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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3월 – 앨범

2021년 3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슈퍼주니어, 미래소년, 위클리, 아이유, 강승윤, 다크비, 백현 등.

2021년 3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슈퍼주니어, 미래소년, 위클리, 아이유, 강승윤, 다크비, 백현 등.

The Renaissance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3월 16일

예미: ‘슈퍼주니어 정규 10집’이 추구할 만한 가치는 무엇일까? 긴 커리어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새로운 시도를 담는 동시에, 오랜 활동으로 쌓아 온 이미지에도 부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정규 10집이라는 기념비적인 숫자를 맞이하여 팬에 대한 감사를 담고 싶을 것이다. "The Renaissance"는 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수록곡 10곡에 다양한 요구를 나눠 담았다.
타이틀곡 ‘House Party’는 한 곡 안에 기존 이미지와 새로운 시도를 모두 담아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곡이었다. 전반부는 예능 활동으로 형성된 유쾌한 이미지와 사회 이슈를 반영한 가사로 기존의 슈퍼주니어를 연상시킨다면, 후반부 트랩 변주는 전작 "TIMELESS"의 연장선상에 있는 트렌디함을 담아냈다. 다만 트랩 변주가 개연성 없이 삽입되고, 트랩 변주에 사용된 날카로운 신스는 같은 회사 후배 NCT를 강하게 연상시킨다는 점이 아쉽다. 수록곡 중에도 ‘SUPER’, ‘Paradox’, ‘Mystery’ 등 비교적 트렌디한 접근을 가져간 곡들이 완성도와 별개로 타 SM 아이돌 곡이 떠올라, 새로운 시도임에도 기시감이 느껴졌다는 점이 아쉬웠다.
오히려 정규 10집을 기념하는 트랙으로는 퍼포먼스 비디오가 선공개된 ‘Burn the Floor’가 가장 적합하다. 두터운 코러스 운용으로 팀의 보컬 특성을 살리고, 낙차 큰 구성으로 극적인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연차가 주는 중후함을 담아 커리어를 이어가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트랩 사운드 역시 장엄한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 곡의 세련미를 더했다.
팬송 ‘우리에게’와 ‘같이 걸을까’는 모두 팬송 특유의 발라드적인 접근을 활용한 곡이었지만, 긴 활동으로 다져진 보컬 소화력이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우리에게’는 딥하우스 스타일의 드랍 삽입으로 팬송 문법 내에서도 독특한 구성을 추구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사랑이 멎지 않게’는 과거 발매곡을 리메이크하여 팀의 커리어를 돌아볼 수 있게 구성하는 등 ‘기념 앨범’으로서의 의미를 극대화했다.
본작은 정규 10집 겸 데뷔 15주년 기념 앨범으로 기획되었으나, 여러 차례의 발매 연기로 인해 해를 넘겨 발매되었다. 3월에 발매된 앨범 수록곡으로 캐롤 ‘하얀 거짓말’이 수록된 것은 기념일을 제때 챙기지 못한 아쉬움을 더했다. 그래도 거대한 팬덤을 포용하며 앞날을 바라보려는 앨범의 태도는 팀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데뷔 15주년을 넘긴 슈퍼주니어가 앞으로도 의미 있는 활동을 펼쳐 나갈 수 있기를 바라 본다.

KILLA
DSP 미디어
2021년 3월 17일

에린: 미래소년의 “미래”는 익숙한 미래이다. “KILLA”는 실험적이거나 세련된 일렉트로 사운드를 동원하기보다는 전자음을 직관적으로 곡에 채워 넣는 방식을 택한다. 첫 트랙 ‘We Are Future’의 “We are future”와 “Future is coming”이라는 패기 넘치는 선언들은 겹겹이 쌓아 놓은 전자음과 변형된 보컬을 통해 강조된다. ‘KILLA’는 ‘We Are Future’와 하나의 곡이라고 느껴질 만큼 ‘We Are Future’의 초반부를 떠올리게 하는 사운드로 시작해 앨범에 일관성을 부여한다. 또한 “We are KILLA”라는 메시지는 앞선 “We are future”와 겹쳐지며 신인 그룹 미래소년의 자기 선언은 ‘We Are Future’를 거쳐 ‘KILLA’를 통해 자리 잡는다.
앨범의 앞부분은 “미래”를 표현하는 데에 주력했다면, 이후 ‘Higher’, ‘Sweet Dreams’, '1 Thing’은 “미래”와 “소년”의 합의점을 찾아낸다. 특히 ‘1 Thing’은 이 그룹의 장난스러움을 담아내며 산뜻하게 앨범을 마무리하는 트랙이다. 비교적 멜로디가 강조되는 방향으로 전자음을 사용하며 "미래"에만 치중했던 초반부 선언의 무게를 덜어내고 "소년"의 이미지를 더하는 후반부는 “미래소년”이라는 이름에 설득력을 높인다.
전자음을 직관적으로 곡에 채워 넣는 “KILLA”의 접근은 분명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이 직관적인 접근법은 "미래소년"이라는 이름과 맞아떨어지며, 그룹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안착시킨다.

