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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1월 – 싱글

2021년 1월 아이돌팝 관련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홍은기, MCND, 트레저, 유빈, 에픽하이, 크래비티, 드림캐쳐, 아이유, 달수빈의 싱글을 다룬다.

알립니다.
<아이돌로지>는 월 3회 아이돌팝 신보 전작을 리뷰하던 1st Listen 체제를 2021년 부로 월 1회 주목할 만한 아이돌팝 신보를 꼽아 싱글과 앨범으로 나누어 리뷰하는 Monthly 체제로 개편합니다. 이에 따라 1st Listen 체제 하에 있었던 Pick! 제도는 사라지며, Discovery! 제도는 계속 유지될 예정입니다.

아이돌로지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는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2021년 1월 아이돌팝 관련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홍은기, MCND, 트레저, 유빈, 에픽하이, 크래비티, 드림캐쳐, 아이유, 달수빈의 싱글을 다룬다. 이번 회차부터 에린, 예미가 필진에 합류했다.

홍은기 – ON&ON

ON&ON
다올 엔터테인먼트
2021년 1월 5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은재: 태민을 위시한, 남자 솔로 퍼포머의 드문 성공사례를 따르기보다는 본연의 매력을 살리는 쪽을 택했다. 무용을 통해 다져온 실력은 보깅 등 장르 색이 분명한 퍼포먼스를 수행할 때 특히 빛난다. 보컬 또한 가장 안정적으로 음색을 들려줄 수 있는 음역안에서 흐르는 가운데 팔세토로 포인트를 준다. 출중한 수행력을 앞세워 노래와 무대를 압도하려 하기보다는 충분히 조화되기 위해 신경 쓴 느낌이 역력한데, 댄서와의 호흡이나 리듬감을 충분히 살린 보컬에서 그런 섬세함이 느껴진다. 청하 등의 걸출한 솔로 퍼포머들이 떠오른다.

하루살이: 노래는 산뜻하다. 보컬과 연기의 밀도를 꾸준히 올린 결과, 꽤 근사한 팝을 완성했다. 반면, 의상과 안무는 산뜻함과 사뭇 동떨어져 있다. 크롭 재킷, 시스루 블라우스 등 제법 노출이 있는 의상에 몸 선을 강조하는 안무까지 음악과 언밸런스를 이룬다. 청순과 섹시를 퐁당퐁당 오가더니 이번엔 동시에 수행해 오묘한 이미지를 구현했다. 가사와 뮤직비디오도 따로 놓고 보면 무난하게 완결성을 갖췄으나 합치면 다소 난해하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아이러니라 부르기엔 대립하지 않는다. 통일감과 유기성이 절대적 미덕은 아니나, 개연성이 부족해 몰입감이 떨어진다. 퍼포머의 표현력만으로 전부 설득하려 들기보다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MCND – 우당탕

MCND AGE
TOP 미디어
2021년 1월 8일

서드: ‘우당탕’은 제목이 지닌 첫인상과 ‘미쳐 뛰어놀아보자’는 가사의 내용에 비해 끝까지 듣고 나면 꽤 차분하게 정돈된 인상의 결과물이다. 읊조리는 듯한 후렴이 심플한 기타 리프와 비트와 합쳐져 묘한 중독성을 만들어내는데, 굳이 귀를 때리는 음향효과나 숨이 가쁠 듯한 빠른 비트가 아니더라도 듣는이를 흥겹게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5인조에 맞춰 꼭 필요한 동작만으로 구성한 듯한 간결한 안무마저도 이러한 스타일에 절묘하게 어울리는데, 자칫 방만해져 버릴법한 지점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으며 과잉과 절제 사이의 줄타기를 하는 듯한 모습은 MCND가 줄곧 고수해온 팀의 고유한 매력이기도 하다. 폭발할 듯한 에너지로 질주하듯 무대를 종횡무진 장악하는 케이팝 보이그룹들은 이미 많지만, MCND는 그 사이에서 같이 뛰어노는 척하면서도 다른 볼일이 생각났다는 듯 여유를 부리며 자신들만의 흥을 즐기는, ‘샛길의 미학’을 보여준다.
‘미치게 뛰어놀자’는 말이 누군가에겐 독주를 진탕 마셔대고 클럽에서 밤새 격렬하게 춤을 추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겐 친구들과 가볍게 치맥 후 노래방에서 서너 시간 신나게 뛰어놀고 나와 헤어지는 것일 수도 있다. 당신이 만약 후자에 속하는 케이팝 팬이라면, ‘우당탕’을 들으며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트레저 – MY TREASURE

