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초~중순 발매된 아이돌 신작에 대한 아이돌로지 필진 단평. 트리플H, 러블리즈, VAV, 온유&로코베리, 엑시&유나킴, 로미오, 칠학년일반, 히치하이커&태용, 트와이스, 빅스, 경리, 펜타곤을 다룬다.
최근 내부 사정으로 인해 퍼스트리슨 리뷰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퍼스트리슨은 발매되는 모든 음반을 리뷰하는 것이 원칙이었으나, 당분간 주요작 중심의 리뷰로 전환합니다. 업데이트 간격 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 편집자
김윤하: 모두 내려놓고 앨범만 두고 말해보자면, 모르긴 몰라도 만드는 이와 소화하는 이 사이 이 앨범이 가져야 마땅한 색깔과 목적에 대한 이해가 오갔음이 분명하다. “199X”라는 앨범 타이틀과 여자 하나 남자 둘이라는 그룹 구성까지 다소 빈티지한 근과거의 흥을 겨냥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앨범은 타이틀곡 ‘365 Fresh’와 다운템포 ‘Girl Girl Girl’까지 일관성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지켜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그간 내려놓았던 짐의 무게가 부쩍 무거워진다. 하나,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윗동네 펑크’에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건 아닌가. 둘, 이 프로젝트에 현아는 왜 필요했는가. 보컬 후이의 발견, 앨범을 듣고 남는 건 그 정도다.
미묘: 후렴으로 돌진하는 “Player, Champagne, Showtime”, “So fresh, so fresh”를 비롯해 ’365 Fresh’의 상당 부분을 현아의 공격성에 기대고 있다. 남성 멤버들이 부드러움을 담당하고 때론 현아를 따라 하기까지 하는 동안 현아가 특유의 비틀림을 선보이는 ‘바라기’도 그렇다. ’365 Fresh’ 뮤직비디오의 난폭한 로맨스 서사도, 멤버들이 마음껏 까부는 ’꿈이야 생시야’의 유머러스한 악당 드라마 분위기도 역시 현아에게서 발상한 것으로 여기기에 충분하다. 커버아트의 색감과 2017년에 ’365 Fresh’ 같은 워딩을 택하는 것도 매우 90년대풍인데, 그것이 두 남성 멤버를 ‘거느린’ 현아에게 무척 어울리며 또한 솔로 현아가 본격적으로 시도하기는 부담스러운 지점임을 상상하면, 이 유닛과 미니앨범의 설득력은 더욱 높아진다. 또 한 가지 수확은 ‘Girl Girl Girl’로, 80년대 팝발라드의 청아함을 이어받은 90년대 R&B를 사랑스럽게 재현하면서도 가요로서의 응모요건 역시 잘 채워낸다. 후이, 이던의 ‘감성 보컬’에 현아의 나직한 랩이 곁들여지는 것도 성별 클리셰의 흥미로운 반전이지만, 사실 그간 큐브의 발라드-R&B 트랙들이 ‘스타일리시해진 가요’를 지향할 때 꽤 자주 무너지곤 하던 점을 생각하면 경탄하게 되는 트랙.
미묘: ‘’WoW!’가 ‘Cameo’만큼 가요적으로 터진다면 어땠을까?’의 결론 같다. ‘지금 우리’는 몽상과 환희, 서정과 비트를 잘 결합했다. 또한 ‘WoW!’에 비해 서로의 연결 또는 전환도 매끄럽다 해도 좋겠다. 조금 힘겨운 듯한 음역에서 줄곧 출렁이는 후렴의 멜로디라인은 집요하다 싶을 정도로 같은 음정을 중심으로 이어지는데, 곡을 좀 더 명쾌한 팝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B 섹션의 조바꿈 등에서 비롯되는 우아함에게 공간을 확보해주는 역할도 한다. 앨범으로 들었을 때 충실한 세계관의 질감을 형성한다는 것은 이 리패키지 앨범의 장점. 그런데 그것이 ‘Aya’에서 마음을 무겁게 하는 방향으로도 작용하는데, 러블리즈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 또는 원피스가 2017년의 케이팝을 주조하는 공식에 음울한 가정을 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파계’의 인상을 남기는 것이야, 일단은 시장성에 대한 검증의 영역이 될 것이다. 그러나 윤상을 조금만 상큼하고 발랄하고 가볍게 만든 것이 허밍어반스테레오라고 생각하는 이가 혹시라도 어딘가에 있다면, 굳이 찾아가서라도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다.
오요: 분명 새로운 시도였으나 아쉬움을 많이 남겼던 'WoW!'와 달리 '지금, 우리'는 'Ah-Choo'의 연장선상에서 익숙한 톤과 분위기를 전달한다. 분명 이 쪽이 러블리즈에게 더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안정감과 완성도 측면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지만 괜히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다. 다른 걸그룹들의 노래들과 무대가 자꾸 겹쳐 보이는 까닭이다.
