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부터 아이돌로지의 비정규 콘텐츠, 팟캐스트가 시작됩니다.
아이돌로지 팟캐스트 1화에서는 예미, 랜디 두 필자가 지난 3월 6년 만에 컴백한 방탄소년단의 정규 5집 “ARIRANG”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본 팟캐스트는 영상 속의 자막-이미지와 함께 시청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Host 예미, 랜디
Edited by 예미
Produced by IDOLOGY
예미: 방탄소년단이 군백기를 포함한 긴 단체 휴식기 이후 3년 9개월 만에 컴백 앨범을 냈습니다. 풀 렝스 앨범으로는 ‘Life Goes On’과 ‘Dynamite’가 실린 “BE” 이후 6년 만입니다. 이번 앨범 표제명은 “ARIRANG” 이죠. 많은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제목이었는데요. 국내외 여러가지 엇갈린 평가를 보며 방탄소년단을 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실감할 수 있는 지난 두 주였습니다. 오늘 아이돌로지 팟캐스트에서는 방탄소년단의 “ARIRANG” 앨범에 대한, 또 “ARIRANG”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눠봅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돌로지의 예미입니다.
랜디: 안녕하세요, 랜디 서 입니다.
예미: 오늘은 방탄소년단의 “ARIRANG” 앨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저희 두 명이 모였는데요.
랜디: 네, 앨범이 나온 지 두 주쯤 됐어요. 저희가 녹음을 하고 있는 오늘은 2026년 4월 4일입니다.
예미: 앨범 발매 바로 다음 날에는 여러분도 뉴스로 익히 아실 넷플릭스 광화문 컴백 공연 생중계가 있었고요.
랜디: 앨범 공개 후에 타이틀곡 ‘SWIM’ 뮤직비디오가 먼저 공개가 됐고요. 이번 주 금요일에는 수록곡 ‘2.0’의 뮤직비디오가 공개가 되었었죠. 개인적으로는 이제 좀 방탄소년단이 컴백했다는 실감이 났어요. ‘2.0’이 이제 보다 제가 기대한 방탄소년단 다운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아리랑 앨범 속 힙합: 꿈을 이룬 힙합 아이돌
예미: 네 먼저 방탄소년단이 커리어를 통해서 특유의 힙합 작법을 업그레이드해온 궤적이 있죠. “ARIRANG” 앨범은 그 연장선상에 있는 발전판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랜디: 네 맞아요. 최근 몇 년간 ‘Dynamite’의 BTS, 방탄소년단 아니고 “BTS”에 익숙하신 분들께는 낯설 수 있지만, 방탄소년단은 애초에 힙합 아이돌로 데뷔를 했었죠. 그래서 또 먼저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좀 했었던 RM이나 슈가는 국내 힙합계로부터는 sell out (아티스트가 상업적 성공을 위해 예술적 핵심 가치를 타협하는 것을 의미) 또는 남성답지 못하다, 게이답다 그런 욕을 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비난을 받은 적도 있었고, 또 기존의 케이팝 팬들은 기존 케이팝 아이돌들이 쌓아온 케이팝의 이런 형식미에 힙합에서 추구하는 리얼함이나, 당시 2010년대 초반 아델이나 에드 시런 등 자기 얘기 쓰는 싱어송라이터들에서 나오는 그런 authentic함을 아이돌 뮤직에 접붙이려고 하는, 그런 방탄소년단을 반가워하지 않았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앨범을 들어보면 데뷔 EP “No More Dream” 부터 정규 1집 “Dark & Wild”까지는 정말 이들이 힙합 아이돌을 표방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 힙합을 두루 듣고 있다, 그 서브 장르들을 자기 디스코그래피에 본격적으로 포함을 시키고 싶어 한다 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요 특히 수록곡에서 다양한 힙합 서브 장르의 영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앨범 “ARIRANG”은 그래서 태도로 보자면, 전작 중에는 “Dark & Wild” 앨범을 가장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화양연화 세계관 ‘BU’가 있기도 전에, ‘피 땀 눈물’의 데미안 레퍼런스 같은 것들이 있기도 전에, “Love Yourself”처럼 유니세프 캠페인을 하기도 전에, 방탄소년단이 지금의 큰 인기를 얻기 그 전의 앨범이라서 잘 알려져 있지는 않은데, 방탄소년단은 그것을 자기들 뿌리라고 여긴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예미: 이번 앨범의 구성은 꽤 알기 쉽게 만들어져 있어요. 1번부터 5번까지 스타디움 공연에 적합할 에너지 넘치는 곡들로 차있고요. 6번 (‘No. 29’) 에 그 유명한 성덕대왕신종, 에밀레종 타종 소리가 들어가 있고요. 이 타종을 기점으로 그보다는 차분한 곡들로 마지막까지 흘러갑니다. 7번이 타이틀곡 ‘SWIM’ 이고요.
저희가 Discogs 등 온라인에서 찾아본 바에 따르면, LP A면이 7번 ‘SWIM’으로 끝난다고 하고 그 다음에 B면은 8번 ‘Merry Go Round’로 시작을 해서 14번 ‘Into the Sun’으로 끝납니다. 저희가 이걸 검증을 하고 싶어서 온라인에 LP 트랙리스트나 리뷰를 싹 뒤져봤는데요. 빅히트 측에서 A, B면 분리한 트랙리스트를 애초에 제공을 하고 있지 않아요.
랜디: 네, 그러신 것 같아요 네.
