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17주년 : 신화, 그리고 남성성

이미지 ⓒ 신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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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고 있듯이 신화는 한국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자 남성 6인조 그룹이다. 데뷔 초에는 힙합 리듬을 기반으로 한 곡들로 활동하기도 했고, 사회 비판적인 면모도 갖췄으며, 후에는 ‘짐승돌’이라는 이름이 처음 붙을 만큼 근육을 뽐냈던 적도 있었다. 무대에서 여성과 호흡하는 순간도 잦았고, 심지어는 누드집을 내기도 했다. 활동하는 기간이 길었던 만큼 남성미를 과시하는 순간도 정비례했다, 10집 이전까지는. 그러나 ‘Venus’ 이후로 신화는 조금씩 변화를 모색한다. 그 변화는 아마도 긍정적인 느낌의 어떤 얻음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단순히 외국 작곡가의 곡을 받아왔다는 이유만으로 세련되어졌다고 할 수는 없다. 신화는 단순히 ‘오래 했다’는 것만으로 존경받아야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 존경받아야 할 것이다. 여기 신화의 남성성이 표출된, 혹은 변화한 순간을 짧게 정리해봤다.

안무: 와일드 아이즈, 그리고 커플링

민망한 기억이지만 어쨌든 나는 ‘Yo! (악동보고서)’를 참 좋아했다. 지금도 자다 깨워서 시키면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릴 때 무엇을 접하는가는 그만큼 위험하고 또 중요하다. 아, 그게 아니고 신화는 데뷔 초부터 남성성을 강하게 표출했다. 이는 당시 트렌드(라고 하기에는 아이돌 그룹의 시장이 지금보다 크지 않았지만) 성격상 그런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SMP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남성성의 절정을 개인적으로는 ‘Wild Eyes’ 뮤직비디오라고 본다. 앤디 없이 활동하던 그때, ‘Hey, Come On!’에 이은 이 후속곡의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는 조금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부 거부감을 일으킬 만한 비주얼을 2PM이나 빅스 이전에 신화는 이미 택했던 것이다. 아마 모두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 혹은 그렇게 보여야 할 포지션인 아이돌로서는 처음으로 뮤직비디오에서 그로테스크한 비주얼을 택했는데, 이는 신화가 표현하는 남성성의 극단에 해당한다.

이후 신화는 여성 댄서와 함께 무대를 구성하는 기획을 계속 가져갔다. 이는 ‘Brand New’가 대표적이기도 하며 또한 그 시작인데, 워낙 무대 구성이 복잡하고 멤버 각 개인이 무대를 차지하는 시간도 길어서, 단순히 커플링만으로 그 안무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성 댄서의 호흡은 이후 ‘Venus’ 외에는 비중 있게 등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단체 군무와 함께 멤버 개인의 파트에 집중하는 구간이나 복잡한 동선, 연출이 더욱 주목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 안무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이 또한 신화가 먼저 선보인 몇 가지 독특한 점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신화의 커플링은 여성 댄서와의 호흡보다는 멤버 간의 그것이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특히 멤버들이 커플링을 인지하고 있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 여지를 남긴다는 것이 더욱 인상적인 부분이다. 물론 누군가가 확실한 단서 없이도 충분히 커플링을 만들 수 있지만, 그러한 상상의 여지나 가능성(?)을 제공했기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추후 남성 아이돌 그룹에게 모범이 되어야 할 이유까지는 되지 못하겠지만, 신화의 남성성을 이야기할 때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다. 신화가 단순히 ‘남성성 강한 그룹’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큰 요소이기도 하다.

누드

신화는 3집 활동 때도 이미 근육, 태닝, 노출 등의 키워드를 그룹의 정체성으로 가져갔다. ‘Only One’의 뮤직비디오에서부터 충분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통상적인 시각에서 읽었을 때 이는 당연히 일종의 남성성 과시로 보인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를 언급하는 신화는 조금 다르다. 누드집을 내는 데에는 마음의 결정과 용기, 그리고 준비가 필요하다. 에릭은 〈힐링캠프〉에서 “묘한 오기가 발동하는 느낌이 있어서, 사람이 살면서 평생에 (중략) 언제 한 번 여섯 명이서 발가벗고 뛰어다니겠어요”라고 말한 바 있다. 모니터를 통해 누드집을 보는 멤버들은 굉장히 부끄러워했고, 이는 〈김승우의 승승장구〉에 나왔을 때를 포함해 근 몇 년 사이 누드집이 언급되었을 때마다 모두 마찬가지였다. 물론 누구나 자신의 알몸이 공개되면 부끄럽겠지만, 이를 어렵게 풀자면 스스로가 시선의 대상이 되는 순간이자 동시에 타자화되는 순간을 경험하는 것이다. 억지라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남성의 누드집이라는 것 자체가 결국 누구의 손에 갈까 생각해보면 그렇게 과잉해석도 아니다. 이는 남성성을 단순히 과시하는 데서 그친 게 아니라, 남성성을 ‘판매’한 것이다.

