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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걸의 세계

짝사랑의 불안과 불확실을 노래하던 오마이걸이 불안을 종식시켜온 과정. 그 섬세한 감정선의 변화를 가사를 통해 살펴보았다.

불확실한, 불안한 오마이걸

오마이걸 속 소녀의 주된 정서는 바로 불안함이다. 그 불안함의 근원은 바로 ‘너’인데, 나 혼자만 너를 좋아하는 것인지,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너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불안하다. 나는 불안함이 깔린 질문들을 너에게 던지고, 끊임없이 너의 마음을 확인하려고 한다. 오마이걸의 데뷔곡 ‘CUPID(2015)’의 가사를 한번 보자.

사랑에 빠진 얼굴을 내게 보여줘요 그대

I see you

그대도 나처럼

I hear you

이상해졌나요

다음 가사처럼 나는 너에게 “그대도 나처럼 이상해졌나” 묻는다. “사랑에 빠진 얼굴을 내게 보여줘요”라고 말하는 것 역시 너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함이다. 맞으면 반드시 사랑에 빠진다는 큐피드의 화살을 너에게 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가 사랑에 빠졌는지 묻고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한다. 이것은 내가 불안하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오마이걸 미니 1집 “OH MY GIRL”의 ‘궁금한걸요’의 가사를 한번 살펴보자.

이른 아침 이슬이 맺힌 이름 모를 꽃을 따다가

조심스레 물어보아요 그대 맘에 내가 있는지

노란 꽃잎 한 잎 두 잎을 떼며 물어요 그대의 마음

그대는 날 사랑한다 날 사랑 안 한다 어려워

좀 유치하지만 나 궁금한걸요

사랑한다 사랑 안 해 줄어들 때면

마음은 좀 아리지만 나 궁금한걸요

늦은 저녁 침대에 누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스레 물어보아요 그대 맘에 내가 있는지

그대 행동 하나하나에 계속 물어요 그대의 마음

나는 이른 아침 꽃을 따다가 어릴 적에 많이 했었던 꽃잎점 놀이를 한다. 사랑한다, 안 한다. 꽃잎점을 보는 와중에도 내가 느끼는 주된 감정은 바로 불안함인데 꽃잎이 줄어들 때마다 내 마음은 아려온다. 오마이걸 노래 속 나는 “나는 널 좋아하는데 너도 날 좋아할까?” 보다 “나는 널 좋아하는데 넌 나를 안 좋아하는 거 아닐까?”에 가깝다. 나는 저녁이 되면 침대에 누워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너의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 건지 물어본다. 잠들기 전에 친구에게 전화해 너의 행동 하나하나에 대해 묻고, 아침이 되면 꽃을 따다 꽃잎점 놀이를 한다. 나의 하루는 온통 너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질문은 미니 2집 ‘CLOSER(2015)’를 지나 3집 ‘LIAR LIAR(2016)’에서도 이어진다.

머릿속에 어질러진 섬들을 맞춰도

모르겠어 그 사람도 날 사랑할까

take a look at you

밤새 난 이불을 뒤척뒤척

상상의 바다를 첨벙첨벙

liar liar liar oh 말도 안 돼

liar liar liar oh oh

혹시 너도 날 생각하니

지금 나 혼자서만 이런 거니

“모르겠어 그 사람도 날 사랑할까”와 “지금 나 혼자서만 이런 거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내가 가장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지금 이 감정이 나 혼자만의 감정일까 하는 것이다. “머릿속에 어질러진 섬들을 맞추”는 것은 바로 너의 행동에 대한 나의 해석이다. 나는 계속해서 너의 행동을 해석하고 그 속에서 너의 마음을 유추하려고 한다. 잠들기 전 침대에 누워 친구에게 너의 행동을 묻다가 잠이 드는 그 순간에도 이불을 뒤척이며 상상을 하고 있다. 생각은 내가 잠이 든 후에도 꿈속에서까지 이어진다. 나는 꿈과 현실의 중간에 서서 너에 대해 생각한다.

너로 가득 찬 나

문득 무서운 생각이 들어

너는 아닌데 말야

나만 들떠서 혼자 이러는 게 아닐까

쪽지 난 사랑이란 단어가 적힌

숨겨놓은 마음을 찾기

넓은 운동장에서

나는 이렇게나 바쁜 걸

너의 마음에 든 거 그 속에 든 거

등 뒤로 자꾸 감추는 게 무언지

누구 건지 누굴 위한 건지

시간을 돌려보면 알겠지

oh now that I found love

내가 한눈을 팔 때

넌 나를 보고 있었네

oh yeah oh yeah

now that I found love

늘 내가 웃을 때마다

따라서 웃고 있던 너

now that I found love

lalala lalala lalalala I found love

lalala lalala lalalala

상자 속에 또 상자가 있어

아직 확실한 건 하나도 없고

그냥 한 번에 널

열어볼 순 없는 거니

온통 나는 물음표만 가득해

분명 어딘가 방심했겠지

잘 봐 네가 알려주지 않아도

난 찾아내 볼 테니까

1분 흘러간 1초 날 보는 표정

조그만 단서 하나쯤은 있겠지

내가 뭔지 너한테 난 뭔지

시간을 돌려보면 알겠지

너의 행동에서 너의 마음을 알아내려는 나의 노력은 동앨범의 수록곡 ‘I FOUND LOVE(2016)’에서도 계속된다. 나는 본격적으로 너를 관찰하기 시작하는데, 이것 역시 “나만 들떠서 혼자 이러는 게 아닐까”하는 “무서운 생각” 때문이다. 이 곡에서 나는 ‘Found love’, 즉 ‘사랑을 발견했다’고 말하는데 이 모든 발견은 모두 너를 보며 찾아낸 것들이다. “내가 한눈을 팔 때 나를 보고 있는” 너를 보면서, “내가 웃을 때마다 날 따라 웃고 있는” 너를 보면서 사랑을 찾아낸다고 말하는 것이다. 큐피드의 화살을 쐈음에도 너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던 나는 너의 행동을 보고 나서야 사랑을 찾아낸다. 나는 너에게서 모든 것들을 발견하곤 한다. 노래 속 나에게 너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존재인데 너가 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미니 앨범 3집 리패키지 앨범 ‘WINDY DAY(2016)’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너를 생각하면 흔들리는 나무들과

