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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4월 – 앨범

2021년 4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2Z, 웬디, 아스트로, 샤이니, 휘인, 뉴이스트, P1Harmony, 엔하이픈, 온앤오프 등.

2021년 4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정규앨범을 중심으로 주목할 만한 앨범을 다룬다. 2Z, 웬디, 아스트로, 샤이니, 휘인, 뉴이스트, P1Harmony, 엔하이픈, 온앤오프 등.

ACT1 (제1막)
GOGO2020
2021년 4월 3일

하루살이: 충격적으로 조악했던 데뷔곡 ‘My 1st Hero’에 비하면 ‘[email protected]’나 ‘STUPID’는 어느 정도 갈피를 잡은 모양새다. 대강 어림해도 멤버들보다 나이가 두세 배쯤 많을 법한 영미권 ‘원본’을 모방한다. 다른 아이돌 밴드들이 대체로 현재의 팝이나 제이락의 영향권에 있는 것과 대비된다. 단순히 구성원 변화의 여파인지 랩이 트렌디함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의도한 결과인지 알 수 없지만 흥미로운 방향이다. 그러나 두 타이틀 모두 보컬과 연주 역량의 문제는 차치해도 잘 쌓아 올린 브릿지 이후 반복되는 후렴에서 밀도가 뚝 떨어지는 등 완성도가 시원찮다. 앨범 구성도 이제까지 발매한 모든 노래를 담으면서 흐름이 들쭉날쭉하다. 불필요한 한영 혼용이 난무하는 앨범 소개글까지 과유불급이다. 성취감을 즐기기엔 성급한 첫 정규앨범.

Like Water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5일

에린: “Like Water”는 웬디의 다양한 보컬 쓰임새를 올곧게 보여주는 앨범이다. 앨범의 첫 트랙 ‘When The Rain Stops’에서부터 피아노 선율과 보컬만으로 곡을 채우고 있어 보컬의 폭발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오랜 휴지기 이후 발매하는 첫 솔로 앨범, 첫 곡에서 “Breath again”이라고 외치는 웬디를 만나 반가움과 감동이 일렁이게 된다. ‘When The Rain Stops’가 웬디의 목소리로 세상에 뻗어 나간다는 선언과 같은 역할을 한다면, ‘Like Water’는 리스너들과 웬디 간의 관계를 잇는다. 밴드와 스트링 사운드를 포근하게 감싸는 듯한 가창이 청자에게 편안한 치유를 선사한다. ‘When The Rain Stops’의 폭발력으로 인해 ‘Like Water’가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곡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은 오래 이어져 타이틀곡으로서의 설득력을 높인다. 이후 앨범은 웬디의 보컬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Why Can’t You Love Me?’는 리드미컬한 밴드 연주와 보컬이 조화를 이루어 설렘과 사랑스러움으로 가득 차고, ‘초행길’에서는 애절함을 강조한다. 특히 ‘초행길’은 웬디의 가요 감성을 담아내고 있어 앨범의 구성을 다채롭게 만든다. 마지막 ‘Best Friend’는 ‘When The Rain Stops’처럼 별다른 화려한 사운드가 사용되지 않고 웬디와 슬기의 보컬로 채워져 있다. 이로 인해 두 멤버 간의 대화처럼 이루어져 있는 가사가 부각되어 잔잔한 감동을 일으킨다. “Like Water”는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하게 웬디의 보컬을 중심에 두고 만든 앨범이다. 앨범을 듣는 동안 웬디 보컬이 갖는 따뜻함, 포근함, 애절함에 취해 즐기다 보면 짧은 미니앨범이 끝나 있어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All Yours
판타지오 뮤직
2021년 4월 5일

