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1일 ~ 20일에 발매된 아이돌 언저리 신작들에 대한 필진들의 단평이다. 레드벨벳, 보이프렌드, 빅스, 송지은, DGNA(대국남아), 크레용팝-딸기우유, 걸스데이, 서인영, 유니크, 비스트를 들어보았다.
김윤하: 'Be Natural'이 물이 오를 대로 올랐던 그룹 S.E.S와 작곡가 유영진의 숨겨진 수작이자 그렇기 때문에 흥행과는 상관없는 SM 엔터테인먼트 황금시대의 산물이라는 점에는 반론할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남는 의문은 하나다. 이 노래를 왜, 2014년에, 이제 갓 데뷔곡을 발표한 그룹에게 다시 부르게 했느냐는 점이다. 시대를 넘어선 명곡의 재조명? 자사의 유구한 역사의 증명? 이도 저도 아니라면 레드 벨벳이 직계 걸그룹이라는 명분의 제시? 정확한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그 어떤 심오한 함의가 있다 해도 이 뜬금없는 리메이크를 대중들에게 납득시키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데뷔곡 '행복(Happiness)'과의 커다란 갭도 데뷔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이들의 빠른 이미지 소모가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미묘: 일전에 쓴 리뷰에 대한 오해를 조금 받았는데, 나는 이 곡이 형편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멤버들의 역량에 부치거나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것으로 좋은', 혹은 '그 정도가 좋은' 지점이 분명 도사리고 있다. 그런 기묘함이 있는, 흥미로운 릴리즈.
MRJ: S.E.S의 고전을 커버한 곡이지만 내게는 너무 생기 없게 다가왔다. 보컬은 레드벨벳 멤버들이 분명 소화할 수 있는 만큼을 못 따라가고, 댄스는 어색해 보였으며, 전체적인 퍼포먼스도 부족해 보였다. 마치 멤버들이 이런 스타일의 노래와 춤에 익숙하지 못한 것만 같았다. 다음의 링크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kClj7aojqkA
유제상: S.E.S의 외연을 넓혀준 문제의 곡이 14년 만에 재등장. 뮤직비디오를 보고 들으면 이 곡의 존재 이유가 한 번에 드러난다. 검은 장발에 정장을 갖춰 입은 멤버들의 춤사위가 실로 근사하고, 노래는 끈적한 원곡에 비해 훨씬 매끈해졌다. 솔직히 말해 평자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존재감을 강요하듯 드러내는 바다의 목소리 때문에 S.E.S의 원곡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레드벨벳 때문에 원곡의 인상마저 바뀌어버렸다. 이제 평자 같은 삼촌팬도 생기고 어린 여덕들은 더 늘어나겠지.
조성민: 원곡을 망쳐놨다. 원곡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다면 충분히 정면승부가 가능할 만한 퀄리티로 내놓았어야 했는데, 참패했다. S.E.S가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하는 과정에서 활용했던 모던 재즈의 이미지는, 그러나 이제 겨우 두 번째 노래일 뿐인 레드벨벳에게서는 아무런 화학 작용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MR을 원곡 그대로 사용해가면서까지 이 노래를 커버했어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더욱 절망적인 것은 비주얼이다. 원작의 뮤직비디오의 경우, S.E.S 특유의 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이미지가 모던 재즈와 상승 작용을 일으키면서 전체 작품의 퀄리티를 어떤 독보적인 위상으로 끌어올렸다. 그와 달리 이번 커버작의 뮤직비디오는 요즘 거의 모든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안무 연습 영상과 큰 차별점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심지어 레드벨벳에게 상당히 큰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안팎으로 다사다난한 기획사의 분위기가 이제 갓 데뷔한 신인에게 덧씌워지는 것부터가 이미 악재인데, 그 와중에 나온 이 '안무 연습' 뮤직비디오는, 실제로 그러한지와는 별개로, '휘청이는 거대 기획사의 준비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게 하기 쉬워 보인다. 실제로 이번에 레드벨벳이 시도한 의자를 활용한 재즈댄스는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신인이 능숙하게 소화해내기에는 무리가 있는 안무인데, 이미 연습생 시절(SM 루키즈)에 티저를 띄운 바 있었다는 홍보 문구 하나로 '프로' 무대에 올려버려서 레드벨벳 멤버들의 부족한 실력과 완숙미 등을 감춰주진 못할망정 더 크게 부각하고 있다. 그 어떤 새로운 점도 없는, 그렇다고 예전과 지금 각자의 매력을 살리지도 못한, 모든 이들에게 상처뿐일 작품 되겠다. 이런 작품은 '불후의 명곡 2'에서 한 번쯤 보는 걸로 충분했을 뻔했다.
