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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송이라는 거짓말 ①

같은 노래를 두고도 훅송이다, 아니다 하는 의견이 갈리는 경우들이 있다. 훅송이 대체 뭔지 누구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훅송, 혹은 후크송 그 자체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CC BY Beta-J

2009년 기사를 다시 읽어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한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를 놓고 전작인 ‘Gee’와 비교해 이번엔 훅송을 버렸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훅송의 대표적 사례로 ‘소원을 말해봐’를 꼽는 기사도 있다.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역시 마찬가지다. 마치 피카츄가 포켓몬스터지만 포켓몬스터가 아니기도 하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당시 싸이는 ‘요즘의 훅송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준비 중이라고 발언하기도 한다. 2012년 가장 강력한 훅을 뽐낸 ‘강남 스타일’은 훅송이 아니었던 것일까. 피카츄와 꼬부기가 같은 캡슐에 들어가는데 한쪽은 포켓몬스터, 한쪽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 혼선이 가능한 것은 오직, 포켓몬스터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없거나, 누군가 포켓몬스터에 관한 거짓말을 하고 있을 때다.

훅송, 혹은 ‘후크송’이란 단어가 네이버 뉴스에 등장하는 것은 2008년부터다. 불과 26건이던 검색결과는 2009년 576건으로 급증한 뒤 월 평균 33건을 유지한다. 특정한 곡이 화제가 되거나 연말 가요계 결산 등의 계기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매일 한 건의 기사는 훅송을 언급한다는 것이다. 반면 구글에서 hook song을 검색하면 1위는 ‘훅’에 관한 위키피디아 문서가, 3위는 스필버그 감독의 1992년작 〈후크〉 주제가가 나온다. (구글의 검색 결과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자.)

존 윌리엄스 음악감독의 ‘When You’re Alone’ : 훅송에 관한 한 한국인은 외롭다…

해외에서 훅송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훅송’은 올뮤직, 빌보드, 피치포크 등의 유력 매체에서 사용하고 있는 표현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해외에는 훅송이 없는 걸까. 또 다시 국내 매체들의 보도는 무척 엇갈리지만, 어떤 기사에서는 “국내에서만 인기 끄는 특이한 현상”이라 하고, 다른 기사에서는 레이디 가가를 비롯한 해외 아티스트들도 똑같이 하고 있는 작업이라 소개한다. 역시, 훅송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기에 생기는 혼선이라 하겠다.

정리해 보면 1) 우리가 훅송이라 칭할 수 있는 음악 형태의 일부는 해외에도 존재하고, 2) 훅송이란 표현도 반드시 한국만의 것은 아니지만, 3) 이 용어가 이렇듯 ‘핫’한 것은 한국의 특이 현상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훅송은 장르?

이유는 의외로 간단히 설명된다. ‘훅송(hook song)’이란 표현이 아무 용어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갑남을녀 혹은 갑녀을남이 일상 회화에서 사용할 수 있는 표현에 불과하며, 지칭하는 대상은 명확한 범주를 갖고 있지 않으며 주관과 개인의 경험 및 취향에 강하게 의존한다. 그저 ‘강한 노래’, ‘잔잔한 노래’, ‘중독성 강한 노래’ 같은 것으로, ‘훅이 강한 노래’라는 주관적 관념을 으레 담는 일종의 관용구다. ‘귀에 박혀서 사라지지 않는 노래’를 뜻하는 ‘이어웜(earworm)’과 마찬가지인데, ‘이어웜’과는 달리 위키피디아에 등재되지조차 않은 구어에 불과하다. ‘훅송’이 음악 용어라면 ‘good ol’ vibe’도 ‘killer track’도 전부 음악 용어다. 따라서, 훅송이 하나의 장르인 것으로 보도하는 일부 매체의 기사는, 단순히 틀린 기사다.

아브라카다브라 다 이뤄지라고 주문을 외워봐도, 훅송이 장르가 되지는 않는다.
후킹 효과(Hooking effect)?