THE FIRST STEP : TREASURE EFFECT
YG 엔터테인먼트
2021년 1월 11일

서드: ‘MY TREASURE’는 브라스와 스트링이 강조된 사운드와 멜로디 속에 보컬 멤버들의 매력이 두드러지는, 특히 곡 전체를 리드해나가는 메인보컬 방예담의 음색이 백분 발휘되는 곡이다. ‘겨울 끝에 봄이 와’, ‘안되면 어때 다시 시작해’ 같은 다소 상투적인 가사조차도 직관적으로 시각화한 듯, 화려한 영상효과가 돋보이는 뮤직비디오와 시너지를 일으키며 팬데믹 시대의 혹독한 겨울을 지나는 이들을 위로해주는 청량하면서도 따뜻한 아이돌팝으로 완성된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트레저는 다양하고 폭넓은 색깔의 곡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MY TREASURE’는 강한 비트 위로 래퍼 라인이 두드러져 보였던 ‘음’과 대비되는 곡이기도 하다. 곡마다 돌아가며 다른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다는 것은 다인원 그룹으로서 트레저가 지닌 장점이며, ‘YG 소속 보이그룹이라면 이런 음악을 하겠지’ 하며 막연히 갖고 있던 선입견을 매번 조금씩 깨뜨리면서 천천히 자신들만의 가능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유빈 – 향수

향수(PERFUME)
르 엔터테인먼트
2021년 1월 13일

스큅: 의도적으로 '비싼' 티를 비껴가며 노골적으로 곡을 치장하는 아르페지오 신스 사이로 매캐한 보컬이 퍼진다. 오래 묵은 고약한 향수 냄새를 맡는 듯한 이 곡이 부담스럽지 않고 유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원더걸스의 복고를 너끈히 떠받쳐온 유빈 특유의 능청맞은 청승 덕이겠다. '숙녀'로 호흡을 맞췄던 Dr.JO를 다시금 호출했다는 데에서 유빈이 솔로 커리어의 방향성을 확고히하고 있음을 읽게 된다. 온갖 향수 광고가 뒤범벅된 듯한 뮤직비디오는 화룡점정과도 같다. 동 세대 케이팝에서 유빈만큼 "복고여전사"라는 (그 이름마저 복고적인) 칭호가 걸맞은 아티스트는 없을 것이다.

에픽하이 ‘Rosario (feat. CL, 지코)’

Epik High Is Here 上
OURS Co.
2021년 1월 18일

예미: ‘Rosario’의 트랩 프로덕션에서 ‘神메뉴’, ‘영웅’ 등 ‘마라맛’ 아이돌 팝이 떠올랐다. 여기서 해외 시장에서의 에픽하이가 ‘케이팝’ 카테고리로 묶인다는 사실이 생각난다면 과언일까. 팬덤 공동체를 포괄하는 창작 방식을 기반으로 한 활동 방향, 그리고 아이돌 팝의 지장 하에 있는 여러 장르를 자기 식으로 다뤄 온 커리어는 ‘케이팝’으로 셀링되기를 택한 이들의 행보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Rosario’에서 이들은 동시대의 프로덕션을 훌륭히 소화하며, 이들이 걸어온 길 위에 있는 후배 아티스트와 함께 “밟기만 하면 다 길이 됐네”를 외쳐 틱톡과 스포티파이 트렌딩 차트에 띄웠다. 이는 현 시대 케이팝 부흥 속 완벽한 자기증명이자, 오랜 팬덤에게 꾸준히 놀라움을 전하는 아이돌적인 미덕을 실천한 예시일 것이다.

