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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팬이 리얼리티를 만들 때 : 에이핑크 뉴스 시즌3

시청률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도박처럼 시작된 〈에이핑크 뉴스 시즌 3〉는 모든 것이 무리수였지만, 제작진은 그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해버렸다.

걸그룹으로서 에이핑크의 장점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바로 리얼리티입니다. 작년 MBC 에브리원 〈에이핑크의 쇼타임〉이 평균 시청률 1.3%에 최고 시청률 1.75%로 케이블로서는 알차게 뽑아냈고, 단지 시청률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화제 역시 많이 뿌리기도 했죠. 분명 지금의 에이핑크에게 리얼리티는 ‘에이핑크의 장점’이라 꼽을 만한 무언가일 것입니다. 하지만, 걸그룹 리얼리티치고는 엄청난 장편에 속하는 그녀들의 대표 리얼리티, 〈에이핑크 뉴스〉 시절에도 과연 그랬을까요?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제작 서명운동
제작진이 추가 시즌 제작을 위해 서명운동을 펼치는 리얼리티, 보신 적 있나요?

방송사인 트렌디(TrendE) 입장에서 〈에이핑크 뉴스〉는 1기에서 끝나야 했던 예능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방송을 통해 직접적으로 언급될 정도로 시청률이 좋지 않은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원래 케이블 등을 통해 제작되는 아이돌 리얼리티란 1기에서 끝나는 게 지극히 정상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그것이 어떻게 시즌 2까지 이어오게 되었죠. 아마 방송사 입장에서는 ‘그래, 2기가 마지막이다’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제작진 입장에선 사실상 예견된 배드엔딩으로 가는 열차

그러나 서명운동을 하고 시말서를 써가면서 제작진(사실상, 총책임자 큰바위얼굴 PD)은 ‘에이핑크를 다시 보기 위해’ 새 시즌 제작을 강행합니다. 여기서 시청률 1%를 못 넘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2015년 기준으로 따져도 엑소, 비스트와 같은 최정상급 그룹 정도는 돼야 안정감 있게 돌파 가능한 케이블 시청률 1%를 공약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더더욱이나 현실성 없는 소리였습니다. 특히나 시즌 3 직전 활동곡인 ‘Hush’는 에이핑크 역대 디스코그래피 사상 가장 성적이 좋지 않은 곡이었죠. 여러모로 시청률 반등의 ‘반’자도 입에 올릴 수 없는 상황. 여기에 제작진은 규모도 줄어들고 교체인원도 많았으며, 예산도 줄어들었습니다. 그래도 제작진은 시즌 3를 시작합니다. 이게 다른 리얼리티, 심지어 같은 〈에이핑크 뉴스〉의 다른 시즌하고도 구분되는 〈에이핑크 뉴스 시즌 3〉만의 특질이죠.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예능의 축 정은지도 〈응답하라 1997〉 때문에 자리를 자주 비운 시즌. 물론 이것이 오히려 에이핑크에게 엄청난 보험이 되었지만.

자, 지원은 줄고, 시말서는 썼고, 시즌은 시작했고, 그럼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요? 최대한 시청률이 보장된 기획으로 진짜 시청률 1%를 넘기기 위해 사력을 다했을까요?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제작비 없다 없다 해도 멤버들 트레이닝을 위해 여러 전문가를 모신 시즌 3

정답은 노. 이렇게 얻은 새 시즌을, 제작진은 ‘에이핑크를 위한’ 기획에 사용합니다. 말 그대로 ‘제작진이 에이핑크에게 해주고 싶은 것’을 최대한 실현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죠.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방송을 위해 아이돌을 활용하는 것이 아닌, 아이돌을 위해 방송을 활용하는 리얼리티

