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립니다.
<아이돌로지>는 월 3회 아이돌팝 신보 전작을 리뷰하던 1st Listen 체제를 2021년 부로 월 1회 주목할 만한 아이돌팝 신보를 꼽아 싱글과 앨범으로 나누어 리뷰하는 Monthly 체제로 개편합니다. 이에 따라 1st Listen 체제 하에 있었던 Pick! 제도는 사라지며, Discovery! 제도는 계속 유지될 예정입니다.
아이돌로지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21년 1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정세운, MCND, 빅톤, 원어스, 트레저, 바비 등. 이번 회차부터 에린, 예미가 필진에 합류했다.
조은재: "24"는 Part 1과 2로 나누어 발표한 정세운의 첫 정규 앨범으로, 스물넷 정세운의 작품임과 동시에 서로에게 24시간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어주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다분히 순수하고 낙천적인 메시지는 일부러 힘을 주지 않아도듣는 이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준다. Part 1을 듣는 이에게 휴식을 제공하는 '너의 등불'로, Part 2는 어둠 속에서도 위로와지지를 보내는 '나의 등불'로 요약했는데, 이는 뮤직비디오의 미장센에도 그대로 적용되어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는 주광에 촬영된 'Say yes'와 노을과 야경 위주로 톤 다운된 화면에 노이즈까지 들어간 'In the Dark'의 뮤직비디오는 정세운의명과 암을 그대로 보여준다. 비주얼과 마찬가지로 음악 또한 Part 1과 Part 2가 각각 낮과 밤의 여러 가지 이미지를 표현한다. Part 1은 해가 가장 높은 곳에 떠 있는 힘찬 정오를 연상케 하는 'Say Yes'로 시작해 모든 트랙이 청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목표로 하는 듯 진취적인 가사와 사운드로 가득하다. 불면의 밤을 지난 뒤 맞는 아침을 노래한 '새벽별'이 끝나고이어지는 Part 2 또한 여러 시간대의 밤을 묘사한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나른한 오후가 연상되는 ':m (MIND)'을 지나 본격적으로 밤이 시작되는 'In the Dark'와 새벽을 지나는 'Fine', 자정 즈음 심야 라디오 방송 같은 'DoDoDo'와 석양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의 연애담 '숨은 그림 찾기'까지 듣고 나면 밤새워 쓴 러브레터 같은 'Be a fool'을 마지막으로 앨범이 끝난다. 마치 AM과 PM으로 구분된 듯한 앨범을 듣고 나면 스물넷 정세운과 24시간 함께 지내본 듯한 친밀감까지 느낄 수있다.
에린: 정세운은 자신만의 속도로 나아가는 모습을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채운 앨범을 통해 보여주며 청자들이 정세운이라는 사람에게 가까워지도록 한다. “24” 역시 정세운의 감성에 초점을 맞추어 온전히 그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이번 앨범은 과거 그가 노래했던 ‘20 Something’을 떠올리게 하는데, ‘20 Something’에서는 무엇이든 될 수있기에 불안한 감정을 담담하게 불렀다면, “24”에 이르러서는 스물넷 자신의 감정들을 더욱더 다채롭고 편안하게 표현한다. 또한, 이전 발매작들에서 보여준 모습들을 “24”에서는 Part 1과 Part 2로 각각 여름과 겨울의 계절감에 따라 분류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서정성을 담아내고 있다. “24”의 서정성은 밴드 사운드와 가사에 기인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사용한 밴드 사운드가 바람과 같이 흐름에 맡기고자 하는 태도의 가사가 어우러지며 두 파트 간의 연결이 이루어진다. 파트별로 보자면 Part 1에서는 그의 경쾌한 리듬과 낭만을, Part 2에서는 편안하고 담담한 감성을 담아내고 있다. Part 1의 ‘Say yes’, ‘Don’t know’, ‘Beeeee’와 같은 트랙은 경쾌함과 리드미컬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뮤직비디오 역시 이에 맞추어 다양한 색감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Part 1 마지막 트랙 ‘새벽별’은 감성적인 Part 2로 이어지는 인털루드 역할을 하여두 파트 간의 연결을 이루고 있다. Part 2는 전체적으로 그의 감성을 표현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 ‘:m (Mind)’, ‘In the Dark’, ‘Fine’ 트랙들에서는 그루비한 리듬감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Part 1의 경쾌한 리듬과 대비되어 두 파트 간의 차이를 부각시킨다. 이후 ‘DoDoDo’, ‘숨은 그림 찾기’, ‘Be a fool’에서 정세운의 담담함과 차분함이 강조됨으로써 앨범은 마무리된다. “24”는 여름부터 겨울에 이르기까지의 정세운의 감성에 초점을 맞추어 그가 가지고 있는 조급하지 않고 차분한 속도를 느낄 수 있도록 하여 청자에게 쉼의 순간을 선사한다.