햄촤: 멀찍이에서 지켜만 보고 주위를 하염없이 맴돌던 거리에서 마침내 한 걸음 성큼 다가가 연애의 시작점에 당도한 러블리즈. 여전히 확신보단 의문형으로 끝나는 아슬아슬함이 앞으로 러블리즈의 가사 속 사랑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기대감을 품게 한다. ‘Ah-Choo’에서 잘 드러났던 활기차면서도 한편으로 그늘진 러블리즈만의 독특한 분위기 또한 잘 담아내고 있다. 여태까지 러블리즈 활동곡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노래가 아닐까 싶은 높은 음역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채 노래 내내 고공을 활보하는 듯한 멜로디 라인은 어쩌면 비현실적으로 들뜬 노래 속 화자의 심리를 반영한 게 아닐까. 러블리즈라는 그룹의 이전까지와 앞으로의 활동을 잇는, 중간점검 같은 곡이 될 것 같다.
미묘: 트로피컬이 유행을 하다가 거꾸로 돌아 레게 리듬이 나와 버리니 의외로 신선하게 들린다. 멜로디 자체는 나긋나긋한 아이돌 R&B 발라드에 어울리는 느낌인데, 그것을 레게 리듬에 씌워 놓으니 느끼하기 딱 좋을 라인마저 제법 산뜻하다. 레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바짝 조인 스네어 필인이, 통상처럼 공간을 채우기보다는 보컬이 케이팝적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보조하는 점도 흥미롭다. “You-hoo” 같은 후렴 뒤의 리프레인은 확실하게 선을 긋기보다는 애매하게 배회하는 듯한 느낌인데 (이를 테면 용감한 형제가 사용하는 그것과 비교해 보라) 이 역시 케이팝 곡으로서는 특이한 감상을 남긴다.
김윤하: 어느 날 문득 거리에서 듣고는 수십 번의 청취와 수십 번의 고민에도 풀리지 않던 의문이 해결된 문제의 곡. 별다른 매력도 특별한 포인트도 없지만 온통 자신을 봐달라 아우성치는 노래들 사이 조용하고 나긋한 쉼표가 되어 주기에는 나쁘지 않은 일상의 스킷(skit) 같은 노래다. 발매 직후 왜 온유는 늘 납작하기 이를 데 없는 발라드에 누군가와의 듀엣곡 밖에는 부르지 않는 걸까 실망스러웠던 마음이 2% 정도 누그러졌다. 물론 아직도 그것이 온유의 목소리로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냐는 근원적 질문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햄촤: 연애를 주제로 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듀엣곡. 예상하지 못했던 신선한 조합이라는 점도 반갑고, 여성 보컬과 남자 래퍼 조합이라는 공식을 비튼 느낌이 신선하다. 곡 자체의 밸런스는 좋지만 두 사람의 랩보다 피처링한 지아의 보컬 파트가 더 귀에 강렬히 꽂히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 다음 기회가 있다면 달달한 사랑 노래 아닌 내용으로 두 사람의 랩을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
오요: 이제 겨우 2년 차 아이돌에게 ‘성공하면’이라는 제목의 곡으로 활동하게 하는 건 너무 악랄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그 가사가 “예전과 다른 내 생활도/이젠 익숙해져 긴장은 없어지고/화려함 속에 감춰진/이게 내가 원했던 내 모습인지 모르겠어”라니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어쩌라는 말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아이돌 전문 심리 상담 프로그램이라도 누군가 나서서 운영해야 할 때인 것 같기도.
햄촤: ‘성공하면’은 ‘니가 없는데’에 이은 용감한 형제와 투챔프와의 작업으로, 점점 그룹의 스타일이 자리를 잡아가는 인상이면서도 한 편으론 조금 템포를 낮춘 ‘니가 없는데’의 자기복제 같기도 하다. 가사의 내용은 과연 현재 로미오와 걸맞는 이야기인가 조금 의문이 드는데, 의도적인 ‘짠내’ 전략인지도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런 곡은 그룹의 커리어가 정점을 찍은 이후 내놓는 게 여러모로 어울리지 않을까.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팬들과의 만남 등을 담아낸 뮤직비디오가 곡의 내용과 반어법 같은 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담아낸 팬송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흥미롭다.