훅송에 대한 많은 설명에 ‘후킹 효과’란 표현이 따라붙는다. 괄호 안의 영어 표기까지 있으니 그럴 듯한 용어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Hooking effect
다른 말로 하면, “그런 거 없다”

반면 ‘hook effect’는 존재하는 용어로, ‘프로존 이펙트(prozone effect)’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면역학적 검정 과정에서 실험 조건의 실패로 인한 결과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면역학 전문가가 아닌 나는 잘 모르겠지만, 음악 용어가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음악에서 ‘후킹 효과’라는 말은 쓰이기는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앞에서 지적한 ‘훅송’과 마찬가지로, 그저 중독성이 있다는 의미의 구어에 불과하다. 물론, 주관적이고도 개인적인 경험을 묘사하는 말이다. 말하자면, 첫 글자를 대문자로 쓸 이유조차 없는 정도의 표현이다.

훅송이란 유령

그렇다면 훅송이란 게 대체 무엇인가. 〈디지털정책연구〉 제 3호(2013년 3월)에 실린 〈K-POP의 음악 패턴 분석〉(강현구, 고훈준)이란 논문은 우리의 통찰을 일깨우는 시각을 보여준다. 논문에 의하면 훅송이란 반복하는 것이지만 반복을 많이 줄이기도 하고, 후렴구에서 반복하는 형식이지만 일정형식이 없기도 하다고 한다. 포켓몬스터는 몸통이 노랗지만 노랗지 않기도 하다는 식이다. 더구나 보컬이 아닌 리프의 반복, 4/4박자, 120~130 BPM까지 훅송의 ‘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을 읽고 있노라면 슬슬 결론은 나오게 된다. 바로, 훅송이란 이름 껍데기만 있을 뿐 실질적인 지칭하는 바, 즉 기의는 거의 없는 유령이란 것이다.

Sorry Sorry 사실관계가 빠져 빠져 버려 Baby

이 정도의 정신적 고통으론 만족할 수 없기에, 2008년 이후 ‘후크송’이란 키워드가 포함된 연예기사 2700건과 이를 통해 훅송으로 지적된 약 80곡을 살펴보았다. 중구난방으로 제시되는 훅송의 정의들 속에서, 검토할 가치도 없는 거짓말 몇 가지와 기초적인 논의들부터 먼저 이야기해보기로 한다.

훅송은 후렴을 반복한다?

많은 기사에서 훅송을 ‘후렴구를 반복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대중음악을 10곡 이상 들어본 사람이라면 이것이 새빨간 거짓말임을 알 수 있어야 한다. 후렴구의 정의가 바로 ‘반복되는 부분(refrain)’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실 대중음악보다도 더 큰 범주의 이야기다. 일정한 가사를 갖고 사람의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의 형식에는 거의 대부분 후렴이 포함된다. 대중음악은 노래의 구조를 중심에 두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거의 전부가 후렴구를 반복한다. 대중음악이 아니라도, 가곡, 찬송가, 애국가, 응원가, 민요 등, 노래의 구조를 갖고 있다면 예외가 거의 없다. 포켓몬스터를 ‘살아 움직이는 것’이라고 정의할 순 없다.

훅송은 새로운 것?

일부 매체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어쩌다’, 소녀시대의 ‘Gee’를 예로 들면서, 훅송이 용감한 형제와 이트라이브가 창안해낸 형식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훅송’의 실체에 앞서는 이야기가 되겠지만, 적어도 훅(hook)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일부 매체는 정반대로 “70~80년대 디스코 음악의 기법이 복고열풍을 타고 재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옳은 해석이라 할 수 없다.

