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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6년 8월 초순 ②

지온, 블랙핑크, 템파이브의 데뷔 음반과 함께, Y틴(몬스타엑스X우주소녀), 비투비, 소년24, 벤지&혜이니, 플래쉬, B.A.P, 리온파이브&큐피트, I.O.I, 준케이의 새 음반을 다룬다.

①편에서 이어지는 8월 초순 신보 단평. 지온, 블랙핑크, 템파이브의 데뷔 음반과 함께, Y틴(몬스타엑스X우주소녀), 비투비, 소년24, 벤지&혜이니, 플래쉬, B.A.P, 리온파이브&큐피트, I.O.I, 준케이의 새 음반을 다룬다.

어색한 사이 (a second side)
제이스타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6일

미묘: 비트가 살짝 밀리는 오르갠 루프가 품위 있고, 매끄러운 보컬의 음색이 귀에 띈다. 안정적인 타이밍에 빠져드는 트랩 섹션도, 비트는 살짝 밀리면서 구체적, 핵심적인 가사를 전달하는 변조된 목소리가 이색적인 질감을 낸다. 다만 역시 모든 것이 안정적이라, 후렴에서 보컬 멜로디의 도약이나 트랩의 삽입만으로는 극복되지 않는 단조로움이 있다. 그렇다고 맴맴 돌아가는 류의 매력이나, 느긋한 분위기를 의도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으니 말이다. 뮤직비디오가 트랩 섹션에서 과도하게 기교를 부렸다면 그것도 유치해졌을 것 같기는 하나, 음악의 대조를 영상에서는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확실히 아쉬운 부분. 하지만 기세와 감성을 담아내는 듀오로서의 합이 좋아 보여서 다음을 기대해본다. 대신, 다음엔 여성 복장 고나리 가사는 '좋은 뜻으로'라도 넣지 않기로 해요.

유제상: 지피지기의 멤버 칸과 겸이 만든 듀오 지온의 싱글. 타이틀 '어색한 사이(a second side)'는 흔히 들어온 YG 엔터테인먼트의 최근 곡과 분위기가 흡사한데, 어떤 작은 차이로 인해 흥미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결과물이 되고 말았다. 이런 잔잔한 비트의 곡은 중간중간 평온한 분위기를 '왜곡'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음성 변조한 목소리나 비트의 변주가 왠지 나올 것 같은 부분에서 나와버리니 듣는 쪽은 맥이 빠진다. 황량한 자연에서 팔 벌리고 걸어 다니는 청바지 광고 같은 뮤직비디오도 마이너스 요소.


Do Better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6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남녀 그룹을 한데 넣어서 통제된 난장을 벌이는데, 몬스타엑스와 우주소녀 두 팀이 가진 착실한 절제와 활달한 기세의 밸런스가 꽤나 좋은 합을 보인다. 후렴의 즐거운 에너지가 블루노트와 함께 낳는 약간의 긴장감도 매력적. 두 그룹이 서로 엇갈리며 씩씩하게 뛰어 들어올 때의 쾌감도 상당하며, 두 그룹이 가진 서로 다른 음색과 춤선을 배합하는 것도 매번 상당한 재미를 준다. 적절히 컷을 나눈 뮤직비디오의 말끔한 현장감도 좋다. B파트의 전반부 멜로디가 등장할 때 다소 맥 빠지는 것이 유일한 아쉬움. 360 VR 버전 뮤직비디오도 재미있는데, 세트 한가운데로 뛰어들어 여러 멤버들을 골라서 볼 수 있게 할 것 같은 프로젝트지만, 크레인에 실린 카메라가 스튜디오를 부유할 뿐이다. 그러니 카메라의 뒤편으로 보이는 건 현장 스태프와 기자재들.

놓치기 아까운 음반

돌돌말링: 모 통신사의 청소년 요금제 CM송이라는데 일회성으로 쓰기엔 지나치다 싶을 만큼 좋다. 우주소녀는 본래 새로 들어온 유연정을 비롯해 13인조 그룹인데, 이 유닛에서는 몬스타엑스와 인원수를 맞춰 7명만 참여해 총합 14명이 무대를 꾸민다. 다만 파트는 노래를 만드는 데 주로 참여한 주헌과 아이엠 등 랩 멤버들에 밀집되어 있다. 이번 곡이 우주소녀의 엑시의 기량을 넉넉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같은 회사 남녀 그룹의 콜라보레이션이란 점에서 티아라와 초신성이 함께 한 TTL이 생각나기도 한다.

