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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4월 – 싱글

2021년 4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3YE, 호시, 이진혁, 김재환, 스테이씨, 에이스, 아이즈, AB6IX, 온앤오프, 있지의 싱글을 다룬다.

2021년 4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3YE, 호시, 이진혁, 김재환, 스테이씨, 에이스, 아이즈, AB6IX, 온앤오프, 있지의 싱글을 다룬다.

3YE ‘STALKER’

STALKER
GH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1일

예미: 3YE(써드아이)는 데뷔 이후 일관되게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를 추구해 왔다. 힙합, EDM을 기반으로 브라스 사운드와 저음을 이용한 음악, 댄서를 동원한 화려한 퍼포먼스, 어두운 색감의 뮤직비디오 등의 요소를 팀의 특징으로 삼고, 여기에 팀 컬러에 부합하는 여러 의상을 통해 팀의 영역을 채웠다. ‘Stalker’는 이러한 3YE의 디스코그래피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 곡이다. 집착을 주제로 한 가사는 대상을 소거한 채 집착하는 주체의 끓어오르는 감정을 표현하고, 레이싱복과 매니시한 정장을 통해 역동적인 곡에 걸맞은 스타일을 덧붙였다. 이를 통해 써드아이는 3명이라는 적은 인원수로도 힘 있는 곡을 만들어 온 그간의 강점을 재확인했다. 다만 중소형 기획사의 역량 상 디테일이 조금씩 아쉬운 면이 있는데, 앞으로는 더욱 빼어난 만듦새를 갖춰 더 높은 곳을 내다볼 수 있길 바라본다.

호시 ‘Spider’

Spider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2일

랜디: 호시가 2015년 세븐틴으로 데뷔한 이래 처음 내놓는 솔로 작업물이다. 긴 시간 대인원 그룹의 퍼포먼스 리더 역할을 수행해온 그이기에 솔로 작업물이 춤 중심의 무언가가 될 거란 것은 예상 가능했다. 그럼에도 'Spider'에서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본래 시각 매체의 역할이 큰 케이팝임을 감안해도 그렇다) 음악과 무드는 근래 몇 년간 춤 잘 추는 케이팝 아이돌의 솔로 프로젝트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호시를 남다르게 만드는 지점은 그가 댄서들과 어우러지는 방식, 무대를 쓰는 방식에 있다. 일반적으로 모든 솔로 댄스 가수는 중앙의 가수 본인이 가장 돋보이도록 구성된다. 경합의 내용은 그 중앙에 선 가수들이 어떤 움직임으로 어떤 아우라를 내는지 등으로 결정된다. 반면 호시는 댄서들 속에 녹아들어 무대 전체를 보게 만든다. 세븐틴의 무대에서도 그러했다. 전원이 싱크를 맞춘 칼군무 동작이든, 파트를 나눠 연극처럼 각자 역할을 수행하는 장면이든, 호시는 웬만한 춤꾼의 욕심처럼 관객의 눈이 자기만 보기를 강요하지 않는다. 마치 춤으로 하는 지휘 같다. 그래서 앞선 케이팝의 누구와도 닮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정식 발매 아닌 믹스테입으로, 세븐틴 활동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시도를 훌륭하게 해냈다.

이진혁 ‘5K’

SCENE26
TOP 미디어
2021년 4월 5일

조은재: 유난히 높은 해상도로 제작된 쨍한 화면에 도시의 구두 발소리에서 이어지는 듯한 베이스 리프, 그리고 경쾌하게 강조점을 만드는 피아노 멜로디가 애플과 같은 단색의 심플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브랜드의 광고 음악을 연상하게 한다. 크게 돋보이고자 하는 욕심보다는 적당히 시크하게 절제된 표현들이 부담 없는 퍼포먼스로 연출되면서 더욱 세련된 무드를 만든다. K-pop 리스너들이 기대할 법한 '성대 차력쇼' 같은 고음의 보컬이나 '다 찢어버리는' 래핑 없이도 충분히 흥겹고 댄서블한 곡으로, 퍼포먼스 또한 과장된 것 없이 그동안 여러 매체에서 이진혁이 보여준 익살스러운 이미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누군가를 충분히 entertain 하기에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싱글.

김재환 ‘찾지 않을게’

Change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7일

에린: 김재환의 보컬은 통속적인 폭발력이 특색이다. 이전 싱글들(‘안녕, ‘안녕 못해’)에서는 발라드곡들이 으레 갖는 극적인 감정 변화 폭으로 인해 보컬의 통속성이 한껏 부각되었다. 이번 ‘찾지 않을게’에서는 발라드의 처절함에서 벗어나 리듬감을 강조한다. 리듬 위에서 노는 듯한 폭발력 있는 보컬은 김재환의 퍼포먼스 역량이 비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다만 헤어진 연인을 향한 직설적인 가사와 이별의 회한을 표현한 빗소리의 진부한 사용은 그의 여전한 통속성을 담아낸다. 기타 리듬과 통속적인 보컬의 조우는 뮤직비디오 속 김재환의 속도감 있는 기타 연주 라이브 장면과 드라마타이즈 같은 연인 간의 이별 장면들과 교차된다. 그의 아이돌로서의 퍼포먼스를 볼 수 있으면서도 보컬 특색이 부각된 싱글.