마노: 초반부는 전작 “EARTH AGE”의 타이틀이었던 ‘nanana’를 연상시키다가, 조금씩 무드를 달리하며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음 곡 ‘우당탕’의 테마를 소개하는 인트로 트랙이 귀를 잡아끈다. 폭풍처럼 맹렬히 몰아치던 ‘nanana’에서보다는 다소 느긋하게 힘을 뺀 듯하다는 것이 아마 대다수의 리스너가 ‘우당탕’에 느끼는 첫인상일 것이다. 전작을 생각하면 일견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곡 구성이지만, 특유의 잘 벼려진 퍼포먼스에 여유로운 스웨거를 첨가한 뻔뻔할 정도의 애티튜드는 차마 거부하기 어렵다. 그루비한 기타 리프에 몸을 맡기며 신나게 리듬을 타고나면 ‘LOUDER’가 열기를 조금은 서늘하게 가라앉히고, 넘치는 패기로 잽과 펀치를 번갈아 가며 날리는 ‘KO, OK!’가 다시금 흥을 돋운 뒤, ‘PLAYER’로 마구 내달리고 나서 ‘Outro ; ㅁㅊㄴㄷ’로 종지부를 찍는가 싶더니 마치 앵콜 무대처럼 ‘아직 끝난거 아이다’로 남은 흥을 몽땅 털어버리는 앨범 구성이 무척 깔끔하고 준수하다. 마치 잘 짜인 콘서트 세트리스트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드는데, 얄궂게도 시국 탓에 이들이 가진 포텐셜을 관객에게 채 어필할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팀의 미래가 언뜻 기대되기도 한다. 만듦새 자체에는 흠결이 없으나 한 가지 흠을 굳이 잡자면, ‘Outro; ㅁㅊㄴㄷ’의 일부 랩 벌스에서 들어가지 않았다면 좋았을 혐오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는 정도일까. 멤버가 직접 참여했기에 더더욱 아쉬워지는 부분. 더 나아진 모습을 후속작에서 기대한다.
랜디: 빅톤이 데뷔 5년 만에 내놓은 정규 1집. 본인들뿐만 아니라 팬들도 몹시 고대했을, 팀의 커리어에 중요한 이정표를 찍는 작업물이다.
열세 트랙으로 가득 채운 음반은 지금의 빅톤이 보여줄 수 있는 열과 성으로 가득하다. ’청량’이라는 키워드로 대표 되는 케이팝 아이돌표 캔디팝부터 어둡고 유혹적인 무드의 EDM까지, 빅톤은 자기 세대 케이팝의 중간값과 같은 음악을 선보여왔다. 획기적인 사운드를 수입하거나 트렌드를 선도하기보다는 ‘현시대의 케이팝이란 이런 것이다’ 하고 보여주는 듯한 곡들이 이들 디스코그래피의 주류를 이뤘다. 누군가는 도전정신이 부족한 기획이라 할 법도 하지만, 이런 팀이야말로 가요 씬의 허리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빅톤에게서는 동 세대와 비교했을 때 유독 —이들의 올 타임 롤모델이기도 한— 하이라이트처럼 중소 신화를 이뤄낸 2.5세대 아이돌들의 정취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 시절 아이돌 씬에 깊은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외면하기 어려운 매력일 것이다.
타이틀곡 ‘What I Said’는 이제껏 빅톤이 발표해온 가상의 캐릭터로서 애정을 말하는 가요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작년부터 차근차근 1위를 거머쥐며 기세를 몰고 있는 바, 가사에서 이들의 야심이 가득 느껴지는 스웨거 송이다. 루프로 돌아가는 라틴 계열의 튠은 잠시 2000년대 초반 불독맨션이 시도한 한국 가요와 라틴 음악의 접목을 떠올리게도 한다. 808 드럼머신으로 달려가는 트레시요 리듬에 흥겹게 들러붙는다.
앨범에는 타이틀 외에도 알앤비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 야심차게 준비한 만큼 큰 사랑을 받기 바란다.
