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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st Listen

1st Listen : 2017년 1월 중순

2017년 1월 중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4X(포엑스), 헬로비너스, 아이(I), 준케이, 칠학년일반, 드림캐쳐(Dreamcatcher), 이달의 소녀, H2L(에이치투엘), 니엘, CLC, 다솜X40(포티), 서현, I.O.I, 박경, 루나(f(x))&하니(EXID)&솔라(마마무), 강시라, 포커즈, 주찬&소윤, A-TTENTION(에이텐션)의 새 음반을 다룬다.

2017년 1월 중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들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4X(포엑스), 헬로비너스, 아이(I), 준케이, 칠학년일반, 드림캐쳐(Dreamcatcher), 이달의 소녀, H2L(에이치투엘), 니엘, CLC, 다솜X40(포티), 서현, I.O.I, 박경, 루나(f(x))&하니(EXID)&솔라(마마무), 강시라, 포커즈, 주찬&소윤, A-TTENTION(에이텐션)의 새 음반을 다룬다.

Secret Night
JR STARSTUDIO
2017년 1월 11일

유제상: 4인조 그룹 포엑스의 첫 싱글. 중국에서 이미 두 장의 싱글을 냈다는데, 생각해보면 중국에서는 한국 걸그룹으로, 한국에서는 중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걸그룹으로 홍보할 수 있으니 이득이지 않았겠나 싶다. 뭐 뻔한 이야기를 이리 늘어놓나 싶겠지만, 전술한 이력과 이들이 선보이는 음악은 분명 통하는 면이 있다. 대륙풍의 강렬한 나이트클럽 사운드, 아마 중국에서는 야한 것으로 비춰질 뮤직비디오의 시각 이미지 등... 그러나 예스럽다기보다는 '해외 시장 맞춤형'으로 보이는 이들의 음악만으로 국내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뮤직비디오에서 입맞춤을 거절당하는 남자(50초 부근)의 표정이 묘하게 키치 하다. 밈으로 써먹어도 좋을 정도.


Mystery of VENUS
판타지오 뮤직
2017년 1월 11일

미묘: 'Mysterious'는 유쾌하게 흐르다가는 화려하게 몰아치는 타입의 곡으로, 후렴이 단번에 '꽂히기'에는 다소 복잡하기는 하다. 그러나 '뽕끼'를 적당히 살리면서 넘쳐나지 않는 점이나, 그것이 멤버들의 음색과의 배합에서 역시 조절되고 있다는 점을 좋게 보고 싶다. 다만 이것이 꽤 괜찮은 디지털 싱글 연작의 결론이라면 조금 찜찜한 게 사실이다. '빛이 내리면'이 발매됐을 때 무척 놀란 것은 당시에 썼던 것처럼 우아한 R&B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헬로비너스의 커리어를 '리부트'하는 듯 보이기 때문이었다. 서로 방향성의 차이가 있는 싱글들이 뒤를 이었다는 점도 어찌 보면 신인 그룹의 색깔 찾아가기 과정처럼 보이기도 하고, 이를 한 데 묶기 위해 보다 '가요적'인 곡을 선택한다는 것도 납득할 만은 하다. 그러나 도착지점으로서 'Mysterious'가 헬로비너스의 데뷔 시절 시점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종류의 평범함을 구사한다는 점은 기대보다 조금 쓴 입맛을 남긴다.

