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베리베리, 아이콘, 아이즈, WayV, 로제, WOODZ(조승연), 퍼플키스, 위클리, 김세정, 백현, 우주소녀의 싱글을 다룬다.
베리베리 ‘Get Away’
심댱: 초기의 청량과 '쎈' 케이팝을 고르게 담아내려다 어색한 모양새로 마무리되곤 했던 "FACE" 시리즈보다 후자에 무게감을 더했다. 전달하고자 한 무드를 싱글 컷으로 컴팩트하게 제시했는데, 그간 베리베리가 들고 온 '쎈' 케이팝 중에서 미성이 많은 그룹의 보컬 스타일과 어울린다. (‘G.B.T.B’ 같은 곡은 오히려 무겁고 과해 보였던 것을 기억해보자) 곡 중간 캔을 딸각이는 사운드와 입으로 똑딱거리는 효과는 흔적기관과 같았던 청량을 미량 함유하며 곡에 산뜻함을 부여한다. 안개가 깔린 듯한 인트로와 프리-코러스, 더블링으로 두텁게 들리는 후렴구는 곡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하는데, 레이저처럼 날카롭게 쪼아대는 수록곡 ‘Numbness’까지 들었을 때 앨범 소개 글 속 ‘어두운 내면’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 ‘Get Away’가 몽환적이고 모호한 테두리라면 ‘Numbness’는 메탈릭한 질감으로 "O" 시리즈를 단단히 채우는 내용물로 기능한다. 강렬한 퍼포먼스와 다크한 컨셉으로의 과감한 선회에 의문점 대신 기대감을 불어놓기에 적당한 답안.
아이콘 ‘왜왜왜’
서드: ‘왜왜왜’는 ‘또 이별 노래야’하며 심드렁하게 듣다가도 어느새 고개를 까딱거리며 후렴을 따라 흥얼거리게 되는 곡으로, 결말이 뻔하지만 보고 나면 결국 눈물을 훔치게 되는 영화 같은 또 하나의 ‘흔한_아이콘_노래(좋은 뜻)’다. 매번 이별의 서사와 감정을 애처로운 멜로디에 담아내는 동시에 흥겨운 리듬의 비트를 절묘하게 엮어내는 아이콘은 현재 케이팝 씬에서 ‘이별 장인’의 타이틀을 달 수 있는 그룹이다. 무엇보다 곡이 지닌 정서 그 자체를 그림으로 선명하게 그린 듯이 펼쳐내는 김동혁의 음색과 가창력이 절정에 달했다 해도 아깝지 않은 곡으로, 한 번 더 감정을 끌어올릴 수도 있을 법한 지점에서 적절히 끝맺는 편곡의 절제미 또한 돋보인다.
어느새 아이콘도 중견 그룹이라 부를 만큼의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케이팝의 트렌드도 적지 않은 변화를 거쳤지만, 마치 다른 시간선 위에 있기라도 한듯 아이콘은 태평하게 자신들의 스타일을 확고히 유지하며 걷고 있다. 어쩌면 이들의 음악에서 자꾸 느껴지는 케이팝 이전의 ‘가요스러움’에 대한 기시감은 도리어 현재의 케이팝 속에 가요의 감성과 특유의 통속성을 다시 이식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언뜻 누군가에게는 ‘올드함’과 ‘촌스러움’으로 비칠지 모를, 구질구질하기까지 한 이별 서사의 상투성과 통속성에 대한 이들의 집요한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아이즈 ‘겨우살이’
하루살이: 제각기 최선을 다하고 있음이 분명하고 멜로디를 음역의 한계까지 밀어붙일 땐 일종의 경건함마저 느껴지지만, 여전히 지향점이 모호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보컬은 보편적인 록발라드 창법을 따르기보다 비음 가득한 발라드 스타일을 구사한다. 베이스가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드럼 뼈대가 헐겁고, 클리셰 듬뿍 담아 밀고 들어왔던 기타는 금방 스트링 뒤로 물러선다. 결과적으로 형식이 한 결로 정돈되지 않고 내용과도 정합하지 않아 모처럼 내놓은 자작곡 타이틀이지만 이 팀이 어떤 음악과 이야기를 잘하는지, 하고 싶은지 도통 파악하기 어렵다. ‘새살’, ‘안녕’ 등 비장한 타이틀과 다른 분위기의 수록곡으로 근근이 이어지던 소년상마저 더이상 찾아볼 수 없는데, 소년이 성장한 것이 아니라 소년을 잃어버린 듯 해 안타깝다. 아이즈가 부디 빨리 ‘겨울 속을 벗어 나’ 길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
WayV ‘Kick Back’
스큅: WayV의 데뷔 당시 이들을 아이돌로지의 아카이브 리스트에 올려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오갔고, 국내 아이돌의 해외 발매반과 해외 파생 아이돌은 리스트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에 따라 일단 올리지 않았었다. 그러나 WayV가 NCT 2020 활동을 거치며 NCT 브랜드에 정식으로 포섭되고 한국어 버전 음원 발매와 함께 한국에서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한 현 상황에 이들을 비-케이팝, 비-아이돌팝으로 밀어내기란 불가능해진 듯하다. 물론 애초에 가능했겠냐마는.
