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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1년 9월 – 싱글

2021년 9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프로미스나인, 리사, 에이티즈, 마마무, CL의 싱글을 다룬다.

2021년 9월 아이돌팝 발매작 중 주목할 만한 싱글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프로미스나인, 스테이씨, 리사, 에이티즈, 마마무, CL의 싱글을 다룬다.

프로미스나인 ‘Talk & Talk’

Talk & Talk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21년 9월 1일

심댱: 하이브 엔터테인먼트가 3월 공개한 캠페인 필름 'WHAT DO YOU BELIEVE IN?'에 이 팀이 있었더라면 이들의 키워드는 'Little Society'일지도 모르겠다. 'Feel Good'에서부터 구현된 프로미스나인의 'Little Society'는 코로나 블루를 비대면으로 깜찍하게 비껴 나가는 'WE GO'를 지나 그와 엇비슷한 'Talk & Talk'으로 그 기조를 이어간다. SNS를 통해 재잘대던 프로미스나인은 이마저도 부족한 듯 "초록빛 Battery 빨개져"갈 정도로 청자와 강하게 밀착한다. 공격적으로 MZ세대를 표방하지 않더라도 곡과 안무로 구현되는 통통 튀는 감각은 이들이 새롭게 휘두르는 무기인데,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유선 전화기와 플랫한 스마트폰을 쥔 듯한 안무의 충돌은 이들의 통통 튀는 감각을 더욱 유쾌하게 보여주는 장치처럼 보인다. 후렴구를 가득 메운 통화 연결음에서 느껴지는 기분 좋은 설렘을 프로미스나인과 함께 "조금만 더" 오래 즐기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들만의 'Little Society'를 잠시만 기다려 보자.

예미: 'WE GO'의 연장선상에서, 신스 사운드와 코러스로 산뜻함을 덧입힌 곡. 여전히 톡톡 터지는 고음역대는 물론, 군데군데 차분한 저음역대의 활용이 초가을의 계절감을 상기시킨다. 스마트폰을 든 손을 포착한, 가사와 밀착된 포인트 안무는 아기자기한 일상성을 표현하던 전작의 기조를 이어간다. 9인조를 3명씩 나누어 대형을 배치하고 이를 다이나믹하게 변동하며 많은 인원수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퍼포먼스도 인상적이다. 그간 제작을 담당하던 플레디스로의 소속사 이전 이후 발표된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한 변화는 아직 크지 않아 보이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준수한 곡 위에 만개하는 멤버들의 매력을 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스테이씨 ‘색안경’