차우진은 다양한 인용을 통해 훅이 얼마나 오래되고도 지속되는 음악 요소인지 지적한다. ‘귀를 잡아채 중독성을 일으키는 요소’란 대중음악의 본질에 맞닿은 미덕이기 때문이다. 차우진이 “모든 대중음악은 ‘좋은 훅’을 지향한다”고까지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한겨레, “비틀스도 송골매도 썼다”, 2009년 2월)

훅은 ‘그런 게’ 아니다

훅을 낯선 것으로 여기는 것은 훅이 무엇인지 몰라서다. 하나의 곡을 듣는 과정에서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한 소절을 뜻하는 훅은 제법 광범위한 개념이다. 대중음악에서 후렴의 상업적 가치가 중요하기에 후렴에 훅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고, 후렴 전체 혹은 그 일부분일 수도 있다. 하지만 후렴이 아닌 어느 곳에서든 강한 인상을 남긴다면 그것은 훅이다. 따라서 곡마다 하나씩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차를 두고 살아나는 각운이나 특정한 발음, 가사와 무관하게 유난히 기억에 남는 멜로디도 훅이 될 수 있다.

많은 기사가 훅을 후렴과 가사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단순한 몰이해의 산물이다. 같은 가사를 활용하거나 제목과 일치시키는 경우가 가시적인 것은 단지, 압축적일수록 효과가 크기 때문에 흔해서 그럴 뿐이다. 반례는 얼마든지 있다. 크레용팝의 ‘빠빠빠’는 “빠빠빠 빠 빠빠빠빠”라는, 제목과 일치하는 훅이 버스(verse)에 들어있다. (물론 후렴의 “점핑” 역시 또 다른 훅이다.) 원더걸스의 ‘Tell Me’ 역시 후렴의 바깥에 위치한 “어머나”는 찰진 리듬과 발음으로 정교하게 연출된 강력한 훅이었다.

리프를 반복한다?

논할 가치도 없다. 반복되는 리프는 1960년대 이후 록, 재즈, 일렉트로닉 모두의 근간이다. 대중음악을 생전 처음 들어본 게 아니라면 이런 말은 해선 안 된다. 대중음악을 생전 처음 들어봤어도 이런 말은 삼가야 한다.

리프가 Again & Again & Again … 왜 그런지 몰라?
훅송의 구조?

그러나 대중음악의 많은 용어들이 그렇듯 ‘훅’ 역시 여러 가지 대상을 동시에 지칭한다. 힙합에서는 랩을 중심에 둔 악곡에 보컬 멜로디를 삽입한 것을 ‘훅’이라 부르는 일이 많다. 또는, 전통적인 버스(verse)-프리코러스(prechorus)-코러스(후렴, chorus) 이외에 추가되는 별도의 파트를 ‘훅’이라 부르기도 한다. 소녀시대의 ‘Oh!’를 예로 들자면 “전에 알던 내가 아냐 Brand new sound”로 시작하는 부분이다. (후렴은 “Oh oh oh oh 오빠를 사랑해”부터다.)

세계 팝 시장에서 훅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흐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에 따라 ‘훅이 있는 후렴’에 더해 ‘또 하나의 훅’을 붙여주는 형식이 많이 등장했다. 후렴의 뒤(a-)에 따라온다고 해서 ‘어코러스(achorus)’라 부르는 이도 드물게나마 있고, A-B-C 구조에 덧붙여졌기에 ‘D’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는 그저 ‘반복구’라는 의미에서 ‘리프레인(refrain)’이라고도 하고, 훅을 추가하는 용도로 사용되기에 ‘훅’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구조-훅’을 가진 곡을 훅송이라고 이해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구조-훅’은 비교적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A-B-A-B’, ‘A-A-B-A’, 혹은 ‘(버스-프리코러스-코러스)x2-브리지-코러스’의 형태를 전통적인 노래의 구조로 꼽고 있는 것에 비해, 코러스 뒤에 새로운 멜로디 테마를 추가하는 형태(‘버스-프리코러스-코러스-훅’ 구조)의 곡들이 증가하는 추세인 것만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확장해, ‘버스-코러스-훅-코러스’ 구조나 ‘버스-훅-코러스-훅’ 구조의 곡들도 생겨났다.