WayV의 정체성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무색하게 WayV는 슈퍼엠, 에스파와 더불어 SM에서 고전 SMP를 계승 및 견인하고 있는 그룹이다. 다만 슈퍼엠과 에스파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SM의 구저분한 '오래된 미래'가 뒤엉킨 욕망의 항아리 형상을 한 데 반해, 중국과 한국 어느 쪽에도 온전히 귀속되지 않은 틈새 공간에서 도생하게 된 WayV는 그와 같은 외압에서 한 발짝 빗겨 서 있다. 지역색을 표방하며 출발했으나 가장 초월적인 지대 위에 선 아이러니한 입지는 역설적으로 WayV를 가장 말끔한 SMP로 정제해내는 듯하다. 우주 배경과 타임리프 소재를 빈번하게 동원하며 구축해온 탈-인간계스러운 이미지는 그와 맞물려있으며, 'Moonwalk', 'Turn Back Time' 때와 같이 꾸욱 눌러대는 극적인 장조 멜로디는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그룹의 시그니처로 자리한다. 달라진 점은 한층 단순하고 선명해진 박자감과 반복적인 훅으로 직관성을 높였다는 점. NCT 127과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고집스러운 음악관을 청중에게 설득시킬 방안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제 ‘On The Ground’
조은재: 3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곡이지만 로제의 개성과 매력, 그리고 자존감 가득한 메시지를 폭발력 있게 전달한다. 그루비한 보컬은 나른하게 늘어지는 기타 사운드와 환상적인 조화를 보여주며, 싱잉랩처럼 촘촘하게 달리는 2절 도입부는 리듬감이 뛰어난 로제의 장점을 잘 드러낸다. 무대 연기에 탁월한 로제답게 'Ground'를 강조하는 퍼포먼스도 발군이지만, 어쿠스틱 기타 한 대만으로 편곡한 라이브 무대를 상상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블랙핑크에서 가장 감성적인 부분을 담당했던 그가 솔로 무대에서는 적당히 절제된 온도로 노래하는 것 또한 롤플레잉 측면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 보는 재미와 듣는 쾌감을 모두 잡은 수작.
WOODZ(조승연) ‘Feel Like’
마노: 여러모로 1970년대 초반에 등장했던 글램록(Glam Rock)의 영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둔탁하게 울리는 리드미컬한 드럼 킥이나 코러스 파트를 지배하며 포효하는 멜로딕한 기타 리프 같은 음악적 요소도 그렇지만, 반짝거리는 레더 의상이나 굽 있는 부츠 등의 스타일링에서도 글램록의 향취가 한껏 느껴진다. 이런 표현이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케이팝의 육신을 빌려 무대 위에 화(化)한 글램록 스타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아티스트가 곡을 소화하는 다소 ‘깔롱진’ 애티튜드마저 이러한 점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케이팝의 육신’을 빌려 태어났기에 댄스 퍼포먼스를 하고 있긴 하지만 스탠드 마이크를 세워놓고 라이브 밴드 퍼포먼스를 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었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댄스 퍼포먼스가 곡과 시너지를 적절히 잘 이루고 있는 것은 곡 작업에 참여하기도 한 아티스트가 댄스 퍼포먼스에 대해 가진 이해력이나 수행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방증도 될 것이다. 한창 ‘물오른’ 젊은 아티스트의 혈기를 느낄 수 있어서 상당히 즐겁게 듣고 봤던 싱글.