스큅: 빅톤의 이미지는 데뷔 이래 줄곧 ‘청량’한 소년상에 느슨하게 발을 걸치고 있었으나, 노랫말과 그를 소화하는 멤버들은 되레 고전적인 남성상에 더 가까운 모습을 내비치고는 했다. 이후 그룹에 내적/외적 변화를 야기한 <프로듀스 X 101>를 기점으로 빅톤은 이질감이 종종 느껴지던 기존의 콘셉트에도 변화를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이며, 데뷔 6년 차가 되어서야 내놓는 첫 정규앨범 “Voice : The future Is now”는 그 의지가 가장 강하게 엿보이는 작품이다. 타이틀곡 ‘What I Said’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곡이 전개되던 기존의 타이틀곡들과 달리 리듬이 강조된 라틴 트랩 트랙 위 반복적인 어구(“What I Said”, “Boom”)로 강한 임팩트를 준다. 전에 없이 힘이 바짝 들어간 도한세의 랩에서는 독기마저 감지된다. 짓이기는 식의 랩이 이전까지는 유독 튀는 인상을 주고는 했는데, 바뀐 그룹의 지향성 아래 적재적소에 활용되고 있는 듯하다. 그룹의 야심은 멤버들의 솔로곡 4곡을 포함해 13곡에 달하는 큰 볼륨의 앨범에 걸쳐서 나타난다. ‘Chess’, ‘Unpredictable’, ‘Flip a Coin’과 같은 트랙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전반적으로 통속적인 가요 내음을 풍기던 과거를 벗어나 동 세대 케이팝의 표준을 좇고자 하는 결의가 두드러진다. 아쉬운 점은 대다수의 곡이 현존하는 어떤 보이그룹에 피칭되어도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의 보이그룹이 시도할 만한 스타일만으로 가득 채워져 있고, 일부 곡들은 키를 바꿔여느 걸그룹이 불러도 위화감이 없게 들린다. 기존의 멜로딕함이 슬며시 배어있는 ‘Circle’, ‘Up To You’가 그룹의 명맥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 역시 차별점으로 거론하기는 어려운 듯하다. 여러모로 ‘표준’과 ‘평균’의 차이를 곱씹어보게 된다.
심댱: 약간의 신곡과 싱글컷의 모음, “THE FIRST STEP : TREASURE EFFECT”는 YG 레이블 바깥의 순진한 이미지를 끌고 온다. 타이틀곡 'MY TREASURE'는 여타 남자 아이돌그룹이 선보일 법한 화사하고 청량한 응원으로 소속 레이블의 이미지와 대비를 이루며 의외성이 도드라지게 한다. 선공개한 싱글을 순서대로 수록한 데서 보이는 무신경함은 못미덥지만, 파워풀한 타이틀과 화사하거나 칠한 무드의 커플링곡의 교차로 생기는 낙차는 그들이 데뷔할 때부터 짙게 드리워진 레이블의 개성을 다소간 희석한다. 지난 활동곡은 싱글컷으로 들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데, 풀 파워로 증명하고자 했던 남다름 혹은 강렬함이 'MY TREASURE'의 해사함 뒤에 숨어 그 강도가 정제된 것처럼 보여서다. YG 보이밴드 3.0 모델로서 내딛는 그들의 걸음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뚜렷한 구분선에 의의를 두며, 다음 “STEP”에서는 동시대 그룹과의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조은재: 타이틀곡 'MY TREASURE'는 YG에서 나왔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을 만큼 정석적인 캔디 팝이다. 심지어 랩마저 이제는 YG 밖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는 톤으로 매만져져 있어 사전 정보가 없다면 YG 소속임을 도저히 알 수 없게 연출했다. 강렬했던 레이블의 색깔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는 유효해 보이지만, '탈 YG' 이상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해야 한다는 과제가 추가된다는 점에서는 상당한 모험으로 보인다. 정규 1집에 수록된 3곡의 신곡은 과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기에는 다른 그룹과 차별화되는 뚜렷한 개성이나 방향성을 느끼기 힘들다. 기계적으로 수록된 이전 싱글이 정규 앨범 단위에서 유기성을 보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그렇다. 'BOY'와 '사랑해', '음'으로 보여준 강렬함과 달리 'MY TREASURE'는 갑작스러운 노선 변화를 꾀하는데, 정규 앨범의 타이틀곡은 싱글 타이틀보다 커플링 곡들과 궤를 맞추고있다. 방예담 등 프런트 멤버가 부각되는 오디오에 비해 비주얼 퍼포먼스는 더더욱 의문스럽다. 빅뱅의 태양이나 위너의 이승훈 같은 눈에 띄는 키 플레이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전성기 엑소나 세븐틴처럼 다인원 그룹만이 할 수 있는 잘정돈된 군무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12명으로서의 매력은 무대보다 유튜브 자체 콘텐츠에서 더 잘 느껴지는 듯하다.
