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ies
Review

류세라 – SeRen:Ade (2015)

나인뮤지스를 떠난 류세라는 홀로 자신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솔로 앨범 “SeRen:Ade”는 ‘발표’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지극히도 개인적이다.

오직 당신을 위한 세레나데

류세라가 떠나기 전, 즉 나인뮤지스가 카라에 이은 스윗튠의 새로운 뮤즈였을 때 스윗튠이 이들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너’와 ‘나’가 아닌 ‘우리’가 되는 것이었다. ‘너’가 ‘나’에게 녹아들어서 ‘나’를 ‘네’ 안에서 꿈꾸게 하고(‘Wild’) ‘나’를 조각조각 스쳐가는 기억 속 ‘너’가 ‘나’를 떠올린다는 식의 ‘너’와 ‘나’가 뒤섞인 가사들이 그 예다. 그러나 결국 그것들은 좌절로 끝이 난다. ‘너’는 ‘나’였고 ‘나’는 ‘너’였는데 그것이 잘못된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Dolls’).

바로 이 지점에서 가사 속 화자의 좌절과 류세라의 좌절이 맞닿는다. BBC 다큐멘터리 〈나인뮤지스 : 그녀들의 서바이벌 (9 Muses of Star Empire)〉(2012)에서 류세라가 좌절을 느끼는 부분이 바로 나인뮤지스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들 자기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라는 것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스윗튠이 그리는 나인뮤지스의 세계는 이런 양상을 연상시키며 멤버 류세라와 더욱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그런 류세라가 떠났으니 나인뮤지스가 세계 자체를 재정비해야 한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세계를 지탱하던 ‘나인뮤지스의 영혼’ 류세라는 이제 그 세계를 뒤로한 채 어디로 갈까.

그녀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유튜브였다. 어떤 방송에도 출연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개설한 유튜브 채널에 기존의 곡을 커버한 영상부터 올리기 시작한 그녀는 이내 자신이 직접 만든 자작곡도 하나둘 올리게 되었다. 그녀는 느리긴 하지만 확실하고 착실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쌓아 올린 걸음들이 모여서 솔로 앨범이 되었다.

류세라 - SeRen:Ade (2015)

“SeRen:Ade”. 그녀의 세레나데다.

1번 트랙 ‘Lullaby’를 시작으로, 사랑할 때 힘껏 사랑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담은 ‘굳이 사랑이’,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변화들에 주목하는 ‘보다’, 류세라를 자주 볼 수 없는 해외 팬들에게 보내는 노래인 ‘12’, 처음부터 끝까지 자뻑으로 일관하는 ‘세라리따’, 친동생과 듀엣으로 부른 ‘하지만 이별’, 그리고 가장 세레나데에 가까운 트랙인 ‘그대는 only one’과 마지막으로 히든 트랙인 ‘Mine’까지 총 8트랙이 들어있다.

류세라의 첫 솔로 앨범 “SeRen:Ade”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바로 제작공정에 있는데,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내수공업으로만 이루어졌다. 모든 곡의 작사, 작곡, 편곡, 마스터링 기타 등등 모든 작업은 류세라 본인이 했으며, 심지어는 앨범의 포장과 배송까지 모두 다 자기 자신이 직접 했다. 그녀의 팬카페를 통해 음반을 주문하면 그녀가 직접 음반을 보낸다. 앨범에는 그녀의 사인이 매번 다른 문구와 함께 들어있다.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없고 음반점에서 구입할 수 없이, 오직 팬카페를 통해서만 구입할 수 있다는 점은 “SeRen:Ade”를 진정한 의미의 ‘세레나데’로 만들어준다. 저녁 창가에서 연인을 향해 불러주는 노래를 뜻하는 세레나데처럼 류세라의 ‘세레나데’는 오직 당신을 위해 준비된 음반인 것이다. 저작권 협회에도 등록되었으니 공식적으로 발매한 앨범이지만 그녀의 앨범은 지극히도 개인적이다. ‘발표’라는 말보다는 ‘전달’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겠다. 앨범에는 오로지 류세라만이 있다. 도와준 사람은 기껏해야 그녀의 친동생 정도이다. 마치 사랑하는 한 사람만을 위해 준비한 음반과도 같다.

음반은 하나의 일관된 분위기나 흐름이 있다기보다는 류세라의 자작곡을 앨범 하나에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다. 집에서 녹음한 흔적이 역력해서, 뛰어난 퀄리티보다는 좀 더 생생함에 가깝다. 악기 소리를 옆에서 그대로 듣는 그런 생생함과는 또 다른 생생함이다. 정말로 나 한 사람을 위해 곡을 쓰고 녹음을 해서 만들어낸 앨범 같은 생생함. “SeRen:Ade”는 잘 만들어진 옷보다는 서투른 솜씨로 직접 뜨개질한 목도리에 가깝다.

그러나 결국 이 얘기는 ‘당신’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글일 것이다. 음악을 들을 때는 노래를 불러주는 ‘너’와 그 노래를 듣는 ‘나’ 둘만이 존재한다. 그녀의 노래를 듣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될 수 있다. 연인과의 기억을 친구들에게 아무리 얘기해줘도 친구들은 그때의 그 감정을 알 수 없다. 그것은 오롯이 ‘우리’만의 기억이니까. 그녀의 세레나데가 그렇다. 우리는 온전한 우리가 될 수 있다.

글: 김누누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One reply on “류세라 – SeRen:Ade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