김윤하: 너무 상큼하고 산뜻해 가끔은 부담스러울 정도였던 그들이 이렇게 '흑화'한지도 벌써 2년이 되어 간다. 일본에서의 활동이 본격화되면서 그야말로 갑작스레 방향을 튼 이들의 강한 남자 노선은 정규 1집의 '아이야'를 신호탄으로 '야누스', '너란 여자'를 거쳐 이 곡 'Witch'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데, 이쯤 되면 곡이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를 떠나서 이 근성 자체를 팀 컬러로 인정해 주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자기반성마저 들게 된다. 그렇게 미련의 끈을 놓으려는 찰나, 네 번째 트랙 'On & On'이 들려온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보이프렌드가 꾸준히 입어온 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어서 갈아입어 주기만을 오늘도 내일도 빌어본다.
미묘: 마구 쎈 척하는 인트로는 미안하지만 "왜 이러세요"싶다. 타이틀인 'Witch' 또한 인상에는 확실히 남긴 하지만, 선 굵은 사운드의 모티프에 비해 보컬이나 팀 컬러, 그리고 곡 자체의 매력이 충분히 받쳐주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재밌는 것은 3번 이후의 트랙들이다. 지금까지 보이프렌드의 음악이 내게 거북살스러웠다면 해맑고 천진한 보이밴드 클리셰 집합체 느낌 탓인데, 오히려 그 기조를 뻔뻔할 정도로 고집하는 이 곡들이 이 음반에선 훨씬 빛나게 들리는 것이다. 첫 두 곡에 의한 대비일까, 아니면 이제야말로 보이프렌드가 무르익은 것일까.
MRJ: 보이프렌드의 신곡은 '준수'(solid)하다. 혁신적이진 않지만, 또한 나쁘지도 않다. 내게는 매우 평이하게(average) 느껴졌다. 곡 내내 mp3 같은 저음질 사운드가 들리는 듯한데, 마치 뮤직비디오 감독이 임시로 마스터 오디오 트랙의 mp3 버전을 받았다가 최종 렌더링할 때 바꾸는 걸 잊기라도 한 것 같다. 그런 효과를 낸 것은 프로덕션으로서 이상한 선택인데, 곡 자체가 매우 퀄리티 낮게 들리도록 하기 때문이다. 다음의 링크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xPCA3AnnZ0
조성민: 때로는 귀에 거슬리지 않는 무난함이 가장 큰 거슬림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이런 음반을 들으면서 느낀다. 보컬은 다른 그룹보다 크게 색다를 것이 없고, 랩은 요즘 상향 평준화된 아이돌 래퍼 평균 수준에 못 미치는 것 같다. 그나마 꾸준히 퍼포먼스로 어필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오는데, 문제는 퍼포먼스가 아니라 일관성 없는 트랙 배치와 아무런 특색이 없어 보이는 팀 컬러에 있는 것 같아서 어쩐지 엉뚱한 곳에 힘을 쏟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김윤하: 콘셉트도 가요 프로그램 순위도 갈 데까지 가봤다. "Error"는 데뷔 3년 차 막 전성기를 맞이한 아이돌 그룹 특유의 활기와 패기가 느껴지는 결과물이다. 흡혈귀와 좀비에 이은 사이보그를 또 다른 충격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제 그런 것들 자체가 부수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타이틀곡 'Error'에서 빅스 특유의 타르처럼 검고 진득한 무드를 비집고 터져 나오는 후렴구 '나를 놓치기 싫어 / 나를 더 망치기 싫어'는 '다칠 준비가 돼 있어'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작곡가 황세준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파트이자 지금껏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켄 이외 또 다른 메인 보컬 레오의 매력을 새롭게 어필할 수 있는 킬링 포인트다. 빅스 앨범의 특징이라면 타이틀곡 이외에도 꽤 괜찮은 싱글들이 늘 수록된다는 점인데, 이번 앨범에서는 군더더기 없는 상쾌한 보이 팝 'Time Machine'을 꼭 놓치지 않길 바란다.