보깅, 그리고 김동완의 인터뷰

앞서 언급한 바 있지만 신화는 그간 늘 안무에 대해 주목을 받아왔고 그만큼 많은 공을 들여왔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인 ‘This Love’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 곡에서 쓰인 안무는 ‘보그(Vogue)’라는 춤을 차용한 것이다. 보그는 그 이름처럼 여성지의 하이패션 포즈, 메이크업 등의 비주얼로부터 영향을 받았으며 1980년대 뉴욕에 거주한 흑인, 라틴 계열의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들을 통해 탄생되고 알려진 춤이다. 이는 마돈나(Madonna)가 자신의 히트곡 ‘Vogue’를 발표할 때 차용하여 세상에 많이 알려졌고, 한국에서는 엄정화와 함께 활동했던 프렌즈가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이 안무는 30대를 넘어선 신화의 세련됨과 센스를 확인시켜주는 동시에, 성숙하고 농익은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서 장점으로 통했다고 생각한다.

신화가 보그를 선보이기 이전에, 김동완은 2011년 뮤지컬 〈헤드윅〉을 통해 LGBT 코드를 먼저 선보였다. 그리고 그는 2014년 9월호 〈더뮤지컬〉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한다. ”동성애자들의 문제가 좀 더 수면 위로 올라왔으면 좋겠어요. 주위에 이런 얘길 하면, 너 그러다 나중에 네 아들 게이 된다, 그래요. 게이가 전염병도 아닌데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와 같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엠넷 와이드 연예뉴스〉 490회에서는 “하리수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도 하면서 “〈헤드윅〉을 다시 할 생각은 없다”고 했지만, 결국 다시 하게 되었다. 〈헤드윅〉의 한국 공연 10주년이라는 의미와 함께, 아마 〈더뮤지컬〉에서 이야기하는 부분 등 여러 상황이 작용했을 것이다. 당시 그의 인터뷰는 생각보다 많이 회자되지 않았지만 그러한 이야기를 공론화한 것 자체가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에이징 문제를 길게 바라보다: 나이 드는 섹시함이란

신화는 남성성 그 자체로 시작했지만, 이후 남성성에 점점 변화를 보였다. 수없이 좌충우돌하면서 몸으로 겪어 느낀 것들일 수도 있고, 어쩌면 처음부터 개개인이 가지고 있었던 부분들을 서서히 꺼내놓는 과정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현재이다. 메트로섹슈얼, 소년 등 다소 완화된 이미지의 남성성이 유행처럼 퍼질 때도 신화는 선 굵은 비주얼을 택했다. 그리고 이후 그 어느 보이밴드도 따라 할 수 없는 성숙함, 아니 진한 매력을 가지게 됐다. 이는 지난 세월의 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남성 그룹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여성의 나이 듦’이라는 것은 페미니즘 이론에서 중요한 이야기 중 하나다. 물론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지만, 노인이 쉽게 타자화되곤 하는 등의 상황 속에서 나이라는 흐름을 주체와의 관계 속에서 생각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화는 가장 모범에 가깝다. 단순히 유일하기 때문에 모범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일함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모범이다.

신화는 계속 신화를 쓰고 있지만, 신화를 넘는 신화가 탄생해야 가요계가 발전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간 신화가 보였던 부분 중 ‘남성성’에 관한 쟁점을 중심으로 써봤다. 앞으로 많은 보이그룹이 다양한 방식으로 남성성을 해석하고 선보이며, 아이돌 그룹 시장을 더욱 풍성하고 의미 있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친다.

참고자료

  • 〈김승우의 승승장구〉, 신화 편, KBS, 2012
  •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신화 편, SBS, 2015
  • “생각보다 여성스러운 남자 신화 김동완”, 〈엠넷 와이드 뉴스〉, 엠넷, 2012년
  • “This Love” 멋진 라이브 무대의 비밀, 블럭, 일다
  • [SPOTLIGHT] 〈헤드윅〉 김동완 [No.132], 더뮤지컬〉
  • 신화 영상집, 파스텔 미디어, 2001
  • ‘Only One’ 뮤직비디오 – 홍종호 감독, 이민우, 전진, 배상욱 안무, 2000
  • ‘Wild Eyes’ 뮤직비디오 – 홍종호 감독, 이민우, Standby 안무, 2001
  • ‘Brand New’ 뮤직비디오 – 이상규 감독, 이민우 안무, 2004
  • ‘Venus’ 뮤직비디오 – 한사민 감독, 최영준 안무, 2012
  • ‘This Love’ 뮤직비디오 – 한사민 감독, 최영준 안무, 2013
  • 신화 17주년

  • 신화, 그리고 남성성 by 박준우
  • 2nd Listen
  • 오빠가 처음이에요 by 13
  • 신화창조 비망록 by M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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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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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럭이라는 이름을 쓰는 박준우입니다. 웨이브, 힙합엘이, 스캐터브레인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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