We Play
플레이엠 엔터테인먼트
2021년 3월 17일

에린: “하이틴”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겪어온 환경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어느 장면을 떠올리든, 그 장면을 이미지로 제작하고자 하는 이들은 이미 청소년기를 지나온 경우가 대다수다. 그렇기에 실제로 무대에서 그 이미지를 보여주는 퍼포머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당사자들이라고 하더라도, 그 이미지를 해석하는 이에 따라서 미화되거나, 때로는 왜곡된 모습을 표현할 수 있다. 그렇기에 관건은 어떤 모습을 어떻게 재해석해서 담아내느냐이다. 위클리에는 그 고찰이 담겨있고, 이는 위클리만의 하이틴으로 표현된다.
위클리는 이전 두 장의 미니앨범 “We are”과 “We can”을 학급 내 친한 친구들 간의 이야기로 구성했다. 퍼포먼스에 책상이나 큐브 상자를 사용하며 무대의 배경을 학교로 만들었고, 대화체의 가사로 또래 친구 간 대화하는 장면을 구현했다. 이번 “We play”는 친구들 간의 시끌벅적하고 활기찬 느낌은 그대로 가져가되, 학교 공간에서 벗어나는 것을 중점에 두었다. 학교에서 벗어나며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따라서 이전보다 자유로워졌다. “난 이미 교복 치마 대신 체육복 바지”라는 가사처럼, 학교에서 벗어날 때 교복을 벗고 각자 원하는 옷을 입듯이 말이다.
방과 후라는 현실적인 시공간 속에서 위클리의 활기참이 강조되고, 이들의 다양한 가능성이 펼쳐진다. 실수하면서도 신나는 일을 즐기고 싶어 하고 (‘Yummy’), 미래를 낙관하고 행운이 가득할 것이라 말하며(‘Lucky’), 방과 후 어디든 나아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대(‘After School’)를 노래한다. 하고 싶은 게 많아서 기대감에 가득 찬 청소년(‘Uni’)은 또래 친구와 일상을 공유하기에 애틋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나비동화’)를 펼친다. 이 가운데 이전보다 뚜렷하게 강조된 멤버 개개인의 개성 있는 보컬이 돋보인다. 이전 타이틀곡 'Tag Me'와 'Zig Zag'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던 합창을 줄이며 각 멤버의 보컬에 집중한 'After School'이 대표적이다.
“We play” 속 Z세대의 모습은 그 나이대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천방지축 실수투성이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렇기에 도리어 이들이 나아가는 길을 응원하게 된다. 미래가 언제나 낙관적일 수는 없고, 실수로 인해 상처받을 수도 있다는 현실을 아는 어른들에게는 "We play" 속 위클리의 모습이 찬란하게 다가오니 말이다.