유제상: EP를 들으며 헬로비너스의 지난 세월을 돌이켜본다. 이제 데뷔 6년 차, 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평자의 뇌리에 남은 것은 괴물 같은 피지컬의 나라뿐이고, 뭔가 알록달록한 의상 콘셉트와 화려한 춤으로 늘 차별화를 꾀해 왔지만 노래가 역부족이었고... 타이틀 'Mysterious'는 이러한 헬로비너스의 특징을 끈덕지게 다시 재연하여 보여준다. 특히 가요의 본질에 충실한 멜로디를 듣고 있노라면 참 이들도 (좋지 않은 의미에서) '한결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들의 전 세대라 할 수 있는 나인뮤지스(2010년 데뷔)나 달샤벳(2011년 데뷔)이 '적어도 음악적으로는 여러 시도를 도모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햄촤: 그간 틈틈이 발매했던 싱글들과 신곡을 더해 발매한 EP. 'Mysterious'는 그간의 헬로비너스와는 사뭇 다르면서도 대중적으로 익숙한 스타일의 곡으로, 공백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고심이 느껴지는 전략적 선택이다. 어디선가 이미 본 듯한 뮤직비디오의 세트와 색감, 의상 등이 못내 아쉬우면서도 그만큼 빠르고 쉽게 눈과 귀로 들어온다. 'Mysterious'가 반복되는 후렴구의 캐치함과 중독성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거부하기 힘들다.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그룹의 초기에 비해 다소 힘이 빠진 듯한 라임의 랩이 지극히 사적인 아쉬움이라 하겠다. 여러모로 지금의 헬로비너스가 어떤 그룹인지 보여주고 있는 앨범.


I DREAM
W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2일

유제상: 간만에 나온 정통 제이팝 스타일의 여성 솔로 가수. EP에는 타이틀 포함 총 다섯 곡이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 '간절히 바라면 이뤄질 거야 (Feat. 타이거JK)'는 2000년대 초반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그러면서도 사운드의 톤이나 비트는 최근의 공식을 따르고 있어서 그다지 촌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이런 콘셉트의 프로모션은 (당연하게도) 전적으로 가수 개인의 매력에 성공 여부가 달려있는데, 무대에서의 활달함이나 문득 비치는 성실함을 보았을 때 '재능 있는 소녀'라고는 생각되지만 '아직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다'든가, 나아가서 '꼭 보아야 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보아나 보아의 레퍼런스 역할을 한 초창기의 아무로 나미에를 연상시키는 건강함도, 지금이 그런 게 어필되는 시대는 아니니까 어떤 의미에서는 진부하게 느껴져서 마이너스.

놓치기 아까운 음반

햄촤: 타이틀곡 '간절히 바라면 이뤄질 거야'는 음악에서도 뮤직비디오에서도 2000년대 초중반의 여성 솔로 가수들이 기세를 높였던 시절을, 그중에서도 특히 보아를 떠오르게 한다. 직접적인 레퍼런스라기보단 그 시절의 트렌드와 클리셰로 인한 반사적인 기억의 호출에 가까운데, 목소리는 차라리 2000년 데뷔했던 가수 김선아를 연상시키기도. 여하간에 흥미로운 데뷔이면서도 2017년 케이팝의 현주소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며 이목을 끌어갈 수 있을지는 걱정부터 앞선다.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후발주자라고 하기엔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가수. 음색에 꼭 맞는 곡을 받았다는 인상을 주는 마지막 트랙 'My Melody'는 한 번쯤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77-1X3-00
JYP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2일

미묘: 워낙 다양한 스타일들을 골라 담듯이 그러모으기도 했지만, 다른 기회에 공개됐던 곡을 재편곡한 경우도 꽤 있는 데다가 트랙 배치도 자주 막이 바뀌듯 전환되도록 이뤄진다. 뻔한 말 같지만 이를 하나로 꿰는 것은 결국 준케이의 목소리와 캐릭터다. 음색과 창법 자체가 씬에서 유니크한 인물이기도 하지만, 모든 게 조금은 과잉한 듯한 목소리가 중심에 자리 잡음으로써 음반은 어수선함이 아니라 다채로움으로 정리된다. 만드는 이도 이는 의식하고 있는 듯, 힙합/R&B의 다양한 스타일과 전통적인 R&B 발라드, 일종의 '스파게티 브로드웨이'까지를 마음껏 풀어놓은 데다가, 케이팝 최근 트렌드의 가장 뾰족한 지점들과 케이팝에서 쉽게 듣긴 어려운 사운드까지 과감하게 배치한다. 'no shadow'와 'walking on the moon', '결혼식'을 한 앨범에 담으면서, 뾰족함마저 유지할 수 있는 아티스트는 씬에 흔치 않다.