마노: 원어스 등 RBW에 소속된 팀들의 음악은 대체로 ‘가요적’ 색채와 함께 약간의 통속성을 띤다는 것이 나름의 특징이자 변별점이라고 생각하는데, 타이틀 ‘반박불가’ 역시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지금껏 타이틀곡에서 이렇게까지 다듬어지지 않은 까슬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경우는 없었던 듯한데, 그럼에도 ‘과잉’ 내지는 ‘진성 케이팝’으로 표현되는 팀의 기조는 꾸준히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사가 멤버들의 또래보다는 다소 윗세대에 의해 발화된 것으로 보이는 점이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하나, 이 역시 어느 정도는 의도된 부분이라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전작 “LIVED”와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을 보이는데, 어쩌면 일종의 ‘확장판’으로 볼 수도 있을 법한 부분. 작곡에 참여한 레이븐의 취향이 백분 반영된 듯한 느긋한 무드의 트랙(‘식은 음식’), 과할 정도로 처연하고 비장한 트랙(‘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발키리’, ‘태양이 떨어진다’, ‘COME BACK HOME’ 등과 같은 ‘진성 케이팝’의 계보를 계승하는 듯한 트랙(‘Lion Heart’) 등 팀의 디스코그래피에서 일종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듯한 곡들이 다수 포진한 가운데, (선공개곡이기도 했던) ‘뿌셔’나 ‘What You Doing?’처럼 약간의 새로운 시도로 보이는 곡들이 군데군데 포인트를 더하고 있다. 거기에 앨범을 소개하며 몰입감을 더하는 인트로 트랙 ‘Intro: Devil is in the detail’과 깔끔한 뒷맛의 아우트로 트랙 ‘Outro: Connect with US’까지. 여러모로 무척이나 ‘원어스다운’ 앨범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스큅: 바비의 랩의 가장 큰 특징은 광폭하지만 좀처럼 위압적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유의 낙천성으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공격적이지 않게 귀결시키는 래핑은 부대낌 없이 타격감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이는 힙합 씬과 아이돌 씬을 막론하고 바비만의 분명한 차별점으로 자리한다.
지금껏 내놓은 곡 중 가장 흉포하다 할 수 있을 ‘야 우냐’ 역시 유치함을 한껏 과장해 보인 제목의 서체가 대변하듯 유희적이고 우스꽝스러운 태도를 견지한다. <쇼미더머니> 시리즈의 기폭제 역할을 한 래퍼가 “돈만 쳐다”보는 세상을 밟아서고 길길이 날뛰는 1번 트랙 ‘야 우냐’를 넘어서면, 별다른 압제의 의도도, 공연한 치레도 없는 우직한 자기과시가 폭포수처럼 떨어진다. ‘RocKstaR’, ‘NO TIME’, ‘BrEAk It DoWn’, ‘새벽에 (In THE DaRk)’ 등 스킷이 터놓은 서사의 경로를 따라 퍼부어지는 오디오 펀치의 쾌감이 상당하다. 물론 온통 “강북 대표 Playboy”의 고루한 남성상에 몰두하는 서사는 따분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SKIT 3’ 이전까지는 말이다.
‘SKIT 3’에서는 유튜버 오마르가 흐름을 뚝 끊고 등장해 (“오~마르~의 삶~”) 직전까지 앨범을 주름잡던 “강북 대표 Playboy”의 행실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바비는 평소 즐겨 보던 유튜버인 오마르를 직접 섭외해 앨범 스토리를 설명한 뒤 실제로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떤 충고를 할 것인지를 물어 ‘SKIT 3’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강북 대표 Playboy”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라고 볼멘소리를 내지만 결국 이어지는 수록곡들에서 예견된 말로를 걷는다. ‘우아해 (GOrGeOuS)’와 ‘LiAr’는 오마르가 진단한 구태의연한 남성상을 그대로 재현하고, 엉망진창의 파티 ‘주옥 (HeartBROKEN PlaYBoY)’은 하나의 우스운 풍자극을 보고 있는 느낌마저 안겨준다.
