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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ARIRANG” Track by Track 리뷰

멤버들의 군복무 이후 정규작으로는 6년만에 컴백한 방탄소년단의 3월작, 정규 5집 “ARIRANG”을 예미, 랜디 두 필자가 곡별로 리뷰하였다. 앨범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는 유튜브로 공개된 대담 영상을 참고하시길.

멤버들의 군복무 이후 정규작으로는 6년만에 컴백한 방탄소년단의 3월작, 정규 5집 “ARIRANG”을 예미, 랜디 두 필자가 곡별로 리뷰하였다. 앨범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논의는 유튜브로 공개된 대담 영상을 참고하시길.

ARIRANG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2026년 3월 20일

1. Body to Body

예미: 제목 ‘아리랑’과 앨범의 목적 ‘스타디움 투어’, 장르적 색채 ‘힙합’을 한번에 보여주는, 앨범 한 곡 요약에 가까운 결과물. 앨범이 드러내고 싶은 포인트와, 이 앨범이 처한 난맥상까지도 모두 응축된 요약 같습니다.

랜디: 알엠의 선창부터 꽉 찬 스타디움의 기운이 느껴지는, 듣는 것만으로 피가 끓는 비트. 저음역대에서 힘있게 뾰족해지는 지민의 보컬의 인상이 좋았습니다. 끝의 아리랑 샘플이 생각보다 길어서, 방탄소년단이 무대를 하다가 갑자기 이들 무대에 국가가 난입해 주인공 자리를 꿰차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무대용이라면 몰라도 레코딩에서는 8마디 정도면 좋았을텐데, 16마디까지 간 것이 좀 ‘뇌절’이란 생각.

2. Hooligan

예미: 월드스타 스웩과 야심을 그리기 위해 소리와 안무를 끌어모은 결과물. 메가 크루와 함께하는 뮤직비디오가 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이 팀의 성공을 과시하는 ‘스웩’ 이었습니다.

랜디: [Pick!] 수려한 오케스트라 편곡 샘플을 찹해서 황홀까지 치닫는 감정선을 냉정하게 잘라버리는 인트로가 일품. 예상외로 콘서트의 오프닝 곡이었는데, 앞서 말한 샘플이 루프로 여러 번 반복되며 황홀한 기대감을 증폭, 또 증폭시키는 점이 좋았습니다. 작년 케이팝에서 가장 좋았던 샘플링은 아일릿의 ‘빌려온 고양이’였는데, 이 곡도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 편곡이 감정을 고양시키는 부분을 잘라왔었죠. 곡을 닫는 마지막 훅을 훌륭하게 소화한 뷔의 랩 데뷔도 인상적.

3. Aliens

예미: [Pick!] ‘짱먹는 이방인’을 과시하는 마음의 뒷편은 이방인의 씁쓸함이겠지.

랜디: 가사가 건드리는 맥락상 주목 받는 서구권의 큰 무대에서 더 힘을 발휘할 곡. ‘Aliens’가 반복 되는 훅은 좀 단조롭다는 생각. 드럼이 최소화된 Hooligan과 맥시멀한 FYA 사이에 적당한 다리가 되어주는 트랙.

4. FYA

예미: 제이펙마피아, ‘페기’의 와일드함이 앨범 테마에 꽤 자연스럽게 묻어납니다. “ARIRANG”이 드라이빙하며 듣기 좋은 거친 사운드가 많았던 앨범이었는데, 지하차도에서 엑셀 밟으며 이 곡을 즐겁게 들었습니다.

랜디: 요즘의 공연 관람 문화는 열광이 희귀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렇게 고의적으로 관중의 열정적 참여를 요구하는 넘버들이 반갑습니다. 레코딩으로 들을 때는 가사의 단조로움이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지만, 라이브에서 관중과 호흡할 때 진가가 드러나는 곡입니다.

5. 2.0

예미: ‘막 나가는’ 듯한 가사 배치에 안무로 의미를 불어넣는, 케이팝다운 면모가 가득한 곡. ‘한국 문화’ 전반을 좋아한다면 올드보이를 연상케 하는, 한국 영화 팬이라면 반가울 뮤직비디오도 시청을 권합니다!

랜디: 뮤직비디오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미안한 말이지만 타이틀곡 ‘Swim’보다 이쪽이 더 임팩트 있다고 느꼈습니다. 제인 로우의 애플뮤직 인터뷰에서 알엠이 앨범 전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벌스로 이 곡의 제이홉 파트를 꼽기도 했습니다. 크게 동의합니다. 절제된 드럼비트와 낮게 깔리는 목소리에서 14년차 아이돌 방탄소년단의 위압감이 느껴집니다.

6. No.29

예미: 숨 고를 틈을 주는 절묘한 인터루드. 소리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더 쫑긋하게 됐습니다.

랜디: 뎅…..

7. SWIM

예미: 팀의 변화와 성숙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고자 한 타이틀곡. 슈퍼스타의 화려함 속 이면을 드러내는 앨범 두 번째 파트 시작점으로서의 역할이 크게 느껴지는 곡이었는데, 그 의외성으로 말미암아 집중력을 이어가도록 한 것 같습니다.

랜디: 무난한 팝발라드. 과거 ‘Black Swan’으로 구현하려 한 사운드스케이프가 수중의 심상을 떠올리게 했는데, 이 곡은 그 어둔 물의 수면 같은 느낌입니다. ‘Black Swan’은 그 만듦새에 비해 2020년 당시 서구 주류 시장이 방탄소년단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 snubbed 당한 비운의 명곡이란 인상이 있는데요, ‘Swim’은 그런 ‘Black Swan’의 비극미를 보다 전향적으로 승화시킨 것 같은 곡입니다.

