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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곤 – 가장 완벽한 숫자 10

데뷔한 지 겨우 두 달 만에 두 장의 앨범을 내고 단독 콘서트를 연 펜타곤은 10이라는 숫자에 어울리게끔 그 어느 신인보다도 완결성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숫자에 민감한 덕후들에게 ’10월 10일에 데뷔한 10명’만큼 흥미로운 아이돌이 또 있을까. 데뷔한 지 겨우 두 달 만에 두 장의 앨범을 내고 단독 콘서트를 연 펜타곤은 10이라는 숫자에 어울리게끔 그 어느 신인보다도 완결성 있는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아이돌팝 씬에서 가장 덜 매니악한 ‘가요적인’ 취향을 잘 짚어내는 레이블답게, 펜타곤의 두 미니 앨범에서는 소속사 선배였던 비스트, 비투비를 포함해 역대 가장 많이 사랑받았던 남자 아이돌의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해낼 수 있다. 단 한 군데도 모나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두루 사랑받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는 이 신인은, 그래서 미워할 수 없는 팀으로 다가온다.

펜타곤, 12월 6일 쇼케이스
“Five Senses” 쇼케이스 포토 타임 중 이미지 티저 화보의 포즈를 취한 펜타곤 | 사진=조은재

음악에서나 퍼포먼스에서나, 멤버들이 각자의 개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튀는 멤버 없이 한 덩어리로 잘 어울려 뭉쳐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 역시 신인 그룹으로서는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비슷한 음색의 후이와 진호가 안정적인 보컬로 곡을 리드하는 가운데, 흔히 찾기 힘든 톤의 랩을 선보이는 래퍼 라인 이던, 유토, 우석이 곡의 무드를 한껏 업시켜 포인트를 잡아준다. 여기에 잘 짜인 안무를 모든 멤버가 구멍 없이 훌륭히 소화해내고, 뮤직비디오는 안무의 포인트를 가장 정석적인 포인트로 제시해준다. 굳이 데뷔 전 진행했던 선발 프로그램 <펜타곤 메이커>를 보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흥미로운 콘텐츠를 가장 본질적인 부분으로부터 제공하고 있으니 ‘모범적’이라 할 만하다.

강렬한 사운드의 힙합으로 데뷔했음에도 이들의 첫인상이 어쩐지 모범생처럼 느껴진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소년의 구애를 야성적인 동물에 비유했던 ‘늑대와 미녀’, ‘으르렁’과 같은 전략을 취했던 데뷔곡 ‘Gorilla’부터, 다인원 그룹답게 유닛으로 나누어 부른 ‘귀 좀 막아줘’와 ‘You Are’, 각 잡힌 군무 사이 빈틈을 채운 도발적인 제스츄어가 돋보인 ‘감이 오지’, 청량감을 한껏 끌어올린 ‘미지근해’와 ‘예쁨’까지, 쉽게 무시하기 힘든 이 두 신보는 바로 우리가 이전에 열광했던 소년들에게서 익숙하게 보아왔던 것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이것은 아이돌을 오래 좋아해 본 적 없었던 사람들보다 ‘남자 아이돌’이라는 장르에 이미 충분히 익숙해진 기존의 팬덤층에게 더욱 강력한 원투펀치가 된다. 팬덤의 선점이 중요한 신인 남자 아이돌에게 이보다 더 영리한 전략은 없다.

’10명’이라는 숫자 역시 이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데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PM(2008)과 인피니트(2010) 이후로 남자 아이돌이 7인조로 데뷔하는 것이 업계 표준처럼 정착한 가운데, 엑소(2012)와 세븐틴(2015)과 같은 다인원 그룹의 히트는 제작자들에게 또 다른 자극으로 다가왔을 테다. 그 중간값에 해당하는 10명은 양극단의 팬덤의 특성이 합쳐져 파이를 뺏어오기에 조금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게 해준다. 짝수지만 다인원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대칭으로 배치될 때는 안정감을, 대형을 형성했을 때는 무게감을 줄 수 있는데, 실제로 ‘Gorilla’와 ‘감이 오지’의 무대를 보면, 각 절, 특히 보컬 파트에서는 보편적인 5~7인조 아이돌과 유사한 구성으로 안무가 짜여있지만, 후렴 파트가 오면 다인원 그룹 특유의 압도감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퍼포먼스를 소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번의 타이틀곡 모두 하나의 뮤직비디오 안에 상반된 이미지를 교차적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해볼 만한 점이다. 그동안의 남자 아이돌은 무려 20년 전 처음 생겨날 때부터 한 앨범 안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타이틀곡과 이성애적 어필을 유도하는 발랄하고 부드러운 커플링곡을 배치해왔다. 그러나 펜타곤은 곡을 두 번이나 부를 시간조차 아깝다는 듯이 한 곡 안에 두 가지 이미지를 모두 넣은 뒤, 그것을 병렬로 배치함으로써 팬들이 멤버들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해석할 여지를 만들어주었다. 롤플레잉 또한 중요한 아이돌 콘텐츠 중 하나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캐릭터의 열린 해석’이란 무척 아이돌적인 어필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여기에 서사적 맥락에서 잠시 떨어져나와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연출된 군무 장면까지 더해졌다. 이 정도 뮤직비디오라면 아이돌 좀 봤다 하는 사람일수록 좋아할 수밖에 없게 설계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첫 쇼케이스 무대에서 데뷔를 기다려준 팬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던 신인은 두 달 동안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관객과 하이터치를 하며 배웅해줄 줄도 아는 아이돌로 성장했다. 일본 데뷔 콘서트 성료 후 시작된 음악 방송 활동이 비록 연말이라는 큰 벽에 부딪히긴 했지만, 그 또한 기회로 삼아 성장의 양분으로 삼을 것이다. 성장의 기세는 그 기류에 올라탈 능력이 되는 사람만이 유지할 수 있는 법이며, 펜타곤은 그럴 능력이 되는 팀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조금 우울해진 소속사 큐브와 언제든 전국구 히트작이 등장하길 기다리는 대중의 기대에 부합하게 되길, 두 달여 지켜보아 온 입장에서 응원해본다.

취재: 존재, 박희아 | 사진: 존재, 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Pentagon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10월 10일
Five Senses
큐브 엔터테인먼트
2016년 12월 7일

By 조은재

우리 존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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