나를 기억해주세요
다른별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2일

유제상: 용케도 새 싱글을 내고 우리를 찾아온 칠학년일반. 멤버 변동 같은 것은 알아채지도 못하게 이번에는 피아노 선율이 깔린 발라드를 들고 나왔다. 그간의 활동을 재핑한 뒤 흑백도 아닌 잿빛 세피아 톤으로 물들인 뮤직비디오를 선보이는데, 아련하기보다는 괴기스러울 정도. 어떤 원념 같은 것이 담겨 있어서 영상을 끝까지 보기 고통스러울 정도이다. 최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스러져간 '자연인인 아이돌 (지망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쇼비즈의 낙오자인 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이들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젠타처럼 문화산업 구원을 위해 희생되어야만 하는 존재들인가?

햄촤: 굉장히 감상적인 싱글이라 놀랐다. 실제로 유튜브의 뮤직비디오 페이지에는 많은 해외 팬들마저도 혹시 마지막 싱글이 아니냐며 걱정하는 댓글이 이어질 정도. 곡 자체의 울림보다는 그간의 활동을 기록, 편집한 뮤직비디오가 더 강하게 와 닿는데 대중적 인기나 지명도가 높지 않은 그룹이 거쳐온 서사를 활용하는 적극성이 여러모로 흥미로운 시도로 읽힌다. 다만 대중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 우선 이 뮤직비디오를 보게끔 하는 것 또한 대중의 관심이 필요한 일이니까.


악몽 (惡夢)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3일

미묘: 첫인상은 음악이나 몇몇 동작, 스타일링 등이 상당히 일본 아이돌 같다는 것인데, 보면 볼수록 최근의 케이팝을 두루 살핀 듯한 흔적이 엿보인다. (개인적으론 오마이걸의 그림자가 많이 보인다) 멤버들이 '카와이이' 계통이라기보다는 한국식의 곱고 예쁜 소녀들로 표현되는 점도 그렇고. 여담이지만 샤이니 팬을 위한 눈이 사라진 남자 주인공이나, 신스 덕후를 위한 808호 같은 자잘한 요소들도 등장한다. 이것이 메탈 사운드의 일본 여성 아이돌을 케이팝에 이식하는 작업이란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인데, 결과물의 퀄리티만으로 보아서는 그런대로 설득력 있는 편이다. 너무 몰아넣어서 답답하게 들리는 멜로디라인을 제외하면 말이다. 다만 해당 니치에 제법 접근한 편이었던 프리츠나 코코소리의 경우를 보면 그런 류의 '미쳐있음'은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일본 서브컬처 중에서도 90년대 록 뮤직비디오의 영향을 받은 계통의 질감이어서 차라리 록 팬의 취향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결국, 더 경악스럽게 잘 만들거나, 당혹스럽게 무너지거나 하는 편이 나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유제상: 7인조 걸그룹 드림캐쳐의 재데뷔 싱글. 이들은 익히 알려진 대로(?) 밍스를 재편한 그룹이다. 밍스 시절에 싱글이 셋, 드림캐쳐로 하나. 밍스 때도 그런 기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노리는 것은 다름 아닌 일본 문화 오덕, 타이틀 'Chase Me'는 누가 들어도 소년 점프 만화를 원작으로 삼은 애니메이션 주제곡인데, 특히 점점 고조되어 가다가 후렴구에 이르러서는 하우스에 가까운 정박으로 변해버리는 락비트가 이에 가깝다. 복장 콘셉트도 목욕 가운인 듯, 기모노인 듯, '좋은 일본문화, 받아들이자'를 온몸으로 표현해주신다. 이들이 그다지 드물지 않은 전략을 취하면서도 해당 필드의 선구자인 크레용팝이나 프리츠 등과 차별화를 꾀한 것은 '고퀄'이라는 점. 분명 이모저모 공이 많이 들어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비슷한 콘셉트의 그룹이 등장할 때마다 평자가 노상 이야기하는 건데, 진성 오타쿠는 이런 거 좋아하지 않는다구... 등에서 판넬 나가는 것도 아니면서.