그러나 이런 구조의 파악에는 여전히 명쾌하지 않은 부분들이 남아 있다. 인트로, 간주, 브레이크 등 기존의 프레임에 맞춰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례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걸스데이‘링마벨’ 같은 경우는 보컬이 개입하고 있기는 하나 사실상의 간주 혹은 브레이크로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EXID‘Ah Yeah’는 훅의 “Ah yeah”가 인스트루멘탈 요소처럼 활용되고 있어 간주로 분류해볼 수도 있겠으나 프리코러스에 삽입되기도 하면서 적극적인 훅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다. ‘구조-훅’에는 보다 섬세한 질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들이 많은 것이다.

또한 ‘구조-훅’으로 이해하기 충분한 요소들 역시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버스-프리코러스-코러스-훅’ 구조는 기타팝 장르에서 후렴 뒤에 인상적인 기타 리프를 선보이던 것과 근본적으로 다른 음악적 접근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곡의 도입부에 이 ‘구조-훅’이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동질적인 흐름을 보인다.) 또한 연속성에 기초해 빌드업과 드랍을 구성하는 EDM을 비롯한 일렉트로닉 사조의 영향을 감안하는 것이 옳겠다. 그러니 ‘후렴 뒤에 보컬이 또 나오면 훅송’ 같은 간편한 이해는 매우 곤란하다.

무엇보다도, 훅송이라 지적된 여러 곡들 중 이런 ‘구조-훅’을 가진 곡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최근으로 올수록 증가하기는 하지만, 소녀시대의 ‘Hoot’, 크레용팝의 ‘빠빠빠’, 2PM의 ‘Again & Again’을 비롯해 전통적인 구조에 충실한 곡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물론, 훅송으로는 좀처럼 분류되지 않는 곡들 중에도 ‘구조-훅’은 수두룩하게 발견되는 것이 요즘이다. 결국 ‘구조-훅’의 존재 역시 훅송을 정의하는 필요조건에도 충분조건에도 크게 못 미친다.

훅송은 인상적인 안무?

훅이 인상적인 안무와 결합하는 것이 훅송이라는 정의도 무의미하다. 우리는 아이돌을 논함에 있어서 다양한 음악 외적 요소들을 반영하지만, 적어도 훅송이라는 ‘음악 형태’를 안무와의 결합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뿐이 아니다. 흔히 말하는 ‘포인트 안무’는 1990년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당시부터 한국인은 따라 하기 쉬운 인상적인 안무를 선호한다는 지적이 부지기수로 존재했다. 그것이 후렴, 즉 ‘훅’을 잡아내는 파트와 결합돼 있었던 것도 물론이다. 박진영의 ‘그녀는 예뻤다’, 핑클의 ‘영원한 사랑’, 지누션의 ‘말해줘’ 등 하나하나 거론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곡들이 후렴에 포인트 안무를 심어놓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는 수없이 많은 청소년들이 첫 방송 다음날 종일 따라 할 정도로 간단하고-인상적이며-중독성 있는 포인트 안무였다. 심지어 ‘구조-훅’에 포인트 안무를 결합한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 조성모의 ‘다짐’ 같은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원조 훅송’인가? 아니다. 그저 누군가는 새삼스럽기 짝이 없는 어떤 것을 두고 마치 최근의 새로운 문물인 양 거짓말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거짓말은 그냥 하기도 하지만, 이유가 있는 경우들이 있다. 훅송이란 거짓말도 그렇다. ②편에서는 훅송의 정의로 제시된 몇 가지 기준들을 더 살펴본 뒤 이 거짓말의 이유를 생각해 보겠다.

미묘

By 미묘

가식과 내숭의 외길 인생. 음악 만들고 음악 글 씁니다.
f(x)는 시대정신입니다.

One reply on “훅송이라는 거짓말 ①”

후크 송이란 말 자체가 굉장히 부풀려진 개념이었네요.. 아니면 개념이라고 말하기도 좀 창피한 감이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