심댱: 별과 우주를 매개로 화자와 청자(높은 확률로 그들의 팬덤)와의 관계성을 강화한 트랙들이 곳곳에 숨겨있다. 인트로 'Dear my universe'부터 앨범의 공간은 우주로 설정되었음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Butterfly Effect'로 띄워진 약한 중력에 'ONE'은 메탈릭한 질감으로 속도를 높여 별의 충돌로 빚어지는 새로운 우주 또는 관계로의 초대처럼 느껴지게 한다. 이다음 'Someone Else' 부터는 훨씬 더 거리감을 좁히고 현실감 있는 공간과 소재를 들어 드라마 남주인공이 너끈하게 수행하는 로맨틱한 장면을 선사한다. 콘서트에서 토롯코를 타며 관객과 호흡하기에 적당한 템포감의 'All Good', 'All Stars'로 아이돌스러움을 강화하다 '우리의 계절'부터 발라드 감성을 덧칠해가며, 애정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그들을 그려낸다. 플레이리스트에서 연출하는 이미지가 대개 엇비슷하다는 점은 아쉬우나 '아로하에게 건네는 선물'에는 걸맞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청량을 기조로 한 그룹 이미지를 뚝심 있게 챙겨간다는 점만큼은 평가절하할 수 없는 앨범.

예미: 어느덧 6년 차 아이돌이 된 ‘청량’ 보이그룹 아스트로의 두 번째 정규 앨범. 커리어의 연속성을 이어가며 경력에 따른 이미지 변주를 추구한 것이 앨범의 첫 번째 목표이고, 현시점의 트렌드에 맞는 곡을 시도하려는 것이 앨범의 두 번째 목표이다. 아스트로는 “All Yours” 앨범을 통해 두 목표를 탄탄한 완성도의 곡으로 달성하였다.
중견 아이돌 아스트로가 선택한 변주 방향은 청자, 즉 팬을 연인 관계로 상정하여 로맨틱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전 곡의 가사에 ‘너’가 등장하고, ‘너’와 함께하는 시간을 찾기 힘든 행복으로 묘사하며, ‘너’와 화자 사이의 내밀한 관계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팀명을 반영한 듯 빈번하게 사용된 우주 관련 소재는 로맨틱함을 더했다. 잘 세공된 메이저 음계의 멜로디라인과 부드러운 음색의 보컬, 그간의 활동에서 보여준 멤버들의 캐릭터는 이러한 변주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후반부에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발라드 ‘Stardust’, ‘별비’가 수록된 것 역시 앨범의 기조를 뒷받침했다.
앨범의 전반적인 사운드는 ‘청량’을 기조로 하던 팀의 전적과 맞닿아 있다. 앨범은 트로피컬 하우스 ‘Butterfly Effect’, 퓨쳐 베이스 사운드를 차용한 ‘Someone Else’와 ‘우리의 계절’, 디스코/훵크 사운드를 가져온 ‘All Good’과 ‘All Stars’ 등 ‘청량’ 이미지의 팀이 사용할 만한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Dear my universe’, ‘SNS’ 등의 곡에도 트로피컬 신스가 흩뿌려져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타이틀곡 ‘ONE’은 앨범의 로맨틱한 기조를 이어가는 동시에 현재 트렌드에 맞는 스타일을 소화한 결과물이다. ‘ONE’은 NCT 127의 ‘Superhuman’ 등의 영향권에 있는, 날카로운 신스 음을 내세운 곡이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무겁고 공격적인 사운드를 활용하여 앨범 전반의 기조와 약간의 이질감이 있지만, 가사는 우주 소재를 활용하여 낭만적인 연인 관계를 그리는 본 앨범의 경향을 그대로 담아냈다. 이를 통해 ‘ONE’은 팀 이미지를 트렌디하게 변주하는 목표를 달성하였다.
“All Yours”는 방향성이 확실한 곡과 탄탄한 완성도의 사운드로 그간의 아스트로를 총망라하며 변주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였다. 그렇기에 아스트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팬에게 “All Yours” 앨범은 팀의 변화를 보여준 행복한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Atlantis
SM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12일