예미: 그래서 LP를 듣지 않는 분이 디자인한 LP 아닐까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랜디: 맞아요 좀 그런 얘기를 우리가 같이 나눴었죠. 이 앨범을 처음 들었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난 걸 꼽자면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2024년에 내놓은 “CHROMAKOPIA” 였어요 저는. 2024년에 이게 예고도 없이 딱 드롭을 했던 당시에 첫 몇 트랙부터 되게 인더스트리얼하고 메탈릭한 사운드가 나와서 들으면서 충격을 받았던 그 기억이 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힙합이 옛날 같은 위용이 아니라고는 해도 좀 재미있고 신선한 힙합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은 쭉 있어 왔고,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동시대 힙합을 열심히 듣고 있다는 티를 내는 케이팝 트랙들을 다수 만들어 왔기에 이번 앨범도 그런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대중성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은 음악이면서도 또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방며들은’ 팬들의 숫자가 거대하므로 그냥 팬덤이 무한히 확장해 대중의 규모가 되었다 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예미: 그래서 저는 이번 앨범에 힙합하는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사람들이 원래 가지고 있던 호불호가 이번에 특히 극명히 드러난 것 같아요. 워낙 유명한 팀이니까 힙합에 안 익숙한 분들도 방탄소년단 앨범은 한 번씩 들어보시잖아요. 그런 분들이 들어보시고 이번 음악을 좀 어렵게 생각하신 분들이 많이 보였어요. 근데 방탄소년단은 지금이 아니라 예전에 “화양연화”나 ‘DNA’나 이런 음악을 하던 시절에도 꾸준히 소리를 거칠게 쓰는 팀이었는데, 이번 앨범에서도 팀이 가지고 있는 그런 코어한 면을 끝까지 가져가는 선택을 했잖아요. 그게 별로 놀랍지가 않았고, 오히려 팀 커리어에 일관성이 있어서 마음에 들기도 했어요.
이 과정에서 마이크 윌 메이드 잇, 디플로 같은 대형 프로듀서나 아니면 제이펙마피아, 플룸, 아르테마스 같은 현시대 얼터너티브 장르의 네임드 프로듀서들과의 협업이 좀 눈에 띄었어요. 저는 방탄소년단이 이 사람들의 꿈의 세계에 있던 아티스트들이랑 본격적으로 작업을 하면서 자기 작법을 업그레이드해온 그런 궤적이 앨범에 보여서 마음에 되게 들었어요. 방탄소년단 데뷔 초창기에는 디플로나 마이크 윌 메이드 잇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했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쫓고자 했던 뮤지션이랑 이제 대등한 관계가 돼서 작업을 하게 된 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았어요.
랜디: 또 그 플룸 같은 경우는 슈가가 되게 오래전부터 샤라웃을 했던 것이 기억이 나거든요. 또 제이펙마피아나 아르테마스 등 지금 얼터너티브한 힙합, 지금 얼터너티브한 팝 하는 이름들도 눈에 띄고요. RM의 “Right Person, Wrong Place” 앨범에 리틀 심즈 같은 피처링이 있었던 게 생각이 나서 동시대 아티스트들과 일을 해보고 싶었구나 하는 인상을 받긴 했었어요.
한편 피처링은 하나도 없는 것도 특기할 만합니다. 나중에 리믹스로는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추정이 되는데요. 일단은 공식적으로는 피처링곡이 하나도 없습니다. 유닛곡도 없고, 솔로곡도 없고, 전곡을 방탄소년단 7명 포메이션으로 다 소화를 했어요. 이것도 저는 이제 팀으로서의 방탄소년단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봤습니다.
예미: 상당히 이례적인 걸로 보이는 게, 이번 앨범이 14곡 분량에 러닝타임 41분인데 이 정도면 요새 아이돌 앨범 중에서는 굉장히 큰 볼륨의 앨범이에요. 말씀하신 것처럼 피처링, 유닛곡, 솔로곡 다 없이 전 곡의 전 멤버가 다 참여하는 구성이 나온 것도 의미가 있는데, 저는 이게 멤버들이 이미 솔로 활동을 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음악을 한 번씩 해봤어서 오히려 이번 앨범에서는 그룹으로서의 방향성에 모든 멤버들이 따라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팀의 음악적 방향성을 원래도 랩 라인 멤버들이 잡고 있었어서 이번 앨범의 방향성도 팀과 멤버들이 감당 가능한 방향에 있다고 봤습니다.
랜디: 그들의 뿌리로 돌아간다는 것은 원래의 랩 라인 멤버들이 잡고 있었던 그 노선으로 가는 거다 라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좀 더 옛날 앨범들 같다는 인상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데뷔 초 방탄소년단은 확실히 랩 위주의 음악을 하는 그런 팀이었으니까요.
아리랑 앨범 속 한국: “국뽕”과 디아스포라 사이
예미: 네, 그러면 빅히트 측에서 좀 노골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한국적인 요소들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저희 ‘Body to Body’의 아리랑 샘플링이나 ‘No.29’의 성덕대왕신종 타종 녹음 같은 거요.
랜디: 앨범을 이루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는데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TS : 더 리턴”을 보면 ‘Body to Body’의 아리랑 샘플이 방시혁 씨의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제 아리랑 샘플이나 성덕대왕신종 타종 같은 아이디어가 방시혁 씨의 아이디어였다는 것을 회사발 보도자료가 너무 강조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묘 평론가님이 3월 21일날 트위터 (현 X)에 남기신 이야기를 발췌를 해보면요. 먼저는 성덕대왕신종의 음파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이렇게 트랙에 담아서 앨범에 넣는다는 게 되게 예술적으로 파격적인 선택이라는 거, 긍정적인 의미로서 ‘예술충 모먼트’라고 할 수 있다는 걸 설명을 먼저 쭉 하셨어요. 물론 미묘님은 ‘예술충’ 같은 말을 하진 않으셨어요. 제가 지금 설명을 하다 보니까 그렇게 단어를 고르게 된 건데요. 이후에 하신 말씀을 제가 대본에 좀 카피를 하였거든요. 읽어볼게요.
“그런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찜찜해지는 게, 방 의장이 국중박과 협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이 트랙을 제안했다는 보도자료가 대량으로 기사화되고 있는 점이다. 이걸 하는데 BTS의 자격이 부족하거나 서울대 미학과 학위가 필요한 건 아니잖아? 왜 아티스트의 몫으로 돌리지 않지? 크레딧은 크레딧이지. 하지만 보도자료는 다르다. 특히 케이팝에서 보도자료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게 아니라 기획 측이 보여주고 싶은 내용을 전하는 매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럼 왜 그걸 굳이 디테일 곁들여 강조하려 하는가에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BTS의 정서적 기조와도 잘 맞고, 실험적 시도로도 들리고, 철학적, 시적으로 표현으로도 보이고, 아티스트의 ‘수준’ 이외에도 위상을 보여주는 트랙도 되는데 왜 아티스트에게 돌리지 않는 걸까. 트랙 특성이, 발상이 거의 모든 것을 다 하는 트랙이다. 그런데 그 발상이 방 의장의 것이라고 강조하면 무엇이 좋은가? 아티스트가 자기 음반에서 음반사적으로 이례적이고 실험적인 시도를 하더라도 스스로 하지 못하고 사장님 지시대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좋은 건가?” 라는 말씀을 남겨주셨어요. 저도 공감이 되는 물음이기 때문에 퍼와 봤습니다.
