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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 업텐션 “Laberinto” 쇼케이스

‘불가능’에서 ‘가능’이 된 푸른 장미처럼 업텐션 역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색깔을 굳히는 데 주력하는 시기인 4년 차 아이돌. 그럼에도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업텐션에게서 굳은 결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불가능’에서 ‘가능’이 된 푸른 장미처럼

2018년 12월 6일, 압구정 일지아트홀에서 업텐션의 7번째 미니앨범 “Laberinto”의 쇼케이스가 개최됐다. 일본 활동과 북미-유럽 투어로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국내 정식 컴백은 지난 3월 정규 1집 “Invitation” 이후 약 9개월만. 최근 급속히 빨라진 아이돌 그룹의 활동 순환주기를 생각하면 꽤 긴 공백기다. 멤버 웨이가 “그간 확실히 국내 활동에 목마르긴 했다. 저희가 가수분들 음악방송 모니터를 다 하고 멤버들끼리 무대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볼 때마다 빨리 컴백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팬들은 물론 멤버들 역시 이번 컴백을 고대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앨범명 “Laberinto”는 스페인어로 ‘미궁, 미로’라는 뜻으로 ‘추격자-도망자’ 콘셉트를 표방하고 있다. 콘셉트에 맞게 업텐션은 Clue 버전과 Crime 버전의 티져 이미지를 공개하고 ‘트레이싱 코드’를 통해 팬들의 추리 욕구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타이틀곡 ‘Blue Rose’ 퍼포먼스에서도 서로 긴밀한 합을 주고받는 동작을 하거나 추격자와 도망자 두 그룹으로 나뉘어 대립 구도를 연출하는 등 콘셉트의 설득력을 높이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사실 이런 콘셉츄얼한 접근은 업텐션에게 조금 의외의 시도다. ‘여기여기 붙어라’, ‘나한테만 집중해’, ‘하얗게 불태웠어’ 등 이제껏 선보여온 타이틀곡의 경우 함축적인 은유법보다는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단선적인 ‘소년’ 이미지를 호기롭게 밀어붙이는 직설법, 정공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올 초 발매한 정규 1집 “Invitation” 역시 90년대 팝 스타일로 꽉 채우며 우직한 승부수를 던진 앨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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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텐션 선율, “‘업텐션이 이런 곡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 사진=조은재

실제로 멤버 선율은 앨범 준비 중 힘들었던 점을 묻는 질문에 “기존 업텐션이 했던 곡 색깔과 달라서 처음에 당황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멤버들과 같이 땀흘리며 열심히 연습하다 보니 업텐션만의 색깔로 표현하게 된 것 같다. ‘업텐션이 이런 곡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멤버 웨이는 보다 더 구체적으로 “‘여기여기 붙어라’는 같은 힙합이지만 밝은 느낌인데, 이번에는 드라마틱한 기승전결이 포인트다.” “환희가 시작하는 후렴구 부분이 절제된 섹시함이라면 그 후의 후렴구에서는 선율이 파워풀한 섹시함을 보여준다”고 하며 이전 곡들과의 연관점과 차별점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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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텐션이 데뷔한 지도 어느덧 만 3년을 넘어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사실 4년 차라면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그룹 색깔을 완전히 굳히는 데 주력하는 시기다. 이러한 시기에 새로운 도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답변이 있었다. 멤버 고결은 이번 활동에서 이슈로 주목받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타이틀곡을 저희가 직접 뽑은 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 만큼 음악이 좋다고 관심을 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답했다. 즉 이번 앨범은 음악적인 인정을 꿈꾸며 멤버들이 직접 고른 변화구인 셈. 다른 멤버들 역시 “업텐션을 아직 생소해하시거나 모르시는 분들에게 업텐션을 각인시키고 싶다(웨이)”, “다음 활동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할 수 있는 업텐션이 되고 싶다(샤오)”고 말하며 음악적으로, 그리고 대중적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뿐만 아니라 이번 앨범은 업텐션을 지지하는 팬들에게 전하는 보답이기도 했다. 멤버들은 추천 수록곡으로 ‘With You’를 꼽았는데, ‘With You’는 래퍼 멤버 비토의 첫 자작곡이다. 비토는 전부터 작사에는 참여해왔으나 작곡, 편곡에까지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토는 “팬분들이 저희를 기다려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노래”라고 자작곡을 소개하며 “팬송을 만들어야겠다 생각하고 미리 써두었던 곡의 가사를 수정해 완성했다”는 작업기를 전했다. 리더 진후는 “함께 작사에 참여한 멤버인 쿤과 룸메이트인데, 빨리 가사를 넘겨야 했던 상황 가운데서도 새벽 5시까지 잠 못 자고 팬들을 생각하며 써내려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또한 멤버 선율은 질의응답 시간을 마무리하려던 중 조심스럽게 손을 들고 팬들에게 진심어린 말을 전하기도 했는데, “4년 차가 되도록 항상 팬분들이 기다려주시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기다려주시는 것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라는 말에서 짧게는 9개월, 길게는 4년째 업텐션을 기다리고 응원해왔을 팬들을 향한 각별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업텐션

리더 진후는 “굉장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완전체로 다시 뭉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저희는 다시 시작한다 생각하고 있다”고 조심스레 운을 떼며 “지치는 모습 보여드리지 않고 4년 차가 아닌 1년 차, 2년 차 신인의 패기로 열심히 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업텐션의 포부를 전했다. 4년 차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는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 발언이다. 그만큼 업텐션에게서 굳은 결의를 읽어낼 수 있었다. 타이틀곡 ‘Blue Rose’의 가사에는 ‘불가능하단다 푸른 장미의 꽃말’이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푸른 장미의 꽃말이 ‘불가능’이었던 이유는 자연적으로는 푸른 장미가 나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업텐션의 지난 3년도 어쩌면 푸른 장미를 향한 욕망처럼 불가능한 것을 갈망하는 여정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아직까지 활동 목표가 “업텐션을 아직 생소해하시거나 모르시는 분들에게 업텐션을 각인시키”는 것이라 하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푸른 장미는 ‘불가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과학자들이 푸른 장미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제 푸른 장미의 꽃말은 ‘가능한 일’, ‘기적’이 되었다. ‘불가능’에서 ‘가능’이 된 푸른 장미처럼 업텐션 역시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팬들의 지지에 힘입어 멋진 성취를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스큅 | 사진: 조은재

Laberinto
티오피 미디어
2018년 12월 6일
스큅

By 스큅

머글과 덕후 사이(라고 주장하는) 케이팝 디나이얼 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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