“주옥같이 Party”를 즐긴 뒤 ‘SKIT 4’에서 바비는 홀로 집에 돌아와 사색에 잠긴다. ‘SKIT 4’ 뒤의 파트는 비루한 결말을 맞은 플레이보이의 서사를 보편적인 청춘의 서사로 뻗어내려 한다. 앨범에서는 유일하게 플레이보이의 ‘수작질’과 관련된 일말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 ‘RaiNinG’과 ‘내려놔’는 20대를 지나는 여느 젊은이의 내러티브를 꺼내 보이고, 마지막 곡 ‘DeViL’은 “내 방패는 카시오 내 전투화는 나이키”를 외치며 악마로 상정된 부정적인 감정들을 뚫고 거침없이 전진해나간다. 일렉 기타와 둔탁한 드럼 반주 위에 굳건히 선 그의 모습은 비로소 일전에 노래하던 ‘RocKstaR’에 등극한듯 보인다. “광폭하지만 위압적이지 않은” 바비의 치명타는 이 곡에서 가장 형형하게 위용을 뽐낸다.
“LUCKY MAN”의 1인칭 주인공으로 보이던 바비는 ‘SKIT 3’를 기점으로 돌연 전지적 작가로서 정체를 드러내며 앨범의 프레임을 재편한다. 통상 플레이어와 노래의 화자가 등치되는 힙합의 문법과 콘셉트에 맞춰 얼터-이고를 내세우는 아이돌의 작법이 교차하는 가운데, “LUCKY MAN”의 어디까지가 그의 본체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캐릭터인지 경계는 흐릿해진다. 애초에 그를 따져 묻는 것이 무의미한 것일 수도 있겠다. 결국 핵심은 인물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는 연출가적 면모와 그에 걸맞은 입체적인 래핑에 있다. 혹자는 “강북 대표 Playboy”의 페르소나가 동원된 것 자체에서 YG의 유구한 남성상을 떠올릴 테고, 그는 분명 유효한 감상이나, 간만에 YG 보이그룹에서 흥미로운 텍스트가 나왔다는 것 역시 분명하다. 앨범 크레딧이 거의 YG 외부 프로듀서진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과연 우연일까.
하루살이: 기승전결 뚜렷한 연극이다. ‘강북 대표 Playboy’가,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고,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강북 대표 Playboy’로 돌아간다. 거대한 이야기의 정글이 된 아이돌 산업에서 꽤나 보기 드물게 단순하고 명료한 ‘콘셉트 앨범’이다. 각 트랙은 그 자체로도 들을 만하지만 스킷과 묶여 이야기의 화소로 기능하면서 더 빛을 발한다.
타이틀곡 ‘야 우냐’는 일종의 프롤로그다. ‘강북 대표 Playboy’는 자동차 소리와 함께 요란하게 등장해 물질만능주의자를 ‘가축’으로 조롱하고 ‘여친들 마음’을 전리품 삼아 남성성을 한껏 과시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는 ‘SKIT 1’ 이후 뱅어 성격의 곡들이 이어지다가, ‘SKIT 2’부터 ‘강북 대표 Playboy’가 사랑에 빠지며 곡의 멜로디와 코드 진행이 뚜렷해진다.
이야기는 ‘SKIT 3 (feat. 오마르)’부터 본격적으로 재밌어진다. 많은 경우 솔로 아티스트는, 특히 힙합이라는 장르는 택했을 때는 더욱, 곡의 화자와 동일 인물로 간주된다. 그러나 ‘강북 대표 Playboy’와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인 오마르가 등장하고, “LUCKY MAN” 속 ‘강북 대표 Playboy’와 앨범 밖 바비 사이 틈을 벌린다. 그리고 그 틈이 “LUCKY MAN”을 연극으로 만든다.
이별 후 ‘강북 대표 Playboy’의 요동치는 감정선을 따라, 음악도 힙합에서 가스펠과 하드록까지 지나간다. ‘DeViL’의 리얼 드럼과 기타에 기반한 사운드는 앞서 록이 없던 ‘RocKstaR’의 증거가 되고, 이는 이야기의 회귀와 함께 앨범을 처음으로 돌려 다시 듣게 만든다.
“LUCKY MAN”은 근 몇 년간 YG 엔터테인먼트가 끌어온 지루함을 떨쳐 냈다. 스킷이 큰 역할을 했지만 노래와 이렇게 엮어 내는 것 또한 프로덕션 능력이다. 한 사람의 재능이 레이블의 변곡점이 될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듣는 즐거움을 살렸다고는 기억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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