햄촤: 흔치 않은 콘셉트를 선보였다는 점에서는 고무적이지만, 강한 록 사운드가 주를 이루고는 있지만 단조로운 편곡과 무난한 멜로디가 아쉽고 퍼포먼스 또한 쟁쟁한 걸그룹들과 놓고 보았을 때 압도적으로 인상적인 순간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그룹을 재편성하면서까지 다른 길을 걷는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할 만한 싱글. 내친김에 좀 더 세게, 멀리 갔으면 좋겠다.


YeoJin
BlockBerryCreative
2017년 1월 16일

유제상: '키스는 다음에'가 '키스는 다메(ダメ)'로 들리는 것도 그렇고, 해당 브랜드의 전작인 '소년, 소녀 (하슬)'처럼 노림수가 분명하지만 발랄하고 듣기 좋은 곡이라는 점에서 분명 합격점을 줄 수 있겠다. 아마 이달의 소녀를 기획한 사람들은 군소 아이돌 입장에서는 타이틀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곡들을 잔뜩 끌어모아 놓고는 달마다 내놓아 정신없는 듣는 이들을 바라보며 '후후, 어떠냐...?'라고 회심의 미소를 지을 생각에 흐뭇해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속이 뻔히 보이지만, 모른 척하고 이들의 꾀에 넘어가 줄 만한 즐거울 구성이다. 다만 이미지 소모가 확실히 심하긴 하다. 나중엔 무엇을 보여주려고...?


Winter Story
레고리스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6일

유제상: 3인조 여성 그룹 H2L의 데뷔 싱글. 그렇다, 이들은 데뷔 싱글로 시즌 송을 낸 것이다. 어찌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평자가 아는 것은 전무한 가운데, 남은 것은 동명의 곡뿐이다. 'Winter Story'는 겨울 시즌 송이 벗어내지 못하는 지긋지긋한 망령이라 할 수 있는 왬!(Wham!)의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되는 바로 그 곡의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바, 이에 덧붙여서 조관우의 '겨울 이야기' 같은 국내 시즌 송의 분위기까지 함께 묻어 있다. 대단히 통속적인 결과물이지만 아이돌 음악 같은 트렌디한 시장에서 이런 곡이 어필할 것인지는 의문 부호를 붙일 수밖에 없다. 이들의 다음 싱글을 기다려볼 수밖에.


LOVE AFFAIR...
티오피 미디어
2017년 1월 16일

미묘: "남잔 울면 안 돼" 같은 가사가 찜찜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미니앨범이 그리고 있는 사운드스케이프에는 어느 정도 어울리는 것도 사실이다. 내내 어둡지만 칙칙하기보다 로맨틱한, 야시시하고 물기 많은 공기 속에서, 니엘의 미끄러지는 듯한 동세가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 비트감과 리듬 텍스처를 잘 살린 'Heart Monster', '나 열나', 'In The Rain' 등의 수록곡들이 보이는 균형미가 매력적이다. 상대적으로 나직한 '신호등', '그런 날'이 다른 곡들과 보이는 조합도 준수한 편. 곡풍이나 니엘의 음색은 취향에 따라 진입장벽이 있을 수 있으나, 타이틀답게 화려하고 가요적인 '날 울리지 마'가 전부는 아닌, 확실히 '뭔가'를 보여주는 유려한 미니앨범.


