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클라우드 아틀라스〉 op.2

이미지 ⓒ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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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김준수(시아‧XIA)는 아이돌이란 정체성을 (자의로든 타의로든) 본질적 아이덴티티로 유지할 수밖에 없는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분명 돋보인다. 앨범마다 평가는 다소 갈릴지언정 본인이 원하는 콘셉트를 적극적으로 구현해 왔기 때문이다. 2012년 SM 엔터테인먼트를 벗어남과 동시에 그는 음악적으로 이전과 꽤 다른 노선을 걷기 시작했고, 이런 점을 더 이상 대중에게 인정받고자 호소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입지도 커졌다. 이제는 자신의 음악적 지향과 관련해 소속사를 비롯,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연차’와 경험치도 쌓였다. 이런 까닭에 자신의 색을 점점 굳혀 가는 김준수의 행보―아직까진 판단을 유보하고 싶은 자작곡들에 관한 강한 욕심을 포함해―는 깊이 있게, 오랫동안 지켜볼 만한 가치가 있다. 수동적 캐릭터의 전형으로 읽히던 아이돌이 자신만의 콘셉트를 주체화한 흥미로운 사례기 때문이다.

김준수의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관통하는 열쇳말로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색채와 욕망. 풀어 말하면 팝아트 그래픽을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감 속에 다양한 욕망을 상징하는 이미지들이 적극적으로 차용된다. 그리고 색채는 그 자체로 역시 여러 가지 욕망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 요소 중 하나가 된다. 과거 동방신기 멤버로서 보여줬던 강렬한 이미지의 잔여 및 자긍심이 엿보인 ‘타란탈레그라(Tarantallegra)’(2012)에서부터, LGBT 인권을 상징하는 6색(빨주노초파보)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 ‘인크레더블(Incredible)’(2013), 최근 ‘꼭 어제’(2015)에 이르기까지. 김준수가 내놓은 뮤직비디오 곳곳에는 인간이 초월할 수 없는 갖가지 욕망에 대한 집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욕망에 대한 그의 집요하고 활발한 접근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뮤직비디오가, 바로 타블로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꽃’(2015)이다. 김준수는 앞선 앨범들에서 힙합 씬 아티스트들을 피처링 상대로 꾸준히 선택해 왔고, 따라서 타블로를 세웠단 사실 자체가 크게 놀라웠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타블로는 희망보다는 차갑고 어두운 허무를 노래하는 래퍼로 여겨지고, 이런 면에서 타블로는 김준수가 ‘꽃’ 콘셉트를 어느 방향으로 유도했는지 짐작게 하는 중요한 카드였음은 분명하다.

‘꽃’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 (Cloud Atlas, 2012)〉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앤디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남매와 톰 티크베어가 감독한 이 작품은 5세기에 걸친 시공간을 넘나들며 6가지 문명에 따른 인간들의 삶의 보여주고, 이들 관계의 유기성을 바탕으로 윤회라는 개념을 그려낸 작품이다. 1800년대 미주 및 유럽부터 2100년대의 동아시아 네오 서울, 그리고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모든 문명이 파괴된 포스트 아포칼립스까지 훑으니 그만큼 다양한 인물과 상징물들이 등장한다.

김준수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상징뿐만 아니라 핵심 사상까지 ‘꽃’에 고스란히 가져왔다. 댄서들은 영화 속 네오 서울과 문명 이후 시대에서 등장하는 의상을 입고 있다. 서너 차례 세분화된 시공간적 배경도 〈클라우드 아틀라스〉 속 윤회 흐름을 적극적으로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뮤직비디오 속 김준수는 궁전에서 권력을 누리다가 한순간 원시시대를 연상시키는 차림새로 등장하고, 괴상한 모양을 한 말을 탄 기사로 분하기도 한다.

