딘지 90년대 초반 솔로 여가수들의 노래를 듣는 듯한 이미지도 있는데, 이달의 소녀가 꾸준히 복고적인 콘셉트를 일정량 담아왔던 걸 생각하면 유별난 일은 아니다. 지나치게 심심해 보이는 안무는 정식 데뷔 전까지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어느 정도 감춰두려는 의도인지 다른 뜻이 있는지 살짝 의아하기도. 수록곡 모두 고른 퀄리티를 지닌 EP이니 기왕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시길.


Manifest
피에이치 엔터테인먼트
2017년 3월 13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돌돌말링: 어벤전승이 처음으로 프로듀싱한 보이그룹. 근래 어벤전승의 주된 작업은 라붐의 ‘아로아로’나 레인보우의 ‘Whoo’ 같은 곡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의외의 행보이다. 곡 전면에 뺴곡히 등장하는 글리치 사운드가 귀를 피곤하게 한다 느낄 수 있겠지만, 조금만 참고 들어보면 신인 그룹으로서 임팩트를 남기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판단이 든다. 무대를 보았을 때 매력을 훨씬 더 크게 느낄 수 있는 팀이다. 크럼프 동작이 많은, 각이 살기 어려워보이는 안무인데도 일곱 명의 칼 같은 군무에서 바짝 들어가있는 기합을 느낄 수 있다. 인기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경쟁하는 아이돌 연습생의 다수가 수준 미달의 댄스를 선보일 때,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갈고 닦아 이런 수준의 데뷔 무대를 꾸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랙리스트 전곡의 제목이 반말에 명령조인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한다만…

햄촤: ‘선택해’는 무엇보다 신인답게 쉴새 없이 몰아치는 곡의 템포와 그에 걸맞은 퍼포먼스 덕에 제법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노래다. 반면 곡의 구조가 단조로운 점이 조금 아쉽지만 보컬과 랩 파트 모두 안정적이어서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기엔 충분한 시작점 같다.


Butterfly Effect
스타로 엔터테인먼트
2017년 3월 16일

돌돌말링: 신인 그룹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7시와 퇴근하는 오후 7시를 뜻한다고. 데뷔곡 '시계바늘'은 이런 그룹의 이름을 의식한듯 하다. 트로피컬 하우스라고 소개하는 노래이지만 마이너 곡조에서 뭄바톤의 영향도 느껴지는데, 리듬이 어째 흥겹지가 않다. 퍼포먼스 하는 이들이 박자에 겨우 얹혀가는 듯한 아슬아슬함이 감상을 불편하게 만든다. 트렌드를 반영하려는 노력은 좋으나, 현재로서는 아쉽게도 그것 뿐이다. 래퍼 멤버 중에 빅뱅의 탑과 닮은 톤이 들린다. 빅뱅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이돌이 되는 것이 처음은 아닌만큼, 단순한 닮음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

햄촤: 세븐어클락과 타이틀곡 ‘시계바늘’은 지금 씬에서 ‘힙합돌’이라 칭할 수 있는 그룹들의 성공 요소와 트렌드를 골고루 가져와 담은 듯한 곡. 자칫 타 그룹의 아류처럼 인식될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앞으로의 콘셉트에 그룹만의 개성을 담기 위해 기획적인 면에서 더 고민이 필요하지 않을까, 감히 걱정의 한 마디를 보태어 본다. 래퍼 ‘반’의 스타일링과 목소리에서 모 그룹의 유명한 래퍼 멤버의 모습이 떠오르는 건 아무래도 어쩔 수 없다.


왜 또 봄이야
페이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3월 17일

돌돌말링: 2010년대 최대 히트곡이라고 봐도 무방할 ‘벚꽂엔딩’ 이후, 이 시즌만 되면 ‘벚꽃엔딩’ 같은 pro-봄노래, 그리고 ‘봄이 좋냐??’류의 anti-봄노래들이 쏟아져나온다. 차오루, 키썸, 예린이 함께 부른 ‘왜 또 봄이야’는 후자에 속한다. 불평하면 할수록 연애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가사가, '벚꽃엔딩'이 유행할 때야 '봄 사랑 벚꽃 말고'의 존재처럼 도드라졌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다소 흔하게 느껴진다. 차오루와 키썸, 예린 세 사람의 비주얼 케미가 좋아서 뮤직비디오는 귀엽게 잘 나왔다.

햄촤: 가사도, 곡도 봄이라는 계절 특수를 노리고 나오는 수많은 상투적 노래들 중 하나 이상이라는 느낌이 없다. ‘봄이 뭐라고’하며 시큰둥한 ‘츤데레’ 콘셉트의 가사도 이제는 흔해서 큰 경쟁력이 없지만, 쉽게 흥얼거리고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노래인 것 또한 사실. 다만 모처럼 의외의 세 명이 만났을 때 좀 더 신선한 무언가를 기대했기에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토니안, 에반, Jäger & Lucas
봄이었나봐, 그때
차일드 인 더 키친
2017년 3월 17일

돌돌말링: 2004년작인 ‘사랑은 가질 수 없을 때 더 아름답다’나 2006년에 내놓은 ‘유추프라카치아’ 같은 곡을 떠올려보면, 토니안은 이런 ‘외국 느낌 음악’의 제작에 늘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것도 최신 유행 차트에서 따온 느낌이 아닌, 북미 동부에서 재즈나 클래식 작곡 공부한 사람들이 만들어낸듯한 팝음악을 말이다. 별스럽지 않고 투명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네 사람의 목소리 톤이나 창법이 저마다 다 달라서 서로 다른 파트로 교차할 때의 감각이 독특하다. 특히 네 사람 중 비교적 투박한 느낌을 주는 토니안의 보컬이, 적당히 세련된 곡에서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워요
SM 엔터테인먼트, Label SJ
2017년 3월 18일

박희아: 헨리는 본인이 지닌 이미지를 여러 갈래로 활용하고 있고, 이런 팝발라드가 그의 목소리를 나름대로 잘 쓰는 예인 것도 맞다. 하지만 이번 곡은 왠지 평이한 수준의 감흥을 줘서 다소 아쉽다. 댄스곡으로 활동할 때 헨리가 지닌 미성이 매력적일 때가 많았는데 그런 장점을 너무 정면 전략으로 써버려 그런 것일까. 아니면 특별한 전략 없이 ‘하고 싶은 것’에 집중했기 때문에 귀는 평온하되 마음 한 편에는 아쉬움이 남는 건가.


