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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입덕 가이드 : 콘서트 편 ②

가장 쉽고 기초적이지만, 가장 많은 덕후들이 모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덕질의 입문이기도 한 콘서트의 모든 것. Q&A를 통해 알아보자.

자녀 몰래 아이돌에 빠져들게 된 중장년층부터, 십여 년의 휴덕기간 뒤 재입덕한 왕년의 덕후들, 그리고 그냥 덕후들의 일상이 궁금한 머글들에게까지 유용할 덕질의 모든 것을 소개한다.

콘서트는 아이돌 덕질의 모든 것들 중 기본적인 활동이다. 누구나 살면서 영화나 공연을 보러 간 경험이 한 번쯤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일상적인 경험들로만은 부족한, 아이돌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 가장 쉽고 기초적이지만, 가장 많은 덕후들이 모이기 때문에 오프라인 덕질의 입문이기도 한 콘서트의 모든 것. Q&A를 통해 알아보자. 콘서트 편 ①에서 이어진다.

Q. 입덕하고 안방 1열만 하다가 드디어 티켓팅의 신이 강림하셔서 처음으로 실물 영접하러 가요 ㅠ^ㅠ 진짜로 아이돌은 실물이 사진이나 영상보다 훨씬 더 잘생기고 뒤에서 후광이 나나요? 그리고 좌석에서도 잘 보여요?

A. 네, 사실입니다. 아이돌 콘서트 때 실제로 보면, 진짜로 뒤에서 후광이 나와서 전광판으로 보지 않아도 하느님석에서도 웃고 우는 표정이 다 보입니다. 실물이 얼마나 예쁘냐면, 제가 체조경기장 기자석에 앉아있었는데, 돌출 무대로 나온 아이돌이 저랑 0.6초 정도 아이컨택 해줬는데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무릎 꿇고 청혼할 뻔했어요.
라고 아는 기자 언니가 말해줬어요. 진짜인지는 실제로 가서 확인해보세요 ‘_^

멀리서도 빛이 나는 것은 흰 옷 때문이 아니...다...
멀리서도 빛이 나는 것은 흰 옷 때문이 아니…다…

Q. 콘서트 갈 때 먹을 것 싸가도 돼요?

A. 대기 시간은 길고, 어딜 가나 줄은 길고, 또 공연장 근처는 유독 모든 물가가 폭등하기 때문에, 공연 전에 식사를 하고 오거나 간단한 간식을 챙겨와서 먹고 입장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관람 예절을 위해 공연장 안에는 물 정도만 챙겨 들어가시고, 음식은 밖에서 다 먹고 들어가세요. 하지만 초콜릿처럼 휴대 가능한 간식은 갖고 있으면 유용해요. 옆 좌석 팬한테 건네주면 친해질 수 있으니까 덕후 친구를 사귀고 싶다면 참고하세요.

Q. 지금 5호선 광나루역인데요, 악스홀 어디로 가요?

A. 최근 ‘예스24 라이브홀’로 이름을 바꾼 중규모 공연장 ‘AX-KOREA’는 광진구 청소년 수련관 바로 옆에 있는데요, 다른 건물에 가려서 초행길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있기도 합니다. 광나루역 2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횡단보도 건너서 왼쪽으로 가세요. 우측의 청소년 수련관을 끼고 돌아서 광진구민 체육센터 건물을 지나시면, 악스홀에서 공연 예정인 가수의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는 게 보일 거예요.
사실 공연 당일에 공연장을 찾는 제일 좋은 방법은, 그냥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어쩐지 낯설지 않은 느낌의 다른 덕후들을 눈치껏 따라가는 방법입니다. 최소 수백, 수천 명이 비슷한 시간대에 공연장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우르르 몰려가는 다른 사람들을 쫓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죠. 피크 타임엔 정말 줄 서서 가는 것처럼 몰려가거든요! 아이돌들이 자주 공연하는 공연장 근처라면, 굳이 덕후들이 아니어도 아무 행인에게나 공연장을 물어보면 아마 대부분은 공연장이 어디 있는지 0.3초 만에 가르쳐줄 거에요.