저는 저 이제 아리랑 샘플이나 성덕대왕신종이 앨범을 이룬 전부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제 밥상을 이루는 것은 방탄소년단과 스탭과 여러 참여한 아티스트들이 협력해서 차렸는데. 그리고 저는 방탄소년단의 앨범에는 방탄소년단이 가장 상석에 앉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앨범은 제일 상석, 그러니까 가장 화제성 있는 지점마다 방시혁 씨가 앉고 싶어 한 느낌입니다. 그게 참 아쉬워요. ‘Body to Body’ 평은 저희가 팟캐스트 끝에 ‘Track by Track’으로 텍스트로 짧게 다룰 예정이니까 여기에서는 넘어갈게요.
예미: 네, 다음 곡으로는 ‘Aliens’를 얘기해보고 싶은데요. 저는 ‘Aliens’가 미국 음악업계에서 이만큼 자리 잡은 첫 번째 한국인 슈퍼스타로서의 소회와 흥미로운 견해로 느껴져서 즐거웠어요. 우리가 박찬호나 박지성 선수한테 미국 야구, 영국 축구 이런 해외 스포츠 업계에서 첫 번째 한국인이 된 그런 소회를 자주 물어보잖아요. 방탄소년단에게도 그런 얘기를 들어보면 재밌지 않나 생각했었어요. 근데 반응 나오는 걸 보면 이런 소감을 굳이 물어보는 것도 조금 낡은 정서로 느껴졌나 싶더라고요.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이 이런 얘기하는 걸 좀 촌스럽다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
랜디: 네 그런 반응들이 좀 있었죠.
예미: 요새는 이런 걸 물어보는 것보다는 봉준호 감독이나 윤여정 배우처럼 외국에서의 성과를 자기 인생에 좋은 보너스 정도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좀 더 여유로워 보이잖아요. 그걸 좀 더 쿨하게 여기는 것 같아 보였어요.
랜디: 제가 느끼기에 방탄소년단은 이제 자기 이야기를 숙고해서 내놓는다는 점이 특징이고 그럼으로써 비장미가 생기는데, 그 비장미 같은 거를 별로 쿨하게 여기지 않는 시대가 온 것 같아요. 4세대나 5세대 우리가 마케팅적으로 그렇게 분류하긴 하지만, 4세대와 5세대의 아이돌의 특징에서 보이는 거는 노력 없이 쿨한 것, 우리가 ‘effortless cool’이라고 하는 것 아니면 또 일명 ‘사랑받고 자란 티’ 이런 게 조금 더 주류인 것 같거든요. 아등바등 이렇게 부족함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더 3세대적, 구세대적이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예미: 제 생각에는 이런 조금 옛스럽게도 느껴지는 아등바등하는 그런 모습이랑, 이번 앨범의 제목도 “ARIRANG”이고, 앞에 ‘Body to Body’ 에서는 경기 아리랑 샘플링도 들어가고 이런 조금 예전 시대 스타일의 전통문화 차용이랑 둘이 합쳐져서 약간 아까 같은 노력 없이 쿨한 정서, 요새식 그런 정서를 추종하시는 분들한테는 더 구식의 인상을 더한 것 같아요. 근데 저는 삶을 그렇게 쿨하게 대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런 조금 더 아등바등하는 정서에 좀 더 공감을 하는 편이라 마음에 들었거든요.
랜디: 네, 저도 그런 편이에요. 저는 특히 제가 공연을 보러 가는 아티스트는 좀 뜨거운 음악을 하시는 게 좋거든요. 그래서 저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또 ‘Aliens’ 같은 경우는 해외에서 특히 미국 시상식, 특히 그래미 시상식에서 무대를 하게 된다면 꼭 보고 싶다는 그런 소망이 있어요. 미국은 인종이 만사에 가장 먼저 오는 굉장히 인종주의적 사고를 하는 사회라고 봐도 될 것 같은데요. 방탄소년단은 그런 의미에서는 미국에서는 영원한 이방인 신세거든요. 그러니까 우리가 대표적인 서구라고 생각하는 나라이지만 그렇거든요. 또 이제 한국에서 주류 인종으로 한국의 한국인으로 사시는 분들은 완전히 이해하기 힘든, 미국에서 사는 이민자나 유학생 또 서류 미비 이민자들 이런 등등의 이방인의 신세라는 것이 있잖아요. 근데 이제 방탄소년단이 어느 정도 그것의 representation이 되는 효과가 있어요 분명히.
그리고 특히 지금 트럼프 정권에서는… ‘alien’은 법적으로는 ‘국적 부재자’를 의미하지만, 미국 연방 이민법이 인종과 국가를 차별하던 시기에 쓰여진 단어이기에 요즘 행정 용어에서는 거의 퇴출되었어요.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행정상 사용하는 ‘alien’ 단어를 ‘non-citizen’으로 바꾸라는 지침이 내려지기도 했죠. 같은 북미 영어 문화권인 캐나다의 경우에도, ‘alien’ 같은 단어는 비포용적이라고 보며 공적인 언어로는 거의 쓰지 않아요. 그런데 트럼프 재임 이후 이것을 다시 복귀시키고 있어서, ‘alien’ 단어에는 인종차별주의와 미국고립주의 등 MAGA(“Make America Great Again”)의 맥락이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제 그런 차별적 호칭으로도 쓰이는 단어가 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 노래 ‘Aliens’라는 제목이 그런 사회적 배경 때문에 또 이렇게 뜻의 레이어가 더해지는 바가 있는 것 같아요.