조성민: 차라리 두 팀이 각각 따로 불러서 2가지 버전으로 발표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파트를 나눠서 부른 것 말고는 딱히 시너지를 느낄 수 없고, 퍼포먼스 역시 이성의 아이돌 두 팀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그다지 눈에 띄는 구석이 없다. 오히려 각 팀이 각자 등장하는 구간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데, 특히 우주소녀 멤버들은 가히 재발견이라고 해도 될 만큼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광고 음악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꽤 잘 만들어진 싱글.

햄촤: 빅뱅과 2NE1의 '롤리팝' 이후에 같은 회사의 보이그룹과 걸그룹이 콜라보 곡을 낸 경우가 달리 떠오르지 않아 웬일인가 했더니 역시나 모 통신사의 새로 나온 요금제를 홍보하기 위한 곡이었다고 한다. CM송답게 심플하면서도 흥겨운 멜로디와 사운드로 이루어진 노래다. 곡의 성격상 래퍼 멤버들이 아무래도 눈길을 끄는데 몬스타엑스엔 주헌, 아이엠 등이 시선을 강탈한다면 우주소녀는 엑시가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양팀 다 멤버 수가 꽤 많은 팀이라 아무래도 특정 멤버 몇 명만이 주목을 받게 되는 건 팬들 입장에선 썩 달갑지 않을지도 모르겠으나, 두 팀 모두 상승세에 있는 그룹인 만큼 이번만큼은 여흥으로 즐겨주셔도 될 듯하다.


여행 가고 싶어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6일

김윤하: 강도는 손톱자국이 살짝 날 만큼, 온도는 사람의 체온에 가장 가까운 만큼, 습도는 살과 살이 달라붙지 않을 만큼. 최근 비투비가 내놓고 있는 노래들의 노선을 그대로 따르는 포근하고 편안한 팝 넘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여름'을 테마로 만들었다지만 이런 말랑말랑함이라면 적당히 낮은 실내온도로 맞춰놓은 실내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며칠이고 틀어박혀 보내는 즐거운 휴가를 더 꿈꾸게 만들지 않을까. 지난해 발표한 '괜찮아요' 이후 라디오 에어플레이에 적합한 곡을 발표하는 보이 그룹 노선을 확실히 타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데, 결과물의 수준이나 일관성과는 상관없이 이것이 비투비의 매력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인지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소년24 Final Stage
CJ E&M Music, 라이브웍스 컴퍼니
2016년 8월 7일

김윤하: 프로그램 중반 이뤄졌던 기존 아이돌 그룹 커버 무대가 일정 퀄리티를 담보하지 못한 탓에 순식간에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던 이들이지만,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선보인 유닛별 오리지널 곡들만 모아놓은 이 앨범은 마냥 우습지만은 않다. 케이팝을 자주 들어온 이들이라면 다수의 아이돌 앨범에서 자주 이름을 봐왔을 법한 작곡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소년들은 특별히 뛰어난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지언정 각 노래가 가지고 있는 개성들을 부담 없이 살려낸다.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각각 신혁과 스윗튠, 다니엘 킴이 프로듀싱에 참여한 'Bop', 'Time Leap', 'Starlight'에 자주 손이 갔다.


Square One
YG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8일

김영대: 미니멀리즘과 무맥락적 비주얼의 이상하지만 아주 특별하지는 않은 조우. '휘파람'은 그간의 기대감에 비하면 뭔가 불만스런 트랙이지만, 어떤 면에서는 일말의 익숙함과 안도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실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만큼은 YG의 노련함을, 뭔가 매력적인 훅을 터뜨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요사이 불안한 느낌을 주는 YG 프로듀싱 팀들의 부담이 함께 감지된다고 말하면 좋을까. 이 같은 애매한 기분은 '붐바야'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다. 랩메이킹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납득이 쉬이 가지 않는 구성은 왜일까. 어쨌든 아직은 그 매력이 다 드러나지 않았다.