방향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채워집니다. 방송 직접 제작하기, 뮤직비디오 제작하기, 요리 배우기, 다이어트, 숙소 개선, 운전면허 취득 트레이닝 등 경험치와 실력을 쌓는 기획이 있는가 하면, 야유회, 놀이공원 방문, 명품 액세서리 쇼핑, 웨딩 촬영, 서울 나들이 등 멤버들이 추억을 쌓을 수 있을 만한 장소 탐방 기획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이 둘에 끼지는 않지만 최면치료같이 멤버들에게 근본적인 도움이 될 기획들이 추가됩니다.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여기에 덧붙여, 자막의 구성을 비롯한 요소들을 통해 팬들에게는 멤버들이 갖고 있는 진짜 성향을 해설하고, 멤버들에게는 제작진이 해주고 싶은 말(때때로 잔소리)을 하게 됩니다. 팬들을 향하는 측면에서는,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방송을 제작하는 와중에 대선배인 원더걸스 앞에서 숫기 없어 하거나, 뉴스 MC와 앵커를 맡은 멤버들의 비방송용 장난을 그대로 내보내기도 하고, 발음 실수를 해도 여과 없이 방영하는 등 인간 에이핑크의 허술한 일면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반면 에이핑크를 향한 조언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이어트 시리즈에서 ‘홀쭉해지라는 게 아니라 탄력을 가지라는 것’이라고 기획의 의도를 전하거나, ‘최면치료’ 편에서는 자신감이 없어 하던 멤버들의 모습 역시 솔직하게 전달하고 그들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정말 한 개 프로그램의 제작진 수준을 넘어선 어떤 것을 전달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 것입니다.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그 어느 편보다 에이핑크가 못하는 것들 위주로 구성된 시즌 3. 큰바위얼굴 PD가 멤버들에게 말해주고 싶었던 걸 짐작게 합니다.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그리고 그가 바랐던 하나

이렇게 만들어진 시즌 3는 ‘Hush’의 부진 이후 정은지, 손나은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스케줄이 있을 리 없던 에이핑크에게 주에 한번 이상씩 방송에 노출되는, 그래서 팬들의 눈으로부터 멀어지지 않을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방송에서 배웠던 요리, 운전 등은 이후 멤버들의 실제 능력으로 승화되는 등 장기적으로 그녀들의 일상적인 내공을 높여주는 데 힘이 되었죠. 예를 들어 〈에이핑크 뉴스 시즌 2〉와 시즌 3, 두 시즌을 소비해가며 이루어낸 리더 박초롱의 운전면허 취득은 이후 〈에이핑크의 쇼타임〉 ‘홍대 나들이’ 편에서 실제로 그녀가 운전을 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며,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시점까지 제대로 된 요리를 할 줄 몰랐던 윤보미는 〈에이핑크의 쇼타임〉 ‘동생바보 은지’ 편에서 능숙하게 요리 실력을 뽐내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한 달 여의 시간 동안 이세창을 섭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그들. 제작진은 카레이서이자 연예계 대선배인 이세창을 통해 리더 박초롱이 진지하게, 또 효과적으로 운전을 배울 수 있도록 돕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박초롱의 면허 취득을 본인보다 기뻐했던 것도 그들이었겠죠.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이 느껴지는 자막

어떤 진심을 담고 어떤 노력을 기울였어도 현실은 현실. 큰바위얼굴 PD와 제작진은 결국 시청률 1% 실패의 책임을 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의 유산은 지금까지도 에이핑크가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킬러 콘텐츠로서 남아있습니다. 1편당 30분 이상의 분량, 시즌으로는 세 시즌, 도합 30편 이상의 편수, 팀의 데뷔 전부터 초기 역사를 담아내는 역사성까지. 이 ‘전문성과 진심이 함께 담긴 리얼리티 방송’의 존재는 에이핑크의 신규 팬들에게는 기초 입문서로서, 비활동기에는 팬들에게 그녀들의 공백을 메워주는 콘텐츠로서, 해외 한류 팬들에게는 에이핑크라는 팀을 홍보하는 홍보대사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죠.

〈에이핑크 뉴스 시즌 3〉
시즌 3 마지막에 그녀들이 미래로 그렸던 바로 그 2015년. 다 이루진 못해도 꽤나 근접한 그녀들.

지금도 케이블과 인터넷을 통해 많은 걸그룹이 리얼리티를 촬영하고 있습니다. 에이핑크보다 더 매력 있는 걸그룹이 나타날 순 있어도, 이런 마음이 담긴 리얼리티가 다시 나올지 필자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핑크, 참 복 받은 친구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물론 그 복은 ‘제작진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녀들이기에 가능했던 것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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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에이핑크 뉴스〉, 그중에서도 〈에이핑크 뉴스 시즌 3〉를 돌이켜보면 그냥 그룹 홍보성으로 만들어지는 리얼리티에서조차 ‘합’의 중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진심을 다하는 제작진과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룹, 둘 중 하나만 존재하지 않아도 이러한 프로그램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 ‘합’이 주는 울림을 매우 감명 깊게 느낀 필자로서는, 얼굴이 유별나게 예쁘거나 몸매가 좋은 그룹이 아닌 이런 ‘합’을 보여줄 수 있는 그룹을 새로이 또 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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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itor

idology.kr 에디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