CRYSTYLE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7일

미묘: CLC의 노선이 다소 방황해 왔다는 점을 부인하긴 어려울 것이다. 'Liar'가 서운함과 얄미움 사이에서 다소 어정쩡하게 흐르고, 수록곡들의 구성도 (마침 포미닛에게서도 종종 보였던 것처럼) 조금 어수선하기는 하다. 하지만 '도깨비'가 현아의 스타일리즘을 거의 고스란히 승계하는 장면은 무척 인상적이다. 지금까지의 CLC에게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모습인데 이를 너무나 잘 소화하면서 전혀 다른 인물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아를 닮았다고 해서 그 살벌함을 기대한다면 어찌 보일지 모르겠으나, 곡 속에서 멤버마다 조금씩 질감의 차이를 드러내면서 얄밉게 쏟아내는 랩은 나름 위험한 짓을 저지를 것만 같은 공기가 선연하다. 팀의 방향을 전환한다고 해서 '어린 포미닛'을 지향하기보다는 확실한 앙팡 테리블을 구현해낸 것에 크게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런 점에서 고양이를 소재로 택한 것이 다소 진부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미유미유'의 적당히 동물적으로 나긋나긋하면서 뾰족한 흐름도 매력적이니 들어보길 권한다.

유제상: 뭔가 시류를 되게 의식한 것 같은 '도깨비'라는 곡으로 돌아온 CLC. 사실 동시대 걸그룹 중에서 CLC가 가장 도깨비 콘셉트에 어울리기는 했다. 이런 의미불명의 말들을 제쳐놓고라도, 결과물에 대해서는 불만이 있다. 물론 퀄리티가 낮은 것은 절대 아니고 구성의 문제인데, 광포한 사운드를 들려주다가 통속적인 후렴구로 넘어가는 게 포미닛 말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형태의 곡이 어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포미닛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더 범위를 좁혀서 말하자면 현아의 시그니처 사운드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어찌 되었든 CLC가 '도깨비'를 불러서 해가 될 것은 없겠지만, 크게 득 볼 것도 없다고 생각된다.

햄촤: '도깨비'를 처음 듣고 당연하게도 포미닛과 현아의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아닌 게 아니라 현아가 가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콘셉트에 참여했다고 한다. 갑자기 노선을 이렇게나 전환한 데에는 어떻게든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게 아닐까 싶다. 분명 강렬하면서도 매력 있는 곡이지만, 도입부의 래핑과 보컬로 이어지는 구성에서 맥이 다소 빠지는 점과 퍼포먼스에서도 멤버 중 절반은 곡에 걸맞은 자신감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프로듀서로서의 현아, 그리고 새로운 옷을 걸친 씨엘씨의 앞으로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의는 작지 않다. 수록곡 중에선 'Liar'와 'Mistake'를 추천.


빈티지박스 VOL.4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7일

유제상: '그대와 나, 설레임'을 듣기 전에는 그저 그런 듀엣 송 중 하나라고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장점이 많아서 놀랐다. 일반인스러운 다솜의 목소리가, 유독 과장된 음색의 40 목소리와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을 주는 것이 첫 번째 장점이고, 뮤직비디오에서 (사실과는 무관할지라도) 두 명의 아티스트가 썸 타는 듯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두 번째 장점이다. 아무리 아이돌 음악 신이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서 돌아간다지만, 이 정도의 꾸며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은 전달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목소리에서, 시각 이미지에서 풍기는 의외의 케미가 감미로운 곡이다.


Don't Say No
SM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7일
이번 회차의 추천작

유제상: 다른 소녀시대 멤버의 솔로 앨범들이 그렇듯이 뭘 보여주려고...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 불안함을 감안한다면 이 EP는 지금까지 나왔던 다른 멤버들의 결과물 무엇과 비교하더라도 뒤처지지 않는 발군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타이틀 'Don't Say No'가 들려주는 차분한 하우스 비트도 즐겁지만, 두 번째 트랙 'Hello (Feat. 에릭남)'의 SM식 달콤함이나 네 번째 트랙 '혼자 하는 사랑 (Lonely Love)'의 드라이함도 즐겁다. 뭔가 기합이 팍팍 들어간 앨범으로, 정석에 충실하면서도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안정된 범위 안에서 추구한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켄지가 작사한 'Don't Say No'의 가사는 기존 작에 쉽게 찾아보기 힘든 어그로(!)가 있다. 이 정도면 Pick!을 받을 만하지 않을까 싶네.