MRJ: 이 곡은 2014년 나의 최고의 곡 중 하나이다. 보컬 편곡, 노래와 녹음도 놀랍고, 연주 트랙도 아름답게 만들어졌으며, 뇌리를 벗어나지 않는 멋진 뮤직비디오도 걸작인 이 노래에 곁들여졌다. 빅스는 데뷔 후 매우 단시간에 다른 엘리트 그룹들 틈을 뚫고 케이팝 음악 세계의 정점으로 솟아오른 그룹이다. 다음의 링크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tXff_YzbT0
유제상: 묵직한 워블 베이스의 여는 곡 'Steel Heart'에 뒤이어 타이틀곡 'Error'로 이어지는 흥겨움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수록곡이 전반적으로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한 것도 미덕. 간결한 구성에도 불구하고 '이땐 흥겨운 후렴구가 나와줘야지', '이땐 다다다 랩이...'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적절히 각 요소들이 등장하는 것도 반갑다. 빅스가 안정기에 접어들었음을 공표한 앨범.
조성민: 빅스는 2012년 아이돌 붐에 데뷔한 팀 중 가장 주목해야 하는 팀이 아닐까 한다. 사실 이미 어떤 성공 모델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리스너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판타지 스토리텔링에 기반을 둔 드라마틱한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소화해내는 능력이 동급 아이돌 중에는 단연 최고인데, 이 능력이 심지어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앨범 전체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전에는 전체 곡에서 종종 섞이지 못하고 둥둥 뜨는 듯한 인상을 주었던 래퍼 라비가 이번 앨범에서부터 드디어 곡과 완벽하게 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래핑 실력은 둘째 치고 가사를 잘 쓴다는 큰 장점이 있는 그가 곡에 녹아들기 시작했다는 것은 앞으로 이어질 빅스의 음악적 커리어에 있어서 굉장히 기대할만한 점인 것 같다. '사이보그'라는 콘셉트 아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는 트랙들도 마음에 들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뮤직비디오. 전체 트랙을 관통하는 스토리에 퍼포먼스 포인트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아이돌 장르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타이즈드-댄스 뮤직비디오를 완성도 있게 만들었다. 다만 영 신경이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무대 연출인데, 일단 콘셉트를 과감하게 차용한 것치고 분장이나 의상이 지나치게 무난하다. 그리고 후렴구에서는 사이보그 인간이 제자리에서 달리는 동작이 각각 두 번씩 등장하는데, 한 번 정도는 다른 동작으로 변주를 시도했을 법도 한데, 느리고 단조로운 동작이 후렴 내내 연달아 이어지다 보니 '보는 맛'이 줄었다. 몸에 있는 플러그를 뽑거나 꽂는 동작이나 기계를 형상화한 몇 가지 동작들을 좀 더 활용했다면 더 재미있는 무대가 됐을 것도 같은데. 물론 시작 부분과 수미상관을 이루는 엔딩 동작이라든가, 클라이맥스에서 레오가 중앙으로 달려 나오는 퍼포먼스 등 덕분에 이미 충분히 인상적이긴 하다. 장담하건대 빅스는 지금 성장하고 있으며, 이 성장세는 앞으로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acrostar: '쳐다보지마'가 나온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또 신곡이 나왔다. 이번에는 솔로 미니 앨범이라는 정식 명칭이 붙어있고 약간 빠른 곡이고 음반 타이틀은 '스물 다섯'이다. 송지은은 특유의 어색함이 있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선 그게 좋으면 너무 좋은 거고, 그게 영 적응 안 되면 어려운 거고...