영화의 서사 진행과는 다르지만, ‘욕심이 인간을 망친다’는 결말은 적극적으로 수용했다. 영화 속에서 인간은 무절제한 욕망으로 전쟁과 살인, 속임수를 일삼은 끝에 결국 가난하며 지저분한 태초로 돌아가는 결과를 자초한다. ‘꽃’ 뮤직비디오에서 김준수는 금을 연상시키는 점액질을 뱉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이 모습을 보며 한 아이가 즐겁게 웃는다. 이어지는 장면은 멸망한 세계에서 원시적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김준수의 모습. 영화와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는 과도한 욕망과 허영의 우스꽝스러움을 거침없이 지적할 수 있는, 순수하면서도 냉정한 존재다. 이 뮤직비디오가 단순히 식인 부족, 미래 예언자, 원시인 등의 모티프를 차용한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자 한 것으로 읽히는 이유다.

한편, 세 번째 미니앨범 타이틀곡 ‘꼭 어제’ 뮤직비디오에서 김준수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바는 단 한 가지 단어로 명쾌해진다. 이는 바로 ‘사랑’이다. 시종일관 검붉은 색이 지배하는 화면 속에서 모든 것은 쓰레기가 되었고, 무(無)로 돌아갔다. 폐허가 된 세상에서 김준수는 표정변화 없이 노래를 부른다. 추락하는 항공기, 어둠으로 완벽히 덮여가는 태양, 지구는 태양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목마를 꼭 안고 허탈한 걸음을 옮기는 노인이 있다. 연인이 나눈 반지와 장미는 재에 덮여 빛을 잃었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가 멸망해도 어제 그랬듯, 우리는 사랑하리라. ‘꼭 어제’ M/V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 나누는 몇 가지 정표 같은 것들을 차례로 비추고, 거세게 불어 닥친 지구 멸망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그것들에 집중한다.

물론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폐허가 된 세상에 비유했다’고 단순 분석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앞서 발표한 ‘꽃’의 결말이 폐허였고, ‘꼭 어제’가 그 폐허의 답을 ‘사랑’이라고 제시했다는 점에서 두 뮤직비디오에 대한 유기적 해석이 필요하다. 이 관계성은 김준수가 그려낸 회의적 세계관이 ‘사랑’으로 승화되는 과정이다. 그는 자신의 가장 높은 지향을 ‘사랑’이란 개념으로 설정했고, 이것이 그가 지닌 깊숙한 내면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다.

이처럼 김준수에게는 소비자가 보고 싶어 하거나 이해하기 좋은 것을 만드는 대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실천에 옮기는 집념이 있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자아실현을 꿈꾼다는 것은 일견 당연하지만, 대중이나 고정 팬덤의 호불호를 의식하지 않고 작품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김준수란 사례가 더없이 흥미롭다. 거대 팬덤을 거느린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였고, 현재는 당시에 형성된 개인 팬덤을 출발점으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는 난해한 콘셉트를 내놓으며 ‘아이돌스럽지 않은’ 불친절한 노선을 자처하고 있다. 아이돌이지만 소비자에게 불친절한 아이돌. 그래서 어쩌면 이제 더는 아이돌이 아닌 아이돌 ‘준쨩’ XIA, 혹은 김준수. 그가 서 있는 회색 지대는 의외로 견고하다.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제목은 극 중 천재 음악가 로버트 프로비셔(벤 위쇼 분)가 작곡한 6중주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같다. 무려 500년의 시공간을 관통하는 곡. 동방신기를 벗어난 김준수는, 더이상 그가 아이돌이든 아니든 상관없다고 여기는 팬덤과 함께 자신의 세계관을 가로지르는 콘셉트를 쓰고 있다. 그래서 ‘클라우드 아틀라스 op. 2’라는 제목을 달았다. 우리는 지금 그가 숨을 불어넣은 두 번째 작품집을 보고 있다.

*추신. ‘꽃’ M/V 속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 그가 화려한 궁전에서 식사를 할 때 먹는 음식은 생식이다. 황금을 마실 순 있지만, 진짜 식사는 풀과 날생선? 인간은 아무리 잘나도 황금을 먹고살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게다가 날생선 대가리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 (2006)〉 주인공을 닮았다. 뭐든 망친 주범은 인간이란 이야기.

XIA (준수)
Flower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2015년 3월 3일

   


시아
꼭 어제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2015년 10월 19일

   


박희아

Author:

음악기자. 사랑스런 콘텐츠들을 골라 듣고, 보고,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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