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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 2023년 2월 – 싱글

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월별로 기억에 남는 케이팝 발매작에 대한 리뷰를 3주간 발행한다. 해당 포스트에서는 2월 발매된 싱글 중 부석순, 트리플에스, 스테이씨, 효진, 퍼플키스, 더보이즈, 피프티 피프티, 황민현의 싱글을 다룬다.

2023년 상반기를 돌아보며, 월별로 기억에 남는 케이팝 발매작에 대한 리뷰를 3주간 발행한다. 해당 포스트에서는 2월 발매된 싱글 중 부석순, 트리플에스, 스테이씨, 효진, 퍼플키스, 더보이즈, 피프티 피프티, 황민현의 싱글을 다룬다.

부석순(세븐틴) ‘화이팅 해야지’

SECOND WIND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23년 2월 6일

에린: 세븐틴이 갖는 강력한 장점은 폭발력과 짜임새가 있는 퍼포먼스와 함께 (‘만세’나 ‘박수’와 같은 곡에서 잘 드러나듯) 불특정한 다수의 호응을 유도한다는 점인데, 보다 적은 인원 구성의 부석순은 복잡한 구성을 덜어내 보다 직접적이고 단순하게 그러한 활동성 넘치는 에너지를 전달해낸다. 이전 유닛곡 ‘거침없이’는 앞으로 나아가는 활력을 내세워 부석순의 특징을 강조했다면, ‘화이팅 해야지’는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일상적인 가사의 강한 호소력으로 청자/관객과의 교감을 이끌어낸다. 아이돌과 ‘일상’이라는 키워드가 멀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요즘 트렌드와 달리, “우린 여러분의 부석순”이라는 가사처럼 부석순은 친근한 존재로 다가간다. 공식 소개글에 이번 싱글을 ‘데일리 플레이리스트’라고 칭한 것처럼, 아침에 어렵사리 에너지를 끌어올려 출근/등교하는 순간을 그린 ‘화이팅 해야지’, 점심시간 나른한 햇살에 취하는 순간을 포착한 ‘LUNCH’, 모든 일과를 끝내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가는 순간을 담은 ‘7시에 들어줘’까지 총 세 곡의 싱글은 누구나 겪는 아주 평범한 하루를 응원한다. 2월의 케이팝 발매작 중 현재 사람들의 삶과 가장 밀착되어 있어 현재를 응원받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싱글이다.

트리플에스 ‘Rising’

ASSEMBLE
모드하우스
2023년 2월 13일

스큅: 가사와 악곡,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것의 내러티브가 이례적인 수준의 합일을 이루는 매력적인 곡이다. 인트로의 나지막한 흥얼거림이 모티프(motif)가 되어 잔향처럼 곡을 맴돌다가 댄스 브레이크에 이르러 증폭되는 전개에 따라, 뮤직비디오는 무대에 오르는 꿈을 품은 소녀들이 지하 연습실에 모여 이윽고 꿈을 펼치고 마는 모습을 그려낸다. 가사 그대로, 이 모든 건 “꿈이 아닌 현실의 Deja Vu”다. 더불어 ‘Generation’에 이어 영미권 하이틴 이미지의 어설픈 재현 대신 다분히 한국적인 배경을 택한 뮤직비디오는 냉소적인 세상 가운데 꿈을 펼쳐보이는 가사에 한층 더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노란색 스쿨 버스 대신 교복과 정장으로 가득한 등하굣길 버스, 집집마다 소담한 앞마당이 딸린 주택가 대신 복도식 아파트, 밀크셰이크에 감자튀김을 찍어먹는 아메리칸 다이너 대신 컵라면을 끓여 먹는 편의점, 드레스를 빼입은 프롬 나잇 대신 스포티한 올 블랙 옷차림으로 선 농구코트 등. 세트장이나 ‘이국적’인 로케이션과 같은 허상의 공간이 아닌 은행사거리, 대치동, 여의도, 일산 등지의 한 구석을 담아낸 것만 같은 인상은 메시지의 피상성을 걷어내고 있다.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사-악곡-뮤직비디오의 생동감 넘치는 내러티브와 합치되지 못하고 겉도는 안무다. 5대 5로 마주 보고 안무를 소화하는 2절 후렴구 안무를 제외하고는, 안무와 대형이 다소 정적으로 경직되어 있어 생기 넘치는 소녀들의 포부와 그들 간의 역동을 담아내기엔 역부족이다. 사실 이러한 맹점은 역량이 천차만별인 무수히 많은 연습생을 큰 고려 없이 한 데 묶어 데뷔시키는 그룹의 시스템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빼어난 기획을 뒷받침할 무대 퍼포먼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스테이씨 ‘Teddy Bear’