예미: 그렇죠. 이제 이런 ‘Aliens’가 그렇게 해서 이방인으로서의 처지로서 시작을 해서 뭔가 좀 더 한국인으로서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까지 넘어가는 곡인데 그런 과정에서 한국적 요소를 꽤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곡들이잖아요. 근데 이런 거를 국내에서는 조금 피상적인, 소위 ‘국뽕’에 가까운 걸로 여기는 반응들이 좀 많았었어요. 그래도 외국 분들은 이런 한국적 요소 같은 것들을 한국 사람들이 보는 것보다 좀 더 신기해하고, 성덕대왕신종 정보 찾아보고 이런 식으로 좀 더 한국적 요소를 흥미로워하시는 것이 보여서 둘 간의 차이 같은 것도 같이 느껴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랜디: 먼저 제 입장을 말하기 전에 저는 어떤 사람인지를 얘기하자면, 저는 북미에서 20년 가까이 산 한인이에요. 그러니까 저 같은 한인 디아스포라 입장에서는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 중에 가장 많이 알려진 것, 가장 바깥 레이어에 있는 아리랑이 널리 퍼진 것이 되게 벅차고 자랑스러워요. 그런데 또 동시에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이 방법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느끼는 것도 왠지는 알 것 같아요.
제가 어떤 케이스를 생각했냐면, 이번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GOLDEN’으로 무대를 꾸몄잖아요. 근데 거기에 중간에 나왔던 한삼춤 이라든지 두루마기를 입은 그런 모습들이 글쎄요. 한국에서 만든 무대라기보다 한인들이 만든 것 같은 무대의 느낌을 받았다는 감상들을 보았어요. 실제로도 1년에 설날, 추석 이럴 때 북미에 있는 큰 도시들의 한인회 같은 것이 있잖아요. 그런 데서 하는 행사들을 보면, 우리가 한국의 입장에서는 저런 건 옛날에 했지, 옛날에 70년대, 80년대에 하던 패션이지 라고 생각하는 그런 패션을 하고 그런 행사들을 꾸려요. 이제 부채춤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촌스럽게 느껴지는 모습으로 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한인 디아스포라들에게는 그게 나의 뿌리의 상징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한국의 지금 동시대성보다는 옛날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것들이 그들에게는 현시성이 있고 그것이 자부심이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에서 오는 이 ‘국뽕’의 시차 같은 게 좀 있긴 해요.
예미: 아, 이게 교민분들이랑 한국에 사는 한국 사람들이랑 확실히 그게 시각과 시차가 여기서 벌어지네요.
랜디: 그런 것 같아요.
예미: 이게 한국에 사는 사람들은 약간 한국 전통요소가 있는 대중문화 창작물들을 뭔가 조금 계보를 은연중에 아는 것 같거든요. 한국 전통에 대한 대중문화 창작물이 꾸준히 만들어지면서 이게 역사가 있잖아요. 근데 이게 보통 최신으로 올수록 세련된 것이 나오잖아요,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듯이. 그러니까 옛날에는 뭔가 한식 홍보물 하면 김치가 꼭 나오고, 국악 홍보물 하면 아리랑이 일단 나오고 뭐 이러던 시절이 기억이 있는데 그러다가 최근으로 올수록 소재가 더 신선해지잖아요. 더 신선한 소재로 더 세련되게 해야지 좀 더 질리지 않고 그런 흥미가 유지가 되니까. 그래서 음악도 예시를 보면 케이팝이나 힙합 쪽 보면 어거스트 디 ‘대취타’ 라던가, 이날치 ‘범 내려온다’ 라던가 딥플로우 ‘작두’ 같은 게 꽤 오래전에 나왔잖아요. 이미 이렇게 여기까지 음악이 갔는데 그런 상황에서 앨범 제목은 아리랑, 그리고 메인 샘플 경기 아리랑 이렇게 나오는 것들이 아직 이렇게 콘텐츠가 세련되어지기 전에 좀 옛날 생각이 나는 거예요. 아직 콘텐츠도 덜 세련되고 우리나라가 영향력도 이만큼 있지 않았던 옛날 생각이 나서 좀 더 머쓱해지는 것 같아요.
랜디: 그리고 특히 그 중에서도 경기 아리랑은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각자의 인상이 너무 큰 대표적인 노래잖아요. 그리고 또 좀 부정적으로는 국수주의적인 인상까지 있는 그런 곡이잖아요. 그래서 예를 들자면, 우리 요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판매하는 MD 브랜드 ‘뮷즈’가 지금은 이만큼 세련됐지만 그렇게 되기 전 예를 들면 인사동이나 이런 데서 팔던 개밤티 전통 컨셉 장신구들 뭐 그런 거 있었잖아요. 근데 이제 이런 게 다큐멘터리에서 뷔가 말하듯이 너무 직접적으로 느껴진다라는 거예요. 그 너무 직접적인 부분들이 세련미 부족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또 방탄소년단의 이런 거를 그냥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그냥 그렇게 국뽕으로 얄팍하게 수식하는, 방탄소년단 본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울 라벨이 자꾸 이제 “너 이거 왜 안 좋아해?” “너 나라 사랑 안 해?” 약간 이렇게 윽박지르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모두 다 아는 경기 아리랑 말고 조금 더 디깅을 해서 현대 한국인에게 좀 더 낯설만한 아리랑을 소개했다면 오히려 더 반응이 좋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기는 했어요.
근데 이제 왜 경기 아리랑을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은, 이제 컴백 직전에 티저가 나왔어요. 애니메이션 티저. 그래서 그 경기 아리랑을 써야만 했었던 이유를 거기서 설명하고 있는데, 1894년 하워드 대학교에서 녹음한 조선 청년 7명의 사연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거든요. 거기에 보면 설득력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 꼭 짚고 넘어가야 되는 되게 중요한 일이 있는데, 사실 하워드 대학교가 미국 내에서 흑인이 주류인 학교였고.
예미: 흑인 대학이었죠.
