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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레이 ‘워크샵’이 대체 뭐지?

SM 엔터테인먼트는 엑소 레이의 ‘워크샵’ 설립을 발표했다. 국내에는 생소한 ‘워크샵’의 의미와, 엑소 활동에 대한 영향의 가능성을 살펴본다.

SM, 중국 내 현지화된 매니지먼트 방식 ‘워크샵’ 활용
– 새로운 현지화 전략을 통한 중국 비즈니스 확대 기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중국에서의 다양한 현지화 전략 중 하나로 중국 내에서 ‘워크샵’ 방식을 활용해, 엑소의 중국인 멤버 레이의 중국 활동을 진행한다.

레이 워크샵은 지난 3월 말 중국 현지에 설립하였으며, SM과의 전속 계약 틀 안에서 운영된다. 이에 SM은 중국 내 매니지먼트에 대한 새로운 현지화를 도모해, 중국 활동 및 계약에 대한 신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었다.

또한 레이의 모든 활동은 기존대로 진행되며, ‘워크샵’ 방식 활용으로 인한 중국 현지 비즈니스의 확대 및 시너지가 기대된다.

레이는 “이번 워크샵 설립은 계약을 준수하는 정신을 다지는 기초가 될 것이며, 계약준수 정신을 선도하는 사례가 되길 바란다. 향후 저의 중국 활동이 엑소와 회사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하며 회사의 성장과 한•중 문화의 교류와 발전을 촉진시킬 수 있길 희망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은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밝힌 레이 ‘워크샵’과 관련한 내용의 전부다. 이 짧은 보도 자료로는 전말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4월 8일 오전에 갑작스레 공개된 이 레이 ‘워크샵’의 정체는 무엇인지 알아보고, 향후 엑소와 레이 활동 전망에 대해 혼란스러울 팬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아마 이 사건과 관련하여 가장 참고될 만한 기사(“엑소 레이와 SM의 ‘워크샵’, 좋은 선례 될까?”, 엑스포츠뉴스)에서는 ‘워크샵’을 중국에서 보편화된 매니지먼트 방식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워크샵을 통해 레이 본인은 “자신과 마음이 맞는 스태프를 정할 수” 있으며 “특정 분야에 대해서 전문성을 지닌 외부 스태프를 고용하는 것도 자유다.” 즉 한마디로 독자적인 기획사를 꾸리겠다는 의미이며 이는 레이 개인의 중국 활동이 SM 엔터테인먼트와 무관하게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아마 제일 혼란스러운 부분은 “SM과의 전속 계약 틀 안에서” 운영된다는 부분일 텐데, 우선 워크샵의 성격을 명확히 한 다음 과연 이 시스템이 SM과의 전속 계약 틀 안에서 운영될 수 있을지, 그렇다면 그 운영은 어떤 식일지 파악해보기로 하자.

아래는 저장성(浙江省) 공상행정관리국 기업신용정보 공시사이트에서 공개한 레이 워크샵에 대한 기업 공시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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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정보
A. 등록번호
B. 유형(기업형태): 개인사업자
C. 주소: 동양 헝디엔 영상산업실험구 상무동
D. 경영범위(업무): 일반경영항목 – 광고영상업무, 저작권[1]양도업무 , 영상[2]기획업무, 광고업무, 이미지 및 의상설계업무
E. 등록기관: 동양시[3]공상행정관리국
F. 설립일: 2015년 3월 31일
G. 명칭: 동양 헝디엔 장이씽 영상 공작실[4]
H. 투자자: 장이씽
I. 승인일: 2015년 3월 31일
J. 등록상태: 존속(유효)

[1] 저작권 전반을 관리하는 업무를 의미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2] 영화, 텔레비전 포함
[3] 중국의 영화산업집중지구
[4] 한국식으로 번역하자면, 장이씽 영상 프로덕션

2. 투자자정보
a. 성명: 장이씽
b. 출자방식: 개인재산출자

캡처 및 번역: 문선우

공시자료에서 볼 수 있듯 레이 ‘워크샵’의 좀 더 정확한 명칭은 ‘장이씽 영상 공작실’로 (레이의 본명은 장이씽이다) 장이씽 개인의 단독 투자로 세워진 사업체이며 따라서 SM 엔터테인먼트와는 어떠한 관련도 없다. 또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영상’, 즉 장이씽의 중국 내 영화 및 TV 방송 출연을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자칫하면 이중계약으로 비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SM 엔터테인먼트 측은 이 사업체의 운영이 “전속계약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고 밝히고 있으며 말미에 덧붙인 레이의 의견에서도 “계약을 준수하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장이씽 영상 공작실 (이하 공작실)’이 전속계약과 상충되는 점은 없는지, 전속계약을 살펴보기로 한다.