햄촤: 2014년에 발표했던 ‘오빠 바이러스’와 15년 발표한 ‘Always’를 각각 어쿠스틱한 발라드로 편곡해 불렀다. 새삼스레 원곡들과 나란히 비교해 들어보면 그동안 멤버들의 보컬이 상당히 성장했음을 느낄 수 있다. 단순히 원곡의 템포를 늦춘 것이 아니라 멜로디 등 여러 면에서 세심히 편곡한 듯, 조금 실례를 보태어 원곡을 초월하는 노래로 재탄생시킨 결과물. 콘셉트만 보고 지레 화면에서 눈을 돌리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멤버들의 목소리 한 마디 한 마디를 듣게 만드는 힘이 실렸다. 여러모로 만만치 않은 케이팝 시장의 경쟁 속에서 칠학년일반은 돌파구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흔적만은 꾸준히 남기고 있다.
오요: 장르 문법에 충실한 트랩이다. 사실 장르적 측면에서만 보자면 별반 특별한 것도 없는 트랙이지만 태용의 랩이 얹어져 그나마 곡의 재미를 확보했다.
햄촤: 언뜻 블랙아이드피스의 ‘Boom Boom Pow’를 연상시키는 비트에 아마도 서울 어딘가인 듯한 풍경을 납작하게 때론 길쭉하게 늘려놓은 기묘한 영상, 그리고 태용의 매력적 저음 랩이 결합해 독특한 질감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허나 음원만으로 듣기엔 귀에 쉬이 감기는 곡은 아니다. 가사는 이미지나 서사보다는 음악에 맞춘 라임 위주로 곡 속에서 하나의 사운드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고, 앞선 히치하이커의 작업들 또한 그랬듯 음악만이 아니라 영상과 결합한 총체적 매체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음원차트 경쟁으로 가수와 음악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쉬운 지금, 다른 곳도 아닌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이런 시도가 꾸준히 이뤄지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이상의 의미를 찾기 위해선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가 이뤄져야 가능할 듯하다.
미묘: 별로 말을 보태고 싶지 않지만, 한 가지. 지금까지 ‘잘난 소녀들이 이렇게나 애교 봉사를!’의 전략으로 그만큼 재미를 본 결과가, 앨범 전반에서 뻣뻣하게 연출된 보컬이다. 뻣뻣한 보컬이 미덕이 되는 맥락도 있고, 특히 원더걸스에서 빛을 발했다. 그것은 원더걸스가 (역시 문제적이기는 해도) ‘아저씨가 이해하기 힘든 소녀’를 곧잘 표현한 데에서 기인한다. 트와이스는 사정이 다르다. 잘난 멤버들을 애교에 낭비한 끝에 ‘잘남’마저 덜어내다니,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트와이스를 (어떤 이유에서든) 못나 보이게 만드는 게 목적이라면 잘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가사도 아이돌 처음 만들어보는 아저씨가 ‘전파계 망붕’을 노리고 쓴 것 같다. 대체 어느 바닥까지 떨어뜨려야 만족할 것인가.
오요: 타이틀 곡 'Signal'의 빈약함과 조악함에 대해선 이미 무수히 많은 매체와 평론가들이 지적했기에 굳이 더 얘기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오히려 앨범 수록곡들이 더 흥미로울 뿐 아니라 트와이스 특유의 씩씩하고 발랄한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전형적인 치어리딩 팝 (‘Only 너’), 컨트리풍의 멜로디(‘Hold Me Tight’, ‘Eye Eye Eyes’)에 이어 오랜만에 들어보는 ‘기타를 잘 쓴’ 훌륭한 팝 ‘Someone Like Me’까지 흘려보내기엔 아까운 트랙들이다. 다만 수동적인 전통적 여성상에 부합하는 유치한 가사만큼은 일관되게 거의 모든 곡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대체 언제까지 이런 가사를 봐야 하는 것인지 암담해진다.
햄촤: ‘Signal’은 인기절정을 달리고 있는 트와이스에게 기대했던 이미지의 곡은 확실히 아니지만, 실망감을 살짝 걷어내고 들어보면 세간의 원망만큼 못 들어줄 노래는 아니다. 반복되는 베이스와 드럼의 둔탁한 리듬감이 애처로운 멜로디 라인과 결합해 다른 작곡가의 곡에서 맛볼 수 없는 JYP만의 멜랑콜리도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다만 단순하다 못해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의 가사와 트와이스가 가진 재능과는 거리가 먼 듯한, 점점 단조로워지는 퍼포먼스가 아쉬울 따름. ‘Ooh-Ah하게’와 ‘다시 해줘’를 불렀던 트와이스의 매력을 JYP는 잊어버린 걸까. 지금의 트와이스는 상한선을 얼마든지 그을 수 있는 그룹이지만 동시에 하한선이 어디까지인지를 JYP 엔터테인먼트는 확실히 그리고 빠르게 그어야 할 것 같다.