LILAC
EDAM 엔터테인먼트
2021년 3월 25일

에린: “LILAC”은 팝의 접근법을 취하는 트랙이 주를 이룬다. “Palette” 앨범에서는 아날로그를 세련되게 구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면, 이번 정규 앨범에서는 외형은 팝이되 그 내용은 결국 아이유의 서사로 귀결되도록 한다. “Palette” 앨범 이후 ‘Blueming’이나 ‘에잇’에서 팝을 적극적으로 표방한 것과 연결된다. 특히 최근 디스코가 다시금 인기를 끌었던 상황 속에서 디스코 ‘라일락’을 타이틀 트랙으로 선정한 점은, 화려한 이별을 하고자 하는 프로듀서의 의도와 맞닿아 있다. 앨범 전체적으로 과감한 시도가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팝의 트랙들로 채운 점은 이전 앨범들과 비교했을 때 아이유에게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결국에는 아이유의 보컬과 감성으로 인해 앨범의 주인공 아이유에게 초점이 집중되기에, 화려한 이별을 고하고자 하는 의도를 정확하게 달성한 앨범이다. 아이유는 케이팝과 가요 사이, 팝과 아날로그의 사이, 이 경계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확고히 했던 가수였음을 “LILAC”에서 다시금 확인시키고 있다.
‘라일락’으로 시작하는 앨범의 첫 파트는 봄으로 가득 차 있다. 봄은 과거와의 이별이면서도 새로운 시작으로 들뜬 계절이다. 오랜 기간의 활동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택한 소재가 봄인 것은 봄이 과거와 현재 사이의 계절이라는 특성이 크게 작용한다. 만개하는 꽃들 사이로 이제 이별을 고하는 ‘라일락’ 속 ‘좋은 날’에 사용되던 음절과 “어쩜 이렇게 하늘은 더 바람은 또 완벽한 건지” 가사의 조합은 아이유를 인기가수로 만들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그 시절에 대한 작별 인사로 기능하기도 한다. 또한 ‘라일락’은 호흡을 강조한 보컬로 표현된 ‘Flu’ 속 과거 사랑의 기억들과 특유의 저음이 강조된 ‘Coin’ 속 치열하게 지내온 시기에 대한 소회이자 마무리이다.
‘라일락’ 속 화려한 이별의 봄은 ‘봄 안녕 봄’과 ‘Celebrity’를 거치며 과거를 놓아주고 새로운 시작의 의미로 나아간다. 재미있는 지점은 ‘Celebrity’가 ‘봄 안녕 봄’ 뒤에 수록됨으로써 선공개 당시 청자들에게 향했던 노래가 이 앨범의 주인공 아이유 스스로 하는 이야기로 거듭난다는 점이다. ‘봄 안녕 봄’에서 봄에 마주친 아프게 기억되는 과거의 대상에게 담담히 “안녕”을 건네던 화자는 ‘Celebrity’에서 “하루 뒤 봄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말야”를 노래하며 과거 미련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내디딘다. 이후 ‘돌림노래’와 ‘빈 컵’은 앨범 초반부 메시지의 무게감을 덜어내고 아이유의 보컬에 집중한다. 일상적이면서도 권태롭고 현실적인 연인의 장면을 묘사한 ‘돌림노래’와 ‘빈 컵’에서는 일관적인 구성 가운데 아이유의 가창이 중심에 자리한다. 이와 같은 전개 방식은 앨범을 다채롭게 만들면서도 시종일관 앨범의 주인공이 굳건하게 자리한다는 것을 상기하도록 만든다.
이후 ‘아이와 나의 바다’는 자신을 사랑해주지 못했던 과거를 놓아주고 스스로와의 온전한 화해를 이룬다. 과거 혼란만 가득했던 날들(‘스물셋’)과 자신을 인정하던 순간(‘팔레트’)에서 더 나아가 언제고 혼란을 마주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선언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 선언 직후 장난스러운 발음 활용으로 파도를 겁 없이 재밌게 즐기고자 하는 메시지를 녹여낸 ‘어푸’를 배치하며 앨범의 서사가 유쾌하게 연결된다. 마지막 트랙 ‘에필로그’에는 아이유 스스로 지난 10년을 매듭짓는 앨범이 청자들에게도 기쁘게 와닿았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이 감사 인사는 지난 10년간 아이유의 음악이 일상 속에 자리하던 이들에게는 더욱 크게 다가올 것이다. 10년을 마무리하고 이별을 고하는 앨범이기에 아쉬움이 가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맘에 아무 의문이 없어 난 이 다음으로 가요”라는 선언은, 스스로에게도, 또 청자들에게도 더는 과거의 시간을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도닥임이기도 하다. 이전 10년을 “LILAC”으로 매듭지어낸 아이유는 이제 과거의 자신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이후의 모습은 지금과는 또 달라져 있으리라.