SM 엔터테인먼트는 공정거래위원회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준수한다. (적어도 그렇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레이와 SM 엔터테인먼트 또한 이에 따라 계약을 맺었다고 전제하고 공정위 표준전속계약서를 살펴보았다. 공작실의 설립으로 인해 위반되는 몇몇 조항 및 그 구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제2조 (매니지먼트 권한의 부여 등) 1항
을은 갑에게 제4조에서 정하는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의 활동에 대한 독점적인 매니지먼트 권한을 위임하고, 갑은 이러한 매니지먼트 권한을 위임 받아 행사한다. 다만 을이 갑에게 위 독점적인 매니지먼트 권한의 일부를 위임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양 당사자가 합의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 하다.

제6조 (을의 일반적 권한 및 의무) 5항
을은 계약기간 중 갑의 사전 동의 없이는 제3자와 이 계약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이 계약을 부당하게 파기 또는 침해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SM 엔터테인먼트에서 내세우는 ‘전속계약의 틀 안’이라 함은 ‘당사자 간 사전 합의가 이루어졌음’이라는 뜻일 뿐이다. 공작실의 설립은 갑과 을의 전속 계약상 권리 및 의무 상당수를 위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속계약의 틀이 유지되는 것은 공작실의 설립이 전속계약을 위반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오직 양 당사자 간 사전 합의가 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제13조 2항 3에 의하면 을은 계약 기간 중 이 계약 내용과 저촉되는 계약을 제3자와 체결하지 않아야 한다. 즉 ‘전속계약의 틀’이 유지된다는 것은 사전 합의를 통해 계약 내용을 변경하여, 공작실 설립이 계약 내용에 저촉되지 않도록 했다는 얘기와 같다.)

그렇다면 실질적 효력이 옅어진 전속계약보다는 기존 계약의 변경 사항이 향후 엑소와 레이의 활동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변경이 불가피한 조항들과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제4조 (연예활동의 범위 및 매체) 1항, 2항, 3항

근거: 제4조 3항에 의하면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연예활동 범위와 연예활동 매체 등은 갑과 을이 부속 합의서에서 달리 정할 수 있다. (제3조 5항에서 이 계약의 적용범위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지역으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 활동에 대한 독점적 매니지먼트 권한을 공작실에 넘길 경우 제4조 3항에 의해 ‘구체적인 연예활동 범위’를 대한민국, 혹은 중국을 제외한 국가로 한정 지어야 할 것이다.)

제8조 (상표권 등) 제9조 (퍼블리시티권 등)

근거: 제8조와 제9조에 의하면 “갑은 계약기간 중 본명, 예명, 애칭을 포함하여 을의 모든 성명, 사진, 초상, 필적, 기타 을의 동일성(identity)을 나타내는 일체의 것을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엑소 레이가 아닌 ‘장이씽’으로 활동하더라도 공작실은 제8조와 제9조에 규정된 SM 엔터테인먼트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당사자 간 별도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본다. (제19조 2항에 의하면, 을이 그룹의 일원으로 연예활동을 하는 경우에 제8조 내지 제10조(콘텐츠 귀속 등)의 규정은 별도의 합의로 정할 수 있다.)

연예활동의 범위, 즉 레이의 중국활동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잡을 것인지에 따라 엑소의 향후 활동 내용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본다. 엑소 멤버 활동은 SM 엔터테인먼트, 그 외는 공작실이 전담하기로 합의를 했다고 한들, 판단이 모호한 회색지대는 분명 존재한다. 이는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만약 엑소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광고주가 레이의 개인 광고 촬영을 요구할 경우 그것은 SM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인가, 아니면 공작실의 영역인가. 이는 수익분배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수익분배로 인한 갈등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는 이미 많은 아이돌들이 보여주었기에 더욱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많은 팬들이 저마다의 걱정과 불안, 온갖 복잡하고 다양한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레이와 SM 엔터테인먼트 간의 정확한 계약 내용을 일개 팬이 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주어진 정보를 최대한 짜 맞춰 사태를 파악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 장시간의 자료 수집, 약간의 우울한 상태 등을 거치고 나서야, 3년째 엑소 빠순이인 필자도 상황 판단 및 정리를 할 수 있었다.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다. :

개인 활동의 수익 전체를 개인이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엑소-M은 사실상 개점휴업상태라 봐야 할 것이고, 레이의 중국 활동 또한 SM 엔터테인먼트의 손을 떠났다. 그룹 단위의 계획과 향후 일정에 어느 정도의 차질도 있을 수 있다. 일종의 ‘의리’ 혹은 ‘상도덕’을 지킨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능하다. 어찌 되었든 레이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척 ‘현명한’ 선택이다. 개인 활동의 자율성 및 그 수익 전부를 보장받음과 동시에, ‘엑소의 일원, 레이’라는 이름도 지켰으니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적어도 소송, 무단 팀 이탈 따위의 일들이 반복되지 않은 것에는 안도해도 좋을 것이다.

4월 8일 저녁, 레이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엑소 팬 사인회에서 수많은 팬들을 맞아주었다. 사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결국 ‘오빠’를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By 오요

아이돌의 성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