스테이씨 ‘ASAP’

STAYDOM
하이업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8일

스큅: 블랙아이드필승의 ‘쪼’가 또 한 건 해냈다. 용감한형제의 구성짐, 신사동호랭이의 노골적임 등 여타 ‘쪼’의 대가들과 비교했을 때 블랙아이드필승의 ‘쪼’는 시원시원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데뷔곡 ‘So Bad’는 ‘I Like That’, ‘질투 나요 Baby’, ‘Cheer Up’, ‘응응 (%%)’ 등에서 보여준 질주본능에 ‘벌써 12시’, ‘Don’t Touch Me’와 같은 마이페이스적 태도를 관철한 결과물로 보였다면, ‘ASAP’은 킬링 파트를 향해 막힘없는 드라이브를 펼치는 ‘Touch My Body’, ‘Fancy’와 궤를 같이하되 한층 여유롭게 속력을 조정한 느낌이다. (그 여유에서 묘하게 그가 신사동호랭이와 공동으로 작곡했던 ‘그 남자는 반대’가 떠오르기도 한다)
특유의 시원시원함을 기대했던 이들이라면 일견 밍숭맹숭하다 느낄 수 있겠지만, 둔탁한 리듬 세션이 곡의 텐션을 팽팽하게 유지하는 가운데 어느 때보다도 교묘한 탑라인의 빌드업이 돋보인다. 도입부 벌스에서는 좁은 폭의 음역을 정박으로 찍어누르다 “달-콤 / -하 / 기만 / 해도 / 싫어 / So / Check it”부터는 당김음에 맞춰 음고를 겅중겅중 뛰어넘고, 4분음표와 8분음표를 적절히 배열해 가사를 쫀쫀하게 구겨 넣은 코러스(“(A /) SAP / 내 / 반쪽 / 아니 / 완 / 전 / 카피”, “(A /) SAP / 꼭 / 닮은 / 내데 / 칼 / 코 / 마니”)를 지나면 “ASAP” 한 단어의 외침으로 곡이 말끔히 갈무리된다. 멤버 재이의 타격감 있는 보컬을 극대화하도록 변주된 2절 도입부와 칠-다운된 브릿지, 이어지는 댄스 브레이크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파트 간의 ‘밀당’을 듣고 있자면 블랙아이드필승의 손대중에서 감지되는 동물적인 감각에 그저 감탄하게 된다. 여기에 시은과 윤을 필두로 ‘목청이 좋다’는 수식어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여섯 멤버들의 보컬이 탑재되니 화룡점정이다.
‘ASAP’의 트레이드마크 ‘꾹꾹이춤’은 연초 유행했던 ‘비비 트렌드’(이달의 소녀 멤버 비비가 〈팩트iN스타〉 방송에서 레드벨벳의 ‘러시안룰렛’ 안무를 춘 것에 Migos의 ‘YRN (EZRA Remix)’를 입힌 영상이 틱톡에서 바이럴되며 챌린지로까지 번졌던 현상)를 연상시키는데, 유하게 흐르면서도 캐치(catchy)한 트랙과 안무가 틱톡 시대에 딱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실제로 팬덤을 막론하고 여러 아이돌에게 ‘ASAP’ 챌린지를 요청하는 광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류를 입은 구관(舊官)의 저력이 십분 발휘된 곡.

에이스 ‘Down (Feat. Grey)’

Down
비트 인터렉티브
2021년 4월 16일

예미: 어둡고 무거운 이미지와 퍼포먼스를 추구하던 전작들에 비해, 확연히 밝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콜라보레이션 싱글. 분위기 및 발매 정황이 이 곡을 정규 디스코그래피의 맥락을 벗어난 번외편으로 보이게 하지만, 힙합 베이스의 비트와 영어 가사 및 영미 아티스트의 참여로 영미권 시장을 노리는 행보는 이 곡을 본편 같은 번외편으로 만들었다. 뮤직비디오는 팀이 가진 SNS 인플루언서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가정집 세트와 틱톡, 인스타그램 스토리, 페이스타임 등 모바일 서비스 프레임을 세로 영상에 넣어, SNS로 일상을 공유하는 소년을 그려낸 동시에 시청자가 직접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듯한 현실감을 그려냈다. 화장실 변기 위에서 랩을 하며 보여준 ‘Born Hater’의 오마주는 덤. SNS를 테마로 한 일상 콘셉트, 영어 가사와 부드러운 무드, 세로형 뮤직비디오까지 케이팝 곳곳에서 가져온 레퍼런스가 멤버들의 능숙한 가창 및 퍼포먼스와 조화를 이뤄 곡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아이즈 ‘Missing U’

StorIZ:Blossom
뮤직K
2021년 4월 22일

하루살이: 미숙한 사랑을 호젓하게 그려낸다.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많지만, 이런 이미지에 아이즈가 제격이라는 결론에는 크게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편안하고 삼삼하게 흐르다 알싸한 뒷맛을 남긴다. 반복적인 구조로 기억에 쉽게 남고 멜로디가 부담 없이 가벼워 벌스의 음색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들린다. 다만, 후렴에서 힘을 더하려 했는지 소위 ‘쿠세’라고 하는 안 좋은 버릇 혹은 겉멋이 많이 들어갔다. 복잡미묘하지만 색을 찾는 과정에서 싱그러운 강점을 보여준 것은 결코 작지 않은 발전이다.