Teddy Bear
하이업 엔터테인먼트
2023년 2월 14일

스큅: (이번 싱글에 한국어 버전을 수록하기도 한) 일본 데뷔 싱글 ‘Poppy’에 쏟아진 호응에 감화된 듯, ‘Teddy Bear’는 ‘Beautiful Monster’의 설익은 성숙은 잠시 접어둔 채 다시금 스테이씨의 슬로건이었던 ‘틴 프레시’에 집중한다. 달음박질보다는 산책의 리듬에 가까운 안정적인 템포 위에 정박과 엇박을 적당히 오가며 탄력을 불어넣는 탑라인이 얹어지며 ‘ASAP’으로 대표되는 스테이씨의 상쾌한 버블검 팝 스타일을 다시금 주조해낸다. 그룹의 서사를 쌓아올리는 작업은 잠시 보류해둔 셈이지만, 다소 섣부르게 성숙을 논하기보다는 이 천연덕스러움을 조금은 더 만끽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보게 되는 싱글이었다.

효진 ‘너를 사랑하는 일’

너를 사랑하는 일
WM 엔터테인먼트
2023년 2월 14일

마노: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발렌타인 데이에 맞춰 발매된, 온앤오프의 메인 보컬 멤버 효진의 사상 첫 솔로 싱글. 케이팝 계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른바 ‘플랫폼 앨범’ 형태로 발매되기도 했다. 메인 보컬로서의 뛰어난 가창력과 특유의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리는 발라드 넘버로, 노래의 전면에 내세워진 가창자의 목소리를 오케스트레이션과 각종 악기들이 마치 꽃다발의 안개꽃처럼 묵묵히 떠받쳐주고 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달리 말하면 이 곡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곡을 오롯이 홀로 이끌고 가는 보컬리스트의 역량이라는 뜻도 될 것이며, 효진은 그 무거운 역할을 누구보다 제대로 훌륭하게 수행해내고 있다. 오랜 기다림에 목말랐을 팬들에게도 기쁜 선물이 되었을 터. 하루빨리 완전체로서의 팀을 만나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고대해본다.

퍼플키스 ‘Sweet Juice’

Cabin Fever
RBW
2023년 2월 15일

스큅: 멤버 재편 이후 첫 컴백, 일정량의 가요성(소위 ’뽕끼’)을 담보하던 RBW 작곡진을 뒤로 하고 해외 작곡진과 호흡을 맞춘 첫 타이틀곡이다. 그만큼 악곡 면에서 많은 변화가 감지된다. 탄탄한 중음역대에서 가사를 꼭꼭 씹어먹는 듯했던 통속적인 가창 대신 섬세한 가성으로 들어찬 탑라인, 사운드에 여백이 많은 미니멀한 구성, 파트 간 다이내믹이 크지 않은 전개 등, 기존 퍼플키스의 곡들을 떠올리면 일견 밋밋하게도 느껴질 수 있는 변화지만, 비단결 같이 부드러운 보컬과 톡 쏘는 랩으로 구성된 그룹의 보컬 앙상블을 온전히 잘 반영하고 있는 곡임에는 분명하다. 고혹적인 무드 가운데 곳곳에 와우 포인트를 마련한 퍼포먼스는 데뷔곡 ‘Ponzona’를 떠올리게도 한다. 작금의 케이팝이 표방하는 애티튜드가 악착 내지는 유유자적으로 거칠게 요약되는 가운데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고요한 긴장감으로 들어찬 찻잔 속 태풍과도 같은 곡.