김윤하: 출신에서 스타일까지, 같은 뿌리를 공유하고 있는 2NE1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이들의 영리한 정면돌파. 구관이 명관 테디의 손에서 태어난 두 곡은 댄스홀이니 808 드럼이니 요즘 대세 장르니 아무리 포장을 해봐도 2NE1 앨범 어딘가에서 한 번쯤 들어본 듯한 인상이고, 뮤직비디오나 무대를 봐야지만 비로소 네 멤버들의 타고난 매력이 조금씩이나마 전해진다. 기다린 시간에 비해 폭발적이지 않은 결과물에 아쉬움이 크지만 '굳이 2NE1스럽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는 양현석 회장의 발언이나 "빨리 달리고 싶어"('붐바야'), "이대로 지나치지 마요'('휘파람') 같은 디테일한 가사까지 앞선 성공의 예를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의외로 호감도를 높인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요행은 한 번, 앞으로가 중요할 것이다.

미묘: 미묘 '휘파람'은 보다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하며 3분 50초 안에 이 4인조가 지닌 다양한 목소리들을 효과적으로 전시해준다. 반면 '붐바야'는 좀 더 강렬하게 ('느낌적 느낌'으로서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편이다. 레드벨벳과의 유사성을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이하이를 힙합 걸그룹으로 재구성한 질감에 2NE1의 공식을 조금 가볍게 재편한 것으로 들린다. 그리고 이 싱글의 아쉬움은 대부분이 거기에서 나온다. 두 곡 모두 '파격적 구조'를 매우 안정적으로 구사하는데, '이하이보다는 걸그룹'이기 때문에 멜로디 파트가 너무 안정적이라 김이 샌다. '붐바야'에서는 그런 아쉬움이 후렴에서 넉넉히 보상받지만, 후렴에 다소 여백이 있는 '휘파람'에선 멜로디의 잔상이 깊은 편이다. 약간의 청승과 소녀성을 프로스팅처럼 뿌려 접근성을 높인 것은 2NE1의 방식인데, 그들이 이를 뚫고 나가버리곤 하던 탁월한 '미쳐있음'은 신인에게 처음부터 기대하기엔 어쩌면 무리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면 2NE1도 초기의 곡들은 이보다 훨씬 명쾌했다.) 멤버들에게 조금씩 분산돼 있는 예쁘장한 소녀성이 2NE1에서는 산다라 한 사람에게 응집돼 있었고, 바로 그가 이를 드러내며 달겨들곤 했기에 그 접근성과 만만찮음이 선명한 양면성으로 기능했다. 매력적인 멤버들도 야심 찬 프로덕션도 좋지만 보다 섬세하게 옷을 맞춰주길 주문하고 싶다.

