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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디데이 – 어떤 안녕 (2014)

과하게 꾸미지 않은 외모, 고음 위주의 보컬, 뇌내 알파파를 증진시키는 곡과 답답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가사까지. 멜로디데이는 정교한 시스템의 산물인 ‘OST 가수의 전형’이 잘 드러나는 그룹이다.

OST에 주력하는 발라드 가수는 일정한 전형(典型)을 지니고 있다. 이 전형은 우리가 그룹 다비치를 생각할 때 머리 속에 떠올리는 바로 그것이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외모, 고음 위주의 보컬, 뇌내 알파파를 증진시키는 곡과 답답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가사까지. 멜로디데이는 정교한 시스템의 산물인 ‘OST 가수의 전형’이 잘 드러나는 그룹이다. 멜로디데이가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시기를 찾으려면 무려 <각시탈>이 일제 앞잡이를 용서치 않던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각시탈 OST Part 5.에 ‘그 한마디’ 수록) 이후 <주군의 태양>,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 딸 서영이> 등 무려 11장의 OST 앨범에 참여한 이들은 여은, 예인, 차희의 3인조로 진용을 갖추고 싱글 <어떤 안녕>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식 데뷔 전에 20여 곡을 발표했으니, 이 정도면 본 그룹을 만든 로엔 엔터테인먼트와 뷰가 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만 하다.

<어떤 안녕>은 두 곡의 노래와 두 곡의 인스트루멘탈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곡 ‘모래시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음을 모래시계에 비유한 노래다. 잔잔한 피아노 전주와 첫 가사인 “싫어”가 이후 노래의 전개를 짐작케 한다. 아니나 다를까. 노래 속 화자는 자신의 감정을 아직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서서히 악기의 수가 늘어나고, 이후 고음의 코러스와 사랑 고백이라는 약속된 공식이 흘러나온다. 이러한 ‘모래시계’의 안전함은 다음 곡 ‘어떤 안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금은 연기자 타이틀이 더 익숙한 서인국 주연의 웹드라마 <어떤 안녕> 주제곡으로 먼저 공개된 ‘어떤 안녕’은 떠나는 이성이 ‘천천히 떠나길'(?) 바라는 노래다. 격한 감정의 폭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모래시계’보다는 듣는 맛이 더 있지만, 곡의 구성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하다.

아마도 평자는 이들이 타겟으로 설정한 청취자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어떤 안녕>을 듣고 특별한 감흥을 받았다면 이는 거짓말이다. 다만 이러한 음반이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이란 드라마의 배경음악 또는 상업적인 공간의 매장음악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안녕>에 수록된 두 곡은 이러한 목적에 최적화되어있다. 물론 누군가는 <어떤 안녕>의 ‘어떤 안녕’을 듣고 드라마 <어떤 안녕>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 지을 수도 있겠다. 다만 그러한 상황이 앞서 말한 두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본 싱글은 근래에 들은 어떤 것들보다도 기성품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대학강의가 업인 평자가 이들의 성공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으나, 이왕 데뷔한 거 좀 더 인상 깊은 곡을 내밀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어떤 안녕
로엔 엔터테인먼트
2014년 2월 25일
  1. 모래시계
  2. 어떤 안녕
  3. 모래시계 (Inst.)
  4. 어떤 안녕 (Inst.)
유제상

By 유제상

대학에서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신화와 문화원형 가르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그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