크래비티 – My Turn

HIDEOUT: BE OUR VOICE - SEASON 3.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2021년 1월 19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마노: 분명 어디선가 봤음직 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어디서도 본 적 없었던 미묘한 ‘한 끗’을 적절히 잡아낸 기획력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전작 ‘Break All The Rules’와 ‘Flame’에서의, 서슬이 퍼럴 정도로 한껏 각과 날이 서 있던 (시쳇말로 ‘가오’라고도 표현하는) 부분을 조금 덜어내고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더했다. 이런 식의 다소 레이드백(layed-back)된 무드의 힙합 장르는 (보컬/랩과 댄스 양쪽에서) 퍼포먼스가 다소 산만하거나 지저분해질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팀 특유의 정제-절제미를 유지하는 한에서 균형점을 잘 조절한 덕에 전체적으로 만듦새가 무척이나 깔끔하다. 일견 자유롭게 ‘노는’ 듯하지만, 일종의 질서와 규율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안정감이 느껴진달까. 완전히 새롭지는 않지만, 식상함을 절묘하게 잘 비껴간 매우 신선한 결과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조은재: 'Vroom Vroom Vroom'에 이어지는 'Skrt'는 레이싱카의 타이어 마찰음이나 농구 코트에 울려 퍼지는 호각 소리를 연상케 한다. 음악이 가진 진한 힙합 무드에 비해 일부 보컬의 그루브감이 약한 것이 신경 쓰이지만, 다이내믹을 죽일 정도는 아니다. 가장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드물게 잘 짜여진 댄스 퍼포먼스인데, 데뷔곡 때도 느꼈던 잘 정돈된 포메이션의 변화가 'My Turn'에서 그 매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쉴 새 없이 변하면서 여러 멤버를 충분히 돋보이게 해주는 영리한 퍼포먼스를 구사하는데, 이전에 이것을 가장 잘 구사했던, 동수의 그룹이었던 소녀시대가 연상된다.

드림캐쳐 ‘Odd Eye’

[Dystopia : Road to Utopia]
해피페이스 엔터테인먼트
2021년 1월 26일

하루살이: 드림캐쳐가 처음에 들려주었던 록 혹은 메탈에서 확실히 멀어졌다. “Dystopia” 시리즈에 들어선 이후 적극적으로 장르 확장을 꾀하고 있다. 전작 ‘BOCA’는 뭄바톤 등의 장르에 주로 사용되는 트레시요 리듬을 큰 틀로 하되 킥을 빼곡히 넣어 메탈의 뉘앙스를 살렸는데, ‘Odd Eye’에는 그마저도 없다. 프리-코러스에서 박자를 쪼개기는 하지만 메탈의 스타일이라기보다 EDM 식 빌드업에 가깝다. 그러나 디스토션을 강하게 건 기타와 그를 뚫고 쨍하게 쏘아붙이는 보컬은 여전히 드림캐쳐만의 색을 또렷이 드러낸다. 자기 복제와 변절 사이에서 표상으로 삼은 장르를 놀랍도록 영리하게 분해하고 취사해 길을 찾았다. 흥미로운 지점은 음악의 장르 확장이 안무의 확장으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박마다 찍는 킥이 빠지며 왁킹, 힙합 등 스트리트 계열에서 차용한 동작들이 전보다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들의 길이 진정한 유토피아에 닿지는 못했을지라도 더 넓은 세상과 닿았음은 분명하다.