돌돌말링: 2NE1이라는 원형이 있다는 것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멤버 구성이나 파트 배분에서 아무래도 청자로서도 그 그림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나, 2NE1의 데뷔 싱글만큼 파격적이진 않다. 다소 얌전하다. '휘파람'과 '붐바야' 둘 다 귀를 확 끄는 좋은 힙합 튠임에도, 굳이 들어간 "오빠!"에 그룹 기획 자체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버린다. 그렇게나 2NE1처럼 노래하고 랩했으면서, 갑자기 성대 모드를 바꿔서 저렇게나 아성(兒聲)으로 "오빠!"라니. 이게 정말 YG가 만들고 싶은 여성상인지, 여성 탤런트를 운용하는 방법인지. YG가 2NE1으로 "오빠!" 같은 걸 하지 않았던 건 단지 그룹 콘셉트가 '돌판이 원하는 미소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나? 하는 회의감마저 든다. 데뷔 무대를 봤는데 멤버들의 무대매너 면면 등은 인상적이었던 걸로 보아, 이 팀 역시 요즘의 많은 걸그룹처럼 '기획은 갈피를 모르는데 여성 멤버들은 굳건하게 멋진'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성민: YG에서는 '2NE1을 대체'한다고 공표했지만, 현실은 대체는커녕 빈자리를 충분히 메꿀 수 있을지 우려가 될 정도. 투애니원 데뷔 초의 강렬함은 사라졌고, 충분한 커리어를 쌓은 뒤에 여유로워진 투애니원을 커버하기에는 아직 힘에 부칠 것이 뻔한데, 아무리 유명 레이블의 신인 그룹이라고 해도 이렇게 차분하게 데뷔해도 괜찮은 건지 싶다. 이것은 음악보다는 차라리 산업과 사업 차원에서의 문제라고 본다. 이를테면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할 때는 기존의 자사 브랜드와의 충분한 차별점을 어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너와 아이콘, 그리고 블랙핑크에 오기까지 YG는 빅뱅과 투애니원의 그늘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일 생각이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블랙핑크가 2NE1을 대체하는 데에 성공한다고 쳐도, 그것은 블랙핑크가 블랙핑크로서 성장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을 것이다. 성장하지 않는 아이돌이 매력적일리는 당연히 없다. YG는 최근 자꾸만 '완성형 아티스트 아이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빅뱅과 2NE1이 얼마나 아이돌적 서사를 가지고 성장했는지를 잊은 이상, 여기서 빅뱅과 2NE1만큼 매력적인 팀이 다시 나올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햄촤: 그룹 이름답게 두 가지 색깔을 충실히 보여주기 위한 두 곡의 싱글. '휘파람'을 들으며 예상보다 훨씬 미니멀한 사운드에 당황했는데 드럼 비트와 베이스, 휘파람으로 이뤄진 멜로디에 얹힌 차분한 랩으로 심플하지만 묵직하게 시작하는 도입부가 듣는 이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끔 묘한 긴장감마저 만들어낸다. 데뷔곡이 이렇게 얌전해도 되나? 싶다가도 후렴의 "휘↗파람↘"이 한동안 중독되듯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 묘한 매력 때문에 자꾸 듣게 되는 곡. 굳이 따지자면 상대적으로 퍼포먼스가 강조된 '붐바야'쪽이 2NE1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곡이라 할 수 있겠지만, 후렴구의 "오빠!"라는 단도직입적 외침에서 2NE1과는 그룹의 근본적 지향점의 차이가 드러난다. 과연 그녀들이 블랙과 핑크 두 가지 색 모두를 성공적으로 펼쳐 보일 수 있을지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YG가 고심 끝에 걸그룹의 전략을 업데이트했음을 엿보기엔 충분한 데뷔 싱글이다.


듀엣
GH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8일

미묘: B.I.G의 벤지와 혜이니의 듀엣으로, 남성 래퍼와 여성 보컬이 참여하는 달콤한 힙합 튠의 공식을 거의 그대로 따른다. (래퍼가 후반에는 고음 보컬을 선보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아주 흔해서 식상해지기 십상이지만, 심하게 애교스러운 혜이니의 음색과 시건방진 듯한 벤지의 래핑이 전형성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형성을 살짝 벗어남으로써 꽤 참신하게 들리기도 한다. 분명한 건 두 사람의 음색의 매력이 잘 드러나고, 또한 그럴 수 있도록 안배가 잘 된 곡이다. 반주는 베이스가 상당히 묵직한 것을 제외하면 대체로 차곡차곡 돌아가기만 하다가 정석적으로 변화를 주며 후렴으로 들어서는 등, 두 사람의 목소리를 충실하게 뒷받침한다. 그런데 유튜브 뮤직비디오에서 저역 때문인지 소리가 조금씩 울어있는 것처럼 들리는데, 내게만 그런지?


미라클 (Miracle)
이캐스트
2016년 8월 8일

미묘: 전원이 필리핀인으로 구성된 독특한 그룹이어서 기대했다. 우려했던 한국어 발음은 오히려 굉장한 노력이 엿보이지만, 곡은, 미안하지만, 국적과 무관하게 심각한 퀄리티다. 신스의 화이트노이즈가 시종일관 단선적으로 섞여 히스노이즈처럼 들리고, 사용된 소스들에 아무런 취향도 고민도 느껴지지 않으며, 베이스에 기본적인 EQ와 컴프가 잡히지 않아 함부로 울려댄다. 보컬이 단단히 통제되지 않은 것에는 가창력 자체의 문제도 없지 않겠지만, 이렇게 루즈한 멜로디와 마구잡이 믹스로는 보컬을 탓할 일이 아니다.