랜디: 그렇기 때문에 유색인종 학생들을 받아주는 몇 안 되는 학교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거기에 입학을 하고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거거든요. 그런데 그 애니메이션이 하워드 대학교를 백인 위주의 학교로 그려버린 거예요. 사실 너무 큰 실례죠. 그래서 이제 너무 중요한 부분을 놓치신 것 같고, 하워드 대학교도 여기에 대해서 심지어 입장을 내놓으셨거든요. 그런데 하이브에서는 답이 아직 안 나왔어요. 그래서 문화적으로 섬세하지 못했던 부분이고, 이거는 비판을 마땅히 받으셔야 되는 부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미: 그래서 여기까지 이렇게 해도 아리랑 나오는 건 너무 직접적으로 한국적으로 가자고 한 거 아니냐라고 하는 여론 한편에서는, 영어 가사가 많다고 덜 한국적이라는 여론도 있었어요. 근데 이게 어쩔 수는 없는 게, 제목부터가 아리랑이니까 한국적 어쩌고 한국적 무엇인가 이런 거를 기대하게 만들 수밖에 없긴 했던 것 같거든요.
랜디: 맞아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한국어 가사를 많이 기대를 했던 입장이에요. 저는 이제 제가 해외에 살고 있으면서도, 영어가 많이 나오면 그것이 더 글로벌 reach에 이롭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저는 한국어 가사를 좀 더 많이 기대를 했거든요. 영어가 많이 나오니까 아리랑답지 않다, authentic하지 않다기보다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한국어를 훨씬 더 잘하니까 그들이 편한 모국어로 쓴 가사가 듣고 싶었다는 입장이거든요. 그리고 또 제가 전에 발행했던 Bulletproof Delivery라는 뉴스레터가 있었는데요. 거기에 ‘Dynamite’ 처음 나왔을 때 그 평을 쓰면서 썼던 말이 기억이 나요. 그때 “아마도 이 곡이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미국 내 히트곡이 되겠지만, 이들의 ‘Black Swan’이라든지 이런 노래를 좋아했던 입장에서는 ‘Dynamite’가 이들의 대표곡이 되는 것에 저항감이 있다.” 이런 식의 얘기를 제가 한 적이 있어요.
예미: 아 기억나요.
랜디: 네, 그래서 지금도 같은 아쉬움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한국어 가사가 적었던 점은 그런 점에서 저도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미: 저도 뉴스레터 구독자이기도 하고 또 그 시절을 기억을 하는 입장에서는, 방탄소년단이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지켜봤었잖아요. 그때 어떤 기억들이 있었냐면, 영어 가사 곡을 내놓으면 레이블에서 프로모션이 더 많이 나오고, 한국어 가사를 쓰면 프로모션이 줄어들고.
랜디: 맞아요.
예미: 그렇게 해서 그 프로모션의 차이가 순위 지속의 차이로 그대로 직결이 됐었던 시절의 기억이 있고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Dynamite’가 이 팀의 첫 번째 영어 싱글인데 그것도 그래서 나온 곡으로 기억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영어 가사를 많이 쓰는 게 비즈니스적 결정이 좀 있었을 것 같고, 그게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제 이번 앨범은 워낙 컴백하는 것 자체가 워낙 큰 사건이잖아요. 그래서 그 화제성이 있으니까 이걸로 밀어붙여서 한국어 가사를 좀 더 널리 퍼뜨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들거든요.
다만 이제 영어를 많이 썼다고 마냥 한국적이지 못하다고 까지는 저는 말을 그렇게는 안 하고 싶은 게, 이게 영어를 많이 쓰는 거랑 한국적 어쩌고랑 그게 여러 그런 분야들을 보면은 그게 다 무작정 연관이 있지는 않는 것 같은 거예요. 예를 들어서, 뭐 약간 인접 혹은 다른 분야일 수는 있는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따지고 보면 영어 영화였잖아요. 한국이 소재로 나오지만 영어 영화였고, 또 이제 좀 더 옛날의 소재이기는 하는데, 한국을 알리는 극을 만들자, 그런데 언어를 안 써서 문턱을 낮춰서 한국을 알리자 하던 “난타” 같은 극도 있었잖아요. 이런 여러 사례들을 생각을 해보면 한국어를 많이 써야만 한국적 창작물이 되는 거는 아닌 것 같았어요.
랜디: 그리고 또 한국어 콘텐츠로 세계를 휩쓴다는 것이 유일한 목표 미션이 될 필요는 또 없다고 생각해요. 또 시나브로 스며들게 하는 게 목적이라면 또 그런 목적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고요.
예미: 그렇죠. 그게 그것만이 음악의 목표이면 좀 그럴 수는 없겠죠.
랜디: 그렇죠 그렇죠.
예미: 근데 이게 이번 앨범이 워낙 화제작이 돼가지고 좀 다양한 분들이 들으신 것 같아요. 근데 이게 반응을 보면은 감상의 문턱이 그렇게 낮아 보이지는 않고, 또 앞에 한국과 관련한 여러 가지 얘기를 했지만 이 앨범 소리의 질감은 전반적으로 좀 미국스러웠어요.
랜디: 네, 또 앨범 분위기를 생각해보면은 좀 이렇게 스모키하고 어그레시브한 분위기죠. 지금 이 스모키하다는 그 워딩은 음악평론 팟캐스트 ‘앰플리파이드 팟캐스트’에서 유승균 PD님이 쓰신 표현인데요. 그런 바이브이고.
또 기억나는 건 김도헌 평론가님이 리뷰를 쓰시면서 “이제 피로함이 느껴진다, 페이소스가 없는 것 같다” 라고 말씀하셨던 것도 기억하거든요. 그것도 너무 뭔지 알 것 같아요. 근데 이제 저 같은 경우는 그거를 실망으로 받아들인 청자라기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아이돌 주체가 30대가 되면 생기는 일, 세상의 기대나 시끄러운 이런 것들이 지겨운. 그리고 아이돌 팬의 시선으로는 그런 샐러리맨적인 지겨움, 피로함을 대상화했을 때의 섹시함 코드 이렇게까지가 이번 앨범에서 아이돌로서의, 여성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대상화가 되는 아이돌로서의 콘셉트라고 봤습니다.
예미: 그래서 저는 이제 랜디님께 북미에 사시는 한인으로서 느끼는 방탄소년단의 존재감 같은 것에 대한 조금 다른 소회도 들어보고 싶은데요. 작년에 “케이팝 데몬 헌터스”나 배드 버니의 앨범처럼 요새 미국 시장에서 비서구권 이민자들, 비영어권 이민자들의 목소리가 좀 선명하게 드러나는 창작물들이 호응이 생기는 상황인 것 같아요. 이게 방탄소년단이 한국적인 것을 선택을 한 거에는 이런 창작물이 트렌드가 되는 상황이 좀 의식을 한 것도 있지 않을까요?