PAGE
YG 엔터테인먼트
2021년 3월 29일

랜디: 강승윤이 방송에 등장한 지도 벌써 11년이다. 그는 2010년 슈퍼스타K2의 쿨한 락 키드로 먼저 알려졌다. 초반에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으나, TOP4 무대에 선보인 윤종신의 '본능적으로' 선곡이 그 평가를 영영 뒤바꾸어 놓았다. 높지 않은 음역대와 허스키한 그의 음색은 블루스/포크의 영향을 받은 대중가요에 딱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가 내놓은 첫 솔로 앨범은 11년 전 강승윤을 다시 불러온다. 그동안 위너 활동에서는 자제했던 락 키드의 모습을 내세웠다. 타이틀곡 'IYAH'는 6/8박의 팝 발라드다. 소울 블루스, 포크 락 등 여러 요소를 섞어 올디스 분위기를 내려 했다. 근년에 잔나비 등이 성공하며 젊은 인구에도 '레트로 감성'이라는 라벨로 팬층을 늘리고 있는 사운드다. 오르간이나 브라스 신스는 물론이고, 코러스에 가면 고무 질감을 내는 특이한 신스가 들리는데 이것이 풀피리와 같은 인상을 준다. 밴드뮤직과 다른 점은 보컬이 상당히 크게 믹싱 되어있다는 점. 여느 인기 가요 차트에 올라가는 곡들이 거의 그렇기 때문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앨범의 중간에는 위너 활동의 연장선인 듯한 댄스/힙합 영향 곡도 다수 존재한다. 같은 팀의 MINO를 비롯해 다수의 래퍼 피쳐링을 찾아볼 수 있다. 10번 트랙 '싹'처럼 어쿠스틱 기타 아르페지오로 시작했다가 트랩 같은 깊은 베이스와 잘게 쪼갠 하이햇이 불쑥 들어오는 곡도 있다. 현재의 강승윤과 앞으로 달려 나갈 강승윤을 골고루 담으려 노력한 것이 느껴지는 첫 솔로 앨범이다.

The dice is cast
브레이브 엔터테인먼트
2021년 3월 30일

랜디: 작년에 데뷔한 브레이브 사운드의 신인 남돌 다크비의 첫 정규 앨범이다. 타이틀곡 '줄꺼야'의 영어 부제 'All In'은 몬스타엑스의 2016년 작 '걸어'의 영어 부제이기도, 또 스트레이키즈의 2020년 일본 발매 싱글의 제목이기도 했다. 해외에서 강세인 '작사 작곡에 참여하는 힙합돌'의 계보를 이으려는 시도인가 추측해볼 수 있다. 곡 자체는 칠(chill)하다 못해 좀 늘어지는데, 비주얼 콘셉트나 댄스 퍼포먼스와 모두 곁들여서 봤을 때 보완이 된다. 스카쟌에 코팅 진, 워커와 탈색모를 매치해 아이돌 스트릿 룩으로 매력을 살렸고, 몸 반경을 큼직하게 쓰는 안무를 적용해 박자 사이를 움직임으로 채웠다. 케이팝은 어차피 그 모두를 총체적으로 즐기는 장르이니 장르 문법에 충실한 접근이라 본다. 한 가지 주제로 일관되이 기획했다기보다는 용감한형제와 다크비 멤버들의 작곡곡을 모아놓은, 지금까지 다크비의 중간성적표 같은 느낌의 앨범이다. 이는 결코 나쁜 신호가 아니다. 멤버들의 자율성이 높은 팀일수록 커리어 초반에는 이런 경향을 띌 수 있다. B1A4, 방탄소년단, 스트레이키즈 등이 그랬다. 셀프 프로듀싱 아이돌은 본인들이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눈썰미가 생기기까지 시간이 걸리기에 대기만성이 되기가 쉽다. 마침 같은 회사의 브레이브걸즈가 긴 시간을 기다린 끝에 사랑받고 있는바, 이들에게도 그런 반등의 기회가 주어질지 주목된다.