유제상: 필리핀 출신으로 이루어진 4인조 걸그룹 템파이브의 데뷔 싱글. 곡은 멤버들이 전원 외국인임을 감안하더라도 케이팝의 가장 평이하고 진부한 면을 모아 모아 만든 듯이 평이하고 진부하다. 다만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결국 가수의 꿈을 이루게 되었다는 이들의 실화가 반영된 가사만은 사뭇 감동적이다. 아아, 실로 케이팝은 꿈의 도구구나. 모두 그렇게 꿈을 좇아 가다가다 보면 케이팝 가수도 아이돌로지도 사라지고 꿈의 세계만이 남겠지. 부디 이들이 한국에서건 해외 어디에서건 자신들의 꿈을 인정받는 날이 오길 빈다.


이쁜걸
플래쉬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8일

유제상: 디스코그래피가 무려 2012년 7월까지 거슬러 올라가시는 플래쉬의 새 싱글. 타이틀 '이쁜걸'은 기타 리프가 심을 이루는 아이돌스러운 댄스곡으로, 가사마저 "정말 난 이쁜 걸 이쁜 걸 이쁜 걸" 이런 식으로 가서 기시감이 강하게 느껴진다. 기합이 잔뜩 들어간 전작 '립밤'이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한 까닭인지, 플래쉬의 여름이 이렇게 지나가 버리고 만다. 어찌 되었든 4년여 동안 일곱 장. 평균 6개월 간격으로 꾸준히 신보를 내보인 이들의 끈기에는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부디 다음 싱글은 '립밤'만큼 묵직한 곡으로 한 번 더...


Put'em Up
TS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8일

김영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시작부터 속내를 털어놓는 게 자못 인상적이다. 그리고는 랩과 버스 파트로 돌아가 분위기를 서서히 끌어올려 터뜨리는데 이 과정이 속된 말로 '쌈빡'하다. 파티 댄스튠으로서 흠잡을 데 없는, B.A.P의 근작들 중에 가장 단단한 프로듀싱이 뒷받침된 트랙이다. 삐뚤어지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음악에 신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김윤하: 모두가 만족스러울 만큼 안정적인 위치를 점하지 못한 5년 차 아이돌 그룹의 최선은, 변신이다. "Put'em Up"은 데뷔 초부터 끈질기게 끌고 왔던 마토끼의 흔적도 SMP보다 더 SMP다운 기운으로 들끓던 무대도 (심지어 일부 곡에선 랩도) 뒤로 한 B.A.P가 계속해서 자신들에게 '색깔'을 입히는 변신을 행하는 중임을 입증하는 앨범이다. 미간 사이 주름을 풀고 180도로 표정을 바꾸며 팬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전작 "Carnival"을 바탕으로 껄렁함과 흥을 한껏 치켜올린 미니앨범은 팝과 EDM을 능숙하게 흡수하며 힘차게 뛰논다. 고정관념 때문인지 아직 물에 기름이 떠 있는 듯한 인상을 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기본적으로 능력치가 높은 그룹이니만큼 어색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충분히 즐거움을 전한다. 관건은 이 기운을 차후 무엇의 원동력으로 삼을 것인가일 테다.


해변의 여인
Narda Entertainment
2016년 8월 8일

미묘: 여름 댄스 가요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기에 손색이 없는 '해변의 여인'. 원곡도 이재훈이 철저히 주인공이었듯, 이 곡도 리온파이브가 중심에 선다. "사랑하는 연인들이..."로 시작하는 랩의 자리에 여성의 시점에서 새롭게 쓴 랩이 들어가고, 원래의 랩은 후반으로 밀어 '떼랩'을 연출함으로써 분위기를 돋우려 했다. 편곡도 곳곳에서 리듬을 강조하도록 잡았고, 특히 후반에는 사뭇 로킹한 분위기로 달려준다. 남성 여섯, 여성 넷의 대인원인만큼 후렴으로 돌입할 때도 풍성하게 화성을 풀어내고, 합창도 제법 활기차다. 기획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도록 안배한 것은 보기 좋은데, 이왕 그렇게 원곡에 손을 댈 거였다면 보컬의 배분도 새로 해도 좋았을 것 같다. 원곡에서 이재훈의 파트는 세 명의 멤버가 소화할 만한 음역에 달하는데, 후렴의 시원한 고음은 괜찮지만, 여성의 음역에 맞춰 나긋나긋하게 부르는 버스의 후반부는 아무래도 남성이 무대에서 소화하기에 벅차게 들린다.


