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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캐릭터리스틱 : 신디, 아이유

〈프로듀사〉 초반에 아이유가 연기논란에 말려들었을 때, 나는 이 사람들이 나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게 맞나, 라고 생각했다. 드라마가 온갖 공을 쏟은 건 아이유라는 재료를 갖고 새로운 이미지의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신디였다.

배우 아이유에게 불만을 품었던 적은 없다. 〈예쁜 남자〉는 근처에도 가본 적도 없으니 거기서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드림 하이〉와 〈최고다 이순신〉에서 드문드문 본 아이유는 무척 편안하고 안정된 배우였다. 명연기의 야심은 없지만 자신의 범위 내에서 주어진 연기를 수월하게 하면서 거기에 부담 없이 자신의 매력을 얹을 줄 아는. 이런 재능은 흔치 않다. 덧붙여 말하면 난 이 사람의 외모가 배우로서 무척 효용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평범하고 무난한 거 같은데 자세히 보면 얼굴선이나 몸매선이 의외로 예쁘다. 다시 말해 어느 쪽으로건 설득력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외모인 것이다.

〈프로듀사〉 초반에 아이유가 연기논란에 말려들었을 때, 나는 이 사람들이 나와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게 맞나, 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아이유의 신디는 굉장히 그럴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신디가 아이유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쌍년을 연기해야 하는데 졸린 연기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프로듀사〉의 신디, 아이유

캐릭터 묘사 자체에 설득력이 조금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신디는 처음부터 교화용 캐릭터로 기획되었다. 맨 처음에 바닥을 보여주고 다른 주인공들과 어울리는 것을 보여준 다음 오해를 풀고 서서히 더 나은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리는 것이 목표인데, 콘트라스트를 강조하다 보니 캐릭터 설정의 많은 부분이 게을러져 버렸다. 가장 진부했던 건 변명 반, 해결책 반으로 넣은 부모 교통사고였지만 그 외에도 걸리는 건 많다. 초반의 신디는 이미지 메이킹, 아니 연예인이라는 직업 자체를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아이유의 모습은 이치에 맞는다. 그건 ‘졸린’ 연기가 아니다. 지친 연기이다. 놀라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말하는 ‘더러운 성격’이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을 커버하고 있는지 모른다. 초반 신디를 지배하는 정서는 13살에 길거리 캐스팅되어 10년 동안 아이돌 생활을 해온 사람의 피곤함과 권태인데, 보고 있으면서 배우가 이 감정에 대해 굉장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경험에서 온 것일 수도 있다. 팬들은 연예인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그게 가능한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의 속을 들여다보기도 어려운데. 연예인이라면 당연히 허상이 겹겹으로 쌓인다. 연예인의 ‘인성’이나 ‘거짓말’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란 건 대부분 허상과 허상의, 허구와 허구의 전쟁이다.

〈프로듀사〉의 신디, 아이유

게으르고 진부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프로듀사〉는 신디 캐릭터에 대해서는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드라마였다. 방송국 ‘프로듀사’들의 일상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목표였을 텐데, 정작 드라마는 프로듀서들 묘사에 영 건성이었다. 공효진, 차태현 같은 배우들을 데려다 놓고 맥없는 연애나 하는 싱거운 인물로 만든 것을 보라. 신입사원들을 대표하는 김수현 캐릭터의 수난 묘사도 초반 몇 회뿐, 그는 곧 서울대 출신의 맨스플레인 로봇으로 전환된다. 이들은 직장인엔 관심이 없다. 드라마가 온갖 공을 쏟은 건 아이돌인 신디였다.

신디의 묘사 과정은 아이유라는 재료를 갖고 새로운 이미지의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거칠게 말하면 일종의 인형놀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내가 가장 예뻐할 수 있는 아이돌 만들기. 작가가 초반에 신디 캐릭터로 무리를 했던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실제 세계에서는, 적어도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아이돌들은 안전한 길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그들에게는 성형외과를 찾는 사람들이 선택하게 되는 보수적이고 무난한 기준이 적용된다. 하지만 허구의 아이돌을 만드는 작가는 스스로가 자기 우주의 피드백을 만들기 때문에 얼마든지 무리해도 된다. 그 결과 시청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으면서도 여전히 충분한 독기를 품고 있는 캐릭터가 만들어진다. 인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여전히 낡고 진부하다. 하지만 그 결과물의 호소력은 만만치가 않다. 다들 ‘모두에게 오해받고 있지만 오로지 나를 포함한 소수만이 그 진짜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달콤한지 알고 있지 않은가. 초반 연기논란이 확 사라진 이유도 원래부터 나쁜 적 없었던 아이유의 연기가 기적적으로 개선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신디가 대중에게 보다 먹히는 모습으로 완성되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프로듀사〉의 신디, 아이유

자연인 아이유도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다가가고 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국민여동생’의 평면적인 이미지와 충돌하는 소동 덕에 여러 번 애를 먹었다. 그건 웃기지도 않은 소동이었지만, 아직 한국 연예인은 그런 어처구니없는 기대에 자기의 이미지를 맞추어야 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다.

〈프로듀사〉를 만든 사람들이 신디의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뚫고 가야 했던 곤경을 그리면서 자연인 아이유를 얼마나 참고했는지 추적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적어도 우리는 연예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어떤 과정을 통해 움직이고 변화하는지 객관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유가 신디를 연기하면서 자기 경험을 어떻게 투영했는지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린 내가 아닌 사람의 내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프로듀사〉의 신디 역시 결코 속을 알 수 없는 우주에 대한 가상의 그림에 불과하기 때문에.

글: 듀나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6 replies on “듀나의 캐릭터리스틱 : 신디, 아이유”

띄어주시기사인가요? 왜자꾸 기사가 나오냐… 어짜피 현실과 다르다면서요 ~ 캐시슬라이스까지나오다니 참…

이미 뜰만큼떳는데 띄워주기 기사가 왜필요함

연기를 안 보고 사람을 보니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