Bambi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3월 30일

마노: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눠야 한다면, 백현은 앞서 발표한 두 장의 EP에서 R&B로 대표되는 ‘정(靜)’과 힙합이라는 ‘동(動)’의 조화를 통해 본인만의 색깔을 공고히 굳혔다. “City Lights”(타이틀곡 ‘UN Village’)가 그 중 ‘정’에 조금 더 집중하며 솔로로서의 특색을 구축하는 데 의의를 두었다면, “Delight”(타이틀곡 ‘Candy’)에서는 보다 경쾌한 ‘동’에 기울어진 양상을 보이며 존재감을 굳히는 데 성공했다. 일본 발매작 “Get You Alone”에서는 전적으로 ‘동’에 집중하며 특유의 캐릭터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솔로로서 통산 네 번째 발매작에 해당하는 본작 “Bambi”에서는 완전히 ‘정(혹은 R&B)’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이 약간은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은 무척이나 일관되어있고 유기적이다. 일관적이긴 하나 자칫 심심하게 느껴질 법한 부분을 아티스트의 다양한 목소리를 빌어 표현하는 것으로 영리하게 보완했다. 묵직하고 나즈막한 저음으로 운명론적인 사랑을 읊조리고(‘Love Scene’), 제목처럼 밤비에 젖은 듯 축축하고 미니멀한 R&B 사운드에 관능 어린 매캐한 목소리로 약간은 ‘어른스러운’ 사랑을 노래하기도 하고(‘Bambi’), 본토의 향취가 느껴지는 둔탁하고 느릿한 R&B 리듬에 온갖 기교를 쏟아붓는가 하면(‘All I Got’), 회전목마처럼 느긋하고 나른한 사운드에 맞춰 달콤한 목소리로 순정을 노래하고(‘놀이공원’), 경쾌한 피아노 선율 위에서 미끄러지듯 춤을 추기도 하며(‘Privacy’), 이별 후의 타성 젖은 외로움을 날카롭게 노래해내는(‘Cry For Love’) 식이다. 사운드는 일관되었으나, 그 위에 얹어지는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다채로움을 보여주고 있기에 좋은 의미의 일관성으로 남을 수 있었다. 기획은 물론, 소화해내는 아티스트 본인의 명민함을 다시금 느끼지 않을 수 없는 EP.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 믿는) 풀 렝스 앨범 발매가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심댱: 까다롭고 복잡한 어휘를 구사하지만, 그것을 흠으로 여기지 않을 만큼 달콤한 로맨스를 연기하는 백현의 "Bambi"다. 퍼스트 리슨을 할 때, 첫 트랙 'Love Scene'부터 'All I Got'까지 귀로 채 따라가기 어려운 테크닉과 멜로디 라인으로 멍해지곤 했다. (마치 온 역량을 쏟아붓겠다는 다짐에서 나온 것이리라) 다소 버겁게 들리던 템포는 선공개 곡에 이르러서야 조정된다. 이전 타이틀곡 'Candy'의 2탄 격인 '놀이공원'은 한결 너그러워진 태도로 청자를 평이한 구조 속으로 안내한다. 놀이공원에서 데이트하듯 일상적인 투로 쓰인 가사와 몽환적인 멜로디는 마치 당의정과 같아, 이를 삼켜내면 익숙한 로맨스의 서사가 물 흐르듯 이어진다. 'Privacy'는 "우리만 아는 비밀"은 서로라며 상대방에게 내밀한 속마음을 꺼내는 아찔한 달콤함이 있다면, 'Cry For Love'는 그만큼의 비극적인 결말로 낙폭을 자아낸다. 마지막 트랙은 사랑의 시간 중 멋진 장면을 연기한 주연을 여운 속에 남기는 마무리로도 읽을 수 있지만, 트랙 리스트 처음으로 돌아갈 때 새로운 서사를 부여하는 인트로처럼 기능해 흥미롭다. 'Cry For Love'에서 목놓아 울던 그는 잠긴 목소리로 새로운 로맨스를 향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Love Scene'), 다시금 반짝이는 눈길로 상대에게 깊이 빠져가는 순간('Bambi')을 그리며 진득한 사랑을 속삭이는('All I Got') 또 다른 영화 속 주인공이 된다. 사랑을 시작하고 끝내는 영화는 천천히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 쉬이 멈추지 않는다. 영화의 시리즈가 지루하다 느껴지기 전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처럼 보인다는 건 과한 해석일까? 그의 역량과 함께 서사를 진득이 뜯어가며 감상하게 만드는 한 편의 영화이자 앨범.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