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 Be Natural (2014)

Be Natural
SM 엔터테인먼트
2014년 10월 13일
트랙리스트
  1. Be Natural (Feat. SR14B `TAEYONG (태용)`)
음반소개글

김윤하: 'Be Natural'이 물이 오를 대로 올랐던 그룹 S.E.S와 작곡가 유영진의 숨겨진 수작이자 그렇기 때문에 흥행과는 상관없는 SM 엔터테인먼트 황금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에는 반론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남는 의문은 하나다. 이 노래를 왜, 2014년에, 이제 갓 데뷔곡을 발표한 그룹에게 다시 부르게 했느냐는 점이다. 시대를 넘어선 명곡의 재조명? 자사의 유구한 역사의 증명? 이도 저도 아니라면 레드 벨벳이 직계 걸그룹이라는 명분의 제시? 정확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심오한 함의가 있다 해도 이 뜬금없는 리메이크를 대중들에게 납득시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데뷔곡 '행복(Happiness)'과의 커다란 갭도 데뷔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이들의 빠른 이미지 소모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미묘: 일전에 쓴 리뷰에 대한 오해를 조금 받았는데, 나는 이 곡이 형편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역량에 부치거나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좋은', 혹은 '그 정도가 좋은' 지점이 분명 도사리고 있다. 그런 기묘함이 있는, 흥미로운 릴리즈.

MRJ: S.E.S의 고전을 커버한 곡이지만 내게는 너무 생기 없게 다가왔다. 보컬은 레드벨벳 멤버들이 분명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을 못 따라가고, 댄스는 어색해 보였으며, 전체적인 퍼포먼스도 부족해 보였다. 마치 멤버들이 이런 스타일의 노래와 춤에 익숙하지 못한 것만 같았다. 다음의 링크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lj7aojqkA

유제상: S.E.S의 외연을 넓혀준 문제의 곡이 14년 만에 재등장. 뮤직비디오를 보고 들으면 이 곡의 존재 이유가 한 번에 드러난다. 검은 장발에 정장을 갖춰 입은 멤버들의 춤사위가 실로 근사하고, 노래는 끈적한 원곡에 비해 훨씬 매끈해졌다. 솔직히 말해 평자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존재감을 강요하듯 드러내는 바다의 목소리 때문에 S.E.S의 원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레드벨벳 때문에 원곡의 인상마저 바뀌어버렸다. 이제 평자 같은 삼촌팬도 생기고 어린 여덕들은 더 늘어나겠지.

조성민: 원곡을 망쳐놨다. 원곡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면 충분히 정면승부가 가능할 만한 퀄리티로 내놓았어야 했는데, 참패했다. S.E.S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하는 과정에서 활용했던 모던 재즈의 이미지는, 그러나 이제 겨우 두 번째 노래일 뿐인 레드벨벳에게서는 아무런 화학 작용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MR을 원곡 그대로 사용해가면서까지 이 노래를 커버했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더욱 절망적인 것은 비주얼이다. 원작의 뮤직비디오의 경우, S.E.S 특유의 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모던 재즈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전체 작품의 퀄리티를 어떤 독보적인 위상으로 끌어올렸다. 그와 달리 이번 커버작의 뮤직비디오는 요즘 거의 모든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안무 연습 영상과 큰 차별점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심지어 레드벨벳에게 상당히 큰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안팎으로 다사다난한 기획사의 분위기가 이제 갓 데뷔한 신인에게 덧씌워지는 것부터가 이미 악재인데, 그 와중에 나온 이 '안무 연습' 뮤직비디오는, 실제로 그러한지와는 별개로, '휘청이는 거대 기획사의 준비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하기 쉬워 보인다. 실제로 이번에 레드벨벳이 시도한 의자를 활용한 재즈댄스는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이 능숙하게 소화해내기에는 무리가 있는 안무인데, 이미 연습생 시절(SM 루키즈)에 티저를 띄운 바 있었다는 홍보 문구 하나로 '프로' 무대에 올려버려서 레드벨벳 멤버들의 부족한 실력과 완숙미 등을 감춰주진 못할망정 더 크게 부각하고 있다. 그 어떤 새로운 점도 없는, 그렇다고 예전과 지금 각자의 매력을 살리지도 못한, 모든 이들에게 상처뿐일 작품 되겠다. 이런 작품은 '불후의 명곡 2'에서 한 번쯤 보는 걸로 충분했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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