MRJ: 나는 시크릿에서 효성을 가장 좋아하지만, 지은은 근소한 차로 2위이며, 그녀의 음색을 무척 좋아한다. '예쁜 나이 25살'은 업비트의 신 나고 유쾌한 트랙이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웬만한 곡들보다 많은 장점을 지녔다. 그녀의 역동적인 보컬을 선보이는 것 외에도, 이 곡은 굉장히 훵키하고 그루비하며, 그녀의 토킹/랩 파트는 무척 참신하여 기대하지도 않았던 즐거움을 안긴다. 다음의 링크에서 이 곡과 뮤직비디오에 관한 나의 분석 전체를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Y-2xW4eTw
유제상: 다소 늘어지는 느낌의 선발표곡 '쳐다보지마'와 정반대의 훵키한 타이틀 '예쁜 나이 25살' 포함 다섯 곡을 수록한 미니앨범. 곡들이 대부분 정성스럽게 만들어져 있으며 20대 아이돌 고유의 느낌도 잘 살아있다. 앞서 리뷰한 '쳐다보지마'도 프로모션에 불만이 있었을 뿐 곡은 괜찮았으니, 이 정도면 양질의 앨범이라 하겠다. 사실 인트로 'Janus'와 '예쁜 나이 25살'에 취향을 직격 당하다 보니 오히려 '시크릿 본진이 이 앨범의 곡으로 활동했어야지!'란 생각마저 든다. 송지은의 팬들에게는 죄송.
조성민: 스물다섯 살 여자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세련된 팝 앨범. 모든 측면에서, 송지은이 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의 것만 모아서 펼쳐둔 느낌이다. 이는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는 '아티스트'나 '디바', '보컬리스트' 따위의 수식어를 제쳐놓은 대신 '한창 예쁠 나이, 스물다섯의 송지은'을 중심에 둔 덕분일 것이다. 시청자들은 그 덕에 다른 어떤 것이 아닌 '예쁜 스물다섯 송지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작품에 방해될만한 장애물들을 제거하고 아티스트를 중심 전면에 배치한 작품은 최근에는 현아의 '빨개요' 정도뿐이었던 것 같은데, 송지은은 전체 앨범에서 '예쁜 나이', 아름다운 청춘의 시간을 만끽하는 여유까지 보여주고 있어 무척 편하게 감상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도 종종 찾아 듣게 될 것 같다.
유제상: 뭐니뭐니해도 이번 싱글은 콘셉트를 잘 잡았다. 슬슬 추워지는 10월에 정글 난동(?)이라니 신선할 수밖에. 그리고 타이틀 곡 'Rilla Go!'가 잘 뽑혀 나왔다. 흥겨운 기타 전주에 기교를 부린 (그러나 과하지 않은) 비트까지 고만고만한 곡들과는 확실히 퀄리티가 차별화되어 있다. 대국남아 입장에서는 실로 기존의 싱글과는 비교를 불허할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 이제 '일본 활동이 메인인 양산형 아이돌' 대국남아는 없다고 봐도 좋을 듯.
조성민: 레드벨벳 '행복'보다 살짝 고위도 지방으로 간 것 같다. 무대 위에서 완성되는 일반적인 아이돌 댄스 팝과 달리, 그냥 음원으로만 듣는 게 차라리 매력적으로 들리는 느낌도 있다. 음원만 들었을 때는 한바탕 정글 난장판이라도 벌어져야 할 것 같은데, 정작 무대는 그냥 분장이 강렬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차라리 '차분하다'.
미묘: 크롬 엔터테인먼트가 이번에는 간보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네 곡과 각각의 인스트루멘탈을 전부 수록한 것 또한, 어떤 루트를 선택할지 애매한 심경을 드러내는 듯하다. 곡들의 구체적인 면모 또한 그렇다. 'OK'는 로킹한 사운드에 시끌벅적하고 별난 매력을 선보이고, 'Feel So Good'은 단발머리와 다소 노선을 병합하면서 "핫둘셋" 등으로 아저씨를 겨냥하는 애교를 담았으며, 'Hello'는 처연한 감정을 뜨겁게 뿜어내는 발라드, '알려주세요'는 소녀 아이돌스러운 달콤하고 부드러운 R&B 발라드이다. 다른 음반이었다면 이런 산만함이 감점요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음악적 차별화에 대한 욕심에 비해 역량이 한참 못 미치던 크롬 엔터테인먼트의 기존작들과 비교하면 상당한 퀄리티 향상이 더 크게 다가온다. 다소 '다른' 아이돌을 지향하며 시작해 마침 그것이 효과를 거두기까지 한 뒤, 다소 판단착오가 있었던 듯한 크롬 엔터테인먼트다. 다소 뻔한 아이돌 음반의 수록곡들 같지만, 그것은 그 '뻔함'의 위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방증. 그들이 상업적 설득력과 '다른' 아이돌의 이상 사이에서 앞으로 어떤 항로를 잡아나갈지 무척 궁금해진다.