Q. 올림픽공원역 앞에서부터 체조경기장까지 가는 길에 팬들이 계속 알 수 없는 줄들을 서 있네요. 여기 왜 서 있는 거죠? 물어봐도 자기도 모른다고 안 가르쳐줘요…ㅠㅠ

A. 콘서트장 앞, 특히 올림픽 공원은 대기 중인 사람은 수천 명이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그 어디를 가든 무조건 긴 줄이 늘어서 있죠. 제일 줄이 긴 곳은 화장실, 그다음이 편의점 등 가게들이지만, 어떤 건물 쪽으로 향하고 있지 않은 ‘자기도 모르는 줄’은 대부분, 팬들이 직접 제작한 응원 굿즈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는 줄일 겁니다. 올림픽공원역 앞에도 아이돌의 얼굴과 이름이 생겨진 비공식 굿즈들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는 불법 노점상이기 때문에 선뜻 사기가 꺼려지는 경우가 많죠. 또 소속사에서 직접 제작하는 콘서트 공식 굿즈는 밤을 새서 줄을 서지 않으면 금방 매진되고 맙니다. 그렇다고 빈손으로 콘서트장을 들어가기엔 어쩐지 허전할 때, 콘서트장 앞에서 쌀 화환 등을 구경하며 기다리고 있다가 갑자기 우르르 서는 줄에 잘 끼면 부직포 슬로건이나 부채 등 무료 응원 굿즈를 받을 수 있습니다. 줄 앞쪽의 팬들이야 어떤 굿즈인지 알고 찾아갔겠지만, 뒤쪽으로 줄이 늘어질수록 그냥 한정된 수량의 무료 굿즈를 받기 위해 무작정 줄부터 서고 본 사람들일 확률이 높죠. 그렇기 때문에 물어봐도 ‘무슨 줄인 지 저도 모르겠어요^^;’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하죠.
원하는 굿즈를 쉽게 얻기 힘든 무료 굿즈의 특성상, 어떤 팬들은 친구 무리와 여러 굿즈를 무작위로 받은 뒤, 모여서 자기가 갖고 싶었던 굿즈로 서로서로 교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 무료로 받았던 굿즈를 콘서트가 끝난 후에 중고로 파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경우에는 꼭 굿즈 제작자와 관련 사이트에 신고해주세요!

이를테면 이런 비공식 굿즈
이를테면 이런 비공식 굿즈

Q. 친구가 영업한다고 자기 아이돌 콘서트장 데려와서 저는 좌석 앉혀놓고 자기는 혼자 스탠딩 갔어요 ㅠ.ㅠ 저는 아이돌 팬이 아닌데, 제가 지금 여기 있어도 괜찮은 걸까요?

A. 단독 콘서트는 같은 팬인 친구들끼리 가는 게 제일 재밌는 법이죠. 하지만 덕후 친구들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법. 어쩌다 혼자서 콘서트를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덕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바로 대기 시간. 좌석보다 입장 시간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빠른 스탠딩석은 대기 시간도 그만큼 더 깁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고통은 바로 귀갓길인데요, 콘서트의 여흥을 혼자서는 충분히 느끼기 힘든 것이 덕후들이죠. 외로운 덕후 친구를 위해 하루 정도는 고가의 문화생활을 즐겨주세요! 요즘 아이돌 단독 콘서트에서 빠지지 않는 앵콜 슬로건 이벤트도 함께 참여해 보시고요. 돌아오는 길에 슬로건 문구를 뭉클하게 바라보던 아이돌에 대해 이야기하면 친구가 분명 기뻐할 거에요.

Q. 너무 더워요… 죽을 것 같아요… 살려주세요…

A. 더운 여름에 진행되는 콘서트에서는 일사병이나 탈수 현상으로 쓰러지는 덕후들이 속출합니다. 항상 양산, 혹은 양산 대용으로 쓸 수 있는 우산을 소지하시고, 대기는 그늘에 앉아서 하시거나, 공연장 근처 카페나 매점을 이용하세요. 콘서트장 안에는 꼭 뚜껑이 있는 음료수를 챙겨 가시고, 수시로 물을 꺼내기 힘든 스탠딩 구역에 계실 땐 펜스 근처에 상주하고 있는 진행 요원에게 마실 물을 요청해보세요. 관객들의 탈수를 막기 위해 스탠딩 담당 경호원들은 항상 물과 종이컵을 챙겨두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관람 중에 이상을 느낀다면, 곧바로 진행 요원에게 중도 퇴장을 요청하세요. 모처럼 들어간 스탠딩 앞쪽 자리가 조금 아쉽긴 하지만요. 그래도 힘겹고 초췌한 모습을 아이돌에게 보이는 것보단, 시원한 곳에서 잠깐이라도 쉬었다가 남은 스탠딩 여정을 버티고, 앵콜의 감격을 함께하는 게 더 낫겠죠!

조은재

By 조은재

우리 존재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