랜디: 네, 맞아요.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아마 그런 큰 흐름 안에 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또 마침 방탄소년단이 되게 긴 군 공백기를 끝내고 돌아오는 첫 컴백이기도 했고, 그래서 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좋은 타이밍이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 또 기억을 해보기로는, 2017년에 빌보드가 방탄소년단에게 탑 소셜 아티스트상을 미국에 직접 불러서 시상을 한 것이 방탄소년단의 소셜 영향력을 방송으로 전환해보고자 하는 시도이자, 또 그 당시로서 2017년 당시로서 또 인종 다양성, 문화 다양성으로 그 시상식의 diversity를 챙기기 위한 무브였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2017년에 제가 아이돌로지에 처음으로 썼던 칼럼이 그런 내용을 담고 있었어요.
지금은 미국이 트럼프 재임기잖아요. 그러면서 또 우리가 멀리서 생각하기로는, 미국 주류 문화는 이제는 완전히 MAGA인가 보다, 그냥 그 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치는 주류 백인들 문화가 이제는 완전히 주류인가 보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또 우리가 본 대중문화, 미국의 문화는 여전히 여러 인종과 배경과 다른 욕망을 가진 그런 플레이어들이 혼재되어 있는 시장이거든요. 그래서 그 저항으로 소수 인종을 대표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의 좀 이렇게 기백 있는 행보가 멋있게 보일 수 있는 장이 깔려 있는 상황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배드 버니의 하프타임 쇼 같은 경우도 진짜 굉장히 멋있는 쇼였잖아요. 진짜 이렇게 본때를 보여준.
근데 그랬을 때도 그래도 그런 비판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현실이 시궁창인데 예술로 이렇게 멋있는 거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냐, 이것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저는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특히 대중문화를 좋아하고 관련해서 말을 하는 사람으로서 대중문화는 우리의 감정과 사고와 세계관에 꽤나 큰 영향을 끼친다고 봐요 저는. 그래서 노래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지만, 노래를 듣고 마음이 움직인 사람들 하나하나가 세상을 바꿀 결정을 할 수도 있고 실천을 할 수도 있잖아요. 여전히 그런 면에서는 그런 용기 있는 창작물을 내고자 하는 예술가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요.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도 미국적인 맥락에서는 그렇게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리랑 앨범 속 음악
예미: 그래서 이제 여기까지 했으면 음악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려고 하는데, 앨범을 듣다 보니까 앨범이 처음부터 끝까지 좀 매캐한 연기에 휩싸여 있는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이게 시작이 힙합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지만, 그 뒷부분에 랩이 아니라 보컬이 메인이 되는 곡들까지도 그 연기가 이어지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가 나니까 그게 앨범의 일관성으로 보여서 마음에 들었어요.
랜디: 저는 지금 하신 말씀을 들으면서 매캐한 연기라고 표현하신 그 부분이 오토튠 같은 부분을 말씀하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러니까 앨범 전체적으로 오토튠이 되게 많이 들어갔어요. 근데 사실 방탄소년단은 래퍼 멤버도 그렇고 보컬 멤버들이 다 각자가 소리 쓰는 법이 다 굉장히 다른 팀이에요. 사실은 예전에 다른 앨범들을 들으면서도 이런 조정이 있었으면 좋았을 팀이라고 늘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이제 일반적으로 아이돌 음악 청자분들은 오토튠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거든요. 그것도 유행이라는 게 있지만. 그래서 이제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기 위해서 오토튠을 최소한으로 썼던 것 같은데요. 이번엔 이제 앨범 전체 바이브나 일체감을 위해서 되게 아낌없이 쓴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근데 또 애초에 이제 비트 자체에도 되게 인더스트리얼한 그런 소리가 많아서 그렇게 인공적으로 들리는 오토튠의 질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예미: 이게 이런 방향으로 가자라고 한 거에 대해서 멤버들끼리는 이게 충분히 서로 납득을 하고 나온 것 같거든요. 그럴 수가 있었던 거가, 멤버들이 아까 말씀드렸듯 솔로 활동을 다 해봤으니까 이건 확실히 팀으로서의 방향성이다, 우리 팀은 이렇게 가자 이런 식으로 방향성을 잡고 간 것 같거든요.
랜디: 그리고 저는 또 예상을 못했는데 이거 참 재밌다라고 느꼈었던 게, 솔로 작업물들이 이제 여럿이 있었잖아요. 멤버당 한 개에서 두 개씩 막 음반을 내고 했으니까요. 근데 이제 그 작업물 중에서 RM이 냈던 “Right Person, Wrong Place”가 사실은 저는 방탄소년단 각 멤버 솔로 작업물을 이렇게 한 줄로 세워놓으면 그 스펙트럼에서 제일 팝에서 멀리 한쪽에 치우친 앨범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ARIRANG”이 생각보다 굉장히 팝에서 멀다고 느꼈던 그 앨범과 비슷한 느낌이 난단 말이에요. 그래서 이제 생각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자기 팀의 뿌리로 여기는 것은 RM으로부터 많이 출발을 하고, 그렇게 나와 왔고 멤버들이 그거를 동의하는 형태로 이 팀의 골조가 만들어지는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어요. 여기 대본에는 쓰지 않았는데 이제 들으면서 비슷하거나 그 솔로 작업물 중에서 이번 앨범에 많은 영향이 느껴지는 앨범을 꼽자면은 그 “Right Person, Wrong Place” 앨범하고 제이홉의 “Jack in the Box” 이렇게 생각이 납니다.
예미: 확실히 둘 다 힙합 앨범들이고, 확실히 “Right Person, Wrong Place”는 진짜 팝과는 거리가 많이 멀어진 어떤 얼터너티브 쪽으로 아예 갔구나 싶었던 앨범이었어요.