스큅: “타이틀곡과 수록곡의 극명한 간극은 리패키지 앨범에서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킨다. 신곡과 기존 곡들의 재배열로 앨범이 분절되어있는 듯했던 느낌을 완전히 지워냈다. 격동하는 전자음 사이 터질 듯한 가창이 일품인 타이틀곡 ‘Atlantis’, 본작에서 가장 첨예한 고지를 점하던 ‘CØDE’, 샤이니의 기합을 다진 ‘Don’t Call Me’까지 짱짱한 장력을 지닌 주요 곡들이 줄줄이 이어진 다음, 쓸쓸한 무드의 신곡 ‘같은 자리’로 텐션을 이완시키고 ‘Heart Attack’으로 반동을 꾀하는 흐름이 깔끔하기 그지없다. 이후 끈적한 ‘Marry You’와 상쾌한 ‘I Really Want You’ 사이 말랑말랑한 ‘Days And Years’로 연결 다리를 놓은 것 역시 탁월하다.
2013년 6년 차 5인조의 샤이니가 불렀던 ‘Hitchhiking’을 2021년 14년 차 4인조 샤이니의 입장에서 소환해낸 것 같은 1번 트랙 ‘Atlantis’와 제목부터 뭉클함을 안기는 마지막 트랙 ‘빈칸’을 나란히 놓고 보며, 지금의 샤이니는 종현을 각뿔의 꼭짓점으로 둔 정사각뿔과도 같다고 생각해본다. 하늘에 있는 그를 바라보며 완전한 사각형을 이루고 마주 앉은 멤버들에게서 견고한 절개가 느껴진다. 리패키지에 이르러 7집의 “땅 고르기”는 완전히 달성된 듯하다.

Redd
RBW
2021년 4월 13일

랜디: 마마무는 뜨겁고 화려하다. 휘인의 목소리는 그 스펙트럼에서 가장 가볍고 담백한 축에 속한다. 그룹으로 퍼폼할 때는 과잉되이 달아오르는 정서를 톤-다운시켜주기도 하고, 미술 작품 속 소재가 다른 오브제처럼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그의 보컬은 채도가 높기보다는 연한 미색이라서 다양한 음악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Redd”는 그의 첫 미니 앨범으로, 예의 그 담백함이 주인공으로 돋보이는 음반이다. 타이틀곡 ‘water color’는 “난 다 잘 어울려”라며 자신감(혹은 야심)을 말하면서도 후렴구의 가사는 “비에 젖은 듯 흐리게 칠해” 처럼 임팩트를 내세우기보다는 세련되게 우회한다. 춤추기 좋은 적당한 리듬과 깔끔하고 도회적인 음 진행, 담백하게 풀어낸 프로덕션은 결과적으로 같은 레트로라도 90년대 초 미국 컨템포러리 알앤비보다는 그 장르를 수입해다가 예쁘게 풀었던 90년대 말의 제이팝 알앤비와 더 닮은 인상이 있다. 기존에 한국 가요적 훅(hook)으로 명성이 있는 RBW라서 좀 더 즐거운 발견이다. 유튜브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 준비 과정이 썩 순탄치 않았던 모양이다. 마음이 어렵고 지친 시기에 자신을 추스르며 다방면으로 방법을 찾아본 것이 결과로는 평소의 발산적인 음악과는 또 다른 새로움을 만들어냈다. 추천곡은 ‘No Thanks’.

Romanticize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19일

조은재: '여왕의 기사' 테마가 갖고 있던 장엄함을 걷어내고 'LOVE ME'와 'I’m in Trouble'로 외연을 확장한 뒤 충분한 균형감을 견지한 정규 앨범으로 돌아왔다. 'I’m in Trouble'의 관능적인 무드에 'LOVE ME'가 갖고 있던 생동감을 더한 'INSIDE OUT'은 드라마틱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보컬과 맞물려 마치 트렌디 드라마를 보는 듯 강한 흡인력을 발휘한다. 멤버들의 퍼포먼스와 케미스트리가 최고조로 올라온 상태에서 앨범의 반을 솔로 트랙으로 채운 것은 더 많은 팀워크를 보고 싶은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모든 트랙이 수작이고 각각의 개성을 극대화했기 때문에 앨범의 구성면에서는 다양성을 견지하면서도 일관성을 느낄 수 있다. 이를테면, 팝 앨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노래는 왜 여기에 실렸을까'하는 생경함을 뉴이스트에게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었고,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앨범이 아니라,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일관적으로 쌓아온 맥락 위에서 발전을 거듭해 완성된 앨범이라는 점을 십분 느낄 수 있어 더욱 괄목할만하다.

