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에 주력하는 발라드 가수는 일정한 전형(典型)을 지니고 있다. 이 전형은 우리가 그룹 다비치를 생각할 때 머리 속에 떠올리는 바로 그것이다. 과하게 꾸미지 않은 외모, 고음 위주의 보컬, 뇌내 알파파를 증진시키는 곡과 답답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가사까지. 멜로디데이는 정교한 시스템의 산물인 ‘OST 가수의 전형’이 잘 드러나는 그룹이다. 멜로디데이가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시기를 찾으려면 무려 <각시탈>이 일제 앞잡이를 용서치 않던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각시탈 OST Part 5.에 ‘그 한마디’ 수록) 이후 <주군의 태양>, <너의 목소리가 들려>, <내 딸 서영이> 등 무려 11장의 OST 앨범에 참여한 이들은 여은, 예인, 차희의 3인조로 진용을 갖추고 싱글 <어떤 안녕>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정식 데뷔 전에 20여 곡을 발표했으니, 이 정도면 본 그룹을 만든 로엔 엔터테인먼트와 뷰가 엔터테인먼트가 얼마나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만 하다.
<어떤 안녕>은 두 곡의 노래와 두 곡의 인스트루멘탈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곡 ‘모래시계’는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이 줄어들지 않음을 모래시계에 비유한 노래다. 잔잔한 피아노 전주와 첫 가사인 “싫어”가 이후 노래의 전개를 짐작케 한다. 아니나 다를까. 노래 속 화자는 자신의 감정을 아직 상대방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서서히 악기의 수가 늘어나고, 이후 고음의 코러스와 사랑 고백이라는 약속된 공식이 흘러나온다. 이러한 ‘모래시계’의 안전함은 다음 곡 ‘어떤 안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지금은 연기자 타이틀이 더 익숙한 서인국 주연의 웹드라마 <어떤 안녕> 주제곡으로 먼저 공개된 ‘어떤 안녕’은 떠나는 이성이 ‘천천히 떠나길'(?) 바라는 노래다. 격한 감정의 폭발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모래시계’보다는 듣는 맛이 더 있지만, 곡의 구성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하다.
아마도 평자는 이들이 타겟으로 설정한 청취자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어떤 안녕>을 듣고 특별한 감흥을 받았다면 이는 거짓말이다. 다만 이러한 음반이 분명한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이란 드라마의 배경음악 또는 상업적인 공간의 매장음악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안녕>에 수록된 두 곡은 이러한 목적에 최적화되어있다. 물론 누군가는 <어떤 안녕>의 ‘어떤 안녕’을 듣고 드라마 <어떤 안녕>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눈물 지을 수도 있겠다. 다만 그러한 상황이 앞서 말한 두 목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본 싱글은 근래에 들은 어떤 것들보다도 기성품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대학강의가 업인 평자가 이들의 성공을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으나, 이왕 데뷔한 거 좀 더 인상 깊은 곡을 내밀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 모래시계
- 어떤 안녕
- 모래시계 (Inst.)
- 어떤 안녕 (Inst.)
- 1st Listen : 2018년 8월 초순 - 2018-08-29
- 1st Listen : 2018년 7월 하순 ② - 2018-08-18
- 1st Listen : 2018년 7월 하순 ① - 2018-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