AB6IX ‘감아’

MO' COMPLETE : HAVE A DREAM
브랜뉴뮤직
2021년 4월 26일

심댱: 근래 어둡고 강한 컨셉의 향연이었던 보이그룹 씬을 반영한 'SALUTE', 청춘의 희망을 그렸다는 점에서 'Dynamite'의 자기장 안에 속한 '불시착 (STAY YOUNG)' 등 주변을 곁눈질해온 듯한 지난 활동 곡들과는 달리, 초기 발표곡인 'Breathe'를 연상시키며 그들의 어중간했던 이미지를 다듬어냈다. 안 그래도 데뷔 앨범인 "B:COMPLETE"를 잇는 시리즈의 일환이라 한다. 지금 연차에서 부르는 'BREATHE'라면 이와 같을까, 싶을 정도로 유사한 구조에 성숙함을 덧입혔다. 다소 희망차게까지 들리는 프리-코러스의 떼창에서 후렴구의 솔로 보컬로 텐션을 훅 떨어뜨리는 능숙한 다이내믹이나 후렴구 중 '눈을 감-아'를 가창할 때 입술을 겹쳤다 떼면서 강조되는 매혹 등이 그 예시일 것이다. 뮤직비디오 속 붉은 실과 연결 지을 수 있는 '운명'을 거스르고 그의 눈을 가려가면서 얻고 싶은 것은 그들의 초심일까. 시리즈의 완성까지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2년이라는 연차에서 꺼내든 초심으로 적절한 포지션을 잡아가려는 단초로 조심스레 읽을 수 있는 트랙.

온앤오프 ‘춤춰’

CITY OF ONF
WM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28일

조은재: 도입부에 샘플링된 전작 'Beautiful Beautiful'의 멜로디가 반가운 것도 잠시, 비장한 가운데서도 경쾌한 비트가 돋보였던 온앤오프의 전작과는 확연히 다른 무거운 힙합 베이스가 깔린다. 맨 위에 얹어진 멜로디 라인은 여전히 황현의 색채로 찰랑거리지만, 서로 다른 두 곡에서 떼어와서 합쳐놓은 듯 완벽하게 합치된 느낌은 다소 덜하다. 반다나를 두르거나 벙거지 모자를 써도 황현은 황현인 느낌이랄까. 정통 힙합 문법에 가까운 음악에 비해 안무에 그루브감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 후주에 배치된 와이엇의 독무 파트는 배정된 시간이 너무 짧고 곧바로 군무 엔딩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여흥을 충분히 즐기기 어렵다. 전체 퍼포먼스에서 포인트로 강조할만한 장치가 많이 보이는데 확실하게 강조되지 않아 이미지가 흐릿해진 감이 있다.

있지 ‘마.피.아. in the morning’

GUESS WHO
JYP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30일

스큅: 박진영이 ‘神메뉴’의 성공에 감화된 것일까. 마피아 게임이라는 장난스러운 소재부터 제목의 줄임말까지 기믹을 능수능란하게 가지고 노는 스트레이키즈를 다분히 인식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스트레이키즈의 강점이 “객기”라 칭해도 좋을 무모함에 있었던 데 반해, ‘마.피.아. in the morning’은 무모하다기보다 구차하다. 트렌디함을 의도한 트랙과 달리 예스러움으로 귀결된 멜로디와 랩의 매무새가 그러하고 (물론 적당량의 촌스러움은 있지의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킥으로 기능해왔지만, 트랩 힙합 곡에는 잘 달라붙지 않는 듯하다), 마피아 게임에 기어코 남성을 유혹하는 여성의 구도를 이입해 “늑대 가지고 노는 여우”라는 가사를 쓰고야 마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그러하다. “마(침내).피(할 수 없는).아(침).”의 조어법은 2018년 스트레이키즈의 “갑.분.싸.”도, 2008년 샤이니의 “아.미.고.”도 아닌, “특.공.대.”같은 7080 세대 줄임말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Not Shy’ 때부터 있지를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당당함으로 MZ 세대 취향을 정조준”하는 신세대 걸그룹으로 내세우려는 의지가 눈에 띄는데, 곡에서는 MZ 세대의 특성을 (그것도 기성세대 입장에서 상상해낸) 일차원적인 솔직당당함만으로 얕잡아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솔직당당함의 근저에는 예민한 감수성도 함께 작동하는 법이다. 최적의 음역대를 찾아 존재감을 뽐내는 리아를 비롯해 멤버들의 역량은 어느 때보다도 빛난다는 점이 더욱 야속하다. 당위가 결여된 뻔뻔함은 그저 염치없음으로 남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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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