Whatta Man
YMC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9일

김영대: 어설픈 걸크러시는 자칫하면 우스꽝스럽기 쉬운 콘셉트다. 더욱이 귀여움과 발랄함을 매력으로 내세운 신인급의 뻔한 강-온 전략의 일환으로는. 그러나 이 전환이 매우 자연스럽고 기분 좋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I.O.I의 포텐셜을 본다. 절반을 먹고 들어가는 고전 팝음악의 익숙한 멜로디는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코러스 파트의 당찬 안무와 함께 터뜨리는 힘 있는 보컬은 어색함 없이 곡과 비주얼의 매력을 화면 너머로 터뜨려낸다. 다음엔 도대체 뭘 보여줄까.

미묘: 전작의 퀄리티를 생각하며 리메이크 소식을 들었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는데, 우려에 비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무엇보다 후렴에서 보 컬 덩어리의 처리가 시원해서, 진하게 찔러주면서도 걸그룹의 느낌마저 함께 챙기는 데 성공한다. 후렴 이전의 파트들이 다소 집중력이 약해 멤버들의 매력으로 '때우는' 것만으론 빌드업이 다소 약하지만, 후렴을 기다리기에 충분한 이유가 있고, 그것은 중요하다. 7명으로 줄어들어서인 지 멤버들의 활용도 역시 훨씬 좋아졌는데, 전소미 파트의 상당 부분이 "잘하니까 아무 데나..."라는 인상인 것에 비해, 김소혜가 자기 역할을 찾았고, 김청하, 임나영, 주결경, 최유정은 적확하게 배치되어 각자의 매력을 명쾌하게 정의 내린다. 여전한 재활용 안무들과 도식적인 드라마 시퀀스 연출을 서운하게 느껴도 좋을 듯하다.


Mr. NO♡
JYP 엔터테인먼트
2016년 8월 9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김영대: 이름을 가린 채 들었다면 아마도 또 한 명의 빼어난 신인이 나왔다고 믿었을 것이다. 대략 이쯤에서 이 미니앨범에 대한 상큼한 첫인상은 결정되어 버리고 말았다. 타이틀 트랙은 물론이고 'Better Man'과 'Young Forever'가 확인시키듯 준케이의 곡쓰기 능력은 어느 트렌디한 싱어송라이터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뻔함과 익숙함, 예외성의 경계를 살짝살짝 넘는 멜로디 구성 능력, 여유를 두면서 자연스럽게 그루브를 흘려나가는 복고적인 편곡 취향에서는 얼핏 JYP 소속의 특징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 그뿐인가. 보컬은 그야말로 필요할 때 유감없이 폭발한다. 삐딱하게 각을 잡고 들어도 딱히 흠잡기가 어려운 이 앨범으로 준케이는 2PM 멤버의 솔로데뷔가 아니라 재능 넘치는 새로운 솔로 아티스트의 등장을 알리고 있다.

미묘: 국내에서 솔로 가수 준케이는 'No Love'와 밀접하게 느껴지는데, 과감하게 변화무쌍하면서 절절하여 뮤지컬처럼 들리는 곡이었다. 그것이 듣기에 따라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다고 한다면, 제법 느긋한 'Mr. NO♡'로 시작하는 이 앨범은 꽤나 반가운 접근일 것이다. 그러나 가벼워진 것은 아니다. 'Think About You'는 드라마틱하게 얽혀 돌아가는 노래와 사운드로 표현의 폭을 확장해 두었고, 2PM의 원곡에서도 두드러지던 준케이의 목소리가 곡을 확실히 장악하는 '우리집'은 포근하면서도 단호한 품격이다. 'Better man'와 'Young Forever'로 이어지는 명쾌한 긍정이 무척이나 팝적인 기운을 전한다. 그 위에서 준케이의 목소리가 까끌한 리넨이 떨어지듯 흐르다가는, 호통을 치듯 폭발하며 감정을 뒤흔든다. 서로 굉장한 짜임새로 조합되는 작곡과 편곡, 보컬 모두가, 꽤나 오랫동안의 숙성을 엿보게 한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