아이유 ‘Celebrity’

Celebrity
EDAM 엔터테인먼트
2021년 1월 27일

랜디: 정규 앨범에 앞서 선공개된 곡. 지난 EP “Love Poem”과 이어지는 또 다른 '사랑시'다. 과격한 신스나 보컬 찹(Vocal chop)으로 채운 드롭은 케이팝의 맹렬한 넘버들 사이에 넣어야 할 것 같은 인상인 데 반해, 전체적인 느낌은 생각보다 미니멀 해서 낯선 인상을 준다. 이 독특한 느낌을 봉합하는 요소는 역시 아이유의 보컬. 연신 가성으로 가볍게 속삭이는 가성이 선량하고 따뜻하다. 아이유는 지난 작품부터 유독 '위로'라는 주제를 깊이 다루고 있는데, 그것이 누구에게나 통할 범용적 "좋은 말"은 아님에 주목이 간다. 보편에 초점을 맞출 때 자연히 소외되는 사람들에 화자가 더 마음을 쓴다는 의미도 되겠다. 줄마다 촘촘하게 'ㅣ'로 모운을 맞춘 가사를 듣다 보면 그 단어의 선택이 얼마나 예민한지, 위로를 건네고자 하는 사람의 어렵고도 간절한 의도가 느껴진다. 값싼 위로의 해악을 경계하며 대중예술 창작자로 훨씬 성장해나가고 있는 아이유가 들리는, 다가오는 정규 앨범이 몹시 기대 되는 싱글.

현아 ‘I’m Not Cool’

I’m Not Cool
P NATION
2021년 1월 28일

심댱: 가시마냥 뾰쪽하고 공격적인 섹스 어필로 무장했던 현아가 피네이션 합류 후 내놓은 'Flower Shower'는 날 섦의 시기는 부드럽고 유연하게 넘어갔다는 일종의 선언처럼 들렸다. 이 선언의 연장선상인 'I'm Not Cool'은 현아 스타일의 성숙으로 기능한다. 타이틀곡은 사정없이 내리꽂는 신스와 격렬한 퍼포먼스 등으로 현아의 존재감을 번쩍이게 하는데, 쿨하지 않음을 쿨하게 드러낸 이중성이 매력적이다. 메시지의 내용과 대상을 투명하게 보여낸 브릿지가 다소 투박하게 들리지만, 솔직함을 테마로 호쾌하게 달리는 곡의 흐름을 해치지는 않을 정도다. 그의 다양한 면면을 조명하는 수록곡 중 'Show Window', 'Party, Feel, Love'에서의 푸른 빛 이면에도 눈길이 간다. 조금 낮은 채도의 뒷모습을 진득하게 보여주는 트랙이 더 있길 바라는 마음은 후속작에 넘기며, 앞으로 더 능숙하게 자신을 드러낼 현아를 기대하기에 충분한 EP였다.

달수빈 – Sign

MBN 미쓰백 Part.10
메가몬스터
2021년 1월 29일

심댱: 기억 속에서 조금씩 잊힌 걸그룹 출신 아티스트에게 인생곡과 무대를 선사하는 MBN <미쓰백(Miss Back)>에서 마지막으로 솔로곡을 선물 받은 달수빈의 'Sign'. 아티스트의 개성과 트렌드라는 두 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편이었던 <미쓰백>의 발표곡 중 이 두 축이 깔끔하게 잘 맞아떨어진 곡이었다. '사이-Sign-쌓인'으로 포개어지는 라임은 숨결을 강조해 애타는 듯한 느낌으로 치환되고 긴 팔다리를 살린 안무와 의상은 실연자의 매력과 수행력을 한껏 돋보이게 한다. 그룹 활동과 그 이후 솔로 활동을 통해 꾸준히 보여줘 온 그의 음악적 역량이 마치 미디어의 수혜로 '재발견'된 것만 같은 현실이 얄밉지만, 그를 포함해 <미쓰백>에 등장한 아티스트의 행보에 따스한 스포트라이트가 드리워진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데뷔 10년 차를 맞은 그가 시의적절하게만난 인생곡을 기점으로 자신만의 다양한 컬러를 선보이길 기대해본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