다큐멘터리 〈BTS : 더 리턴〉 이야기: 셀프 프로듀싱 아래의 권력과 합의
예미: 그 다음으로는 이제 다큐멘터리 〈BTS : 더 리턴〉을 봤는데, 이 다큐멘터리의 주 내용이 이런 “ARIRANG” 앨범 같은 대형 프로젝트 안에서 있는 타이트한 합의 과정을 주로 다뤄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멤버들을 보면 되게 신기했던 게, 이 멤버들이 어쨌거나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는데 전혀 자기 성공에 도취되어 있지 않고 눈높이가 한국에 있는 일반 청자랑 되게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랜디: 네네, 그랬죠.
예미: 아리랑을 샘플링하자라는 걸 회사가 제안을 했는데 이런 걸 들으면서 뷔는 이제 이런 거 하면 아예 국뽕으로 간다고 볼 수도 있다.
랜디: 되게 거칠게 말하셨죠. “이 새끼들 진짜 국뽕으로 가려고 작정을 했구나” 이렇게 말씀하셨죠.
예미: 이렇게 가는 멤버도 있었고, 진은 이제 “저는 제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성공했어요” 이런 말을 하기도 했잖아요.
랜디: 맞아요 그런 말씀도 하셨죠. 저도 그런 점들이 다 굉장히 인상 깊었고, 추측으로는 이 다큐를 찍은 시점이 군대를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잖아요. 그래서 그랬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업계 사람들 사이에서만 늘 살아오다가 전국 각지에서 온 비업계인들 사이에 껴서 1년 반을 살아보신 거잖아요, 멤버들이. 그런데 이제 군대 전에도 사실은 이 팀은 되게 케이팝에서는 보기 드물게 인터뷰나 이런 것들을 보면 현실 감각이 번뜩이는 모먼트들을 많이 느꼈었어요. 그런데 또 군대 생활이 또 그런 성향들을 강화해 주진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예미: 뭔가 확실히 연예인보다는 보다 비연예인들 사이로 한번 있다가 오기도 했었고, 또 원래도 이 팀이 자신들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성공했는지 잘 모르는 듯한, 그런 순간들이 군대 가기 전에도 꽤 많이 보이긴 했었거든요. 그런 면들이 저는 좋았는데, 근데 이게 저는 일단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한국 청자의 입장이 다 맞기만 할 건 아닐 거예요. 해외 청자분들은 또 한국 청자분들이랑 생각이 다르실 수도 있고, 또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고 듣는 사람 말고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은 또 시각이 다르실 수 있잖아요. 이게 한국 청자가 다 옳은 건 아니에요. 근데 한국 청자들이랑 멤버들이랑 눈높이가 워낙 비슷하니까, 이 둘은 비슷한데 경영진의 시각이 둘이 너무 달라서 (멤버-청자와 경영진) 이 둘 사이에서 시청자가 좀 괴리를 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이게 앨범에 이해관계자가 워낙 많이 개입을 하게 되어 있잖아요. 이 과정에서도 멤버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거를 계속 관철을 시키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 권력관계가 좀 선명하게 보였어요. 아무래도 회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뭘 더 요구를 하게 되는 그런 식의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방탄소년단이 셀프 프로듀싱 힙합 아이돌을 내세우던 팀이잖아요. 그런 팀마저도 저런 이해관계에 얽힐 수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좀 많이 했거든요.
근데 이게 조금 저는 아쉬워지는 게, 방시혁 씨가 조사를 받는 신세가 아니었으면 이 다큐멘터리는 방탄소년단 같은 슈퍼스타가 받는 프레셔하고 그들이 이해관계 속에서 뭔가 합의 과정을 꾸려나가는 그런 과정 자체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이 메시지가 조금 더 순수하게 전달됐으려면 방시혁이 이 신세가 아니었어야 했던 것 같아요.
랜디: 맞아요.
예미: 저는 이런 다큐가 약간 테일러 스위프트 같이 서구권에 있는 팝스타들도 이렇게 합의 과정을 거치는 걸까 이런 걸 고민해보게 만드는 게 저에게는 좀 즐거웠거든요.
랜디: 또 아티스트마다 다 다르죠. 경우마다 다 다르고 또 레이블과의 관계 이런 것마다 다 다르긴 한데, 요즘 많이 아티스트들이 불만을 표출하거나 또 이제 사람들에게 SNS 등을 통해서 고발하거나 이런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이름을 잘 아는 슈퍼스타들조차도 레이블들이 푸쉬하는 점들, 또 이제 예를 들어서 소셜 임팩트 같은 거를 자기네들은 홍보를 해주지 않을 거지만 네 아티스트가 미리 알아서 만들어 와라. 이런 식의 요구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그런 알력 싸움은 음악 산업계에서 항상 있어 왔어요. 언제나 있어 왔어요.
근데 이제 제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좀 인상 깊었던 것은, 방탄소년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같이 일하는 하이브 사람들에게 굉장히 많은 예의를 보이고 있고. 그들은 사실은 슈퍼스타이기 때문에 더 고집을 부리려면은 부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거든요, 제가 비슷한 체급의 다른 팝스타들을 생각해보면. 근데 그런 것에 비하면은 굉장히 존중을 하면서 이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쉬웠던 게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방시혁 씨가 지금 조사를 받는 신세이시면서 아까 초반에 얘기했던 것처럼 이렇게 중요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BTS, 방탄소년단의 오랜만에 컴백 앨범에 너무나 화제성 있는 거, 주목받는 성과를 본인 이름으로 내고 싶어 하신다는 그 점이 많이 느껴진 것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다큐가 순수하게만 보이지 않는, 그러니까 감독의 의도였을지는 그것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 마음의 껄끄러움이 생기는 점이었다는 것을 짚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아이돌 이상이 되어버린, 아이돌이고자 하는 7인의 현재
예미: 이게 이런 방시혁 씨의 지금 현재 상황도 있고, 방탄소년단 같은 팀은 한국 소프트파워의 상징이 돼가지고 방시혁 씨의 영향력 말고도 이 사람들이 한국에서 가지고 있는 이 상징성 자체가 너무 커서, 이 상징성에서 앨범 제작, 감상, 프로모션까지 아무것도 자유롭지가 않았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앨범을 듣는 분들이 우리나라 문화산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니면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런 견해가 앨범 감상에 그대로 투영이 되는 경우들도 좀 보였었어요. 애시당초에 한국 문화산업을 비판적으로 보시던 분들이라던가, 케이팝을 비판적으로 본다던가, 아니면 하이브 방시혁 의장에 대해서 아주 비판적으로 보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으신 그런 분들은 이제 앨범이든, 방탄소년단의 거의 모든 행보를 매우 비판적으로, 부정적으로 보시는 그런 모습들도 좀 봤었거든요.
