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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미키 – Lucky (2018)

처음부터 훅 들어온다. “다가와줘 그런 말은 안 해 난”이라는 가사 첫 줄은 일종의 선언이다. 과감하고 대담하다.

최근 신진 걸그룹 시장에 변화의 낌새가 보인다.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세 명의 필자가 세 장의 걸그룹 앨범을 살펴보았다.

처음부터 훅 들어온다. “다가와줘 그런 말은 안 해 난”이라는 가사 첫 줄은 일종의 선언이다. 지금껏 아이돌 가사에서 상대에게 호감을 표하거나 애정을 고백하며 가장 흔하게 하는 말이 ‘다가와 달라’는 다소 수동적인 어필임을 생각하면, 전복적이기까지 하다. 차라리 선전포고에 가까운 이 선언은 곡의 진행과 함께 점점 과감해지고, 대담해진다. 당돌하리만치.

그러고 보면 위키미키는 전작부터 줄기차게 ‘당돌하고 당찬 틴에이저’라는 이미지를 고수해왔다. ‘나는 네 여자친구가 마음에 안 들어! 너네 안 어울리니까 그만해!’라는 외침이 꽤나 당돌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는데, 근작 ‘La La La’에서도 그 기조를 꾸준히 가지고 가면서 좀 더 과감하게 몰아붙이는 듯하다. 기세 좋게 출사표를 던지는 인트로 트랙 ‘Lucky’로 쾅, 문을 세차게 열고 들어왔나 싶더니, 다음 순간 별안간 ‘벽치기’를 당해버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상대가 좋다고 호감을 어필하는 방식도 참으로 대담한데, “내가 좋으면 가더라도 내가 먼저 간다”거나, “어디 좀 갈 거니까 손 좀 잡자”며 마치 상대의 양해 따위 필요도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거나, “표정 보니 너도 싫진 않은 거 같은데, 우리 그럼 대체 뭐게?”라며 눈앞에서 약 올려댄다거나 하는 식이다. 그 흔한, 말할까 말까 다가갈까 말까 고민하고 마음 졸이는 초조함은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다. 당차고, 당당하고, 조금은 맹랑하고, 주도적이고 능동적이며 동시에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싫어할 수 없는 소녀들.

상기했듯 위키미키는 본작을 통해 지금까지 케이팝 씬에 없던 새로운 소녀상을 추구하고 제시한다. 이벤트성 보너스 트랙에 가까운 ‘Butterfly’를 제외한 모든 수록곡에서 그런 모습이 일관적으로 드러난다. ‘친구도 싫고 썸도 싫으니 나랑 당장 만나자’(‘La La La’), ‘너는 분명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결국 너를 뒤흔드는 것은 나’(‘Iron Boy’), ‘똑같은 시간을 다르게 사는 나를 감히 아무도 바꿀 수는 없다’(‘Metronome’), ‘너로 인해 나는 내가 이대로 완벽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Color Me’)는 각 곡의 가사. 미묘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캐릭터란 ‘당당하고 능동적이며 자존감 높은 소녀’다. 위키미키가 추구하는 장르가 ‘틴크러시 팝’임을 생각하면, 이러한 메시지를 미니앨범 전체에 녹여낸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다.

위키미키가 이다음에 어디로 어떻게 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지 바라는 것은, 많은 소녀들이 점령하고 있는 케이팝 씬에 그들이 제시한 이 새로운 소녀상을 완전히 정착시키고, 거기서 좀 더 나아갔으면 하는 것이다. 위키미키는 소녀들이 범람하는 케이팝 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무엇을 제일 잘 하는지 알고 있다. 청자들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며, 그러한 것을 앞으로도 위키미키에게 기대하게 될 것이다. 그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점점 더 진보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은, 신인 아이돌에게 자칫 큰 부담일까.

지금껏 보지 못했던 이 새로운 소녀들을 꾸준히 만나볼 수 있기를, 그들이 당돌함과 당당함을 유지하며 건강하고 씩씩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소녀들이, 여성들이 더 많이 보이길 간절히 기원한다. 젠더 평등만의 문제가 아니다. 말하자면, 다양성의 문제라고 할까. 케이팝 씬, 아이돌 씬에는 훨씬 더 다양한 소녀들의, 여성들의 목소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Lucky
판타지오 뮤직
2018년 2월 21일
마노

By 마노

음악을 듣고 쓰고 말하고 때때로 트는,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반짝이고 싶은 사람. 목표는 지속 가능한 덕질, 지속 가능한 말하기.

2 replies on “위키미키 – Lucky (2018)”

타이틀곡이 앨범에서 제일 별론데, 4-5번은 좋네요. 특히 메트로놈

신기하게도… 곡스타일은 좋은데 곡이 참 별로
프리스틴하고도 좀 비슷한데 더 별로 별로 매력적이지도 않은 랩이 넘 많음
유정이 랩도 잘하긴 하는데 애초에 톤 자체가 CLC예은에 비하면 래퍼의 톤이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