8. Merry Go Round

예미: 감정의 밀도를 높여 내밀함으로 다가가는 구간. 으스스한 연출에서 테임 임팔라의 흔적이 보였습니다. 소리의 잔향이 불 꺼진 놀이동산에서 혼자 도는 회전목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에 집중하기 좋은 곡.

랜디: ‘Swim’부터 현저히 떨어진 bpm을 더 낮추어갑니다. 앨범의 몇 안 되는 메이저 키 곡인데, 분위기가 유약하며 감정에 침잠되어 있어 전반부의 흥분을 완전히 눌러주는 세컨드 인털루드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콘서트 세트리스트에서는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해서, 좀 더 뛰어놀고 싶은 입장에서는 아쉬운 선곡이었습니다.

9. NORMAL

예미: ‘Kerosene, dopamine’으로 시작하는 거친 표현으로 내몰린 감정을 터뜨리는, 오토튠 섞인 보컬과 코러스 연출의 쾌감이 컸습니다. 초반부와는 꽤나 다른 장르로 보컬 멤버가 돋보이는 곡이지만 파괴력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한 앨범에 어울리는 점이 좋았어요.

랜디: 귀에 확 걸리는 보컬 훅이 좋았어요. 첫 소절부터 힘있게 치고 나오는 정국의 보컬이 발군인데, 컨덴서마이크로 가까이서 잡아서 자잘한 입소리까지 다 들리는 점이 이 곡을 락 보다는 팝 답게 들리게 해주는 것 같아요. 네 명 보컬이 거의 비슷한 파트를 앞서거니 뒤서거니 불러서 각각의 개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것도 재미 포인트입니다. 솔로로는 활기찬 청년 같던 진의 보컬이 여기에서는 상대적으로 곱고 예쁘게 들리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10. Like Animal

예미: 아르테마스 특유의 정처 없이 어지러운 정서가 헤메는 톱스타를 그려낸 결과물. 기타 인트로가 곡을 확 돋보이게 만들지만, 비극적인 코러스 연출과 오토튠을 주 재료로 쓴다는 점에서 앞선 ‘NORMAL’과 맥을 같이하는 점이 좋습니다.

랜디: 앨범 전체로 보면 장르가 혼자 확 튀는데, 감정선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이모셔널한 얼터너티브 팝의 영향이 느껴집니다. 도입부 슈가의 안정적인 보컬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Best of Me 들으면서 ‘슈가 왜 노래 잘 하지’ 하시던 김영대 평론가님이 그리워지는 곡이기도 했습니다. 영대님 많이 보고 싶어요.)

11. they don’t know ’bout us

예미: ‘월드스타 BTS’의 속마음이 마치 통기타의 역할을 할 법한 비트 위에 아주 심플하고 진솔하게 연출된 곡. 월드스타 스웩의 이면으로도, 앞서 나열된 파괴적 정서들의 이유로도 읽혔습니다.

랜디: 앨범 전체에서 “피로함”이 가장 많이 느껴지는 곡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피로해서 하기 싫다’가 아니라, ‘많은 말이 지겹다’에 가까우므로, 말을 덧붙이는 평론가로서는 머쓱하기도 합니다. 제일 좋았던 부분은 정국의 ‘We just big boys AKA 촌놈’ 라인. 다이나믹 폭이 크지 않은 곡에 힘있게 삐쳐 쓴 필체 같이 들렸어요.

12. One More Night

예미: 여지껏 파괴적이었던 소리 톤과 정서가 사랑스러움으로 바뀌는 전환점 같은 곡이었습니다. 앨범 후반부의 주재료 오토튠의 목적이 파괴력에서 환상성으로 변모하는 순간이 즐거웠어요.

랜디: 딥하우스 영향을 받았을 댄스곡이지만 하우스처럼 노골적이기보다는 몽환적입니다. 트로피칼 하우스의 특징적 신스를 가져왔지만 리듬은 아주 난폭하게 달려서 특이했던 이들의 2016년작 ‘Save Me’가 연상되기도 했습니다.

13. Please

예미: 2026년의 시점에서 팬이 가장 친근하게 여길 작법으로 써내려간 팬송. 변치 않으려 노력하는 작법의 팬송이 지금의 변화상을 보여주는 것이 돋보입니다.

랜디: 두터운 붐뱁 드럼이나 뒤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칩멍크 하이피치가 ‘이사’나 ‘Whalien 52’가 들어있던 [화양연화] 시리즈를 연상시키는 비트입니다. 본래는 2000년대에 칸예 웨스트로부터 시작된 유행인데, 방탄소년단은 2010년대 중반에 이런 비트를 많이 기용했습니다. 앨범 전체와 비교했을 때 한국어 가사도 꽤 많이 담겨있습니다. 신곡이지만 그래서 익숙한 맛이 납니다.

14. Into the Sun

예미: 콘서트 엔딩곡으로도 출중할 것 같은 곡. 이 곡이 분투로 점철된 앨범의 ‘결말’ 같은 느낌인데, 그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점이 반가웠어요.

랜디: 오토튠을 잔뜩 먹여 화성을 쌓은 보컬이 몹시 특이합니다. 무난한 팝 락 발라드가 될 법한 곡이었는데, 앨범 전체에 흐르는 파격적인 텍스쳐를 그대로 입혀 나름의 유기성을 부여했습니다. 단출한 시어에 흘러넘치는 서정성을 보여주는 알엠의 벌스는 ‘Indigo’ 앨범의 팬들에게 반가울 부분입니다.

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