랜디: 네, 보이는 것 같아요.
예미: 그런 외적 요소들이 너무 크게 보이는 상황이잖아요. 근데 그 와중에도 멤버 7명은 어쨌건 간에 음악가로서 원하는 음악을 하고자 하고 아이돌로서는 팬에게 충실하려고 하는,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에 충실하려는 자세가 보였었는데 이게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랜디: 저는 요즘 제 주변 분들의 리액션이나 이런 것들도 보면은 재미있다고 느낀 점이, 너무 유명하다 보니까 원래 아이돌이라는 것은 사실 굉장히 서브컬처고 (특히 남자 아이돌의 경우, 여성 팬들의 독특한 팬덤 문화가 있음) 매니아들을 위한 존재잖아요. 그런데 너무 유명하다 보니까 아이돌로서 팬에게 충실하려는 그 모습 자체에도 뭐랄까, 요즘 ‘팬아저’가 원래는 ‘팬 아니어도 저장하는 짤’이라는 뜻인데, 되게 유명해진 밈이 있잖아요. ‘팬 아닌 아저씨는 빠져’라는 밈이 되어서 그러니까 그런 ‘팬아저’ 같은 존재에 팬이 아닌 분들, 아저씨들, 그러니까 이 아이돌 문화에 (특히 여초 팬덤 남자 아이돌 문화에) 깊이 관심이 없으셨던 분들에게도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라든지 앨범이라든지 그런 게 가닿기 시작하면서 그분들이 좀 못마땅히 여기고 비판을 하신 경우들도 본 것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그 이제 방시혁 의장에 대한 견해라든지 이런 것과도 무관하게.
예미: 아, 아예 약간 아이돌 문화 외부인들도 너무 잘 아는 그룹이 되어버렸죠.
랜디: 그런 것 같은데 이제 또 제 생각에는 그분들은 방탄소년단이 유명세에 비해서 자신에게는 그만큼 어필하지 않았기에 유명함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하시는 비판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 얘기를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유는, 예전에 예미님이랑 같이 ‘유명유’라는 표현 요즘 많이 유통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제 그분들은 “유명한 걸로 유명해진 거지 실제로 유명한 건 아니야”, “내실이 없어”라는 주장이신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보면서 그거는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근거있는 비판은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근데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를 저도 생각해 봤는데, 일단은 방탄소년단은 아까 말한 것처럼 아이돌이고, 아이돌은 서브컬처고 (특히 남자아이돌은 여성 팬들의 독특한 팬덤 문화가 있고), 그들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만 열광적인 사랑을 받는 존재란 말이에요.
예미: 그 이외에는 ‘잘 모르겠다’ 등등의 다른 반응을 받기도 하고요.
랜디: 네, 정상적인 거고요. 근데 이제 그런 ‘팬아저’ 그분들을 제외한 반경에서 유명하고 열광적인 사랑을 이끌어내고 있음은 분명하잖아요. 그리고 또 방탄소년단은 그 팬들에게만 오로지 관심 있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아요. 방탄소년단은 아이돌 중에서도 조금 유난스럽게 많은 수록곡들이 팬송이고, 또 이번에 넷플릭스 공연 같은 경우도 토크의 대부분이 자기 눈앞에 있는 아미들,
예미: ‘아미 여러분’이 주청자였어요.
랜디: 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아미를 호명을 하고 그래서 넷플릭스 시청자 전체를 향해 있지 않았잖아요. 근데 그런 부분을 못마땅해 한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았어요.
예미: 약간 옛날 가수들 중에서는 그런 뭔가 스피치를 할 때 ‘국민 여러분’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거하고는 아주 큰 차이가 있죠.
랜디: 맞아요, 근데 또 그분들의 비판도 들을 구석이 있는 게, 광화문에서 공공의 장소에서 공연을 하고 넷플릭스로 중계를 하고 해서 너도 나도 오라고 해서 그런 줄 알고 가봤는데 소외감을 느끼신 거죠. 근데 그런 섭섭함도 너무 알 것 같아요. 근데 그냥 아이돌로지의 사람으로서 얘기를 하자면은, 원래 아이돌 문화는 아저씨들을 소외시키는 문화예요. 아저씨들이 만들긴 하시는데 이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아저씨들이 별로 아니고, 이제 주로 여성 문화고 여성 청소년 문화이기 때문에…
예미: 어린 사람들..
랜디: 그런 소외감을 느끼신 것에 대해서 너무 섭섭하지 않으셔도 된다. 왜냐하면 여러분을 catering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문화가 애초에 아니기 때문이다.
예미: 여러분을 위한 건 아닙니다만 사랑받는 존재인 것은 알고 계세요.
랜디: 네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미: 네, 오늘은 이 정도로 마무리해보도록 할게요. 랜디님 오늘 어떠셨어요?
랜디: 네 아이돌로지의 첫 팟캐스트에 이렇게 예미님과 대담으로 출연하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저희가 약간 아이돌로지에서 방탄소년단 담당? 약간 그런 비스무리한 거 아니겠습니까? 책임감을 느꼈던 프로젝트를 잘 끝내게 돼서 기쁩니다. 예미님은 어떠셨어요?
예미: 저도 약간 이 팟캐스트를 기어코 여기까지 해냈구나, 뜻밖의 일이 커져버린 것 같지만 결국 해내긴 했다라는 사실 자체가 지금 좀 많이 놀라웠어요. 그래서 같이 한번 랜디님과 방탄소년단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저한테도 의미가 있는 가수이고 큰일이었잖아요.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을 수 있어서 너무 고마웠어요.
랜디: 네, 감사합니다 네.
예미: 그럼 오늘 시간은 이렇게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아이돌로지 팟캐스트는 다음 편에도 흥미로운 주제를 가지고 돌아오도록 할게요.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랜디: 네, 감사합니다.
Track by Track 리뷰
영상 말미에 수록된 앨범 Track by Track 리뷰는 여기에서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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