유제상: 1. 크레용팝이 윙크, 테이스티처럼 쌍둥이 그룹이 되어버렸다...는 아니고. '딸기우유'란 이름 아래 쌍둥이인 초아와 웨이의 유닛 활동 개시, 2. 타이틀은 흥겨운 곡 'OK'. "귀여운 여자아이가 둘인데 얘들이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하죠?"란 질문의 전형적인 답 같은 곡이다. 3. 크레용팝 시절을 생각하면 곡의 만듦새가 매우 깔끔하다. 이제야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온 느낌. 4. 인스트루멘털을 제외한 수록곡은 총 네 곡. 이 중 두 곡은 흥겨운 곡, 나머지 두 곡은 (과하게) 진지한 곡이다. 5.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넘쳐나는 뮤직비디오를 보며,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스미스 요원이 "Me, Me, Me..."를 외치는 장면을 떠올렸다. 6. 수록곡들이 인상 깊지는 않지만, 정성 들여 만들어졌음은 분명하다. 이제 엽기적인 이미지도 많이 씻겨졌으니 크레용팝 본진도 이 정도 퀄리티로 밀어주시와요.
조성민: 정말 놀랍게도, 4개 트랙 중 2개가 발라드 트랙이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보컬은 우리가 2000년대 초중반쯤에 익히 들었던 '칠공주 벨소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렇다, 그 128화음의 풍부한 사운드... (하략)
macrostar: 요즘 하루에 20분씩 자면서 살고 있다는 걸스데이는 말 그대로 최고의 시기를 구가하고 있다. '보고싶어' 뮤직비디오는 1년 전에 찍었다고 하는데 지금의 '밝음'과는 약간 다른 풍이다. 그런 만큼 약간 심심하다 싶기도 한데 팬이라면 두근거릴 처음 보는 표정이 가득.
미묘: '나를 잊지 마요' 같은 분위기를 기대하게 하는 인트로에 이어지는 것은 훨씬 정격적인 발라드 트랙. 걸스데이는 요즘 내는 음반마다 한 멤버씩을 주인공으로 잡는 듯한데, 그것이 이번에는 혜리인 모양이다. 버스(verse)에서 들리는 혜리의 보컬은 교차되는 민아나 소진에 비하면 무척 투박한데, 그것이 '보통 여자애 같은' 느낌으로 진솔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음반의 나머지 트랙은 전부 기존에 발표했던 곡들인데, 비교적 오래된 곡들에서 한껏 능란해진 보컬의 '필'이 재미를 더한다.
유제상: 이별을 노래한 '보고싶어'를 타이틀로 'Look At Me', 'Show You', 'I Don't Mind', 'White Day'의 다섯 곡을 수록. 방방 뜨는 곡이 없어서 다비치나 써니힐 앨범을 들은 줄 알았다. 가을이라는 계절감도 살리고 이미지의 외연도 확장할 수 있으니 좋긴 한데, 기존 활동과의 텀도 짧고 곡들도 전반적으로 심심해서 '좀 급하게 나온 거 아닌가'란 생각이 드네. 누군가는 예능으로 인지도가 상승한 혜리를 보기만 해도 기뻐하겠지만.
유제상: 서인영에 Zion.T 파츠를 장착. 그러나 그루비한 비음왕을 데려다 놓고는 일반 듀엣곡에 어울리는 평이한 창법을 시키니 치간 칫솔로 귀를 파는 기분이다. 참여한 인원들은 '춤 안 추는 서인영, 얌전히 노래 부르는 Zion.T'의 의외성에 기대어 즐겁게 만들었겠지만, 대중을 설득하기에는 호소력이 약한 곡. 조합이 아까우니 설령 그것이 뻔하다 해도 한 곡 더 만들어서, 힙합 비트의 서인영 춤추는 노래에 Zion.T가 피쳐링해주면 안 될까?
유제상: 한국인 멤버가 둘, 중국인 멤버가 셋인 다국적 남성 아이돌 유니크의 데뷔 싱글. 타이틀곡 'Falling In Love' 뮤직비디오를 보니 최초 교복을 입고 등장, 이후 현대 남성 아이돌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콘셉트로 복장을 바꾼다. 거의 패션쇼 수준으로. 게다가 은은한 타이틀곡과 비교해 다투자 풍의 2번 트랙 'Born To Fight'를 들으니 '유니크의 유니크함은 유니크하지 않은 것'이란 생각마저 든다. 일단 이 싱글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느낌이 강한데, 자기 색깔을 내세울 다음 기회가 있겠지.