STEREOTYPE
하이업 엔터테인먼트
2021년 9월 6일

스큅: 데뷔 이래로 스테이씨가 통속적인 가사와 그를 실어나르는 곡의 구조를 조금씩 달리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단선적인 고백을 맹렬하게 쏘아붙인 데뷔곡 'So Bad' 이후, 기합을 한층 덜어내고 통통 튀는 차진 구성 아래 귀염성 있는 잔투정을 녹여낸 'ASAP'에 이어, '색안경'은 맹랑하고도 오묘한 청소년기의 감수성을 곡 안에 부산스레 흩뜨려 놓는다.
우선 악곡 면에서는 파트 전환에 따라 메인 사운드 소스가 바뀌며 곡의 뉘앙스와 속도감이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 리듬 세션이 걷어진 채 사뭇 감성적인 면모를 연출하는 벌스 1("오늘 유난히 ~")과 프리-코러스의 전반부("나도 알아 ~"), 그리고 활기찬 리듬 세션이 주도하는 벌스 2("머릴 넘기며 ~")와 프리-코러스의 후반부("자꾸만 널 ~")가 주거니 받거니 흐름을 만들어가다 후렴구에 이르러 전자와 후자의 중도 지점을 짚는 식이다. 곡의 복잡미묘한 매력이 가장 잘 응축되어 있는 파트가 바로 이 후렴구인데, 힘찬 킥의 연발과 함께 역접 어미의 가사("미안하지만")로 맺어진 프리-코러스를 지나 등장한 후렴이 시원한 드롭 대신 횡적인 진행을 이어나가는 데서 오는 묘한 흡인력이 있다. 저음부에서 목관악기처럼 웅웅대는 패드와 수줍게 숨어든 베이스, 산만하게 쪼개지는 래칫과 탄탄한 킥-스네어가 교묘하게 배합되며 팽팽한 텐션을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파트에 비해 여백을 넉넉히 마련한 탑라인은 확실한 포인트를 빚어낸다. 당찬 윤의 보컬 이후 단조 음을 짚는 재이/수민의 연결구("I’m a good girl yeah")로 무드가 전환되고 애수 어리게까지 느껴지는 시은의 가창이 이어지는 흐름 역시 매력적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곡의 편성에 맞춰진 가사는 "모두 쳐다보는 게 다 보여", "난 좀 다른 여자인데" 식의 자기과시성 발화와 "겉은 화려해도 아직 두려운 걸", "너무 세게 안으면 숨 막혀요"와 같이 내밀한 속내를 내비치는 표현을 정돈하지 않은 채 조각조각 흩뿌려 두고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마요"라는 마지막 구절을 통해 이 모든 내용을 (긍정적인 의미로) 얼렁뚱땅 봉합해낸다. 블랙아이드필승이 작업했던 트와이스의 'Likey' 때와 같이 다소 구시대적으로 구성된 소녀상이 아니냐는 의혹을 떨칠 수는 없으나, 그 어느 때보다도 '상상적 청중'과 '개인적 우화'로 대표되는 청소년기의 자기중심적 특성이 잘 투영되는 내용과 화법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항상 날 꾸미는 게 좋"지만서도 "꾸미지 않은 내 모습"을 알아주길 바라는 갈팡질팡은 분명 청소년기의 보편적인 감성, "여린 내 맘"과도 맞닿아있다. 결론적으로 있지의 '달라달라'처럼 가사의 맹점까지도 분명한 통속성으로 보완해내고 이를 잘 조직된 곡과 퍼포먼스 안에 담아내며 나름의 장점을 확보해낸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리사 ‘LALISA’

LALISA
YG 엔터테인먼트
2021년 9월 10일

예미: "기호 1번 라리사 럽미"라는 밈이 말하듯, 리사의 이름과 정체성을 정직하게 보여주는 'LALISA'는 멤버의 팀 내 캐릭터를 극대화하여 조명하는 역할을 수행한 타 블랙핑크 멤버의 솔로 싱글과 같은 궤적 위에 있다. 호화로운 뮤직비디오와 규모 있는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LALISA'가 래퍼 및 퍼포머로서 리사의 역량을 온전히 펼칠 수 있는 곡이었는지는 의문이다. 한국 내 케이팝 팬층에게 익숙한, 신선도 낮은 작법에 멤버가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블랙핑크 커리어 내내 반복된 패턴이다. 멤버의 카리스마는 지금까지 보여준 것 이상의 뛰어난 결과물이 나오기를 꿈꾸게 하고, 그럴수록 곡의 관습적인 접근이 더욱 아쉬워진다. 리사는 그 '태국적인' 장면으로 모국에 대한 관심과 모국 대중문화 현황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기에.

에이티즈 ‘Deja Vu’, ‘Eternal Sunshine’

ZERO : FEVER Part.3
KQ 엔터테인먼트
2021년 9월 13일

심댱: "FEVER"로 피어올랐던 열병에 쿨 다운이 들어간 것일까, 7월 발매된 일본 싱글 'Dreamer' 이후 칠한 느낌이 이어진다. 'Summer Taste'보다 이들에게 훨씬 잘 맞는 옷인 'Eternal Sunshine'("Can’t stop the feeling"으로 한층 더 높이 띄워버리는 텐션과 종호의 "Oh so bright"가 주는 자극은 유독 부글거리는 탄산을 연상케 한다)과 살짝 짓눌린 열기가 센슈얼하게 발현되는 'Deja Vu'는 초록과 푸른빛의 앨범아트처럼 산뜻하면서 칠한 무드를 선사한다. 다만 이들의 첫 번째 시리즈, "TREASURE"에 비해 그 방향성이 모호해 보인다. '마라 맛'으로 일컬어진 강렬한 퍼포먼스를 뒤이을 시그니처 스타일의 부재 때문인지, 빠른 주목을 부추겼던 초반 스토리의 직관성을 이어가지 못해서인지는 이 시리즈가 지나가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더블 타이틀곡 중 'Deja Vu'가 해당 시리즈에서 조금이나마 유의미한 한 끗을 보여준다. 'WAVE'와 비슷한 궤도를 그리던 'Eternal Sunshine'과는 달리, 절제된 섹시함이 이들의 이면을 틔운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다소 느린 BPM에 낮은 채도가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텐션을 만나 생기는 간극이 퍽 자극적이다. 예를 들어 "미쳐-가"를 시작으로 직선적으로 뻗는 후렴구와 엑소의 'Love Shot'처럼 가사 대신 섹시한 포인트 안무로 채운 1절 포스트 코러스에서 이 간극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에이티즈의 키워드는 '자극'인 건가 싶지만) 열병으로 붕 떠 보이는 부작용이 가라앉기를, 좀 더 선을 넘는 과감함이 에이티즈를 이끌기를 기대해 본다.