햄촤: 팬덤 밖에서 보는 서현의 이미지는 성실함과 반듯함에 약간의 재미 없음이 가미되어 있는데, 'Don't Say No'는 그런 서현의 모습을 잘 반영해주는 곡이 아닐까. 또박또박 가사와 멜로디를 불러내며 퍼포먼스를 해내는 빈틈 없음에 감탄하면서도 어딘가 경직된 듯한 인상에 더해 곡이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심심함이 느껴지는데, 사실 이는 비단 서현뿐 아니라 많은 걸그룹 멤버들의 솔로 활동에서 보컬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타이틀곡에 대한 부담감이 빚어내는 충돌 때문일 것이다. 반면 에릭남과 함께한 'Hello'는 매우 편안하고 유연한 보컬을 구사하며 소녀시대에서도 태티서에서도 캐치하지 못했던, 서현만이 가진 음색의 장점을 새삼스레 발견할 수 있는 곡이다. 또 다른 수록곡 'Love & Affection'은 시원한 고음이 청량한 멜로디와 어우러져 후렴구를 듣다 보면 탁 트인 도로를 오픈카를 타고 질주하는 듯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평소보다 약간은 어두운 그의 일면을 느끼고 싶다면 'Bad Love'를 추천. 전반적으로 안정감이 두드러지는, 서현다우면서도 의외성이 곳곳에 숨겨진 흥미로운 첫 솔로 EP다.


소나기
YMC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8일

조성민: 아이오아이가 주는 애틋한 '비극성'이 다른 팀보다 훨씬 강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결국 이 팀이 시작부터 시한부였던 배경에 의해 발생한다. 이 배경은 모든 아이돌이 당연한 듯 약속해왔던 영속성에 대한 약속을 전면적으로 배반하는 것으로, 그동안 영속성의 보장이 약한 팀은 큰 인기를 얻기는커녕, 있던 인기조차 잃기 일쑤였다. 아이오아이는 그래서 필연적인 모순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 모순 덕분에 인기를 얻은 전무후무한 케이스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 싱글인 '소나기' 역시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극대화한다. 영속에 대한 미련을 떼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스스로를 '소나기'로 표현하는 가사는, 오히려 아이오아이의 화려한 개막을 반추하는 비디오와 맞물려 팬들이 좀 더 오래 아이오아이를 지지하기를 호소한다. 행복하지만 허망한 '꿈'이나 완결을 전하는 '이야기'가 아닌, 대중없이 몰아치다 불현듯 그치는 '소나기'에 비유한 것은 이런 현실의 아이오아이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확한 메타포 아니었을까.


NOTEBOOK
세븐시즌스
2017년 1월 18일

조성민: '연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의 타이틀곡 치고는, '너 앞에서 나는'은 이전 싱글의 무드를 이어가는 것 외에 특별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디스코그래피의 첫머리에 놓일 워밍업으로써는 충분하겠지만, 어쩐지 새로운 색깔에 대한 기대를 접기 힘든 건 역시 그도 블락비 멤버이기 때문일까.


HONEY BEE
미스틱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19일

유제상: 일단 참여자들의 면면만 보자면 대단히 흥미로운 기획이고 재미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되었으나, 결과물은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프로페셔널한 곡이고 한 명 한 명이 자기 몫을 잘해주었지만, 서로의 목소리가 개성이 강해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이 마이너스. 곡을 만드는 사람의 요청이 있기도 했겠지만 솔라는 너무 마마무처럼 부르고(몇몇 부분의 볼륨은 과도하기까지 하다), 루나는 루나처럼 부른다. 의외의 면모를 보인 것은 하니인데, 나머지 둘과 잘 어우러지지 않기는 하지만 EXID의 어떤 곡보다도 상업적인 목소리를 내준다. '노래를 잘한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돈 되는 목소리'를 내줄 줄은 몰랐다. 그런 그녀의 목소리가 바로 '불협화음의 원인'이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도.