조성민: 한·중 합작 그룹이라서인지, 스타일링 등의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묘하게 슈퍼주니어-M이나 EXO-M, 테이스티 등 중화권을 타겟으로 한 여타 아이돌에게서 느꼈던 것과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프로듀싱을 줌바스 뮤직에서 맡았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신인 그룹이 소화하기엔 너무 어려울 법한, 딱히 포인트가 될 만한 부분 없이 흘러가버리는 전개의 타이틀곡은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아직 정확히 어느 부분이 '유니크'한지 모르겠다.
미묘: 세 박자 곡은 확실히 리리컬한 느낌이 살기 쉽지만, 또 느끼해지기 쉽기도 하다. 이건 필시 취향의 영역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전작에서 조금 친해지기 힘들던 바로 그 질감이 더 강해져 다소 부담스럽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더 선명해진 스토리라인과 서정성 속에 적절히 호흡을 밀었다 당기면서 다소 자극적인 사운드 소스로 포인트를 준 밸런스는 무척 능란하게 느껴진다. '12시 30분'이 어느 때보다도 폭넓은 층의 애호를 기대할 만하다면 이런 잘 만든 '가요'로서의 강한 설득력에서 기인할 것이다. 음반으로서의 흐름 또한 무척 매끄러운데, 그러면서도 각각의 트랙이 서로 확연히 구별되는 개성을 드러낸다는 점 역시 무척 인상적이다.
유제상: 개인적으로 정말 별로였던 "Good Luck" 이후로 약 4개월 만의 미니앨범. 비스트 앨범답게 만듦새가 꼼꼼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타이틀로 내세운 '12시 30분'이 이 앨범에서 제일 심심하다. 티저대로라면 후속곡은 'Drive'인 것 같은데 이것도 미적지근한 곡. 오히려 수록곡들이 뒤로 갈수록 기존 비스트 분위기가 나고 곡도 좋아지는데, 마치 터널을 벗어나듯 다소 침체된 분위기를 떨치고 다음 앨범에서 비상하지 않을까란 근거 없는 기대를 해본다. 다음에는 "Hard to love, How to love"의 그때 그 분위기로 돌아와주오.
조성민: 용준형이 본격적으로 프로듀서로 역할 하면서부터 장현승의 보컬이 성장한 것이 인상적이다. 그룹 초기 한두 명의 멤버에게 쏠리던 보컬 비중이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멤버에게로 분산되는 것은 꽤 흔한 일이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은 기계적인 분업에 그치기도 한다.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보컬을 발견하는 것은 의외로 흔치 않은 일이고, 팀의 전체적인 색깔을 유지하면서 역할 분담에 변화를 주는 것은 자연스럽게 진행하기 까다로운 부분인데, 비스트는 지금까지의 전체 커리어 중 후반부를 거의 이 까다로움을 해결하는 데에 집중해온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양요섭-장현승의 메인 보컬 투톱 체제가 꽤 안정적으로 들리고, 오히려 이전보다도 비스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이 노래를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팬덤이 공고해지기에 음악적 진입 장벽을 높여가는 일반적인 남자 아이돌과는 사뭇 다른 행보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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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replies on “1st Listen : 2014.10.11~10.20”
우리나라엔 좆문가가 넘친다는걸 알았다. 주제도 모르고 남의 노력의 결과물을 폄하하면 본인이 뭐라도 되는것처럼 느끼나보지? 너네따위가? 지나가던 개가 웃을 개똥만도 못한 평론이랍시고 냄새나는 똥을 한가득 싸놓고. 오늘도 이만큼 똥을 싸질렀다고 기뻐하겠지? 당신들이 인터넷 악플러랑 다른점이 무엇인가? 똥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일정한 장소에만 싼다고 키보드 워리어가 아닌건 아니야. 누가 당신의 평론에 머리에 든것도 없는 인터넷찌질이가 싸지른 푸짐한 똥이라고 평한다면 받아들일수 있는가? 좆문가들 반성해라.
먼저 이 댓글은 너한테 말하는거 같다.
아랫사람 욕하려고 트위터 가입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