퍼플키스 ‘Ponzona’
서드: 팀 이름처럼 보라색을 강조하면서도 ‘독’(Ponzona는 스페인어로 독을 뜻한다)이라는 은유로 팀의 이미지와 방향성까지 뚜렷하게 드러내는 데뷔곡으로, 매력적인 음색의 수안과 힘 있는 고은의 목소리를 필두로 한 탄탄한 보컬과 더불어 프리-데뷔 때부터 꾸준히 보여온 퍼포먼스 능력까지, 준비해온 모든 것을 전부 보여주겠다는 듯한 포부가 느껴진다. 특히 곡 중반 유키의 랩 파트는 그 리듬감과 플로우만으로도 근래 신인 아이돌 중 가장 인상적일 정도인데, 뒤늦게 일본인 멤버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한 번 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사/작곡에 멤버 수안, 고은, 유키가 참여하며 셀프 프로듀싱 능력 또한 선보이고 있어 여러 모로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신인.
조은재: 신인 그룹을 제작할 때 한 명도 채 찾기 힘들다는 매력적인 음색의 메인 보컬이 이 팀에 다 모여있었다. 오래 준비한 프로젝트였던 것에 비해 곡 자체는 다이내믹이 다소 약한 감이 있지만 멤버들의 목소리가 가진 특장점을 부각하기엔 평이한 곡의 구성이 더 효과적이었던 듯도 하다. 퍼포먼스 또한 오랜 연습을 통해 완성형으로 잘 다듬어져 있다. 카리스마를 부각한 댄스 브레이크는 최근의 걸그룹 데뷔곡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며, 아이코닉한 핸드 사인이 돋보이는 안무가 신비로운 곡의 분위기와도 좋은 합을 보인다. 365 practice(데뷔 전 유튜브 콘텐츠) 시절부터 이들을 지켜본 팬들에게는 감개무량할 인상적인 데뷔.
위클리 ‘After School’
서드: 전작과는 사뭇 달리 조금 무거워진 듯한 톤의 사운드와 서정적 멜로디 라인을 듣고 좀 더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나 싶었다가 가사를 읽고 도리어 허를 찔린 기분이 들었다. ‘After School’이란 제목이 어떤 상징이나 은유도 아닌 문자 그대로의 ‘방과 후’라는 점이, 역설적이게도 그 평범함과 일상성을 담아냈다는 점이 대담한 시도로 다가온다.
특별한 사건이나 고민도 없이 단지 하굣길에 친구와 만나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놀며 함께 셀카도 찍거나 하는 모습을 담았을 뿐인 가사에 마음이 벅차오르는 이유는, 교복을 입고 무대 위에 선 아이돌 그룹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현실 속 보통의 학생들이 화자가 되어 그저 그런 보편적 10대의 일상을 이야기한 노래는 생각보다 드물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동경하는 존재로서의 ‘Teen-Crush’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의 일상을 그저 함께 바라봐주고 이야기하는 ‘Being-Teen’ 아이돌로서 위클리라는 팀의 가치는 케이팝 씬에서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지리라 믿는다.
스큅: "기억해 복도에서 떠들다..." 위클리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 경전으로 통하는 '기억조작곡', f(x) 'Goodbye Summer'의 도입부가 문득 떠오른다. 하이틴의 낭만은 많은 아이돌이 가닿으려 애쓰는 이데아라지만, 그를 손에 만져질 듯 실재적으로 그려내며 하이틴 안팎 세대의 청중을 설득해낼 수 있었던 그룹과 곡은 손에 꼽는다. 'Goodbye Summer'와 마찬가지로 위클리의 'After School'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등장한 재희가 핸드폰을 꺼내 보며 내뱉는 첫 소절 "'띠링', 이따 거기서 보는 거 맞지?"만으로 시작과 동시에 청자를 구체적인 시공간 속으로 끌어들인다. 이어지는 편안한 대화체의 가사, 연기와 소품 활용을 중심으로 한 뮤지컬 식 퍼포먼스는 위클리의 낭만을 튼튼하게 쌓아 올린다. 멤버들이 단체로 셀카를 찍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After School'이 기억조작 '곡'을 넘어 기억조작 '퍼포먼스'로 조형되었음을 체감하게 된다. 정직하게 6음절로 발음하는 "스케이트보드" 때문일까, 위클리가 그리는 하이틴은 유독 케이팝이 동경해 마지않는 어렴풋한 하이틴 미드의 것이 아닌 생생한 한국의 것으로 느껴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향하는 곳은 밀크셰이크를 파는 다운타운의 아메리칸 스타일 다이너가 아닌, 문화의거리의 한스델리와 캔모아여야만 할 것 같달까. 2020 연말결산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Z세대’, ‘하이틴’ 따위의 수식어가 관성 내지는 당위를 뛰어넘어 또렷한 하나의 이미지를 빚어내는 아이돌은 현재로선 위클리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김세정 ‘Warning’