에린: 뉴이스트의 두 번째 정규앨범 “Romanticize”는 “따로 또 같이”다. 초반 ‘DRESS’에서 ‘DRIVE’까지 단체곡을 수록하였고, ‘EARPHONE’을 시작으로 각 멤버의 솔로곡들을 배치하였다. 앨범 구조상 단체곡들과 솔로곡들간의 경계가 분명하게 그어져 있으나 첫 곡에서부터 마지막 아론의 ‘않아’ 까지의 연결이 준수하다. 두 파트 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멤버들의 보컬 활용법 덕분이다. 뉴이스트는 보컬 간의 화음을 강조하기보다는 각 보컬이 개별적으로 위치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현한다. 이러한 점은 ‘DRESS’와 ‘BLACK’에서 두드러진다. 두 곡은 베이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보컬들이 멜로디라인을 구성하여 각 보컬의 쓰임새가 강조된다. 이후 민현의 ‘EARPHONE’은 어쿠스틱 사운드를 사용하여 자신의 깨끗한 음색을 강조하며 이전 단체곡들의 무거움을 덜어낸다. REN은 자신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방향을 선택하였다. ‘ROCKET ROCKET’은 REN의 외치는 보컬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반복적 드롭이 어우러져 그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강조한다. 멤버들의 솔로 곡 중 가장 의외였던 지점은 JR의 ‘DOOM DOOM’이다. 둔탁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특유의 금속성을 강화한다. 또한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멜로디 구성과 “DOOM DOOM UH”를 채우는 비트의 전개는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자칫하면 두 장의 미니앨범처럼 들릴 수 있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Romanticize”는 준수하게 뉴이스트라는 그룹과 그 안의 각 멤버의 개성을 표현해냈다.

DISHARMONY : BREAK OUT
FNC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20일
놓치기 아까운 음반

스큅: 아이돌의 세대를 거듭할수록 기본기의 중요도는 커져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콘셉트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 웬만큼 혁신적인 콘셉트가 아니라면 차별점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은 결국 멤버들의 역량일 테니 말이다. 비록 2020년 결산에는 포함되지 못했으나, P1Harmony는 기본기의 승리를 보여준 신인이었다. 탄탄한 보컬과 랩은 물론, 빡빡한 안무를 군더더기 없이 소화해내는 춤 실력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러나 멤버들의 역량이나 곡의 탁월함과는 별개로 규모와 밀도 모두 비대했던 데뷔곡 ‘SIREN’은 첫 시작이라는 중압에 조금은 짓눌려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블록버스터급 세계관 영화와 대뜸 “10대들이 처한 답답하고 불평등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앨범의 아웃트로 ‘Skit: Disharmony #1’ 탓에 더욱 과중하게 다가온 듯도 하다.
‘겁나니’에서는 그 중압이 한결 덜어졌다. ‘SIREN’이 시종일관 펀치를 휘둘렀다면 ‘겁나니’는 가벼운 (하지만 위용은 결코 뒤지지 않는) 잽을 날린다. 쨍그랑대는 파열음과 빠드득거리는 메인 테마 리프 사이를 날렵하게 돌파하는 맵시가 일품이다. 퍼포먼스의 콘셉트를 미식축구로 잡은 것은 단순 콘셉트를 위한 콘셉트가 아니었을 것이다. 데뷔 앨범 수록곡 ‘네모네이드’와 ‘이거지’에서 내비쳤던 장난기가 살며시 스며들어 멤버들 한 명 한 명의 기량과 캐릭터가 한껏 더 눈에 들어온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수록곡들 역시 준수한데, 무엇보다도 ‘겁나니’의 잽과 연결되는 ‘Reset’의 강펀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터져 나오는 폭발음 뒤에 유니슨으로 외치는 “Re-set-“의 쾌감이 상당하다. 줄곧 ‘보고 듣는 재미’를 확실하게 안겨주고 있는 신인이라는 점에서 뒤늦은 Discovery!를 부여한다.