너를 볼 때마다 돌아가는 바람개비

이건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한단 증거

‘WINDY DAY’는 바람이 부는 것을 너가 온다는 것으로 연결하는데, 이 둘은 사실 아무런 연관이 없다. 즉 나는 온통 너로 가득 차있기 때문에 단순한 바람도 내가 너를 생각하고, 너를 보기 때문에 불어온다고 믿는 것이다. 그건 “내가 너를 많이 좋아한단 증거” 가 된다. 나는 너에게서 사랑을 찾아내고 모든 것에서 너를 찾아낸다. 이렇게 내가 너로 가득 찬 까닭은 바로 너를 많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맞아요 내가 내가 너를 너를 좋아해

‘CUPID’부터 ‘LIAR LIAR’까지 끊임없이 너의 마음을 확인하려 하고 질문을 하던 나는 ‘I FOUND LOVE’를 끝으로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데, 이것은 ‘한 발짝 두 발짝(2016)’에서 내가 하는 선언과 동시에 종료된다고 볼 수 있다. 그 선언은 다름 아닌 “내가 너를 좋아해”라는 말이다. 다음은 ‘한 발짝 두 발짝’의 가사이다.

맞아요 내가 내가 너를 너를 좋아해

네가 한 발짝 두 발짝 멀어지면

난 세 발짝 다가갈게

우리의 거리가 더 이상 멀어지지 않게

네가 한 발짝 두 발짝 다가오면

난 그대로 서 있을게

우리의 사랑이 빠르게

느껴지지 않게

노래 속 내가 너에 대한 확인과 질문을 멈추는 지점은 ‘I FOUND LOVE’에서 너의 행동에서 사랑을 찾아냈을 때인데, ‘한 발짝 두 발짝’에서 보이는 나의 모습은 혼자서만 상대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너가 멀어지면 내가 다가가고 다가오면 나는 가만히 서 있는 모습은 꼭 사랑이 끝나지 않게 붙잡으려는 것 같다. ‘한 발짝 두 발짝’에서 나는 너의 행동에 철저히 맞춰서 움직이고 있다. ‘I FOUND LOVE’에서 분명 나는 너에게서 사랑을 찾아냈는데 왜 나는 다시 ‘한 발짝 두 발짝’에서 혼자 너를 좋아하고 있는 걸까? 그것은 ‘I FOUND LOVE’에서 내가 찾아낸 사랑이 말 그대로 “내”가 찾아낸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는 너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없고, 너의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면 큐피드의 화살조차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즉 ‘I FOUND LOVE’에서 너의 행동을 보고 사랑을 찾아내는 것은 나의 판단이다. ‘LIAR LIAR’에서 이불을 뒤척이며 했던 상상들과,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의 행동에 대해 물었던 일과 상통한 것이다. 결국 너의 행동을 보며 내가 찾아낸 사랑 역시 믿을 수 없다. 그럼 내가 질문을 멈춘 까닭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내가 얻어낸 유일한 확신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발짝 두 발짝’에서 나는 너의 마음에 철저히 맞출 준비가 되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오마이걸의 불안은 모두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맞아요 내가 내가 너를 너를 좋아해”라고 인정하고 선언한 이후부터 그런 불안과 질문은 모두 의미가 없어졌다. 너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내가 너를 좋아하고 있다. 이제 질문 같은 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후의 오마이걸

‘CUPID’부터 시작된 오마이걸의 불안과 불확실함은 한 발짝 두 발짝에 이르러서 종결된다. 이후의 오마이걸은 짝사랑이 갖는 특유의 감정의 낙차를 그리곤 하는데 ‘WINDY DAY’와 ‘STUPID IN LOVE’, 혹은 ‘내 얘길 들어봐(2016)’와 ‘거짓말도 보여요(2016)’사이에서 드러나는 감정의 간극등이다. 나는 벅차오르다가 가라앉곤 한다. ‘한 발짝 두 발짝’ 이전까지 나는 불안하긴 해도 감정의 낙차가 있진 않았는데, 너를 좋아한 이후로 정확히 말하자면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이후로 감정의 낙차가 생겨난다. 나는 설렘에 부풀다가도(‘WINDY DAY’) 오지 않을 너의 연락을 기다리는 나를 보며 자조(‘STUPID IN LOVE’)한다. 흥미 있는 지점은 바로 리메이크 앨범 수록곡 ‘내 얘길 들어봐’, ‘거짓말도 보여요’인데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너의 행동에 대해 묻던(‘궁금한걸요’) 내가 ‘내 얘길 들어봐’에 와서는 너에 대한 질문을 친구에게 전혀 하지 않고, 너의 행동에서 사랑을 발견해내던(‘I FOUND LOVE’) 나는 ‘거짓말도 보여요’에 이르러서는 너의 행동에서 사랑을 발견해내지 않고 오히려 나를 싫어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불안은 종식되었다. 불안이 종식된 후 오마이걸은 설렘과 기대, 체념과 자조라는 양 극단의 감정을 오가고 있다. 이제 이 감정들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글: 김누누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