심댱: 인간이 편안함을 느끼는 심리적, 물리적 공간인 컴포트 존은 때로는 도전을 주저하게 만드는 늪이 된다. 세정의 'Warning'을 들을 때, 컴포트 존과 용기가 겨루는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앨범 소개 글에서는 쉬어가도 좋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지만) 세정이 가진 씩씩한 이미지가 이 곡으로 하여금 도전하자는 가뿐한 메시지로도 들리게 하기 때문이다. 'Warning'으로 번쩍이던 경고가 이내 'Worth it'이라는 신호로 변화하는 순간은 시야가 트일 정도로 짜릿하다. "안 되면 다시 돌아오지 까짓 거 뭐"처럼 곡에 감도는 낙관적인 태도는 내심 지니던 불안을 덜고, 후렴구 속 '높이'를 '노-ㅍㅔ', '멀리'를 '멀-ㄹㅔ'로 'ㅔ'에 가깝게 던지는 발화는 마지막 후렴구에 퍼지는 불꽃놀이 효과처럼 '우울을 밟고서' 나아가야 할 이유를 귓가까지 똑바로 전달한다. 고요함 속 피어오른 '화분'과는 달리, 'Warning'은 결결이 채운 사운드로 용기를 주입하는 퍼레이드를 연상시킨다. 청자에게 보내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펼쳐가는 세정도 노래 따라 조금은 가벼워지기를, 그래서 더 많은 감정을 담아낼 그의 다음 발자국을 기대하게 된다.
예미: 전작 "화분"에 비해 트렌디한 팝 비트와 발랄한 분위기가 귀를 잡아끈다. 피아노 루프와 까랑까랑한 음색, 발음을 쫀득하게 살려 부른 가창, 긱스 시절을 연상케 하는 릴보이의 랩까지 여러 구성 요소의 합이 잘 맞아, 봄에 어울리는 청량감을 준다. 이처럼 확 달라진 첫인상과는 달리, 힘들면 쉬어 가자며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가사는 "화분"과 같은 궤적에 있다. 곡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가사 속 화자와 함께 도망가고 싶다가도, 결국 곡에 매료되어 화자와 함께 건강하게 살아보고 싶어진다. 전작의 수록곡 ‘SKYLINE’에서 엿보인 흡인력 있는 송라이팅을 타이틀곡으로 만나볼 수 있어 반가웠는데, 전작 "화분"과 이번 EP "I’m" 모두 김세정 본인이 작사∙작곡에 적극 참여하며 일관성 있는 커리어를 만들어 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음 곡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백현 ‘Bambi’
예미: ‘UN Village’로 시작된 R&B 보컬리스트 커리어의 연속성을 세 번째 타이틀곡 ‘Bambi’도 이어받았다. 기타 위주의 느리고 간결한 비트 위에 내밀한 교감을 표현하고, 이를 어둡고 퇴폐적인 컨셉으로 구현한 점이 전작들과 가장 큰 차별점이다. 화려한 보컬 테크닉을 내세운 점에서 얼터너티브 R&B 식의 비트를 내세웠음에도 고전적인 풍미가 나는데, 특히 곡 말미에 등장하는 애드리브가 이 곡이 ‘메인보컬’의 솔로곡임을 알려준다. 곡의 지향점과 상반된 백현의 깨끗한 음색은 트랙에 팝적인 안전함을 부여하는데, 곡과 퍼포머의 이미지 불일치를 퍼포머의 연기력으로 포괄하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재까지 백현의 솔로 커리어는 일관된 장르적 기반 하에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여 변주를 시도하는 점이 인상적인데, 앞으로는 R&B 장르에서 어떤 이미지를 도출할 수 있을지를 기대해보게 된다.
우주소녀 ‘Unnatural’
조은재: 가사는 예전에 발표된 레드벨벳의 'Dumb Dumb'과 유사한 내용이나, 레드벨벳이 2D 애니메이션의 문법으로 연출되었다면 우주소녀는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TV 드라마 치정극의 주인공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묘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좀 더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자아를 극대화한 형태로 연출된 언어들은 우주소녀의 팀명에 '우리가 주인공인 소녀'라는 의미도 들어있었음을 상기하게 한다. '맘에 안 들어'에 맞춰 스타카토로 끊어지는 베이스 사운드는 반짝이는 스팽글과 롱 부츠 같은 아이템과 극강의 케미스트리를 보이며 단호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킨다. 늘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소녀상을 연기했던 우주소녀는 상처를 줄지언정 절대 상처받지 않을 것 같은 강한 여성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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