햄촤: 보컬 능력이 쟁쟁한 걸그룹 멤버 세 명이 모인 만큼 타이트하다. 곡을 듣다 보면 후렴구에선 서로 협력하듯이, 또 각자의 파트에선 이를 악물고 경쟁하는 듯한 긴장감에 마치 육상 개인전과 계주 경기를 동시에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인데, 그룹 같은 팀워크가 무리라면 차라리 이런 식의 콜라보레이션도 가능하겠구나 새삼 깨달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싱글. 그룹 내의 유닛이 아닌 이런 기획을 꾸준히 많이 접할 수 있길 희망한다.


Sira
청춘 뮤직
2017년 1월 1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미묘: 폭발적인 가창력을 두드러지게 선보이는 발라드 '못 잊어'는 자칫 다소 낡은 느낌을 주기 쉬운 셋업이지만, 화려한 편곡으로 들을수록 멜로디라인과 그 음색을 기억에 남기는 데 성공해낸다. 음반 전체를 지배하는 밴드 중심의 고품격 지향 편곡은 또한 곳곳에서 임팩트를 주는데, 상당히 능숙하게 이뤄졌음이 엿보이는 한편 격한 다이내믹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힘을 준 타이틀보다는 오히려 수록곡들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같은 곳에서'는 〈프로듀스 101〉에서 시청자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한 다소 거친 마감을 세련되게 다져 넣었다. 강하게 흐르는 물결처럼 정리된 사운드가 강시라의 성숙한 느낌의 미성 하나로 곡 전체를 이끌어나가게 한다. 태연의 'I' 또는 제시카의 곡들을 염두에 둔 듯한 미드템포의 록 넘버인 '말하고 싶어' 역시 상당히 매력적.


Re:Boot
네잎클로버 뮤직
2017년 1월 20일

조성민: 2010년에 데뷔했으나 해외 활동에 주력해 국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포커즈가 긴 공백을 깨고 돌아온다. 문제는 긴 공백 끝에 쏘아 올린 신호탄치고는 '예뻐'가 그다지 강력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멤버 군입대로 3인조가 되어 발표한 싱글인데, 하필 메인보컬이 없을 때 발표한 발라드곡이라 크게 특기할만한 점은 없다. 케이팝 아이돌에게 해외 진출이란 무엇일까.


W PROJECT 주찬&소윤 '너 같은 사람 없더라'
울림 엔터테인먼트
2017년 1월 20일

조성민: 곧 데뷔할 신인 보이그룹과 걸그룹 멤버가 콜라보하는 싱글을 주기적으로 발표한다는 계획은 '음악성'에 대한 강한 집착에 의해 탄생한 프로젝트로 보인다. 가요 시장이 아이돌을 기준으로 재편된 이상, 아이돌 역시 일정 수준의 '가요성'을 갖추는 전략은 당분간 꽤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것이 기반 팬덤이 필요한 보이그룹에게는 얼마나 유효한 전략이 될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너 같은 사람 없더라' 한 곡만 놓고 보자면, 해외까지 분포해있는 아이돌 소비층과 전통적인 국내가요 소비층의 교집합에 어필하는 것에 그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 프로젝트. 두 보컬의 음색이 독특하다는 점은 아이돌 팬덤에게 꽤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고, 프리데뷔 싱글의 뮤직비디오치고는 꽤 신경을 쓴 화면과 한국의 발라드 애호가라면 싫어하지 않을 법한 곡은 가요 애청자들에게 어필할 법하다.


첫이별
더 솔루션
2017년 1월 20일

조성민: 2AM식의 아이돌 발라드인 듯 시작한 곡은, 후렴 끝부분에서 갑자기 90년대 포크 감성으로 선회했다가, 랩이 등장하면서 비투비 느낌도 잠깐 나고, 브릿지 이후 종반부에서는 2000년대 초반의 '한국식 R&B'의 처절함을 잠깐 불태우고 끝난다. 안타깝게도 이들이 4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펼쳐 보여준 것 중에 필자의 취향인 것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이렇게 많은 것들을 가져오려고 했던 시도만큼은 어쩐지 높게 사야 할 것만 같은 곡. 그냥 서너 개의 트랙으로 나누어 발표할 수는 없었던 걸까.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