김윤하: 가끔 ‘컨셉돌’이라는 수식어가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아닐까 싶지만, 어쨌든 빅스가 내놓는 결과물들은 늘 그 우려를 살짝 상회하는 것들이다. 동양인이 따로 마음먹고 그려내는 ‘동양 판타지’가 주는 이상스런 위화감을 걷어내고 나면 타이틀곡 ‘도원경’은 적당히 세련되게 잘 뽑힌 곡조와 멤버들의 숙련된 콘셉트 소화력이 잘 조화된 안정적인 타이틀곡이다. 아쉬운 건 언젠가부터 그 모든 기대와 우려를 ‘살짝’밖에는 넘어서지 못하게 된 그룹의 기세다. 도가 되든 모가 되든 조금 더 과감한 무언가가 필요한 시점이랄까. 수록곡들 역시 언제나처럼 준수하다. 그룹 특유의 섹시함과 올드스쿨한 그루브가 돋보이는 딥하우스 넘버 ‘Black Out’이 눈에 띈다.
오요: 그간 과감한 시도와 콘셉트를 서슴지 않았던 빅스인데 이 앨범에서는 어딘가 주저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절제의 미덕이라기보다는 자신감 부족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타이틀 곡 '도원경'의 경우 ‘동양 판타지’라는 콘셉트를 차용했으면 (어떤 식으로든 오리엔탈리즘을 피해가기 어려운 주제라면) 더 뻔뻔하게 과잉으로 치달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현악기의 사용은 적절했지만 그것을 뒷받침하는 전자음이 빈약하다. 인스트루멘털 트랙을 들어보면 이 트랙의 단점이 더 명확히 드러난다. 컨셉이 ‘동양’이라해서 곡까지 여백의 미를 추구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리 과하지도 않은 보컬을 들어내면 빈약한 베이스라인이 도드라져 소리에 뻥뻥 구멍이 뚫린 것 같이 들린다. 트와이스와 마찬가지로 수록곡들의 완성도가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탁월하지만 앨범 전반에 걸쳐 미적지근한 보컬이 아쉽다.
미묘: 포플레이의 연이은 콜라보 싱글 프로젝트. 멜로디가 너무 뻔하다. 다만 고혹적이고 유려한 풍의 편성과 질감이 이를 제법 보상해 준다. 경리의 보컬은 특히 중음역에서는 편안한 듯하면서도 마음 속에 뭔가 따로 담아둔 것이 있는 듯한 기분을 주어 (꼭 섹시함이 아닐지라도) 이미지만으론 상당히 잘 어울린다고 하겠다. 고음에선 가벼운 톤과 열창을 번갈아 사용한 것도 보여줄 것은 다 보여주면서 과하게 넘치지 않아 좋다. 그러나 결국 곡 자체가 뻔한 것이 (내내 잘 부르던 보컬이 간혹 조금씩 뻣뻣해질 때마다) 전체의 조합을 ‘뻔한 가요’처럼 들리게 한다. 영어버전의 수록은 사족에 가깝다.
미묘: 곡 자체는 조금 성가 느낌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평이한 편이라 해도 좋겠다. 다만 비트감 있는 6/8 박자의 서정적이고 밝은 곡풍이 빠지기 쉬운 함정들을 조금씩 비켜가는 것이 재미있다. 꼼꼼한 도출일지, 감성의 직관적 결과물일지 알기는 어렵지만, 이런 작업을 조금 더 들어보고 싶어지게 한다. 세뇌하는 것이 곡의 콘셉트와 목적에 부합하기도 하지만, 듣고 나서 제법 멜로디가 귓가에 오래 머문다. 덩어리진 후렴 “You are beautiful”의 사이사이로 찌르고 들어오는 “난 변하지 않을 거야”, “놓지 않을 거야”, “내 곁에만 있어줘” 등이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꼭 적당한 반복성과 함께 조금씩 차이를 두는 점도 감각적. 단촐한 뮤직비디오도 유튜브 컬처를 적극 참조하면서 기획을 덧붙여 마무리한 점이 꽤 흥미롭다. 열 명의 멤버들이 배치된 것에서 아마추어들의 1인 아카펠라 영상을 연상시키는데, 그것이 세로 포맷에 끼워 맞춰져 있고 또한 멤버들의 위치가 적절히 셔플된다는 게 재미있다. 파트에 따라 포커스가 바뀌는 것은 유튜브 팬 활동 중 파트 배분(line distribution) 비디오를 연상시키고, 복수의 멤버가 겹치는 부분의 처리들은 파트의 주고받음을 시각적으로 강조해준다. 또한 일부 대목은 리액션 비디오로서의 성질도 갖고 있다. 관련한 분야에 관심 있는 이라면 (곡풍이 그렇다 보니 조금 오글거릴 순 있지만) 한 번쯤 확인해볼 가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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