마마무 ‘하늘 땅 바다만큼’

I SAY MAMAMOO : THE BEST
RBW
2021년 9월 15일

랜디: 당분간은 이 4인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없으려나 싶어서 아쉬움이 먼저 들지만, 마마무 베스트 앨범 "I SAY MAMAMOO : THE BEST"의 타이틀곡 '하늘 땅 바다만큼'은 7년 동안 함께 해준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하려는 듯 가볍고 편안하다. 도자 캣이 이런 무드의 디스코 스타일 팝을 계속 히트시키면서 케이팝에서도 태연의 'Weekend' 같이 비슷한 무드의 시도가 이어진 올여름이었다. '하늘 땅 바다만큼'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다만 도자 캣이나 태연이 힘을 뺀 칠(chill)한 느낌을 강조했다면, '하늘 땅 바다만큼'에는 마마무 스타일의 구성진 창법이나 농담이 추가 되었다. 2021년 여름의 유행가로서, 또 나중까지 감상할 추억을 담은 스냅샷 같은 존재로서 적당하다는 인상이다. 이번 베스트 앨범에는 '하늘 땅 바다만큼' 말고도 '분명 우린 그땐 좋았었어'로 총 두 곡의 신곡이 실렸다. 후자가 울고 웃었던 7년의 시간을 포장 없이 드러냈다면 전자는 작별을 웃는 모습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사려 깊음이 느껴진다. 그래서 좀 더 뭉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급변하는 쇼 비즈니스계에서 계약을 마무리하는 베스트 앨범에 모두가 동의한 신곡이 실린다는 자체가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그렇기에 더 소중하고, 고마우며, 이들의 앞길을 격려하고 싶어지는 곡이다.

CL ‘Lover Like Me’

Lover Like Me
Very Cherry
2021년 9월 29일

랜디: CL의 보컬이 돋보이는 신곡이다. 8월에 내놓은 선공개 싱글 'SPICY'에 이어 9월에는 'Lover Like Me'로 계속해서 10월 발매 예정인 "ALPHA"의 기대감을 이어가고 있다. CL이라 하면 걸출한 랩이 먼저 떠오르기 쉽지만, 2NE1 시절부터 꾸준히 보여왔듯 그는 색깔 있는 보컬로도 빠지지 않는 전천후 팝스타다. (니키 미나즈 같은 가수의 싱잉 버스가 그저 싱잉 랩이 아니듯이.) 앨범에 앞서 공개된 싱글들이 별로 실험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반응도 있었지만, CL에게 씬(scene)의 음악적 혁신을 맡긴 듯이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실례가 아닌가 생각도 한다. 솔로로 활동하고 있는 다른 2세대 출신 아이돌들을 생각해봐도 지금은 독촉할 시기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의 솔로 커리어는 회사 문제로 잠시간의 부침마저 겪지 않았나. 한국어로 쓰인 케이팝 곡일지라도, 'SPICY'와 'Lover Like Me'의 타겟층은 한국어권의 한국에 거주하는 주류 인종 한국인 인구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는 진작에 2NE1과 솔로 활동으로 그 너머의 청자에게 도달한 아티스트다. 이번 신곡들은 심지어 그 청자 풀 바깥의, 아시아인 이채린을 이방인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까지 들릴 노래로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존재로서 충분히 이질적이기 때문에 음악적인 파격까지 감행하는 것은 리스크였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통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여기저기서 유행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작년에 내놓은 '+H₩A+'가 다시 주목 받으면 좋겠다는 상상도 해보았다. 여러분 '+H₩A+' 들으세요.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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