7ºCN
FNC 엔터테인먼트
2017년 3월 20일

미묘: 씨엔블루에 대해 ‘가요’를 굳이 호명할 때 그것은 “(록이 아니라) 가요”라는 비하의 의미보다는 가요적 친숙함이라는 양날의 검을 이들이 어떤 각도로 배치하는가에 대한 지칭이어야 옳다. 이번 미니앨범은 특히, 가요라는 커리어 출발점과 (밴드 강국) 일본의 취향 속에서 씨엔블루의 인물상이 완성되어 간 과정을 따로 한번 살펴보고 싶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음반의 초중반부는 씨엔블루 특유의 건실한 청년 느낌을 잘 담고 있다. 특히, 나긋나긋하고 로맨틱한 공기와 낙관적이고 선명한 공기가 교차하는 ‘끊지마’가 인상적. 트렌디한 사운드 요소를 도입하고자 하는 욕심이 곡의 시작점이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는 곡들이 있는데, 그중 ‘When I Was Young’이 목표한 장르를 꾸준히 따라감으로써 ‘굳이 해야 했나?’하는 감상을 남기기도 한다. 반면 타이틀인 ‘헷갈리게’는 가요적인 탄탄함-익숙함과 로킹한 임팩트 등 씨엔블루가 원래 잘하던 것들을 충실히 배치하면서 그 안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훨씬 흥미로우면서도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되었다. 스트레이트한 내달림과 ‘외부적 요소들’이 다분히 가요적인 멜로디 속에서 조화와 다이내믹을 이룬다.

박희아: 중견 그룹에게 기대하기 힘든 청량감이 앨범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일본 보이 밴드에게서 찾곤 했던 정서고, 이를 그림 그리듯 얘기하자면 '맑지만 가끔 소나기가 내리는 하늘'이랄까. 타이틀곡 ‘헷갈리게’는 BPM을 좀 낮추고, 편곡만 조금 단순화하면 영락없는 청춘 드라마 OST다. 한동안 뻔해진 곡 진행에 그룹 캐릭터가 조금 루즈해졌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이번에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업시키면서 신인 그룹 못지 않은 활기로 그걸 지운다. 버스(verse)와 후렴 사이에서 정용화와 이종현의 보컬이 교차될 때 오는 짜릿함은 역시나 좋다. 두 사람이 쓰는 곡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온도 차이를 이렇게 매번 납득한다. 타이틀곡 외에는 신스 사운드를 매우 강하고 신경질적으로 쓴 ‘When I Was Young’, 일본 정규 앨범에 수록되었던 ‘Royal Rumble’ 한국어 버전을 추천한다.


Can You Feel It?
어라운드 어스
2017년 3월 20일

미묘: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의 우악스러움이 인상적이다. 어느 정도는 ‘이것이 인디 아이돌이다’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전면적인 납득은 아니지만, 심각할 것 하나 없다는, 또는 이렇게 팔팔하게 살아있다는 제스처로서 흥미로운 선택이다. 나직하고 감상적인 ‘아름답다’에서도 비슷한 태도를 취한 것은 다소 듣기 부담스러운 요소들을 강화하지만 말이다. 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나머지 세 트랙이다. 느긋한 ‘시작’과 상쾌하게 내달리는 ‘Can You Feel It’이 과거 비스트 식의 감성과 낙관적인 에너지를 좋은 균형으로 선보인다. 언젠가부터 이들의 시그니처처럼 돼가고 있는 세 박자 리듬의 곡인 ‘위험해’는 전작들에 비하면 조금 성인 취향의 무게감을 갖는데, 감성 물씬의 여린 멜로디라인이 균형을 잘 잡아준다. 이미 가진 것들과 확대해가야 할 것들에 대한 적확한 판단에서 비롯된, 연속성과 재출발을 잘 잡아낸 미니앨범.

놓치기 아까운 음반

햄촤: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는 비스트 때부터 그들이 쭉 지녀왔던 유쾌한 에너지를 만끽할 수 있는 곡으로, ‘재데뷔’가 말뿐만이 아닌 듯 신인 시절의 활기와 신선함에 새삼 반가운 마음이 든다. 아이돌그룹에게 수년 간 써왔던 이름을 포기하고 새로운 이름으로 대중 앞에 나선다는 것은 어쨌든 보통 일이 아닌데, 건재함을 애써 드러내기보다는 태연함과 유쾌함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걱정이 앞섰던 팬들도 앨범을 들으며, 특히 앨범 표제와 같은 제목의 ‘Can You Feel It?’을 들으며 ‘변한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안도감이 가장 먼저 들지 않았을까. 세 번째 트랙 ‘시작’은 평범한 이별송처럼 들리다가도 그동안 그룹이 겪어온 이야기와 앞으로의 각오를 담담하게 적어내려간 듯한 가사가 무척 인상적이다. 잊어야 할 것보다는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충실히 챙긴, 성공적 Re데뷔 앨범.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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