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 Yes No Maybe (2017)

이미지 ⓒ JYP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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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곡인 ‘행복한 척’은 선공개 되었고,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는 아르마딜로라는 이름이 박진영과 함께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입증해냈다. 그러나 정작 타이틀곡 ‘Yes No Maybe’를 듣는 순간 나쁜 의미로 놀라웠다. 피치업 사운드가 곡이 가진 큰 틀에 맞지 않으니 듣자 마자 이게 뭔가 싶었다. 이게 트렌드라거나 텐션이라고 말한다면 대체 세상에 이렇게 자주 반복되는 텐션이 어딨냐고 되물을 것이다. 과거회귀적인 트렌드와 미래지향적인 트렌드 모두 잡고 싶었다면 차라리 김완선의 히트곡을 토요(TOYO)가 리믹스해서 타이틀로 가는 게 훨씬 나았을지도 모른다. 퍼포먼스가 목적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그게 더욱 맞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만약 라이브 무대를 자주 보여줄 것이 아니라 ‘듣는’, 그리고 보는 것도 ‘콘셉트’ 자체에 초점을 둔 것이라면 오히려 더욱 복잡한 구조의 멋진 곡을 선보였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애매한 톤의 곡이 등장하다 보니 결국 작품은 사랑을 받는 것이 힘들어졌다.

당황하며 다음 곡 ‘다 그런거잖아’를 틀었을 때는 더 아쉬움이 남았다. 누가 들어도 지소울(G-Soul)의 보컬 라인을 지닌 곡은 트랙이 채 따라가지 못한다. 앨범 안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가장 좋았던 원피스(1Piece)의 곡(‘취향 (Les Préférences)’)이 등장하고 나서야 앨범은 자리를 잡고 흘러간다. 이후 조현아(‘난로 마냥’), 에피톤 프로젝트(‘꽃마리’)의 곡은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모든 곡을 듣고 나면 앨범이 전달하고자 했던 바가 무엇인지 아주 어렴풋하게는 잡힌다. 앨범과 함께 선보인 이미지에서 힌트를 얻게 되는 그것은, 막연하게나마 90년대 홍콩 영화가 가진 분위기, 그리고 당시의 음악이 아니라 그러한 이미지에 걸맞은 곡을 붙이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앨범의 하이라이트가 ‘취향 (Les Préférences)’이 아닐까 싶다. 윤상은 90년대를 살아왔고, 그리고 솔로 여가수에게 멋진 발라드를 선사해 왔다. 더불어 이 곡의 작사는 수지가 직접 했는데, 여러모로 수지와 앨범 각각의 이미지가 접점을 가지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특히 이 곡은 윤상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좋아할 것이다.

취향대로 판단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지소울이 작업한 곡(‘다 그런거잖아(Feat. Reddy)’)이 훨씬 개인의 취향에 가깝지만, 트랙이 좀처럼 따라가지 못하며 몰입도가 떨어져 아쉬울 뿐이다. 만약 좀더 지소울답게, 그러니까 트렌드에 가까우면서도 지소울만의 디테일과 실험이 살아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타이틀곡이 상대적으로 다른 곡들을 가리는 편인데, 많은 이들이 타이틀보다 비타이틀을 더 주목했으면 한다. 아트워크나 화보집보다는 뮤직비디오가 주는 이미지를 좀 더 주목하면 이 앨범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어떤 의미를 지니려고 했는지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듯하다. 뮤직비디오는 헨드헬드와 스텝프린팅 기법을 비롯해 왕가위 감독의 〈중경삼림〉(1995), 〈타락천사〉(1995)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으며, 나는 이 이미지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작품 전체를 본 뒤에 조금 더 이해가 높아지는 듯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수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보컬 퍼포머로서 수지인지, 수지라는 이미지인지, 혹은 하나의 콘셉트인 동시에 하나의 콘셉트를 소화하는 수지의 모습 그 자체인지가 헷갈리기도 한다. 오히려 이미지 레퍼런스 당시의 음악과 느낌을 살렸다면, 그리고 더욱 진하게 이해하고 몰입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수지라는 사람 자체가 가진 매력을 선보이며 수지가 했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이야기를 했다면 더욱 매력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이미지 차용은 일시적이고 제한적이며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수지는 한 명뿐이다. 작품을 만든 주체가 누구건 간에 수지를 활용하기보다 수지를 소개했다면 좀 더 좋았을 것이다.

블럭

Author:

블럭이라는 이름을 쓰는 박준우입니다. 웨이브, 힙합엘이, 스캐터브레인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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