더보이즈 ‘Roar’

BE AWAKE
IST 엔터테인먼트
2023년 2월 20일

조은재: 더보이즈만큼 장점과 단점, 그리고 한계가 명확한 그룹도 없을 듯한데, 'ROAR'는 그 중에서도 단점과 한계를 부각하고 장점은 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곡이다. 다인원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그룹에 비해 부족한 박력과 에너지를 특유의 생기나 위트 있는 아이디어로 커버해왔던 것이 더보이즈였는데, 'ROAR'는 본연의 퇴폐미나 음산한 에너지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아티스트에게는 매우 버거울 수 있는, 섬세한 연출이 필요한 더보이즈에게는 너무 굵직하고 단순한 매력의 곡이기 때문이다. 'REVEAL'이나 'The Stealer'의 서스펜스도, 'MAVERICK'의 처절함도 없는, 돌직구의 정면승부가 필요한 'ROAR'은 더보이즈가 이야기를 생략하고 본능적이고 말초적인 감각으로만 어필할 수 있는 '고수'가 되기엔 아직 멀었음을 보여준, 오히려 아직은 많은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소년에 머물러있음을 드러낸 곡이라 하겠다.

피프티 피프티 ‘Cupid’

Cupid
ATTRAKT
2023년 2월 24일

비눈물: 'Cupid'는 도입부터 공중에 보드랍게 퍼지는 아란의 우아한 보컬로 듣는 이의 맘을 휘감는다. 이와 함께 곡에 풍부함을 덧입히고 중심을 잡아주는 시오의 보컬이 몽글한 패드 사운드와 조응하며 데뷔곡 'Higher'에서 보여준 그룹의 낭만적인 음악색을 이어간다. 또한 비트의 밀도와 타격감을 강화하고 마지막 후렴구에서 전조하면서 리드 싱글로서 알맞은 다이내믹을 마련한다. 전통적인 구성의 랩 섹션 역시 그 일환으로 분위기를 환기하고, 중간중간 붕 떠오른 청자의 심리적 위치를 케이팝이라는 현실로 데려온다. 
피프티 피프티는 이번 싱글을 통해 개성 있는 음색이 중요히 여겨지는 현 케이팝 시류에서도 아주 드문, 특별한 음색을 그룹의 강점으로 확고히 한다. 이러한 흐름은 특히 'Cupid (Twin Ver.)'에서 강조된다. 부드러운 발음의 영어 가사를 사용하고 랩 파트를 간주로 변형하여 여백을 두거나 후반부의 전조를 배제하는 등, 이지 리스닝에 특화된 해당 버전은 틱톡을 매개로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반응을 만들어냈다. 데뷔 이후 팀의 고유한 색을 찾아 탐구하는 첫 단계인 만큼 지금의 원동력을 발판 삼아 과잉 없이 좋은 음악을 만드는 기조를 유지·확장한다면 50대 50의 조화는 이윽고 100에 수렴하는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라고 아직도 믿고 싶다.)

황민현 ‘Hidden Side’

Truth or Lie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2023년 2월 27일

조은재: 뉴이스트 멤버들의 솔로 데뷔작이 뉴이스트가 기존에 해오던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Hidden Side'는 이미지나 사운드나 전반적으로 뉴이스트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뉴이스트 음악이 갖고 있던 특유의 무심해보이는 표정을 덜어내고 좀 더 분명해진 집중력을 가지고 청자에게 다가선다. 이전과 달리 나른해질 새 없이 몰아치는 'Hidden Side'는 황민현이라는 아티스트의 캐릭터가 갖는 매력과도 상통하는 지점이 있는데, 빠르게 몰아치는 듯하지만 조급하거나 치열하지 않고 외려 여유롭고 확신에 차 있는 애티튜드로 곡을 이끌어가는 점이 꽤나 닮아있다. 이는 성장이나 성숙을 끝낸 아티스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애티튜드이기도 하기에, 비슷한 연차의 다른 아티스트와 비교해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부분이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