BORDER : CARNIVAL
빌리프랩
2021년 4월 26일

스큅: 방탄소년단의 ‘Fake Love’,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널 기다려’, ‘세계가 불타버린 밤, 우리는...’을 거쳐 엔하이픈의 ‘Drunk-Dazed’까지 왔다. 이제는 빅히트 뮤직의 유산이라 해도 좋을 로킹한 이모(emo) 감성이 번뜩인다. 강렬한 뱀파이어 콘셉트에 주객이 전도되는 듯 보였던 데뷔곡 ‘Given-Taken’과 달리 음악적으로 선명한 형체를 제시한다. “Carnival”이라는 앨범 표제에 걸맞게 응축되어 폭발하는 에너지에서 오는 압도감이 상당하다. 특히 포스트락, 슈게이징의 향취가 물씬 밴 ‘Intro : The Invitation’과의 시너지가 압권이다. 선배 그룹들이 이내 회수했던 이모의 기조를 계속 밀고 나가겠다는 선전포고처럼 들리기도 한다. 그 에너지에 서린 피학성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분명한 코어 지지층이 형성되리라 짐작해본다. 특히 몇 년 전부터 이모 팝이 부상하고 있는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이 있지 않을까. (〈아이랜드〉 당시부터 예견되긴 했으나, 앨범 판매량 등으로 미루어 보아 이러한 경향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auv를 강하게 연상시키는 ‘Not For Sale’ 등 수록곡은 비교적 평이하고, 타이틀곡에서는 그런지한 사운드 속에 파묻혀있던 보컬이 취약하고 미숙하게 도드라지는 구간들이 존재해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나 〈인터스텔라〉의 OST처럼 아득히 뻗어 나가는 ‘Outro : The Wormhole’까지 듣고 나면 어찌 됐건 엔하이픈의 다음 행선지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빅히트, 아니 하이브는 과연 어디까지 가려는 걸까.

년 월 일

CITY OF ONF
WM 엔터테인먼트
2021년 4월 28일

마노: 전작 “MY NAME: ONF”에 신곡 세 곡을 더한 리패키지 앨범. 트랙 순서를 재배치하지 않아 앨범 단위로서의 유기성은 솔직히 다소 떨어지는 편으로, ‘춤춰’를 타이틀로 하는 맥시 싱글과 ‘Beautiful Beautiful’을 타이틀로 하는 풀 렝스 앨범을 이어붙인 일종의 ‘합본’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춤춰’의 인트로에 전 타이틀곡 ‘Beautiful Beautiful’의 테마를 변주해 넣거나, 3번 트랙 ‘The Dreamer’에 전작의 수록곡이며 대척점에 있는 곡이라 할 수 있는 ‘The Realist’의 테마 일부를 아우트로에 삽입하는 등 팀의 음악적 세계관을 조형하려고 한 점이 상당히 재미있다. 그러면서 왜 트랙 순서를 재배치하려고 하지는 않았는지 못내 아쉬워지는 부분. 약간의 트랙 재배치만으로도 유기적인 흐름이 생겼을 것이라 그려지는 부분이 분명 있기에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다.
타이틀곡 ‘춤춰’는 팀으로서는 사실상 최초로 시도하는 힙합 베이스의 곡인데(“SPIN OFF”에서 힙합의 하위 장르에 해당하는 래칫을 표방한 ‘오늘 뭐 할래’를 시도한 적 있기는 하다), ‘본토’ 느낌의 그루브가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는 대신에, 작곡가인 황현의 전공이라고 할 수 있는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을 가미하여 팀만의 고유한 색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점이 눈에 띈다. 겹침 없이 다양하게 포진된 5인 5색의 보컬이 곡을 이끌어가는 중에, 메인 래퍼 와이엇이 특유의 저음으로 나직하게 읊조리는 래핑이 힙합 장르의 곡에 적절한 감칠맛을 더해주고 있다는 것도 관전 포인트. 무려 니체의 철학을 테마로 한 가사에 육중한 기타 리프와 재지(jazzy)한 프리-코러스 파트가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My Genesis’, 느긋한 리듬과 포근한 멜로디가 제목 그대로 꿈결 같은 ‘The Dreamer’ 등 수록곡들의 면면이 이번에도 매우 훌륭하다. 특히 케이팝의 양식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곡 안에 록과 재즈를 마구 뒤섞어놓은 ‘My Genesis’는 이 앨범의 백미로, 감히 명명하자면 ‘프로그레시브 케이팝’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지. 굳이 케이팝에 록과 재즈의 요소를 끌고 온 것에서 (좋은 의미로) “트렌드라는 유령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고 하면 억지일까. 어쩌면 바로 그 점이 온앤오프라는 그룹을 지금껏 성장하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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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